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witch Mode

EP.389

       로즈마리는 비싼 장비들만 골라 장바구니에 담았다.

       

       노이즈 캔슬링이 된다는 고가형 모델의 마이크.

       

       프로 스트리머들이 애용한다는 10만원대 웹캠.

       

       듣기만 해도 기분이 좋아지는 소리를 내는 광축 무접점 게이밍 키보드와, 불빛이 번쩍번쩍 들어오는 마우스.

       

       인체공학적 기술을 적용하여 장시간 앉아 있어도 허리에 무리가 없는 300만원짜리 최고급 의자.

       

       최신식 디스플레이 기술이 적용된 듀얼 모니터까지.

       

       확실히 돈 많은 게 좋은 거구나 싶었다.

       

       이것들을 전부 일시불 결제하는 로즈마리. 말 그대로 플렉스를 해 버린 셈이다.

       

       띵동!

       

       “왔다!”

       

       주인을 맞이하는 강아지처럼 현관으로 뛰쳐나가는 로즈마리.

       

       문 앞에 택배가 산더미처럼 샇여 있다. 전부 다 합쳐서 400만원이 넘는다.

       

       로즈마리는 이것들을 낑낑대며 하나씩 날랐다. 그녀의 입가에는 싱글벙글 웃음꽃이 만개해 있었다.

       

       후기를 작성할 생각이 없었는지 포장지를 뜯자마자 사진도 안 찍고 사용한다.

       

       “상품평 안 남겨?”

       “남겨봤자 포인트도 얼마 못 받잖아요.”

       

       일분 일초도 허투루 쓰지 않겠다는 이 마음가짐을 보라.

       

       로즈마리는 재빨리 각종 장비를 연결하고 방송을 할 채비를 갖추었다.

       

       이쯤에서 상기하자면, 로즈마리가 방송을 하려는 이유는 뭔가 이상했다.

       

       – 방송을 해서 제 영향력을 올리고 국회에 입성할 거예요! 그러면 이 나라를 마음대로 할 수 있겠죠!

       

       로즈마리는 이 대한민국을 정복해야 할 나라로 인식하고 있었다.

       

       한 나라를 집어삼키는 것이 마수의 본능인 까닭이다. 그 외에 다른 이유는 없었다. 없을 것이다.

       

       당연하지만 사실 방송으로는 국회 입성 따위 불가능하다. 개인방송은 언론계로 쳐 주지 않으니까 말이다.

       

       “아하하하하!!”

       

       물론 이런 사실을 딱히 알려줄 필요는 없었다.

       

       김성현이 서울대에 입학할 때까지 딱 1년.

       

       그동안 나는 적당히 여행도 가고 음식도 즐기면서 호화로운 바캉스를 즐기기만 하면 그만이다.

       

       로즈마리도 저런 식으로 휴가를 즐기는 것일 뿐이고 말이다.

       

       “집에 수험생 있는 거 알지? 너무 시끄럽게만 하면 안 된다?”

       “알았어요, 알겠다니까요.”

       

       나는 방문을 닫아주고 성현이 있는 곳으로 향했다.

       

       성현은 작년 수능특강을 풀며 머리를 끙끙 싸매는 중이었다.

       

       “이거 초심자한테 너무 어려운 거 아니야?”

       

       성현이 불퉁한 얼굴로 그리 말했다.

       

       “옛날에 사회탐구 공부했을 땐 이 정도 난이도는 아니었는데….”

       “과탐 수특 수완이 어렵긴 해. 개념하고 문제 난이도하고 괴리감이 있지. 처음에는 힘들 수 있어.”

       

       중요한 건 그런 벽을 뚫고 나아가는 힘이다. 여기서 1등급과 나머지 등급이 갈리는 것이라 볼 수 있다.

       

       “아니, 2점짜리는 어떻게든 풀 수는 있거든? 개념 자체를 묻는 문제는 금방 체크할 수 있고. 그런데 3점짜리는 아니야. 이걸 어떻게 30분 이내에 다 풀어? 하나 잡고 늘어져도 3시간은 걸리겠구만.”

       “그래서 그런 거 푸는 스킬 같은 게 있기는 해.”

       

       사교육 강사들 보면 ‘무슨 스킬, 어떤 공식’ 하면서 풀이전략을 알려주고는 한다. 기술적인 부분이기 때문에 당연히 학교에서는 이런 내용을 잘 가르쳐 주지 않는다.

       

       “그런 거 바로 알려주면 안 돼?”

       “안 돼.”

       “왜?”

       “대부분 그런 건 딱 그 유형에만 적용되는 스킬이거든? 말 그대로 스킬. 본질이 아니란 말이야.”

       

       성현은 내 교수법을 이해하지 못하겠다는 얼굴이었다.

       

       좋아. 비유를 하나 들어주자.

       

       “네가 만약에 닼아를 해. 난이도는 당연히 절멸이야. 거기서 변칙적인 중간보스를 만났다고 치자.”

