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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P.39

        

       

       타악.

       

       “올리비아, 어디 다친 곳은 없나?”

       

       한달음에 달려온 키엘이 말했다. 올리비아는 대답하지 않았다. 쉴새없이 몰아치는 천둥 때문에 듣지 못한 듯 했다.

       

       쿠구구…….

       

       끝이 보이지 않는 저 구덩이가 한 시간 전까지 공원이었다는 사실을 과연 누가 믿을 수 있을까. 그 광경을 직접 눈으로 지켜본 키엘도 믿기 힘들 정도였다.

       

       방금 전 지면을 강타한 거대한 빛의 기둥은 마법이라기보다는 자연재해에 가까웠다

       

       까닥.

       

       다시 한 번 낙뢰가 쳤다.

       

       키엘은 홀린 듯 올리비아의 손끝을 쫓았다. 올리비아의 손이 한 번 까닥일 때마다 낙뢰가 하나씩 떨어졌다.

       

       벨페고르는 진작에 소멸했다. 공기를 어지럽히던 마기가 사라진 것만 보아도 알 수 있었다. 하지만 올리비아는 벨페고르의 소멸뿐만이 아니라, 그가 존재했던 흔적 자체를 지워버리고 싶은 모양이었다.

       

       키엘은 갈수록 깊어지는 구덩이를 물끄러미 응시했다.

       

       ‘……저 정도면 충분하지 않나?’

       

       과해도 너무 과해 보였지만, 멜리나도 잠잠히 있는걸 보아하니 마법사들의 생각은 다른 모양이었다.

       

       악마와 관련된 일은 마법사들 전문이니, 키엘은 소음이 사그라들 때까지 기다리기로 마음먹었다.

       

       저 정도 마법을 쉴새없이 펼치는 것을 보니, 굳이 몸 상태는 물어볼 필요도 없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마침내 고요가 찾아왔다.

       

       “이제 끝난건가?”

       

       키엘은 안도의 웃음을 내비치며 올리비아에게 다가갔다. 갑작스레 나타난 대악마 때문에 계획이 어그러지기는 했지만, 그래도 아직 하루의 여유가 있었다.

       

       하루면 많은 것들을 할 수 있다. 

       

       “중앙기사단에는 내가 말해두겠다. 네 귀한 시간을 조사 따위에 낭비할 일은 없을 것이다.”

       

       올리비아는 여전히 대답하지 않았다.

       

       아직 이상한 점을 눈치채지 못한 키엘은 계속해서 말을 이었다.

       

       “생각보다 밤에도 할 수 있는 일들이 많더군. 2년간 가신들의 의견을 취합하여 먹거리와 관광지 리스트도 만들어 놓았다. 네 공간 이동 마법을 사용하면 동부와 서부에도…….”

       

       키엘은 거기까지 말하고 올리비아를 바라봤다. 바람 때문에 헝클어진 백발이 눈동자를 가려, 무슨 생각을 하고 있는지 알 수 없었다.

       

       “……올리비아?”

       

       우뚝.

       

       걸음을 옮기려던 키엘이 우뚝 멈춰섰다. 

       

       기시감이, 절대로 지금 느껴져서는 안 될 기시감이 느껴졌다.

       

       그는 이 기시감의 정체를 알고 있었다. 4년 전 그날도 이러했기에.

       

       옆모습이 아니라 앞모습을 본다면 올리비아가 바뀌었는지 확실히 확인할 수 있다. 둘은 풍기는 분위기와 표정부터 다르니까.

       

       그걸 알기 때문에 더더욱 걸음을 옮길 수 없었다.

       

       만약 그녀가 사라졌다는 사실을 알면 그때는…….

       

       “키엘.”

       

       키엘이 반색하며 고개를 들었다. 하지만 곧, 키엘의 미간이 일그러졌다. 

       

       꽃이 만개한 듯한 미소. 보기만 해도 가슴이 따뜻해지는 미소였지만, 적어도 키엘에게는 해당되지 않는 일이었다.

       

       “걱정해줘서 고마워. 날 도와주려고 여기까지 달려와준거야?”

