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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P.389

       “그게 무슨 소리냐?”

       

       이벤트 매치? 프로게이머? 내가 고개를 갸웃거리자 한서우가 어색한 웃음과 함께 말을 이었다.

       

       “설명이 너무 부족했네요.”

       

       잠시만 기다려 달라던 녀석은 허공에 대고 무언가를 조작하다 다시금 내 쪽으로 시선을 돌렸다.

       

       “링크 보내놨어요. 한 번 확인해 주실래요?”

       

       곤란하게 되었구나.

       

       본인은 지금 VR기기를 통해 이 곳에 온 것이 아니라 세상을 뛰어 넘어 이 곳에 온 바. 당연히 유저가 사용할 수 있는 여러 기능을 이용할 수 없다.

       

       허어. 이를 들켜서는 안 될 지언데.

       

       어찌하면 좋을까 생각을 하던 나는 그냥 뻔뻔하게 나서기로 했다. 어차피 변명할 방법도 마땅치 않으니.

       

       “링크가 무어냐.”

       “…어.”

       

       아무것도 모른다는 식으로 당당히 이야기를 하자 한서우가 잠시 굳었다.

       

       링크 같은 기본적인 것을 모르는 사람이 있을 리가 없으니 무슨 소리를 하나 싶겠지.

       

       그래도 본인은 이 입장을 고수할 생각이다. 자잘한 변명보다는 침묵이 더 이로움을 아니까. 자아. 무슨 추궁을 하건 막무가내로 밀어붙여보도록 할까.

       

       허나 내 걱정은 기우에 불과했다. 한서우는 조금도 날 추궁하지 않았다. 그 대신 눈을 위로 치켜 뜬 채 생각을 이어나가다가 설명을 시작했다.

       

       “귓속말 날아오신 거 보면 길게 주소가 적혀 있을 거거든요? 그거 클릭하시면.”

       

       …아니. 이 놈. 설마 진짜로 본인이 링크라는 기능을 모를 것이라 생각하는 것이냐?

       

       본인이 현대의 문물에 극도로 서투르기에 저런 자잘한 것도 기억하지 못할 것이라 여기고 있다고? 진심으로?!

       

       대체 본인이라는 인간을 무어라고 생각하는 것이냐!

       

       절로 짜증이 나서 곰방대에 손이 갔다. 본인이 이를 바라고 링크를 모른다고 한 것은 맞다.

       

       허나 이런 식으로 무시를 당하니 절로 화가 나는 구나.

       

       더 짜증나는 것은 지금의 상황 탓에 내 능력을 입증해선 안 된다는 것이다.

       

       제기랄. 자가당착에 걸리고 말았구나.

       

       “이해되셨나요?”

       “아니. 그냥 말로 설명해라.”

       “…넵.”

       

       어이없다는 듯한 그 표정이 굉장히 마음에 들지 않는구나.

       

       한서우 이 놈. 두고 보자꾸나. 이 굴욕. 네 스승에게 제자를 굴리는 법을 알려주는 걸로 갚아주겠다.

       

       내 원한이 점점 커지고 있음을 모르는 듯 한서우는 느긋이 말을 이어나갔다.

       

       “아시는지는 모르겠습니다만 화령님의 가르침 덕분에 이번 아피스 대회에서 저희 팀이 가장 높은 성적을 거두는 데 성공했습니다.”

       “그거 잘된 일이구나.”

       “감사합니다. 이에 대해서는 나중에 팀차원에서 따로 감사 인사를 드릴 예정입니다. 어쨌든 압도적인 성적으로 우승을 하는 데 성공한 까닭에 해외 측에서 제안이 들어왔습니다. 아피스컵이 펼쳐지기 전에 한 번 이벤트전을 해볼 생각이 없냐고.”

       

       서로 간의 전략을 시험해보자는 취지에서 시작된 이야기에 한서우 측 구단은 환영의사를 표시했다.

       

       제안을 건네 온 팀의 일원이 현 아피스 리그의 전설 중 한 사람이었기에.

       

       “관련해서 협의를 이어나가던 도중 화령님의 이름이 나왔습니다. 한 번 화령님과 대련을 해보고 싶다고 하더라고요. 외신을 쓰러트린 그 힘을 몸소 느껴보고 싶다면서.”

       

       대충 상황이 어찌 흘러가는지는 알겠구나.

       

       본인의 편집자들에게 듣기로 작금의 본인은 대한민국이라는 나라뿐만 아니라 해외에 여러 곳에서도 유명하다고 들었다.

       

       그 마이튜브라는 것이 한 나라에만 공급되는 것이 아니라 전 세계에 연결되어 있기에 그런 일이 가능하다던가.

       

       내 이전에는 그를 잘 체감하지 못했으나 최근 백호네 회사에 갔다 오면서 몸소 느꼈다.

       

       먼 타국에 있는 회사의 이들조차도 본인의 방송을 보며 즐거워하고 있단 이야기를 용의 입에서 직접 들었으니까.

