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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P.389

        

       ‘그랬을지도 모르지…’

         

       모용연화는 내면의 목소리에 수긍했다.

         

       열심히 무공을 수련하여 한 명의 후기지수가 된 것만으로도 모용연화는 해야 할 도리를 지켰다고 할 수 있었다.

         

       모용연화는 그저 본가의 구성원 중 한명에 불과했고.

         

       섬서분타의 일을 해결하기 위해 모용서와 함께 본가를 떠날 때까지 섬서분타에 대한 그 어떠한 의무도 없었다.

         

       내면의 목소리가 속삭였다.

         

       -그래 맞아.

         

       -섬서분타가 본가에 도움을 청한 것도 아니었고, 그들이 스스로 선택한 길이잖아.

         

       -자업자득이지.

         

       그럴지도 모른다.

         

       결국 분타주와 중진들이 혈교와 손을 잡은 것은 그들의 선택이 아니었던가.

         

       오천 리 길의 여행이 눈 앞에 펼쳐지는 광경을 보며 모용연화는 그렇게 생각했다.

         

       “….아.”

         

       그런 모용연화의 눈에 한 사람이 들어왔다.

         

       -하하, 누님 오래간만입니다!

         

       모용모였다.

         

       눈치도 없이 당가와 점창파 여식들과 교문을 트려 하고.

         

       분타의 방계들의 눈총을 받으면서도 광산 시찰을 멈추지 않았고.

         

       호천안의 계책에는 홀라당 넘어가는 허우대만 멀쩡한 녀석이었지만.

         

       -악덕상인을 방치하는 모용세가는 각성하라! 각성하라!

         

       스스로가 옳다 여기는 바를 위해 분타와의 대립조차도 두려워하지 않고 맞섰으며.

         

       -누님! 도와주시지요! 섬서분타의 방계들은 잠시 눈을 다른 곳에 두었을 뿐입니다! 광산의 실태를 알고 나면 그분들 역시 정신을 차릴 겁니다!

         

       본가와 분타의 관계를 알면서도, 그로 인해 분타에 배신자로 찍힐 위험에도 아랑곳하지 않고 자신에게 부탁해오던 모용모의 모습이 눈앞에 있었다.

         

       기억 속 그 올곧은 눈을 마주한 순간 모용연화는 어째서 자신이 오천 리 길을 달려왔는지를 다시금 상기했다.

         

       “섬서분타를 다시 본가의 품으로 되돌리고 싶었고. 문제가 있다면 함께 해결하고 싶었지.”

         

       같이 뛰어놀았던 모용모가 있고, 어린 시절 머리를 쓰다듬어주던 모용진객과의 인연이 완전히 끊어지는 것이 싫었다.

         

       그렇기에 이곳까지 오지 않았던가.

         

       -섬서분타의 방계들은 혈교와 내통했어. 그런데 아직도 인연 타령이야?

         

       그런 모용연화의 생각을 비웃기라도 하듯이 내면의 목소리가 말을 걸었다.

         

       “그분들 역시 반성하고 속죄할 수 있을 것이라 믿어.”

         

       -모용세가를 위해서는 섬서분타의 죄질을 낱낱이 파악해서 엄벌에 처하는 것이 중요해! 고작 분타 하나의 일로 모용세가 전체의 이름을 더럽힐 생각이야?

         

       “내가 다 감수할 거야.”

         

       모용연화는 내면의 목소리에 대답하며 자신의 변화를 자각했다. 그저 구름처럼 두루뭉술했던 막연한 각오들이 점차 견고해지는 것이 느껴졌다.

         

       그런 모용연화의 변화를 직감한 것인지 내면의 목소리는 다급하게 말을 이어나갔다.

         

       -그건 말도 안 되는 소리야! 혈교의 내통자들은 엄벌하지 않으면서 모용세가의 명성을 보존한다는 게 말이나 된다고 생각해?

         

       “어려운 일이겠지. 그러나 각오는 충분히 했어.”

         

       -그건 불가능해!

         

       “가능해.”

         

       모용연화는 자신의 내면의 목소리를 다독이듯이 말했다.

         

       “외부에서는 손가락질을, 내부에서는 고립되었음에도 자신이 옳다고 믿는 바를 계속해서 관철해 온 방계도 있는데 나라고 못할 것이 뭐가 있을까.”

         

       -어리석은 소리야! 네가 짊어져야 할 무게는 모용모의 장난질과는 수준이 달라!

         

       “하나도 다르지 않아.”

         

       확실히 모용모가 해 온 일과 모용연화가 해야 할 일의 어려움은 큰 차이가 있었다. 모용세가 본가, 섬서분타의 방계들, 그리고 세인들이 시선까지 모용연화가 원하는대로 지금의 상황을 풀어내기까지 넘어서야 할 관문들은 한 두 가지가 아니었다.

         

       그러나 모용연화는 그런 문제에 더이상 겁먹지 않고 맞서기로 결심했다.