       

       그가 아는 올리비아는 절대로 저런 가식적인 말을 하지 않는다.

       

       바뀌었다.

       

       아직 이틀이 지나지 않았는데, 바뀌어버렸다.

       

       키엘의 얼굴이 멍해졌다.

       

       왜? 어째서?

       

       이런 적은 한 번도 없었다. 올리비아는 제 자아를 얼마동안 유지할 수 있는지를 명확하게 알고 있었다.

       

       80분이면 80분.

       160분이면 160분. 

       하루면 하루.

       

       그녀는 단 한 번도 틀린 적이 없었다.

       

       단 한 번도…….

       

       – ……그러게. 네 말대로 60일이나 남았네.

       

       거기까지 생각한 순간, 키엘의 생각이 멈췄다.

       

       ……왜 눈치채지 못했지?

       

       조금만, 아주 조금만 생각해보면 알 수 있는 문제였다.

       

       [어느 한쪽이 제 소멸을 받아들이지 않는 한.]

       

       몇 년마다 한 번씩 모습을 드러내는 것을 양보라고 하지 않는다. 

       

       – 나는 아주 중요한 선택에 기로에 서 있어. 하나는…….

       

       양보는, 남을 위하여 자신의 마지막 이익까지 포기하는 것이다.

       

       숨이, 막혔다.

       

       손이 덜덜 떨렸다. 입술이 마르고 시야가 흐릿해졌다. 

       

       흐릿해진 시야로 본 손은 피로 얼룩져 있었다.

       

       그녀가 원하는대로 들어주기로 했는데.

       

       그래서 이를 악물고 그녀의 의견을 지지해주었는데.

       

       죽였다.

       

       이 손으로 죽였다.

       

       하루 밖에 남지 않은 줄 몰랐다. 60일이나 남은 줄 알았다. 

       

       그래서, 그래서…….

       

       “……아니야.”

       

       이렇게, 이런 식으로, 이딴 식의 마무리는…….

       

       인정할 수 없다.

       

        아무리 생각해도 인정할 수 없다.

       

       “무슨 일 있어?”

       

       올리비아와 눈을 마주친 순간 감정이 요동쳤다.

       

       빼앗아갔다.

       

       이 년이, 올리비아의 삶을 빼앗았다.

       

       키엘은 검집을 쥔 팔에 힘을 주었다. 그렇게라도 하지 않으면, 그대로 베어버릴 것 같았기 때문이다.

       

       그 순간이었다.

       

       허공을 바라보던 올리비아가 만족스럽다는 미소를 지었다. 올리비아가 말했다.

       

       “키엘. 너 표정이 너무 무서워.”

       

       키엘은 표정을 풀지 않았다. 검을 뽑지 않는 것이, 그가 할 수 있는 최대의 예우였다.

       

       올리비아가 다시 말했다.

       

       “키엘.”

       “…….”

       

       키엘은 대답하지 않았다.

       

       저 얼굴을 쳐다도 보고 싶지 않았…….

       

       “……!”

       

       감정이 몰아쳤다. 느껴져서는 안되는 감정이 뇌리를 타고 맥동했다.

       

       그건 키엘이 단 한 번도 느껴보지 못한 종류의 것이었다.

       

       누군가에 대한 맹목적인 적의가, 천천히, 갈수록 빠르게, 호의로 변화하고 있었다.

       

       키엘은 이를 악물었다. 팔뚝의 핏줄이 부르텄다.

       

       감정의 급류에 휩쓸리고 있었다. 

       

       “너, 지금, 무슨…….”

       

       이 년은 올리비아의 삶을 빼앗은 년이다.

       

       지금 그 기억이 흐릿해지려 하고 있다.

       

       빼앗은게 아니라, 정당히 쟁취해낸 것으로 바뀌고 있다.

       

       “……!”

       

       키엘은 저편으로 사라지는 기억을 가까스로 붙잡고 버텼다.

       

       잊으면 안된다.

       

       절대로 잊으면 안된다.

       

       다른 건 몰라도, 이것 하나만큼은 잊을 수 없었다.

       

       이 년은…….

       

       이 년은…….

