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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P.39

       대부분의 게임은 하는 맛은 좋으나 보는 맛은 부족한 게임과, 보는 재미는 상당하지만 막상 직접 하기엔 부담스러운 게임의 두 가지로 나뉜다.

        

       그러나 간혹 등장하여 시대를 풍미하는 게임들은,

        

       프로경기와 인터넷방송으로 흥행하는데 그치지 않고, 이를 보는 시청자들로 하여금 자기도 당장 접속해서 저런 플레이를 해보고 싶다는 생각이 들게 만든다.

        

       나오나 역시 그러한 게임이었다.

        

       “아니, 대회에서 뭐 재밌는 광전사 빌드 나왔어? 오늘따라 판마다 지하 가겠다는 광전사가 무조건 나오네.”

        

       프로 경기에서 난이도 높은 빌드로 멋진 장면이나 대활약이 나온 날이면, 그 날은 랭크게임을 돌리는 걸 자중해야하는 게임.

        

       『도쌤 GP대 크리 못 보셨나여』

       『ㅇㅇㅇ지크가 쌍도끼 광전사로 하드캐리』

       『공속 비중 올린 빌드로 계속 달라붙는거 쩔었는데』

       『크리 뒷라인 존재감 사라졌던데』

        

       그리고 이예나에게- 그리고 도댓에게도- 안타깝게도, 그 날은 인기구단의 인기선수가 지하 광전사로 시작해서 게임을 캐리하며 명장면을 여럿 뽑아내고, MVP로까지 선정된 날이었다.

        

       다시 말해,

        

       티어를 불문하고 랭크 게임에서 ‘지하 광전사 갈게요’가 판을 치는 날이었다.

        

       “아, 그래? 지크 선수가? 이따가 봐야겠다.”

        

       -ㅇㅇ 님이 1,000원을 후원하였습니다!-

       【광전사 하시겠단 건가요】

        

       무감정한 기계의 음성.

        

       그럼에도 어째서인지 늘어지는 목소리를 듣고 있자니 순간적으로 어딘가 불안감이 느껴졌던 도댓은, 이내 기분 탓이려니 하고 털어내며 가볍게 설명했다.

        

       “후원 감사합니다. 아니, 꼭 광전사를 하겠다는 건 아닌데. 유행하는 빌드 장단점은 알아 둬야지.”

        

       -광전사가그대를부른다 님이 10,000원을 후원하였습니다!-

       【광전사 ㄱㄱㄱㄱㄱㄱ지금 쌍도끼폭주 빌드 오피에오】

        

       기회다 싶었는지 광전사 영업을 시작하는 도네이션을 보고, 도댓은 고개를 저으며 난색을 표했다.

        

       “광전사? 아니, 나 아니어도 매판 하겠다는 사람이 있는데 어떻게 하겠어.”

        

       애초에, 광전사라고 하면 도댓을 포함한 소수의 도적 유저들에게는 주적 캐릭터였고-

        

       한 때나마 트롤을 할 때면 일부러 광전사를 골랐던 도적대디였던 도댓이, 광전사를 할 리는 없었다.

        

       그러나 도적과는 달리, 광전사는 애초에 많은 스트리머들과 시청자들이 선호하는, 가장 ‘보는 맛’이 있는 캐릭이었다.

        

       더욱이 강의방송으로 뜰 정도로 이론적인 분석력이 탁월한 도댓의 광전사에 대한 기대감도 높았기에, 채팅창은 연신 광전사를 연호하고 있었다.

        

       『도쌤 광전사도 궁금한데』

       『광전사 맛좀 보자』

       『도댓쌤 도적으로도 지하 도는데 광전사면 개쩔듯』

       『오 광전사』

        

       그리고 그런 채팅들을 하나하나 살펴본 도댓은, ‘그런 캐 안 합니다’라고 말하고 싶은 욕구를 억누르고, 살짝 웃으며 달래듯 말했다.

        

       “아, 알겠어 알겠어. 플레이하긴 어렵고, 일단 빌드는 한 번 볼게.”

        

       그런 그의 말에 화답하듯이, 다시 한번 들려오는 팡파레 소리에,

        

       -광전사가그대를부른다 님이 200,000원을 후원하였습니다!-

       【갓 전 사 가 즈 아】

        

       앞으로 캐릭터 선택 관련 도네이션은 금지해야겠다고 생각하며, 최대한 부드러운 미소를 띈 채 화답했다.

        

       “20만원 후원 감사합니다! 후원 안 하셔도 이 판 끝나고 빌드 볼 테니까 그만 주셔도 돼요. 그리고 캐릭터는 우리 팀이랑 상대 팀 다 보고 뽑아야 해서……캐릭터 선택은 후원으로 경쟁 붙으면 안 됩니다.”

