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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P.39

       ‘제발 당가로 돌아가. 그러면 당가에서 산공독을 쓰든지 수면향을 쓰든지 알아서 재우겠지!’

         

       호천안의 본래 계획에 당도경을 설득하는 일은 없었다. 애초에 미친놈이라 못 박고 시작했으니 낭인들이 나서지만 못하게 하면 당가 고수들이 알아서 챙겨갈 것이라고 생각했으니까.

         

       그러나 눈이 뒤집힌 당독기 때문에 뭘 해보기도 전에 이미 시일이 끝나버리고 말았다. 사천성에서 점창까지 그리고 점창에서 사천성까지. 평범하게 경공을 전개하면 7일이 걸릴 거리였고 분노를 감안해도 5일이었는데 고작해야 3일, 그것도 3일차 새벽에 도착할 줄이야.

         

       ‘이젠 답이 하나밖에 없게 됐어.’

         

       전우조파를 더 이상 막을 명분도 없다. 그리고 당가의 행보에 반감을 가진 낭인들까지. 당가에서 당도경을 강제진압하면 곧바로 사천낭인 대 당문의 전면전이 펼쳐진다.

         

       ‘당도경이 제 발로 돌아가는 것.’

         

       전우조파들이 인정하지 않더라도 상관없다. 당도경 본인이 선택한 일이니 억지를 부릴 명분도 없고 다른 낭인들도 호응하지 않을 테니.

         

       ‘당도경은 진심으로 낭인들을 대했다. 어째서 그렇게 대했는지는 모르겠지만…낭인들이 본인 때문에 피를 흘리는 것을 견딜 정도는 아니겠지.’

         

       당도경은 눈을 감았다. 호천안도, 유사연도, 당가의 사람들도, 그리고 사천낭인들도 숨을 죽이고 당도경의 선택을 기다렸다.

         

       “고맙소, 야 형. 생각이 정리되었구려.”

         

       개운해 보이는 얼굴에 호천안 역시 웃었다. 피를 보는 선택지를 골랐다면 저런 개운한 표정이 아니라 미안한 표정을 지었을 테니까.

         

       “그럼, 당가로 돌아가겠느냐?”

         

       당독기 역시 살짝 희망 어린 눈으로 당도경을 바라보았다. 당가의 고수들도 편에 주입한 내공을 풀며 한숨을 내쉬었다. 기껏해야 혈육을 데려가는 일에 피를 보는 것은 그들로서도 내키지 않았든 일이기에.

         

       “숙부.”

         

       그러나 당도경은 당독기의 질문에 답하지 않았다.

         

       그저 불렀을 뿐.

         

       “…그래.”

         

       당독기는 그에 희미한 불안함을 느끼며 당도경을 바라보았다.

         

       “야 형에게 황금가 앞에서 내기를 할 때만 해도 그저 저는 여일예와 낭인 소저에게 한눈이 팔려 있었습니다. 여일예의 수검도 그렇고 낭인 소저가 펼치는 장법과 지법도 그렇고 제 자기류 권법을 완성시키는 것에 큰 도움이 될 것 같았거든요.”

         

       당독기는 대답하지 않았으나 당도경은 그저 말을 이었다.

         

       “그래서 야 형에게 당하고 씩씩거리며 낭인객잔을 찾아갔지요. 당문의 안법이 어쩌구 했지만 사실은 고작해야 이류 정도로 보이는 낭인에게 놀아났다는 사실 자체를 받아들이지 못해서였습니다. 내가 아무리 고수가 되고 무명을 떨쳐도 그 낭인이 혈옥비를 흔들며 당도경을 속였노라고 자랑스럽게 남들 앞에서 떠드는 모습을 상상하니 견딜 수가 없더군요.”

         

       “사람들을 모아놓고 혹세무민하는 자라고 여겼거늘 야 형은 제 강짜에도 불구하고 저에게 기회를 주더군요. 혈옥비를 빼앗긴 것이 그리 분하다면 언제든지 와도 좋다고요.”

         

       내가 언제.

         

       호천안은 그렇게 생각했지만 끼어들 분위기가 아닌지라 속만 타들어갔다.

         

       “그렇게 낭인객잔을 드나들다보니 수련하는 낭인들이 눈에 띄더군요. 사천낭인들의 소문을 듣고 있었던 저는 큰 충격을 받았습니다. 그 한명한명이 허투루 수련하는 자가 없었고 무공의 완성도 역시 하루이틀의 수련으로 될 수준이 아니었으니까요.”

