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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P.39

       

       

       

       

       

       ‘사장님이라면…. 설마 월튼 씨?’

       

       마이어 씨가 말했던, 히파르 온천의 설립자이자 경영자.

       그리고 마이어 씨와 사촌지간이라는 월튼 씨. 

       

       ‘외모만 보면 사촌이 아니라 일란성 쌍둥이라고 해도 믿겠는데.’

       

       다만 생김새를 제외한, 사람 자체에게서 풍겨 나오는 분위기는 마이어 씨와는 상당히 다른 편이었다. 

       

       마이어 씨가 온화하고 느긋한 분위기라면, 월튼 씨는 뭔가 열정적이고…. 음. 에너지가 넘쳐 보인다고 해야 할까. 

       

       지금도 뭔가 바쁘게 일을 하다가 소란이 나서 무슨 일인가 하고 잠깐 들른 것 같은 느낌이었다. 

       

       “어쩐 일이냐고? 이번에 지하 1층에 새로 입점할 업체 후보들 만나고 오는 길에 웬 소란이 벌어졌길래 와 봤다. 엉? 이번엔 또 무슨 일이야?”

       

       월튼 씨가 눈썹을 찌푸리면서 직원에게 묻자, 직원은 식은땀을 흘리며 대답했다. 

       

       “그게…. 어떤 손님께서 사역마 동반 입장을 원하셔서….”

       “뭐? 사역마 동반 입장?”

       

       대번에 월튼 씨의 표정이 구겨졌다. 

       

       “네…. 규정 때문에 안 된다고 말씀을 드렸는데….”

       “드렸는데 왜? 안 된다고 하고 돌려보내! 우리 전에 사역마 하나가 거울 하나 부숴 먹은 거 몰라? 거울인 줄 모르고 놀라서 들이박았다가 벽면 거울이 박살 나서 한 면을 통째로 다 갈았잖아!”

       “네에…. 그렇죠.”

       “심지어 부서진 건 우리 거울인데 그걸로 사역마 이마에 피가 났다고 우리 온천에 손해 보상까지 청구를 했다고! 내가 그것 때문에 얼마나 골머리를 앓았는데! 사역마는 이제 꼴도 보기 싫다고. 엉?”

       

       정말 억울했던 듯, 월튼 씨가 속사포로 말을 쏟아내자 주변은 조용해졌다. 

       

       월튼 씨는 아직 분이 풀리지 않았는지 씩씩거리며 말을 이었다. 

       

       “그래서 아예 원천 차단을 하려고 규정까지 만들어 놨는데 왜 이제 와서….”

       “삐유우우….”

       “응? 이건 또 무슨 소리야?”

       

       월튼 씨는 그제야 프론트 건너편에 서 있는 나와, 내 품에 안겨 있는 아르를 발견했다. 

       

       “삐유우….”

       

       아르는 통통한 꼬리를 축 늘어뜨린 채 여전히 서럽게 눈물을 흘리고 있었다. 

       

       그나마 엉덩이를 계속 토닥여 주어서 아주 조금 효과를 볼 뻔했는데, 월튼 씨가 앞에서 사역마가 지긋지긋하다는 듯 소리치고 있으니 서러움이 다시 한번 복받쳐 오른 것 같았다.

       

       “삐유우우…. 삐꾹! 삐유우….”

       

       고장 난 수도꼭지처럼 눈물을 쏟아 내며 훌쩍이던 아르는 급기야 딸꾹질까지 하기 시작했다. 

       

       “저, 저건 또 뭐야? 설마 저 쬐그만 게 그 사역마인가?”

       

       현대에 왔으면 래퍼를 해도 대성했을 정도로 막힘 없는 플로우를 보여 주던 월튼 씨는 그런 아르의 모습을 보고 처음으로 말을 더듬었다. 

       

       “네, 사장님. 규정에 대해 안내를 드렸는데 얼마라도 낼 테니 들여보내만 달라고 그러고 계시고…. 다른 분들도 착한 사역마 같다고 들여보내 달라고들 하셔서…. 사장님?”

       

       직원은 월튼 씨를 조심스레 불렀지만, 월튼 씨의 귀에는 이미 직원의 목소리가 들리지 않는 모양이었다.

       

       월튼 씨의 시선은 축 처진 채 아르가 훌쩍일 때마다 조금씩 찰랑이는 아르의 꼬리, 그리고 내 손을 꼬옥 디딘 짧뚱한 다리, 옷자락을 잡고 있는 작은 앞발, 닭똥 같은 눈물을 뚝뚝 흘리는 눈망울에 가 있었다. 

       

       “삐유우우…. 삐꾹.”

       

       꿀꺽.

       월튼 씨가 그 모습을 멍하니 바라보며 침을 삼키자, 직원이 조심스레 입을 열었다. 

       

       “사장님?”

       “어? 어어!”

       

       그제야 월튼 씨는 다시 정신을 차리고 고개를 흔들었다. 

       

       “어떻게 할까요…? 사실 제가 보기에도 큰 문제는 없어 보이긴 하는데, 규정도 규정이고 사장님 말씀대로 전례가 있어서….”