       

       여기서 ‘변칙적인 중간보스’는 두말할 것도 없이 로즈마리다.

       

       다른 사람이 하는 영상 찾아보니까 로즈마리가 뉴비 절단기더라.

       

       그만큼 플레이어의 행동과 성향에 따라 온갖 패턴을 구사하는 게 내 동생이었다.

       

       “얘가 아카데미에 마수를 푸는 공작 패턴이 있다고 하자. 그리고 너는 이 패턴을 처음 보는 거야. 어떻게 할 거야?”

       “…죽으면서 공략법을 찾나?”

       “맞아. 계속 죽으면서 어떻게든 그 패턴을 공략할 방법을 찾겠지. 아이템도 바꿔 끼고, 동료 스킬셋도 여러 번 조정해 볼 거야.”

       

       성현이 원하는 문제풀이 방법은 바로 이거였다.

       

       어떤 패턴(유형)이 나오면, 그 패턴에 해당하는 공략을 찾는 것.

       

       “네가 지금 문제풀이 스킬을 알려달라는 건 쉬운 공략법을 찾게 해 달라는 소리나 마찬가지야.”

       “그러면 좋은 거 아닌가?”

       “하지만 다른 패턴이 뜨면 모든 게 무용지물이 되겠지.”

       

       내 말을 들은 성현의 눈동자가 데구르르 굴렀다.

       

       “저번에 말했지? 공부도 게임처럼 생각해 보라고.”

       “정작 그 공략법을 알아도 다른 패턴이 나오면 무용지물이라….”

       

       나는 성현이 충분히 고민할 시간을 주었다. 답을 먼저 제시해 주지는 않는다. 스스로 깨달아야만 동기부여가 될 테니까.

       

       “아.”

       

       고민은 길지 않았다.

       

       “그러니까 죽으면서 배우되, 패턴을 보는 게 아니가 그 보스 자체를 관찰하면 돼. 내가 그 보스라면 어떻게 행동할지 각 패턴을 통해 관찰하면…….”

       “어떤 경우가 나오더라도 깰 수 있겠지.”

       

       간단하지만 많은 사람이 놓치고 있는 원리였다.

       

       “물리 문제는 특히 그런 경향이 강하거든. 아니, 무조건 그럴 수밖에 없어.”

       “왜?”

       “그건 너 스스로 생각해 봐.”

       

       왜, 답을 전부 알려주면 재미없잖아.

       

       “그러면 슬슬 오늘 진도나 나가 볼까?”

       

       수학 네 시간, 물리 다섯 시간 풀코스. 김성현 곡소리가 벌써부터 들려오는 건 기분 탓이 아닐 것이다.

       

       물론 내 목도 쉬는 걸 각오해야겠지.

       

       하지만 어쩌겠나?

       

       서울대 가려면 이 정도는 해야 하는걸.

       

       

       **

       

       

       ‘이렇게 하면 되나?’

       

       로즈마리는 얼추 방송 세팅을 맞추었다. 마이크 위치도 조절하고, 캠 위치도 손과 키보드에 가도록 조작했다.

       

       방송용 프로그램도 대강 건드려 놓았다.

       

       처음이지만 능수능란했다. 로즈마리는 기계였다. 기계의 마음은 기계가 가장 잘 안다.

       

       장비를 다루는 것쯤이야 알게 모르게 껌이었다.

       

       ‘좋아. 우선 오늘은 손만 찍어서 송출하는 거야. 실력 방송으로 가볍게 청중을 모으는 거지.’

       

       그렇게 지지자가 하나둘씩 모이면 탄탄한 기반이 만들어진다.

       

       이를 바탕으로 사회문화적인 영향력을 행사, 정치와 경제에까지 그 마수를 뻗칠 초석을 두는 것이다.

       

       이렇게 하면 철통같은 치안을 자랑하는 코리아 공화국이라도 서서히 좀먹힐 가능성이 크다.

       

       로즈마리는 우후후 웃으며 웹캠을 켰다.

       

       ‘어디 보자. 방송 제목은…….’

       

       [Darkest Academia : 진엔딩 스피드런 방송]

       

       ‘이 정도면 되겠지.’

       

       카메라 각도를 맞추고 손을 올려놓았다. 미리 준비해 둔 대기 화면을 띄워놓은 다음 가볍게 웹서핑을 했다.

       

       로즈마리가 알기로, 방송할 땐 시청자들이 들어올 때까지 기다려 주는 인내심이 필요하다고 한다.

       

       ‘오프닝이 필요하다는 뜻이지.’

       

       그 오프닝으로 스트리머들은 대기 화면에 3~4분짜리 노래를 틀어놓는다.

       

       보통 인기 가요나 저작권 없는 브금을 선호한다고는 하는데, 로즈마리에겐 그보다 더 좋은 생각이 있었다.

       

       딸깍, 딸깍.

       

       [▶ 애국가]

       

       ‘한 나라의 국가는 애국심을 고취하지. 이걸로 첫인상을 먹고 들어가는 거야.’

