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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P.389

   이카루스와 익시온의 전쟁.

   그곳을 향해 거인의 숲의 주인을 보내는 계획.

     

   이 계획을 실행한 야수왕, 베르도는 나무 사이를 오가며 눈살을 찌푸렸다.

     

   그도 그럴 게 거인이 이카루스에게 도달하기 전.

   거인의 걸음이 묶인 탓이다.

     

   거인의 발걸음을 묶은 것은 두 사람.

   다름 아닌 천황과 패황이다.

     

   천황의 달빛 섬광과 패황의 그림자가 거인과 맞부딪쳤다.

   아무리 거인이라도 천상사강인 두 사람을 그냥 무시하고 지나칠 수는 없었다.

     

   ‘마음 같아서는 좀 더 나아가줬으면 좋겠지만.’

     

   아쉽게도 천상사강 둘을 빼낸 것에 만족해야 할 듯싶었다.

     

   ‘됐다. 상황이 나쁘지는 않으니.’

     

   이로써, 시간은 훨씬 더 벌 수 있다.

   천상사강이 둘이나 빠진 이카루스는 익시온의 잔당들을 쉽사리 쓰러트릴 수 없을 것이다.

     

   익시온은 결국 최흉을 피워내는 것이 목적이다.

   이를 위해서는 시간 벌기가 가장 중요했다.

     

   베르도가 그리 생각하고 또 한 번 나무를 손으로 짚으며 나아간 순간이었다.

   그의 눈에 아주 잠시 붉은 섬광이 비추었다.

     

   그것을 깨달은 그가 급히 자신의 양팔로 몸을 가린 순간.

     

   콰아아아아아앙!

     

   섬광과 함께 그의 몸이 공중을 날며 거인의 숲 나무를 몇 개를 부러뜨린 뒤 추락했다.

     

   치이이이익-

     

   그의 양팔 위 진한 검은 연기가 치솟았다.

   잔류한 섬광이 그의 팔을 계속해서 지지고 있었다.

     

   베르도는 팔에 붙은 섬광을 힘을 쏟아 지워 버리며 스산히 고개를 들어 올렸다.

   그러자 그의 붉은 눈동자에 자신과 마찬가지로 붉은 눈을 가진 여성이 보였다.

     

   하지만 이쪽은 베르도와 달리 파충류를 연상케 하는 눈동자였다.

   베르도는 그녀의 정체를 꿰뚫고 그녀의 별칭을 입에 올렸다.

     

   “……불사자.”

     

   크림슨가든 아우구스트.

   그녀의 별칭을 베르도가 언급하자 그녀는 로브 모자를 뒤로 넘기며 피식 웃었다.

     

   “미안하지만 이제 그 별칭은 나랑 안 맞다.”

     

   그 말을 들은 베르도가 미묘한 눈을 했다.

     

   “불사를 버렸나.”

     

   불사로 인해 크림슨가든의 육신은 영원토록 잠들어 있었다.

   하지만 지금, 그녀에게서 느껴지는 기운은 그녀가 다루는 종들 수준이 아니었다.

     

   저건, 명백히 크림슨가든 본체다.

   베르도의 팔에 본능적으로 강자를 직감하며 돋아나고 있는 흰색의 털이 그 증거다.

     

   “직접 알아보거라.”

     

   그 말을 마친 순간 베르도는 이미 크림슨가든을 향해 달리고 있었다.

     

   크림슨가든은 기본적으로 마법사다.

   마법사를 상대할 때 기본은 거리를 절대로 주지 않는 것.

     

   이를 지키기 위해 베르도는 기습적인 도약을 감행했다.

     

   크림슨가든과 베르도의 거리가 한순간에 줄어들기 시작했다.

   그의 도약력에 의해 하늘까지 뻗는 거대한 거인의 숲의 나무들이 사시나무처럼 거세게 떨렸다.

     

   베르도가 뻗어낸 손바닥을 크림슨가든에게 닿기 직전.

     

   기기기기기긱-

     

   베르도의 손이 크림슨가든의 코앞에서 멈춰 섰다.