       

       저 이야기를 꺼낸 사람도 용이나 백호네 회사 사람들처럼 본인의 방송을 보는 작자겠지.

       

       “상대 측에선 이번 이야기에 무척 적극적입니다. 화령님께서 고개를 끄덕인다면 그 조건은 모두 다 맞춰주겠다고 하더군요.”

       

       굳이 얼굴을 드러낼 필요 없다던가. 내 일정에 맞추어서 일정을 조정하겠다거나. 공식적인 자리가 부담스럽다면 개인적인 대련도 상관 없다거나. 당연 그에 마땅한 수고비도 지급하겠다거나.

       

       대충 들어 보아도 나를 배려하고 있음을 느낄 수 있는 조건들이었지만 정작 나는 저기에 자그마한 흥미도 가질 수 없었다.

       

       사유는 단순했다.

       

       “허. 그 아피스의 전설인지 뭔지하는 놈이 누군지는 모르겠다만 실로 건방진 작자구나.”

       

       마음에 들지 않으니까.

       

       길게 이야기를 하고는 있다만 결국 저를 정리해보자면 본인과 대련할 기회를 돈을 주고 사겠다는 소리 아닌가.

       

       실로 괘씸하기 그지없는 일이다. 고수에게 가르침을 청할 때에는 맨발로 달려와서는 머리를 박고 청해도 모자라거늘. 감히 대련의 기회를 사려고 들다니.

       

       누구를 개방의 나부랭이로 아는 것인가.

       

       본인의 성미가 한창 더러운 시절이었다며는 당장에 찾아가 그 멱을 따버리고는 가르침을 주었으니 기뻐하라 그랬을 것이야.

       

       “…어. 흥미가 안 생기십니까?”

       “그래. 그런 기초적인 예절도 안 된 녀석과 싸울 이유는 없지.”

       

       전설이니 뭐니하는 거창한 칭호가 붙어있다한들 결국에 현대인에 불과할 터.

       

       본인의 관심을 조금도 자극하지 못하는 쓰레기가 건방지게 대련의 기회를 사려 드는 데 본인이 무엇하러 그 놈과 싸워 주겠느냐.

       

       그런 데에 시간을 낭비할 바에야 요리를 연습하는 데에 시간을 할애할 것이다.

       

       “아쉽게 됐네요. 한 번 꼭 보고 싶었거든요. 화령님이라면 그 분을 어떻게 상대하실지 궁금해서.”

       “무얼. 작금의 그대 정도면 현대인 누구를 상대하더라도 이길 수 있을 터인데 궁금하긴 뭐가 궁금하더냐.”

       

       한서우는 천마의 제자라는 직함을 달고 있는 것치고는 부족한 면이 있지만 현대인의 기준에서는 압도적인 실력자다.

       

       당장에 본인이 가르침을 주는 중인 설아나 하린, 당소일 같은 이들도 이 놈 앞에서는 하수에 불과할 터이니.

       

       이 놈이 진심을 낸다면 현대인 중에서는 까다로운 상대가 존재치 않을 터인데 궁금하기는 뭐가 궁금하다는 것인지 원.

       

       내가 그리 이야기를 했더니 한서우가 쓴웃음을 흘렸다.

       

       “대부분의 프로 상대로는 화령님의 말씀이 옳습니다만 파이스 스코비아는 예외입니다.”

       “예외라고?”

       “예. 열 번을 싸우면 아홉 번을 지는 게 현실인지라.”

       

       그 이야기를 듣고서 처음으로 흥미가 생겨났다.

       

       한서우 이 놈이 열세일 수밖에 없는 자가 현대에 존재한다고?

       

       백화령으로부터 직접 가르침을 받는 녀석을 상대로 우위를 점하는 게 가능할 리가.

       

       “그 이름이 무어라고 했지?”

       “파이스 스코비아입니다.”

       “마이튜브에 영상이 올라와 있느냐?”

       “예. 그렇습니다.”

       “그럼 되었다. 내 나중에 확인을 해보고 다시 연락을 주도록 하마.”

       “예? 굳이 그럴 필요 없이 지금 영상을 보여 드려도 괜찮습니다만.”

       “아니 되었다.”

       

       어차피 작금의 본인은 그대가 영상을 보여준다 하더라도 보지 못하는 몸이기도 하고.

       

       무엇보다 저 뒤에서 기다리고 있는 백화령의 시선이 영 따가워서 말이다.

       

       슬슬 제자를 굴리고 싶어서 몸이 다는 것이 훤히 보이니 여기서 슬쩍 빠져 주어야지.

       

       “고생하거라.”

       “…에?! 아뇨. 잠시. 잠시만요. 화령님? 화령님?!”

       

       *

       

       백화령이 한서우를 괴롭히는… 아니. 가르치는 것을 보면서 이것저것을 조언해 주고.