       

       아니.

       

       올리비아는…….

       

       “이제 아무 걱정할 필요 없어, 키엘.”

       

       올리비아가 웃었다.

       

       키엘도, 웃었다.

       

       

       

       *****

       

       

       

       “끄웨에에에에에엑!”

       

       올리비아가 바닥에 엎어져 피를 쏟아냈다. 그 작은 몸에서 어찌나 많은 피가 흘러나오는지, 올리비아를 중심으로 설원이 붉게 물들 정도였다.

       

       “흐엑, 흐에엑, 흐어어…….”

       

       사람이 너무 아프면 비명조차 지를 수 없다고 하던가? 올리비아가 딱 그 짝이었다. 

       

       올리비아가 여태껏 느꼈던 가장 강한 고통은 마취가 안된 상태로 생니를 뽑았을 때였다. 

       

       하지만 지금은 그때와는 비교도 할 수 없었다.

       

       뇌가 하얗게 비워져 머릿속으로 욕도 내뱉을 수 없는 수준이었다.

       

       풀썩.

       

       죽는다. 죽는다. 죽는다. 죽는다…….

       

       몸이 절로 움츠러든다. 분명 추위를 느끼지 못할 터인데 몸이 추워진다.

       

       그렇게 얼마나 지났을까, 아무렇게나 널브러져 있던 올리비아의 손가락이 움찔거렸다.

       

       [후폭풍이 종료되었습니다.]

       

       시야가 빨갰다. 이곳이 설원인지, 지옥인지 구별할 수 없을 정도였다.

       

       “씨, 씨바아아알…….”

       

       올리비아는 파들파들 떨리는 손으로 어떻게든 아공간을 비집고 연 다음, 수백번도 넘게 꺼냈던 포션을 집어들었다.

       

       ‘열려라, 열려라 조옴!’

       

       뽕!

       

       청명한 소리와 함께 마개가 튕겨나갔다. 그 여파로 내용물이 조금 흘러내리기는 했지만, 그런건 중요한게 아니었다.

       

       올리비아는 가까스로 포션을 입에 가져다댔다.

       

       꿀꺽.

       

       아무렇게나 뒤틀렸던 내장이 원래 형태를 찾는다. 올리비아는 고통이 사라질 때까지 감히 움직일 생각도 못한 채 가만히 엎드려 있었다.

       

       “흐으, 흐으, 흐으…….”

       

       정신을 차린 올리비아가 입가에 핏물을 닦아냈다. 아무렇게나 흐트러졌던 시야가 천천히 원상태로 되돌아온다.

       

       그제서야 안도의 한숨을 내쉰다.

       

       ‘내가 이 짓거리를 다시 하면 사람이 아니다. 사람이 아니야! 아암! 호감도고 뭐고 그냥 안하고 말지!’

       

       올리비아가 온갖 욕설을 뱉어내며 겨우겨우 몸을 일으켰다. 

       

       방금은 정말 죽는 줄 알았다. 과장이 아니라 진짜로.

       

       ‘돌아가신 할아버지가 보였어.’

       

       1분짜리 후폭풍의 결과가 각혈이라는 사실을 깜빡하고 있었다. 하루 치 후폭풍이면 단순 계산으로도 그 1440배다.

       

       손가락에 바늘 한 번 찔렸다고 사람이 죽지는 않지만, 1440번 쯤 찔리면 손가락이 더 이상 손가락이라고 불릴 수 없을 정도로 걸레짝이 될 것이다.

       

       그러니까 이 정도 아팠으면 양심적으로 호감도라도 정상적으로 적용되어야 한다.

       

       ‘됐겠지?’

       

       올리비아는 침을 꿀꺽 삼킨 다음 키엘의 상태창을 확인했다.

       

       [키엘 로트실드]

       – 레벨 : 83

       – 직업 : 검성

       – 호감도 : -100(+68)

       – 칭호 : 공작, 방랑 검사, 

       

       됐다.

       

       호감도는 저번과 조금도 달라지지 않았다. 그렇다는 뜻은, 벨페고르를 처치한 보상인 호감도 20은 이쪽이 아니라 몰살 쪽에 정상적으로 적용되었다는 뜻이다.