         

       “입에 담지 못할 평가를 받아 가면서도 꿋꿋이 자신의 길에 일로매진하는 낭인들을 보고 있노라니 제 처지가 그대로 겹쳐지지 뭡니까. 권장각을 인정해 줄 마음이 전혀 없는 당가에서 홀로 자기류 무공을 연마하고 있는 제 자신이 말입니다.”

       

       “당도경!”

         

       “이 모든 것을 그날 숙부와 만났을 때! 모두 이야기했다는 것을 기억은 하십니까!”

         

       당도경이 버럭 소리를 질렀다.

         

       “그럼에도 숙부는 저를 어떻게 대하셨습니까! 외부의 박한 평가에도 그저 자신의 길을 걷는 낭인들을 만난 감동! 그리고 야 형이 저의 억지에 어울리며 보여준 배포에 대한 감탄을 아무리 이야기해도! 그저 숙부는 어린 아이가 또 사고를 치고 마는구나! 이런 눈빛으로만 바라보셨지요!”

         

       “가문의 평판을 땅에 처 박는 일이 지금 대체 몇 번이라고 생각하느냐! 또 사고를 칠 작정이냐! 내 어찌 그걸 가만히 두고 볼 수 있느냐!”

         

       “투견이라고 손가락질 받는 일들 말입니까? 제 일평생 정파의 사람으로서 한명의 협객으로써 부끄러운 짓을 한 일이 없거늘 어디 당가의 명성에 누를 끼쳤단 말입니까.”

         

       당도경은 거침없이, 그러나 차분하게 말을 이었다. 그저 한 순간의 분노나 지금의 상황 때문이 아닌…평소에 느껴온 진심 그대로 말로 이어졌다.

         

       “어디 당가에서 힘을 썼다면 협객으로써 행동거지에 부끄럼 없었던 제 별호가 투견이 될 수 있었겠습니까? 그저 제가 자기류 무공을, 권장각의 무공을 만들고 연마하니 그 소문이 왜곡되어도 방임하셨겠지요. 가문에서는 그저 아버지와 같은 일이 또 발생할까봐 전전긍긍하고 있었으니 저 별호가 저를 억제해 주기를 바라는 마음에 방임하신 것 아니겠습니까.”

         

       당독기는 반박하지 않았다.

         

       “낭인객잔에 드나든 일을 왜 숙부에게 그토록 설명했다고 생각하십니까? 당가의 명성에 누가 되는 일임을 알고 있었기 때문입니다. 그래도, 그럼에도 이 당도경은 낭인객잔에 가서 야 형과 야바위를 하여 나 자신을 단련하고 낭인들과 교류하며 그들을 알고 싶었기 때문에 그토록 설명드렸지요.”

         

       “…도경아.”

         

       “생에 처음으로 느끼는 동질감에 저는 이들과 좀 더 어울리겠다 떼를 쓴 것은 사실입니다. 그러나 돌아온 것은 그저 절연하겠다는 엄포뿐이었습니다. 그렇다면 제가 묻겠습니다. 이 당도경이가 당씨 성을 달고 무엇을 할 수 있습니까?”

         

       “당씨 성을 가진 자로서 응당 올바른 행동을 해야 하는 법이다. 어찌 그런 말을 입에 담는 것이냐.”

         

       “맞는 말씀입니다 숙부. 더 이상 당씨 성을 가진 자로서 해야 할 올바른 행동을 하기에는 너무 힘이 드는군요. 이젠 그저 그 당(唐)이라는 글자를 내려 놓고 싶습니다.”

         

       당도경이 쐐기를 박았다.

         

       “절연하고자 합니다.”

         

       당독기는 하늘을 바라보았다.

         

       “미안하구나.”

         

       당독기는 뒤를 돌아보이며 포권했다.

         

       “자네들…내 자네들에게 청이 있네. 한 번만 무기를 거두어 줄 수 있겠는가.”

         

       “…독기 형님!”

         

       “율법당에서 가만히 있지 않으실 겁니다. 형님.”

         

       “알고 있네. 그러나 내 이렇게 한 번만 부탁하지.”

         

       당가의 다섯 고수는 시선을 교환하고는 한숨을 내쉬었다. 차르륵 소리와 함께 채찍들이 다시 허리로 돌아갔다.

         

       “일주일을 주마. 가문에서 무슨 소리를 하더라도 일주일은 꿈쩍도 하지 않으마. 그러니 마음을 추스르고 돌아오거라.”

         

       “돌아가지 않을 것입니다.”