       “끄응….”

       

       월튼 씨는 침음을 삼켰다. 

       

       ‘제발…! 양심 없는 소리란 건 알지만 한 번만 봐 주세요…!’

       

       나는 속으로 그렇게 외치며 아르를 꼭 안아 주었고, 주변 사람들도 비슷한 생각을 하는 듯 조용히 월튼 씨의 말을 기다렸다. 

       

       “…손님.”

       “넵.”

       

       나도 모르게 공손한 대답이 튀어나왔다. 

       

       “솔직히 말씀드리면 제가 보기에도 손님의 사역마는 큰 문제를 일으킬 것 같진 않습니다. 개인적으로 바로 들여보내 주고 싶을 정도로 그…귀엽기도 하고요.”

       

       그 말에 나는 재빨리 대답했다.

       

       “그럼요. 얼마나 얘가 착한데요. 제가 잘….”

       “하지만.”

       

       월튼 씨가 말을 이었다. 

       

       “저 개인이 아닌, 히파르 온천의 경영자이자 책임자로서는 허가를 드리기가 어려울 것 같습니다. 한 번 예외가 생기기 시작하면 그것을 가지고 ‘저 사람은 되는데 나는 왜 안 되냐’며 딴지를 걸어 오기 때문입니다. 예외를 만들더라도 그 예외에 대한 기준이 있어야 하는데 당장 그 기준을 만들기도 쉽지 않고, 그렇다고 제가 일일이 상주하면서 통과 여부를 결정할 수도 없는 노릇이니까요.”

       “아….”

       

       월튼 씨의 말은 논리정연했고, 표정도 더없이 진지해 보였다.

       

       처음에 풍겼던 열정적이고 다소 거친 분위기와는 사뭇 다른 모습이었다.

       

       ‘과연 이렇게 큰 온천을 성공적으로 경영하고 확장할 수 있었던 데에는 이유가 있었구나.’

       

       공짜 이용권 마케팅 때부터 생각했지만 확실히 능력 있는 경영자라는 생각이 들었다. 

       

       ‘이번엔 정말 어쩔 수 없겠어.’

       

       사장이 직접 이렇게까지 말하는데 여기서 더 땡깡을 부릴 수도 없는 노릇이다. 

       

       ‘아르를 어떻게 달래 줘야 하나.’

       

       「신뢰의 계약」으로 영혼의 밀접도가 올라가서인지, 서럽게 우는 아르의 눈망울을 보는 것만으로도 그 아린 심정이 내 가슴 깊은 곳까지 전달되고 있는 것 같은 기분이 들었다. 

       

       나는 조금 목이 메인 목소리로 말했다. 

       

       “…알겠습니다. 그럼.”

       

       내 대답에 주변에서도 안타까운 침음이 하나둘씩 터져 나왔다. 

       

       월튼 씨는 나에게 고개를 숙여 보였다. 

       

       “죄송합니다, 손님. 저희가 다음에는 합당한 기준을 마련해 안전한 사역마는 동반 입장을 고려할 수 있도록 준비하겠습니다. 혹여 다음에 방문해 주신다면 서비스는 확실하게 드리도록 하겠습니다.”

       

       월튼 씨는 그렇게 말하고 고개를 들었다.

       그리고 나에게 응대를 하던 직원에게 다시 말했다. 

       

       “돈 지불하신 거 있으면 바로 환불해 드리고, 성함 여쭤 봐서 기록해 두고….”

       

       그리고, 그렇게 말하던 도중 월튼 씨는 직원 바로 앞에 놓인 무언가를 발견하고 말을 멈추었다.

       

       “…잠깐. 저건 뭐지?”

       “예? 아아, 이 손님께서 이용권 각각 한 장씩 사용해서 입장하겠다고 말씀하셔서…. 바로 돌려드리겠습니다.”

       

       직원이 이용권을 집어 나에게 내밀려는 순간. 

       

       홱!

       

       “이 이용권은….”

       

       이용권을 채 간 월튼 씨는 뒷면에 쓰인 뭔가를 읽더니 나를 보며 물었다. 

       

       “혹시 이거, 마이어 녀석이 준 이용권입니까?”

       “네? 아, 음…. 직접 줬다기보단…. 비슷한데요. 이게 야시장에서….”

       

       당황한 나는 일단 그렘 마을에서 있었던 일을 아주 간단하게 설명했다. 

       

       “그러니까, 이건 결국 제가 마이어 녀석한테 준 이용권이 맞고 오시는 길에 마이어를 호위까지 하셨다고요?”

       “그…렇죠?”

       

       그 말에, 월튼 씨는 잠시 가만히 있더니 곧 웃음을 터뜨렸다. 

       

       “허허허허! 이런 우연이!”

       

       그러고는 씨익 웃으며, 직원에게 말했다. 

       

       “오늘부터 당장 사역마 동반 예외 조항 추가시켜! 조건은, 마이어에게서 직접받은 이용권을 가지고 올 것.”