       

       도박은 성공했다.

       

       몰살 회차의 올리비아가 벨페고르를 잡지 못했을 가능성 따윈 없었다. 그녀가 아는 멜리나라면 억지로 입을 벌려서라도 포션을 쑤셔 넣을 사람이니까.

       

       올리비아는 얼음 속에 처박혀 있는 키엘을 응시했다.

       

       ‘……이제 키엘은 끝난건가?’

       

       키엘의 기억은 분명히 바뀌었다. 그는 이제 올리비아의 자아가 두 개였다고 기억할것이다. 하나는 몇 년에 한 번 꼴로 모습을 드러내던 자아로, 다른 하나는 자신을 배신했던 자아로.

       

       그래도 속단할 수는 없었다. 키엘을 깨워서 직접 확인하기 전까지는 어떻게 됐을지 알 수 없다.

       

       ‘이제 대화를 해봐야겠지.’ 

       

       텅 빈 허공에 메시지 창이 떠올랐다.

       

       [단서 #1의 결과를 집계 중입니다…….]

       – 총 68만큼의 호감도를 획득했습니다!

       – (+32)만큼의 호감도는 992년에 적용됩니다!

       – (+24)만큼의 호감도는 993년에 적용됩니다!

       – (+12)만큼의 호감도는 994년에 적용됩니다!

       

       특별한 내용은 없었다. ‘몇 년 몇 월이 되면 그 때 이만큼의 호감도가 적용됩니다.’라는 설명이 전부였다.

       

       하지만 떠오른 메세지 창은 그게 끝이 아니었다.

       

       [당신의 개입으로 과거의 기억이 개변되었습니다!]

       – 주요 NPC, ‘키엘 로트실드’가 기억하는 과거가 크게 달라집니다!

       

       올리비아의 눈이 가늘어졌다.

       

       ‘크게’ 달라졌다는게 도대체 어느 정도일지 예측할 수 없었기 때문이다.

       

       그게 부정적인 변화인지, 긍정적인 변화인지도 예측할 수 없었다.

       

       찰나의 텀을 두고 또 다른 메세지 창이 떠올랐다.

       

       [15일이 지났습니다.]

       [특성, ‘회귀자 특전’의 쿨타임이 초기화됩니다.]

       [메인 NPC, ‘키엘 로트실드’의 레벨이 일시적으로 크게 상승합니다.]

       

       ……어?

       

       올리비아의 입에서 새된 소리가 흘러나왔다.

       

       콰지직!

       

       곧바로 얼음이 깨지는 소리가 들렸다.

       

       스르릉.

       

       미처 뒤를 돌아볼 시간도 없었다. 올리비아는 제 목 언저리에 드리워진 검을 보며 침을 삼켰다.

       

       “대답해라.”

       

       키엘이 시리도록 낮은 음성으로 말했다.

       

       “넌……. 어느 쪽이지?”

       

       

       

       

       

       

       

       

    작가의 한마디 (작가후기)
    오늘도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Ilham Senjaya님!

    – 쿨타임이 15일인 이유는 15명이라 그렇습니다!

    니세미네님 100코인 후원 감사드립니다!

    호>_<잇

    뾰>_<잇

    으아아아아아!!!!!!!!!!@@@!!!!!!!!!
    으아아아아아아아!!!!!!!!@@@@!!!!!!!!!
    감사합니다!

    Antiques 님 20코인 후원 감사드립니다

    ><_<>><<<>>>>>

    으아ㅏㅏ!!!!!!!!!!!!!
    캄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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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 Became the Witch Who Destroyed the World

I Became the Witch Who Destroyed the World

세계를 멸망시킨 마녀가 되었다
Score 4.0
Status: Ongoing Type: Author: Native Language: Korean

I destroyed the world to see its Annhiliation Ending.

And I possessed my Character Olivia in the game.

However… … .

[The world is rebuilt.] – NPCs killed by you return.

– Princess Aria hates you.

– Sword Saint Kiel wants to slit your throat.

… … Isn’t that a bit of a regressio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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