         

       “정확히 일주일 뒤 이 시각에 당가에 전서구를 보낼 것이다. 그렇다면 본가에서는 절연 절차를 밟겠지. 가주께서 이미 입 밖으로 낸 일이니까. 그 전에 돌아와야 할 것이다.”

         

       “….”

         

       “소요객잔에서 기다리고 있겠다.”

         

       당가의 고수들이 경공을 전개해 조용히 사라졌다. 때아닌 소란에 몰려들었다가 휘몰아치는 살기에 몸을 숨긴 군중들이 슬며시 몸을 드러내며 수군거렸다.

         

       “대협…! 대협께서 우리를 그렇게까지 생각하고 있는지 이 정모는 전혀 예상치도 못했소!”

         

       “당 대협!!”

         

       “설령 다음에 당가의 사람들이 오더라도 나 역시 검을 뽑아 싸우겠소!”

         

       “이몸 역시 그러하오!”

         

       당도경의 이야기에 감성을 자극받은 낭인들이 당도경에게 우르르 포권을 해 보였다. 호천안은 감동에 취해 눈물까지 흘리고 있는 일부 낭인들을 보면서 기묘하게 인상을 찡그렸다.

         

       낭인들이 좋아서 가문과 절연까지 한 당도경!

         

       간을 달라고 해도 빼줄 것 같은 얼굴을 하고 있는 낭인들의 얼굴을 본 호천안은 머릿속에 차곡차곡 쌓아 놓은 보화로파 육성 계획을 모두 폐기했다. 이젠 중립이고 파벌이고 아무 의미 없는 일이 되었다. 모두 당도경의 극성 추종자가 되었으니까.

         

       호천안은 낭인들 전체를 이끌고 낭인객잔으로 들어가는 당도경을 바라보았다.

         

       “선배 어쩌실 생각이예요?”

         

       언제부터 챙긴 것인지 뻥튀기 바가지를 품에 안고 있는 흑묘가 호천안에게 물었다.

         

       “뭐….”

         

       흑묘는 호천안의 얼굴이 기묘하다고 생각했다.

         

       흑묘로서도 지금의 일은 전혀 예상 외였다. 당도경이 여기서 절연이라는 선택지를 꺼내고 또 그걸 당독기가 받아줄 것이라고 누가 예상할 수 있었겠는가. 당도경이 어째서 권장각에 집중하고 어떤 사연을 거쳐 지금의 모습이 되었는지 알고 있는 흑묘도 당도경의 선택은 놀랍기 그지 없었다.

         

       사연은 알아도 당문을 박차고 나오리라고는 생각하지 않았으니까.

         

       그러나 머릿속 일부에서는 그 선택이 납득이 가지 않은 것은 아니었다. 저 정도로 쌓인 것이 있다면야. 절연을 선택할 수도 있지.

         

       놀랍긴 하지만 충분히 있을 수도 있는 일.

         

       조금 전 사건에 대한 흑묘의 감상은 그랬다. 이 자리에서 당도경의 말만 들었다면 당도경의 선택에 대하여 더욱더 공감할 일이었다.

         

       ‘그런데 왜 저런 표정을 지으실까.’

         

       흑묘는 웃음이 나올 것만 같은 느낌에 휩싸였다.

         

       그야 호천안이 ‘절대 있을 수 없는 일’을 목격한 듯한 기묘한 표정을 짓고 있었으니까.

         

       ‘선배는 뭘 보고, 뭘 생각하고 있는 걸까요.’

         

       그야말로 짜릿한 실뭉치 덩어리. 자 어서 알려줘. 무엇을 생각하고 무엇을 꾸미고 있는지. 앞으로 호천안이 무슨 생각으로 무슨 일을 벌일까. 제멋대로 굴러갈 실뭉치 덩어리가 그릴 궤적이 전혀 예상가지 않았다. 그러나 그렇기에 짜릿한 실뭉치 덩어리가 아닌가.

         

       고민이 깊어지는 호천안을 보며 흑묘는 키득거렸다.

         

       

    작가의 한마디 (작가후기)
    5월은 가정의 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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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 Became an Outcast the Martial Arts Masters are Obsessed With

I Became an Outcast the Martial Arts Masters are Obsessed With

무협게임 속 고수들이 집착하는 낭인이 되었다
Score 4.0
Status: Ongoing Type: Author: Native Language: Korean

I became Ho Cheon-an, a second-rate warrior in the martial arts game [Murim Cheonha].

To survive, I had no choice but to give enlightenment.

Martial arts masters began to obsess over me.

In Murim Cheonha, where fame means difficulty, getting attention meant death.

Please, just go away.

Please, let me liv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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