        

       .

       .

       .

       .

       .

        

       빠르게 게임이 끝난 후.

        

       도댓은 약속대로, 프로 경기에서 활약한 광전사의 빌드를 살펴보고 있었다.

        

       “아, 이렇게. 말 되긴 하네. 중립몹 피관리를 포기하는 거구나. 빌드 좋은데?”

        

       『피관리 포기하고 폭주 사이클 계속 돌리는 듯』

       『난이도 개빡일거같은데 ㄷㄷㄷ』

       『골딱이 이하 촉수 엄금』

       『랭크에서 만나면 어질어질할 듯』

        

       물 들어올 때 노를 저을 줄 아는 패러데이 게임스는, 한국이나 미국, 독일, 러시아 등 주요 리그의 프로 경기가 끝날 때마다 공식 홈페이지에 중계 화면을 이어붙인 짧은 영상과 함께 빌드를 업로드해두었다.

        

       그리고 조금 전 올라온 영상에서는 폭주 – 체력이 30% 미만으로 떨어질 때부터 증가하는 이동속도와 공격력의 비율을 증대시키는 특성 – 특유의 핏빛으로 빛나는 눈을 부릅뜬 광전사가, 사제의 목을 베고 궁수를 거꾸러트리는 모습이 반복되고 있었다.

        

       소위 말하는 ‘뽕’을 채워주는. 그리고 직접 그 맛을 느끼고 싶게 만드는, 멋드러진 영상.

        

       “멋은 있네. 도적도 저런 연출 좀 넣어주지.”

        

       그 영상미에 잠시 감탄하던 그의 귀에, 다시금 어딘가 불안정한 목소리가 들려왔다.

        

       -ㅇㅇ 님이 1,000원을 후원하였습니다!-

       【혹시 광전사로 전향하시려는 건가요?】

        

       “도적할 거예요. 그래도 지하에서 만나는 상대가 거의 광전사니까 빌드는 알아 둬야지.”

        

       -ㅇㅇ 님이 1,000원을 후원하였습니다!-

       【네 기다릴게요】

        

       .

       .

       .

       .

       .

       .

        

       “어우, 벌써 2시네. 슬슬 노래 하나 듣고 마무리할게요.”

        

       『오뱅알』

       『도바~』

       『ㄷㅂㄷㅂ~』

       『오방알』

        

       평소보다 길어진 방송 시간 기준으로도 방송을 마무리할 때가 지난 시점.

        

       캠을 끄고 VR장비를 하나하나 해제하고 있던 도댓의 귀로, 익숙한 도네이션 음성이 들려왔다.

        

       -ㅇㅇ 님이 10,000원을 후원하였습니다!-

       【도적하시고 방종하면 6,000원】

        

       『꾸준하다 꾸준해』

       『왜케 초라해졌냐곸ㅋㅋㅋㅋㅋㅋㅋㅋ』

       『짠내난다』

       『응 도적 안 해~ 돌아가~』

        

       도네이션 내역을 클릭하여 확인해본 결과, 방송을 시작할 때부터 꾸준히 도적을 보고 싶다고 하던 사람이었다.

        

       캐릭터나 빌드 선택 관련 도네이션이 껄끄러운 이유였다. 부캐로 놀 때면 몰라도, 본캐에서 시청자 요청에 따라 캐릭터나 빌드를 고를 순 없었으니까.

        

       ‘도적은 나도 항상 하려고 각을 보고 있으니까 괜찮을 줄 알았는데……실수했네.’

        

       돈만 받고 먹튀하게 되는 기분.

        

       도댓 입장에서도 썩 유쾌하지는 않았다.

        

       ‘[email protected]……어디서 본 아이딘데.’

        

       아이디가 어딘가 친숙한 걸로 봐선, 방송에서 꾸준히 도네이션을 하던 사람 같았기에 더더욱.

        

       “……아까부터 도네하신 분이죠? 오늘은 도저히 도적 각이 안 나왔네. 미안해요. 다음에 각 나오면 후원 안 하셔도 꼭 할 테니까, 앞으로는 캐릭터 선택 관련 도네는 자제해주세요.”

        

       그렇게 사과를 건넨 도댓은 잠시 망설이다가, 말을 이었다.

        

       “이건 미안해서 안 되겠다. 마지막으로 큐 한 번만 돌리자. 도적 할 수 있으면 막판 하고, 안 되면 닷지하고 방종하는 걸로.”

        

       * * * *

        

       어디서부터 잘못된 걸까.

        

       《아……오늘은 진짜 날이 아니네. 방종하고, 내일 올게. 다들 내일 봅시다.》

        

       광전사들 탓이다.

        

       만연한 도혐 탓이다.