   그의 악력을 따라 크림슨가든의 주위 공간에 균열이 생겼다.

     

   하지만 베르도의 손이 나아간 건 거기까지였다.

   베르도와 마주친 크림슨가든의 눈이 휘어졌다.

     

   “아무래도 내가 자는 동안 넌 계속 약해지기만 한 모양이로군.”

     

   크림슨가든의 손이 머리 위로 들어 올려졌다.

   그 순간 그녀의 등 뒤에 수백 개의 마법진이 동시에 그려졌다.

     

   마법진에서 머리를 드러낸 건 입안 가득 화염을 품어낸 수십 개의 머리가 달린 용이었다.

     

   “원숭이가 용을 넘봐서 쓰나.”

     

   그 말을 끝으로 용 머리들의 입이 벌려지며 화염구를 발사했다.

     

   콰앙, 쾅, 콰앙!

     

   코앞에서 터져 나오는 화염구를 회피한 베르도가 거리를 벌렸다.

   그러나 크림슨가든이 펼친 용의 머리들은 멈추지 않고, 계속해서 화염구를 쏘아냈다.

     

   쏘아낸 화염구가 일대를 초토화시켜 나갔다.

   나무들은 불타 없어지고, 그 뒤에서 상황을 지켜 보고 있던 침식종들도 그대로 불살라져 없어졌다.

     

   어느새 크림슨가든이 주위 풍경을 바꿀 만큼 화염구를 발사한 순간.

     

   두둑-

     

   그녀의 발아래에 금이 가기 시작했다.

   그것을 본 크림슨가든이 눈을 꿈틀거리자 이윽고 균열은 크림슨가든을 중심으로 1km 전체까지 뻗어졌다.

     

   콰아아아아아아아앙!

     

   일제히 박살 나버린 바닥과 함께 토사가 하늘 위로 치솟아 올랐다.

   크림슨가든은 그 속에서 구의 형태로 된 방어막 속에 유유히 날고 있었다.

     

   그 순간 토사 사이로 용의 머리들이 일제히 고개를 돌렸다.

   자동 추격 마법이 걸려 있는 용의 머리들이다.

     

   그들이 베르도가 쫓아 고개를 돌린 그 순간.

   새하얀 빛이 느껴진 것은 다름 아닌 반대쪽이었다.

     

   크림슨가든은 그가 무엇을 했는지 눈치채고 얼굴을 와락 찌푸렸다.

     

   “원숭이 놈이.”

     

   자동 추격 마법에게 기척을 드러낸 뒤.

   마법을 따돌릴 정도의 빠른 속도로 그가 반대편으로 이동한 것이다.

     

   간단히 말한 거지만 이는 말도 안 되는 짓거리다.

     

   문제는 베르도는 그걸 해낼 수 있는 육체를 지니고 있다는 것이다.

     

   빛 너머 베르도의 얼굴이 잠시 비춘 그 순간.

   그가 권격을 앞을 향해 내질렀다.

     

   야수신권(野獸神拳)

   금화(金化)

     

   크림슨가든의 주위를 빛의 권격이 전부 집어삼켰다.

   한순간 크림슨가든이 금빛의 공간에 놓일 정도로 거센 빛줄기가 이어졌다.

     

   이에 당연히 그녀가 펼쳤던 용의 마법은 그대로 소멸하여 사라졌다.

     

   쿵!

     

   그 순간 크림슨가든의 방어막을 두드리는 소리가 거세게 울려 퍼졌다.

     

   금빛 줄기 사이.

   모습을 드러난 베르도가 자기 주먹을 끊임없이 휘두르기 시작했다.

     

   쿵쿵쿵쿵쿵쿵쿵쿵쿵쿵!

     

   베르도의 미친 듯한 난타가 시작됐다.

   그에 따라 크림슨가든의 방어 마법에는 끊임없이 균열이 새겨져 나갔다.

     

   하나하나가 천하십강조차 받아내기 버거운 힘을 담아낸 권이다.

   아무리 크림슨가든의 마법이라 할지라도 이를 정면에서 견뎌낼 수는 없었다.