       

       로즈마리의 최종 목표는 대한민국 접수. 그리고 그를 위한 중간 목표는 국회 입성이다.

       

       국회 입성은 곧 국민들에게 사랑을 받음을 의미한다. 국민 관심과 지지의 척도가 곧 표와 권력이기 때문이다.

       

       국민의 향상심을 고취하기 위해서라도 애국가는 탁월한 선택이었다.

       

       [동해물과 백두산이 마르고 닳도록….]

       

       “캬!”

       

       난 역시 똑똑해! 라며 내심 자화자찬에 빠진 로즈마리.

       

       올라온 반응이 있나 확인하기 위해 채팅창을 살폈다.

       

       [kmst1114 : ?]

       [코랑코랑 : ?]

       [알리올리올리오 : ??]

       [okao016 : ?????]

       [치킨피자조아 : ?]

       [kmst1114 : 이샛기 머임?]

       

       잠깐만.

       

       뭔가 잘못됐다.

       

       [몰디브경제부장관 : 아니 누가 오프닝 대기화면에 애국가를 틀어놓는 건데]

       [치킨피자조아 : ㄹㅇ]

       

       로즈마리는 고개를 갸웃했다.

       

       ‘설마 이 나라 사람들은 애국심이라는 게 없나?’

       

       로즈마리는 고사리 같은 손으로 타닥타닥 키보드를 두들겼다.

       

       [■블루베리스무디 : 여러분]

       [■블루베리스무디 : 애국가 노래 좋은데 왜 그러신가요]

       [몰디브경제부장관 : ?]

       [코랑코랑 : ??]

       [okao016 : ?]

       [미분적분이차함수 : ???]

       [알리올리올리오 : ?]

       

       잠깐만.

       

       진짜로 뭔가 잘못된 것 같다.

       

       [■블루베리스무디 : 여러분은 이 나라 안 사랑하시나요?]

       [okao016 : ㅔ]

       [미분적분이차함수 : ㅖ]

       [알리올리올리오 : ㅔ]

       [kmst1116 : 머임 국뽕방송임?]

       [코랑코랑 : 네]

       [몰디브경제부장관 : 당연한거 아님?]

       

       뭐지?

       

       로즈마리는 시청자 수를 살폈다. 아직 열 명 남짓이다. 

       

       표본은 적지만 불특정 사람들이 일제히 애국을 하지 않는다니… 로즈마리는 의구심을 품을 수밖에 없었다.

       

       ‘이 나라는 도대체 언제 어떻게 발전한 거지?’

       

       한창 발전할 때와 지금의 사회 분위기가 달랐을지도 모른다. 아니면 특별한 경제구조를 지니고 있거나.

       

       궁금증을 풀 수단은 코앞에 있었다.

       

       로즈마리는 답지를 요청하기로 했다.

       

       [■블루베리스무디 : 대한민국 왜 안 망하나요?]

       [코랑코랑 : ㄹㅇ 왜 안망함]

       [종북왜구 : 여기 정치얘기 하는 곳인가요?]

       [몰디브경제부장관 : 출산율 0.3인데요?]

       [okao1116 : 곧 망할듯]

       [미분적분이차함수 : 그래서 닼아 스피드런 언제 하시나용]

       

       댓글창 분위기는 한국에게 호의적이지 않았다.

       

       정치가 문제인 거냐, 경제가 문제인 것이냐. 아니면 사회 문화적으로 문제가 있는 것일까.

       

       ‘내 알 바는 아니지.’

       

       잘 모르겠지만 당장 로즈마리의 목표와는 상관이 없었다. 아니, 오히려 좋았다. 사람들이 나라를 존경하지 않는다는 건, 그만큼 외지인이 끼어들기 쉽다는 것이었으니까.

       

       로즈마리는 벌써부터 승리를 확신했다.

       

       그리고 떠올렸다. 자신이 이 나라 국회의사당에 입성하는 미래를.

       

    작가의 한마디 (작가후기)
    sorka 님, 50코원 후원 감사합니다! sorka 님께서 후원해 주신 코인은 한푼도 빠짐없이 로즈마리에게 전달됩니다. 고맙습니다!!

    그나저나 약속했던 완결 날짜가 벌써 내일~모래 사이네요. 웬만하면 400화까지 써 보고 싶은데 시간이 허락해 줄지 모르겠습니다. 7월에는 개인 사정으로 연재 자체를 할 수 없으니 오늘내일 최대 스퍼트로 달려보도록 하겠습니다…!

    다음화 보기


           


The Magic Academy’s Physicist

The Magic Academy’s Physicist

마도 아카데미의 물리학자
Score 4.0
Status: Ongoing Type: Author: Native Language: Korean
In an era when the power of Fire Magic was considered to have reached its limit, one girl began researching nuclear fusion.

Comment

Leave a Reply

Your email address will not be published. Required fields are marked *

Options

not work with dark mode
Rese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