         

       “처지가 이러니까. 상황이 이러니까. 지금까지 이렇게 해 왔으니까. 이런 말을 앞에 붙여가며 아쉬움을 삼키고 싶지 않아. 나는 섬서분타의 방계들이 길을 한 번 잘못 들었을 뿐이라 생각해. 방계들이 내 생각과 다르게 반성하지 않을지 모르겠지만 나는 기회를 주고 싶어.”

         

       바른길과 큰 원칙.

         

       따를 수 있다면 따라야겠지.

         

       하지만 이미 따를 수 없는 자들이라면? 이미 잘못된 길에 들어선 자들이라면?

         

       모두 포기해야 하는가?

         

       모용연화는 고개를 저었다.

         

       특별한 때에는 특별한 방법을 사용해야 하는 법.

         

       모용연화는 길에서 벗어난 자들이 자력으로 돌아올 수 있는 새로운 길을 만들어 주고 싶었다.

         

       그것이 본가의 일원이자.

         

       섬서분타 방계들의 친척이자.

         

       같이 뛰어놀던 친구와 어른들에게 예쁨받던 한 아이가 취해야 할 도리라고 생각했다.

         

       대답은 돌아오지 않았다.

         

       말도 없이 사라져버린 내면의 소리에 쓴웃음을 지은 모용연화는 자신의 손을 들여다보았다.

         

       아무것도 없었던 손에는 애검이 잡혀 있었다.

         

       애검을 확인한 모용연화는 그 검을 힘차게 휘둘렀다.

         

       ‘이겨야 해.’

         

       강맹한 패도일휘검과 부드러운 반연무월검의 초식이 번갈아가면서 펼쳐졌다.

         

       패도일휘검은 더할 나위 없이 웅혼했고 반연무월검은 어느 때보다 매끄러웠지만 모용연화는 본능적으로 껄끄러움을 느꼈다.

         

       그런 모용연화의 의구심이 투영된 것일까.

         

       어느새 모용연화의 앞에는 복면을 쓴 중진이 서 있었다. 호천안의 설명과 특훈으로 만들어진 가상의 중진이 용조수를 만들며 달려들었다.

         

       부족해.

         

       모용연화는 가상의 중진과 손을 섞으며 그렇게 중얼거렸다.

         

       깨달음을 얻으며 비약적으로 무공이 증진했으나 여전히 상성의 수법을 극복하기는 어려웠으니까.

         

       모용연화의 머릿속에 한 구절이 떠올랐다.

         

       당이별론.

         

       특별한 때에는 특별한 방법이 필요한 법이라. 모용연화는 자신도 모르게 고개를 끄덕였다.

         

       특별한 방법이 필요한 곳은 섬서분타뿐만이 아니었다.

         

       중진과의 비무 역시 특별한 때였고 비무에 승리하기 위해서는 역시 특별한 수가 필요했다.

         

       그 특별한 수를 갖추기 위하여.

         

       모용연화의 검이 조금씩 변화하기 시작했다.

         

       *** ***

       

       섬서분타 대 직계의 비무날.

         

       비무 장소로 지정된 섬서분타 소유의 숲 속 공터에 선 모용진객은 안도의 한숨을 내쉬었다.

         

       ‘긴 일주일이었다…’

         

       중요한 비무를 목전에 두고 갑자기 사라진 철혈서와 혈인.

         

       철혈서라는 영물의 힘을 알고 있었던 모용진객은 혈인이 죽거나 철혈서가 변고를 당했다고는 생각지 않았다.

         

       칩입자가 있었다고 해도 소수에 불과했을 테고 그런 소수의 침입자들을 상대로 철혈서가 패배하리라고는 판단하기 어려웠으니까.

         

       미심쩍은 흔적은 몇 가지 있었으나 정작 철혈서의 전투 흔적이랄 것은 하나 없었으니 분타주 입장에서는 혈인과 철혈서가 의도적으로 자리를 비웠다고 생각할 수 밖에 없었다.

         

       그렇게 이틀이 지나고 분타장과 중진들은 사태의 심각성을 깨달았다.

         

       어쩔 수 없이 비무에 나서기로 한 이들은 마지막 수련에 박차를 가했고 나머지 중진들은 철혈서와 혈인을 찾기 위해 외부를 수색했다.

         

       그러다 만난 의문의 복면인.

         

       철혈서의 정보를 입수한 영물사냥꾼의 등장에 분타주와 중진들은 날을 세운 채 정보를 수집하고 경계를 강화할 수밖에 없었다.

         

       비무를 준비하는 와중 혈인과 철혈서의 행방도 찾아야 했고 그에 더해 정체 모를 영물사냥꾼에대한 소식까지 파악해야 했던 분타주와 중진들.

       

       분타주와 중진들 입장에서는 그야말로 피가 마르는 듯한 초조함에 시달렸던 일주일이었다. 

         

       ‘그런 걱정도 이제 끝이다…!’