     

   당연히 크림슨가든도 이를 계속 맞아 줄 생각 없었다.

   그녀의 방어 마법의 빛이 거세지기 시작했다.

     

   그것을 뒤늦게 눈치챈 베르도가 눈썹을 꿈틀거린 순간.

     

   “이미 늦었다.”

     

   크림슨가든은 베르도를 겨눈 채 엄지와 중지로 마찰력을 일으켜 소리를 냈다.

     

   딱!

     

   그것은 크림슨가든이 발동한 마법의 신호탄이었다.

     

   방어 마법은 베르도의 공격을 계속해서 흡수했다.

   균열이 가는 것처럼 보였지만 사실 그것은 에너지의 흐름을 저장하는 형상일 뿐이었다.

     

   이는 다름 아닌 크라슈를 보고, 크림슨가든이 그동안 고안한 반사 마법이었다.

     

   “아르마 리지스.”

     

   축적된 힘이 한 번에 터져 나오며 일대를 전부 집어삼켰다.

   보랏빛 빛이 광열을 내뿜으며 주위를 전부 훑고 지나갔다.

     

   그리고 뒤늦은 후폭풍이 잇따라 일어나며 주위 모든 것을 날려버렸다.

     

   콰가가가가가가가가가가가가가각!

     

   거세게 터져 나온 폭풍이 몰아쳤다.

   저 멀리 있던 거인조차 순간 이쪽을 돌아볼 만큼 거센 폭풍이었다.

     

   그러한 폭풍이 가신 자리.

   크림슨가든은 멈추지 않고, 마법진을 만들어내고 있었다.

     

   아니나 다를까, 베르도의 양손이 손바닥을 마주치며 음양을 그리고 있었던 탓이다.

   크림슨가든의 마법을 정면에서 견뎌낸 그는 새까맣게 타버린 털에도 아무렇지 않게 비기를 발동시켰다.

     

   그에 맞춰 크림슨가든의 마법 또한 완성에 다다랐다.

     

   음양을 그린 베르도의 손아귀에서 빛이 번져 나왔다.

     

   야수신권(野獸神拳)

   박살(撲殺)

     

   손뼉을 마주친 크림슨가든의 손아귀에 압축된 마법진 수 백 개가 동시에 빛을 발하며 공간을 굴절시켰다.

     

   “베르파로지마.”

     

   다른 폭발 마법 수 백 개를 중첩 시켜 압축하여 터트리는 최강의 공격 마법이다.

     

   ——–!

     

   두 개의 거대한 힘이 부딪치며 그 힘을 사방에 쏟아내었다.

     

   거인의 숲의 나무들이 모두 반대 방향으로 눕혀지며 폭발에 흔들거렸다.

   폭발을 정면에서 맞은 것들은 가루조차 남기지 못하고 모조리 증발하여 사라졌다.

     

   마신과 야수왕의 폭주는 그야말로 인간의 상식선을 한참 넘어선 수준이었다.

     

   텅 비어버린 공간 위.

   크림슨가든이 기어코, 깨져버린 방어 마법을 보며 숨을 내쉬었다.

     

   방어 마법을 수복할 시간은 없다.

   베르도라면 방어 마법을 수복하는 시간을 오히려 노려 틈을 파고들 것이다.

     

   그녀는 그만한 폭발이 있었음에도 베르도를 죽었다고 판단하지 않았다.

     

   그녀가 신중히 다음 마법을 그려 나가던 순간.

   그녀는 뒤늦게 눈꺼풀을 희미하게 떴다.

     

   “……원숭이 이놈이.”

     

   베르도가 무슨 짓을 한지 깨달은 그녀의 눈이 찌푸려졌다.

   이 주위에는 어디에도 베르도의 기척이 느껴지지 않았다.

     

   그 뜻이 무엇인가.

   조금 전 폭발과 함께 베르도는 곧바로 도망쳤다는 소리였다.

     

   그리고 그가 도망칠 방향은 딱 하나.

   크림슨가든이 고개를 돌려 지평선 끝자락에 있는 숲들을 보았다.