       

       그 후에 백화령과 무를 겨루면서 작금의 경지를 다시 한 번 확인하고.

       

       화산으로 돌아가서 백주와 나율에게 혼이 나고 있는 바루를 만나고.

       

       내 뒤로 도망쳐 온 바루를 다시금 백주와 나율에게 넘겨주고.

       

       그 끝에 다시금 현대로 돌아온 나는 잔뜩 삐져선 ‘매정하게 본인을 두 사람에게 내밀다니. 난 그대를 친우라 여겼거늘 그대는 아니었나 보구나.’ 라고 중얼거리는 바루를 구석에 밀어둔 채 마이튜브에 들어갔다.

       

       분명 파… 파뭐시기라라 하였는데.

       

       대충 한서우와 파를 함께 쳐보자꾸나. 그럼 뭐라도 나오겠지.

       

       내 추측은 정확하게 맞아떨어졌다. 맨 위에 ‘한서우 vs 파이스 스코비아’라는 영상이 떠오른 것이다.

       

       역시 본인이다. 이처럼 현대 문물에 익숙한 사람에게 링크를 모른단 의심을 할 수가 있는지.

       

       어디 보자. 지금으로부터 1년 전의 것이구나. 상관은 없다. 파이스라는 녀석이 무얼 하는 놈인지를 확인하는데는 지장이 없을 테니.

       

       어찌하면 현대인이 한서우를 압도할 수 있는 재능을 지닐 수 있는 것인지 한 번 확인해 보자꾸나.

       

       영상이 시작됨과 동시에 서로가 고른 인물이 눈에 들어왔다.

       

       한서우야 당연히 천마를 골랐고 상대방은.

       

       흠. 검과 방패를 든 기사인가.

       

       마력을 다루는 녀석을 고른 걸로 보아 무를 다루는 사람은 아닌 듯 하구나.

       

       그로부터 얼마 지나지 않아 두 사람이 격돌한다.

       

       한서우가 처음으로 둔 수는 돌진이었다.

       

       검과 방패라는 무기를 상대로 초근접전을 펼쳐 자신의 유리를 만들어 낼 생각이겠지.

       

       합리적인 선택이었다만.

       

       안타깝게도 파이스라는 녀석의 대처가 너무도 빨랐다.

       

       돌격하는 한서우를 상대로 방패를 치켜든 채 맞돌격을 감행.

       

       방패를 들이미는 것으로 한서우를 권 채로 밀어내어 거리를 확보한 후에 기세로 몰아 붙이다니.

       

       “호오.”

       

       움직이는 것이 나쁘지 않아 생각하던 중 XXX가 치켜 든 검 위로 마력이 집약되는 게 보였다.

       

       본인도 저에 대해서 대충은 알고 있다.

       

       저는 오러라 부르는 것으로 마력으로 만들어내는 강기의 일종이라 했었지.

       

       이전에 아피스 대회를 할 적에 달빛으로부터 설명을 들었기에 알고는 있다만.

       

       내가 보아왔던 것에 비하여 저 오러는 너무나도 짙구나.

       

       기운을 다루는 능력이 특출난 것인가?

       

       허나 저걸로는 모자라다.

       

       한서우 저 놈을 상대하는 데에는 위력만으로는 부족함이 있다.

       

       녀석은 백화령의 제자. 무식하게 힘으로 밀어 붙이는 것에는 이골이 나 있을 터.

       

       기술이 없다면 저를 대처하는 것은 물론이요 오히려 잡아먹으려 들 것이 분명하거늘.

       

       “허.”

       

       파이스라는 자는 검을 휘두르는 것으로 자신이 힘만을 지닌 사람이 아니란 걸 증명했다.

       

       검을 휘두르는 실력이 좋구나. 검로가 너무도 깔끔해.

       

       이 뒤로는 더 볼 필요도 없구나.

       

       한서우는 패할 것이다.

       

       기운을 다루는 실력이 저보다 부족하고. 전투의 기술도 저보다 부족한데. 어찌 저를 상대로 승리하 수 있겠느냐.

       

       열 번 중에 한 번이라도 이긴 게 기적이라 해야 할 터.

       

       나는 결과를 알면서도 계속해서 영상을 지켜보았다.

       

       한서우의 발악을 구경하기 위해서가 아니라. 아직까지도 몇 수를 남겨둔 듯한 파이스의 무위를 보며 확신을 가지기 위해서.

       

       그로부터 얼마 지나지 않아 한서우가 바닥에 널부러졌을 때에 본인은 확신을 가졌다.

       

       “저 놈. 본인과 비슷한 부류구나.” 

       

    작가의 한마디 (작가후기)
    Ilham Senjaya님 보러 와 주셔서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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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he Heavenly Demon is Broadcasting

The Heavenly Demon is Broadcasting

천마님 방송하신다
Status: Completed Author:
He couldn't pass his habits to others upon his return. The Heavenly Demon remained a martial artis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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