        

       지크……. 프로경기를 챙겨보지 않았기에 잘 모르지만, 그 사람 탓이다.

       

       허탈한 심정으로 ‘오프라인’이라는 글자만 남겨진 까만 화면을 잠시 바라보았다.

        

       소중한 활동비가……겨우 6,000원 남았어.

       

        도댓.

        

       지금이라도 다시 방송을 켜서 작은 성의를 보인다면 용서할 수 있을 텐데.

        

       한……사흘. 아니, 일주일 정도 도적만 하고, 아이디도 도적도적으로 바꾼다든가. 그런 정도의 작은 성의.

       

       하지만 당연하게도, 꺼진 방송은 다시 켜지지 않았다.

        

       내가 들기로 결심했던 깃발을, 남에게 잠시 떠넘기려던 대가를 치르는 걸까.

        

       팔을 뻗어 마우스를 잡고, 트위트 화면의 ‘방송 시작’ 버튼을 잠시 바라보았다.

         

       

       

       지난 일주일간, 나는 조금은 어색하고, 익숙하지 않은 상황에 처해 있었다.

        

       이예리가 주문해준 컴퓨터의 성능이 생각했던 것보다도 너무 좋았던 덕에 이제 컴퓨터로 방송을 할 수 있게 되었고,

        

       의도하지 않은 어그로로 인해 방송 자체도 적당히 화제가 된 상황.

       

       방송을 키면 인지도 상승에 큰 도움이 될 것이라는 걸 잘 알고 있었음에도, 막상 ‘방송 시작’  버튼을 누르는 일은 계속하여 미루고 있었다.

        

       원인은 명확했다.

        

       내 1차 도적부흥운동의 터전이었던 나오나 갤러리에서, 하루가 멀다하고 나에 대한……여러가지 글들이 올라오는 탓이었다.

        

       처음에 몰려왔던 수치심을 애써 억누른 후에는, ‘그래, 결국 나 좋다는 거지 뭐!’ 하고 껄껄 웃어 넘기며, 이 분위기를 몰아서 더 크게 어그로를 끈 후에 방송을 키려고 했는데.

        

       너무, 너무 많은 사람들로부터 내 특정 신체 부위를 이렇게 하고 싶고, 저렇게 할 거고, 어떻게 어떻게 해서 다시는 어떻게 못 하는 상태로 만든 후에 이렇게 저렇게 하겠다는 다양한 글과 댓글을 접하고 나니…….

        

       이 사람들과 실시간으로 교류를 시작하는 버튼을 직접 누르는 것도 그렇지만, 방송을 시작했다고 알리는 건 정말이지, 버거워진 것이다.

        

       딱히 괴로운 것까지는 아니다.

        

       방송을 하기 싫은 것도 아니고.

       

       오히려, 마지막 참사만 제외하고 생각하면, 지난 번 방송은 제법 재밌는 편이었으니까.

        

       그냥 내가 먼저 가서 저들에게 나를 보러 와 달라고 하기가, 묘하게 꺼려지는 정도의 감각이었다.

       

       그렇다고 별다른 홍보 없이, 그냥 방송을 킨다고 과연 시청자들이 모일까- 하면 회의적이었다. 1년이 넘게 10여명을 데리고 방송을 하는 사람들도 있는 마당에.

       

       하지만, 결국은 다 핑계 아닐까. 

       

       이런 나약한 마음이, 남에게 도적 홍보를 맡기려다가 배신당하는 한심한 작태의 원인일지도 모른다.

       

       이런 저런 생각들을 하며 마우스만 빙글빙글 돌리던 차에,

        

       -우우웅

        

       [아크: 안녕하세요 예나님. 잠깐 시간 괜찮으신가요?]

       [아크: 지난 번 방송 관련해서 얘기하고 싶어서요]

        

       아크로부터 디스코스 메시지가 도착했다.

        

       아, 맞다.

        

       그 이메일, 답장 안 했구나.

        

       음…….

        

       시간이 괜찮은지 물어봤으니까. 

       

       내일 정도에, 시간이 괜찮을 때 답장해야지.

       

       그래.

       

       지금은,

       

       미뤄뒀던 방송을 할 때다.

       

       [따뜻한아메리카노먹고싶다 님이 방송 중입니다!]

       [도적부흥운동 – 최고에요 도적도적]

       

    작가의 한마디 (작가후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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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t’s Not That Kind of Malicious Broadcast

It’s Not That Kind of Malicious Broadcast

그런 악질 방송 안ㅣ에요
Score 3.7
Status: Ongoing Type: Author: Native Language: Korean

I am a healthy skill-based broadcaster.

I don’t hate priests.

It’s not that kind of broadcast.

What?

Clarify the controversy that’s been posted on the community?

M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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