     

   거인의 숲은 막대한 세계 침식의 힘을 가진 것답게 베르도와 크림슨가든이 전부 날려버렸음에도 끝자락부터 서서히 복구되고 있었다.

     

   베르도는 이미 그곳을 지나 앞으로 나아가고 있었다.

     

   ‘최흉부터 피우겠다. 이 소리더냐.’

     

   정면 승부하고, 그 승부에서 이겨봤자 베르도가 얻을 건 부상 말고는 딱히 없다.

     

   그가 노리고 있는 것은 딱 하나.

   본래 목적대로 최흉을 피우는 것밖에 없었다.

     

   그러니 그는 크림슨가든과의 싸움에서도 기꺼이 물러날 수 있었다.

   어차피 그녀는 방어 마법을 수복하느라 쫓지 못한다는 것을 아니까.

     

   “너도 많이 늙었군.”

     

   옛날이었다면 어떤 상황이 오든 끝장을 보려고 달려들었을 베르도였는데.

   이제는 자신의 목적을 위해 이토록 쉽게 물러설 수 있게 되었을 줄이야.

     

   벌써 오랜 기간을 이 세계에서 살아온 베르도에게서 이제는 더는 예전의 열기를 느낄 수 없었다.

     

   ‘그렇기에 더 과거의 자기 세계에 집착하는 건가.’

     

   가장 열의를 토해냈던 자신이 그 세계에만 남아 있으니까.

   베르도가 이토록 익시온에 진심이 된 건 그런 이유였을지도 모른다.

     

   “쯧, 이래서 나이를 먹기 싫은 법이지.”

     

   늙어가는 육체와 별개로 정신 또한 열정과 열의를 잃으며 젊은 시절에 비해 쇠퇴해 버리니까.

     

   이는 불사로 살았던 크림슨가든 또한 피할 수 없었다.

   당연히 한때 최강이라 자부했던 야수왕 또한 마찬가지다.

     

   ‘이러니 회귀자가 실패를 거듭할수록 성공과 멀어지는 건 당연한 거겠지.’

     

   아무리 젊어져 봤자 무엇을 하겠는가.

   정신적 쇠퇴만을 반복하게 되는데 말이다.

     

   그러니 크림슨가든은 붉은 마녀, 아벨라가 더더욱 의문이었다.

     

   고대로부터 이어져 온 광란의 마법사의 정신이 온전할 리 없으니까.

     

   ‘아니, 오히려 그렇기에 마법에 더욱 집착하는 걸지도 모르겠군.’

     

   정신적 쇠퇴를 마법으로 승화 시킨 이.

   그렇기에 인간으로서 지닌 것을 전부 잃고, 호기심과 마법만을 채우는 괴물이 되어 버린 것이다.

     

   어쩌면 마법에 집착한 마황도 같은 길을 걸었을지도 모른다.

   그러나 마황에게는 크림슨가든이라는 마법의 성취를 논할 수 있던 이가 있었다.

     

   그 일이 있었기에 마황은 세상을 마법에 판다는 발상을 하지 않을 수 있었다.

     

   하지만 아벨라에게는 그런 이가 없다.

   그저, 성취와 마법의 도약만이 그녀의 인생 목적이자 전부가 됐다.

     

   “나는 지금부터 준비할 거다.”

     

   그러니 크림슨가든은 아벨라에 대항하기 위해 마법을 그리기 시작했다.

   대신, 지금 최흉을 향해 달려 나가고 있는 자기 제자에게 전했다.

     

   “원숭이 놈이 간다. 쓰러트려 줘라.”

     

   야수왕, 베르도.

   그는 결국 또 다른 용에게 굴복하게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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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 Became A Thief Who Steals Overpowered Skills

I Became A Thief Who Steals Overpowered Skills

Became a Munchkin skill thief meonchikin seukil dodug-i doeeossda 먼치킨 스킬 도둑이 되었다
Score 4.0
Status: Ongoing Type: Author: Native Language: Korean

I used to think that my stealing skill only worked on what was worthless to a person.

But just before I died, I realized that I could also steal the skills.

So I stole the regressio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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