         

       아직도 혈인과 철혈서의 행방은 알 길이 없었고 영물사냥꾼이라는 작자들이 철혈서의 행방을 들쑤신다 한들 오늘 직계와의 비무에서 승리를 거둔다면 아무래도 좋을 일이었다.

         

       모용진객은 주위를 둘러보았다.

         

       애매한 거리를 유지한 채 침묵을 지키고 있는 방계들이 눈에 들어왔다.

         

       광산의 실태를 목도한 뒤 대업에 회의감을 품은 방계들. 그들만 다시 휘어잡을 수 있다면 외부의 소란 정도는 충분히 수습할 수 있다.

         

       그런 생각을 하던 모용진객은 방계들 사이로 술렁이는 기색이 퍼져나가는 것을 느끼며 고개를 돌렸다.

         

       본가의 인원들이 멀찌감치서 다가오는 것이 보였다.

         

       그 모습을 보며 모용진객은 주먹을 꾹 쥐었다.

         

       어찌 흥분하지 않을 수가 있을까.

         

       오랜 인고 끝에 섬서분타가 비상할 수 있는 발판이 마련될 비무를 목전에 두었는데 말이다.

         

       ‘승산은 차고 넘친다.’

         

       모용석질과 모용찬경의 대결 역시 광산의 향방을 가를 1승이었지만 모용진객의 머릿속에서는 어디까지나 구색 맞추기에 불과했다.

         

       그가 이번 비무를 벌인 진짜 이유는 신공의 위력과 혈교의 비술로 강화된 자신과 중진들의 힘이었으니까.

         

       중진 중 한명인 모용위지는 패도일휘검과 반연무월검의 상성이자 상승무공인 신공의 위력을 뽐내며 모용연화를 압도할 것이고.

         

       모용석질 본인은 그런 상승무공을 바탕으로 혈교의 기술을 아낌없이 사용해 모용서를 꺾어낼 터였으니까.

         

       분타의 방계들은 본가를 압도하는 신공과 혈교 비술의 위력에 경악하고 탄복할 터.

         

       그 기세를 타 혈교의 신공을 전수한다면 섬서분타는 완전히 그들의 수중에 떨어진다.

         

       그런 생각을 하며 음침한 미소를 짓던 모용진객은 직계들과의 거리가 좁혀질수록 안색을 굳힐 수밖에 없었다.

         

       모용진객의 얼굴을 굳게 만든 것은 바로 모용연화였다.

         

       몸짓에서 풍기는 무학의 깊이가 달라졌다.

         

       눈빛은 또 어떠한가.

         

       눈은 곧 마음의 창.

         

       일주일 전, 광산에서 만났을 때와는 비교조차 할 수 없을 정도로 깊어진 눈빛과 가슴에 묵직함을 남길 수 있을 정도로 무거워진 기도.

         

       그 변화에 모용진객은 한 단어를 떠올릴 수밖에 없었다.

         

       깨달음.

         

       “늦어서 미안하구려. 연화가 성취를 수습하는데 시간이 좀 걸렸소.”

         

       미안함은커녕 뻐기는 기색이 잔뜩 들어간 모용서의 사과에 모용진객이 입술을 깨물었다.

         

       하필이면!

         

       그 일주일 사이에 모용연화가 깨달음을 얻었단 말인가.

         

       모용진객은 오늘 모용연화와 비무를 벌일 중진, 모용위지를 바라보았다. 모용위지 역시 급작스러운 모용연화의 성장이 당황스러운지 연신 모용연화를 가늠해 보고 있는 있었다.

         

       과연 모용위지가 모용연화를 상대로 승리를 거둘 수 있을까.

         

       모용진객도 쉬이 예상할 수 없는 일이었다.

         

       “자, 시작합시다.”

         

       자신감 넘치는 모용서의 발언과 함께 누구도 그 승패를 쉬이 짐작할 수 없는 섬서분타와 직계의 비무가 시작되었다.

         

         

       

    작가의 한마디 (작가후기)
    늦어서 죄송합니다!

    강호의 도리인 연참은 최대한 근시일 내에 준비해 보겠습니다!

    *

    [미공개]님께서 [10코인]을 후원해주셨네요.

    언제나와 같은 후원을 받으니 큰 힘이 되네요. 후원을 받을 때마다 휘청이는 무언가가 안정되는 느낌입니다.

    후원 정말 감사드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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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 Became an Outcast the Martial Arts Masters are Obsessed With

I Became an Outcast the Martial Arts Masters are Obsessed With

무협게임 속 고수들이 집착하는 낭인이 되었다
Score 4.0
Status: Ongoing Type: Author: Native Language: Korean

I became Ho Cheon-an, a second-rate warrior in the martial arts game [Murim Cheonha].

To survive, I had no choice but to give enlightenment.

Martial arts masters began to obsess over me.

In Murim Cheonha, where fame means difficulty, getting attention meant death.

Please, just go away.

Please, let me liv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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