       

       ***

       

       월튼 씨의 선언에 주변이 단번에 시끌시끌해졌다.

       

       “뭐야? 된 거야?”

       “그런 거 같은데?”

       “자세히는 모르겠지만, 뭔가 월튼 씨 가족이랑 연이 닿은 사람인가 본데?”

       “캬, 잘 됐네. 솔직히 안 될 거라고 생각했는데.”

       “역시 최고는 혈연인가? 하지만 이번엔 혈연이라도 인정이야.”

       “특별히 초대한 손님만 동반 입장 가능한 거면 확실히 우리도 안심할 수 있고, 괜찮은데?”

       “축하해요!”

       “와, 드디어 입장하나? 나 다리 아파 죽겠어!”

       

       나는 주변 사람들의 축하를 들으면서도 얼떨떨했다. 

       

       ‘완전히 포기하고 있었는데.’

       

       마이어 씨가 월튼 씨의 사촌이었던 덕분에 입장을 할 수 있게 되었다. 

       

       ‘이렇게 말도 안 되는 운이….’

       

       하늘이 아르를 돕는구나, 도와.

       

       나는 안도와 기쁨이 섞인 표정으로 아르를 내려다 보며 말했다. 

       

       “아르야, 들었어? 온천에 입장시켜 주시겠대!”

       “삐유우…?”

       

       세상이 무너진 것처럼 구슬프게 울고 있던 아르는 그 말에 귀를 쫑긋 세웠다.

       그리고, 희망을 되찾은 눈으로 천천히 나를 올려다보았다. 

       

       훌쩍.

       

       나는 얼른 손수건을 꺼내 아르의 콧물을 닦아 주었다. 

       

       “마이어 씨의 입장권을 가지고 오면 사역마도 들어올 수 있도록 해 주시겠대. 사장님이 직접 말씀하신 거니까 확실히 들어갈 수 있어. 가자, 아르야.”

       

       내 말에 아르의 입이 서서히 벌어졌다.

       

       “쀼우…! 쀼!”

       

       아르는 고개를 돌려 그새 탱탱 부은 눈으로 입장을 허락해 준 월튼 씨를 바라보았다. 

       

       “어엇, 아르야?”

       

       그러고는, 안고 있던 내 손을 박차고 도약해 단숨에 프론트 데스크 위에 안착….

       

       “쀽!”

       

       …하진 못하고 넘어지긴 했지만, 아랑곳하지 않고 곧바로 벌떡 일어났다. 

       

       그리고, 마이어 씨에게 했던 것처럼 공손하게 손을 모아 고개 숙여 감사 인사를 했다. 

       

       “쀼우!”

       

       그 모습에 주변에서 귀엽다는 감탄이 한 차례 더 터져 나왔다. 

       

       월튼 씨 역시 올라가는 입꼬리를 감추지 못하고 고개를 꾸벅 숙인 아르를 바라보았다. 

       

       우리는 그렇게 월튼 씨의 허가 하에 온천에 입장할 수 있었다.

       

       “이쪽으로 들어오십시오.”

       “정말 감사합니다. 정말….”

       “쀼우…!”

       “허허허, 저야말로 저희 사촌을 히파르까지 안전하게 호위해 주셔서 감사합니다. 오시는 길에 별일은 없으셨습니까?”

       

       여전히 걸걸한 목소리였지만, 아까 입장 불가하다고 안내하던 사무적인 목소리에서 훨씬 친근한 목소리로 바뀌어 있었다.

       

       나는 오는 길에 산적을 만났던 이야기를 간략하게 했고, 월튼 씨는 얘길 듣더니 박수를 쳤다. 

       

       “크으, 다시 한번 감사드립니다. 아 참, 마이어 녀석은 들르라고 했더니 같이 안 오고 뭘 하고 있답니까?”

       “일정이 빠듯해서 아마 간식 납품하러 바로 가셨을 거예요.”

       “혹시 별 모양 쿠키 같은 것도 품목에 있었습니까?”

       “어, 네! 있었어요.”

       “그렇단 말이지요. 대충 어디쯤 있는지 알 것 같군요.”

       

       월튼 씨가 씨익 웃었다. 

       

       “저는 사촌 놈을 만나러 가 볼 테니, 부디 저희 온천에서 좋은 시간 보내십시오.”

       “감사합니다…!”

       “쀼우!”

       

       월튼 씨는 ‘들르라고 그렇게 말했는데…. 뒈졌다, 이 녀석.’이라고 중얼거리며 돌아섰다.

       

       “아, 참!”

       

       그러다가 뭔가 생각이 났는지 그는 다시 우리 쪽을 돌아보며 말했다. 

       

       “제가 카운터에 말해 놨으니, 안에 있는 모든 가게나 서비스는 오늘 전부 무료로 이용하시면 됩니다.”

       “어…네?”

       “그럼 좋은 시간 되십시오!”

       

       월튼 씨는 그 말을 남기고 바람처럼 사라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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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 Picked Up a Hatchling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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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츨링을 주웠다
Status: Ongoing Author:
But this guy is just too cut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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