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witch Mode
Please report if you find any blank chapters. If you want the novel you're following to be updated, please let us know in the comments section.

EP.39

       “오늘도 집에 가면 랭크 돌리실 거에요?”

       “그럴 예정입니다.”

       “어디까지 가시려고요?”

       “일단은 프로 리그까지는 가려구요.”

       

       어제 게임을 끄기 전에 금강의 자리에 올랐으니 이제 남은 것은 마스터, 그랜드 마스터, 챌린저, 그리고 그 위의 프로 리그 뿐이다.

       

       당장의 목적은 권위를 세우는 것 뿐이었지만 노리는 건 그것 만이 아니었다.

       

       프로 리그는 단순히 국내의 아피스 랭커들만이 모이는 자리가 아니다. 전세계를 기준으로 상위 3천명 안에 드는 이들만이 들어갈 수 있는 곳이다.

       

       그야 말로 세계에서 가장 아피스를 잘하는 이들만이 머무를 수 있는 장소란 이야기다.

       

       거기에 거주하는 이들은 실력이 검증된 자들이라 할 수 있겠지.

       

       데케이를 상대하는 것도 그리 지루하지만은 않았는데 그 위에 머무르는 이들은 나를 더 즐겁게 해주지 않겠나.

       

       “시간만 되면 충분히 찍으실 수 있을 것 같으셔서 부럽네요.”

       

       뭐어. 그렇겠지. 어차피 내가 지나가면서 만날 이들은 대개 데케이보다 못한 녀석들일 것 아니더냐. 지리란 생각은 들지 않는구나.

       

       “엔리는 랭크 안 해요?”

       “하고 있어요. 저 벌써 골드2를 찍었다구요!”

       

       장족의 발전이로구나. 내 가르치기 전에는 분명 은색에서 헤매이고 있었을 터인데.

       

       가르침이 헛되지 않은 듯해 기쁘구나.

       

       엔리는 요즘에 게임을 하는 게 너무나 즐겁다며. 이게 다 내 덕인 것 같다 이야기를 했으나 나는 그런 공치사를 거절했다.

       

       그게 어찌 내 덕이겠느냐. 다 그대가 배움을 잘 받아들인 탓이지.

       

       “막히는 부분은 없어요?”

       “음. 있긴 해요. 슬슬 윗사람들을 만나니까 상대하기가 버거워 져서요.”

       

       당연한 일이다. 내가 엔리에게 가르친 것은 어디까지나 기초중의 기초에 불과하다.

       

       간단한 기초조차 쌓지 못한 이들을 상대로야 접전을 펼치는 게 가능할지 몰라도 일정 수준 이상의 아해를 상대로는 버거울 수밖에.

       

       그 날로부터 시간이 꽤 지났으니 슬슬 엔리도 거리를 유지하는 것에 익숙해졌겠지.

       

       다음으로 넘어가도 괜찮지 않을까.

       

       “오늘 엔리 씨가 게임하는 걸 구경해도 괜찮나요?”

       “물론이에요! 성장한 제자의 모습을 봐주시죠!”

       

       제자라.

       

       그 말을 듣자마자 정정을 하려다 그만두었다.

       

       아마 무인에게 제자란 단어가 가지는 의미를 알지 못해 가볍게 말한 것일 테니까. 무어라 할 이유도 없지.

       

       “오늘 하는 거 보고 괜찮다 싶으면 다음 걸 알려 드릴게요.”

       “정말요?!”

       “괜찮다 싶으면 말이죠.”

       “제가 얼마나 발전했는데요! 믿으셔도 좋아요!”

       

       두 손을 불끈 쥐며 소리치는 엔리의 모습이 웃음이 샜다.

       

       무에 서투른 아이가 말하는 발전만큼이나 믿기 어려운 단어도 없지만 당장은 넘어가주마.

       

       “근데 아라 씨. 오늘 가르쳐 주시는 거 방송을 킨 채로 해도 될까요? 방송이 끝나고 하면 시간이 애매해 질 것 같아서요.”

       “상관 없어요.”

       

       오히려 반가운 제안이구나.

       

       내 가르침이 엔리의 방송을 통해 많은 이들에게 전달될 수 있다는 것 아니더냐.

       

       많은 이들에게 가르침을 전하고 싶은 내 입장에서 엔리의 제안을 거절할 이유는 그 어디에도 없었다.

       

       *

       

       “그래서 오늘은 화령님에게 아피스에 대해 배우는 시간을 가져볼 거에요!”

       

       – 내 점수 돌려내! 이 악마야! 내 점수 돌려내! 이 악마야! 내 점수 돌려내! 이 악마야!

       – 갈! 어디서 감히 천마님께 망발을 벌이느냐!

       – 오늘 채팅창 어지럽네.

       

       엔리의 방송에 모습을 보이자마자 시청자들이 나를 반겨줬다.

       

       신교에서 들은 것 같은 말을 지껄이는 이도 있었고, 랭크게임에서 내게 패배한 건지 원한을 쏟아내는 이도 있었다.

       

       대개는 장난스러운 분위기였으나 사람들이 모이면 한 번씩 분위기를 싸늘하게 만드는 이들이 나오는 법이었다.

       

       -ㅇㅇ님이 1000원을 후원하셨습니다.

       

       [컨셉 양학충련. 플레에서 애들 바르고 다니니까 좋아?]

       

       내게 패한 이들 중 하나일까. 누군지는 모르겠다만 화가 아주 많이 났구나.

       

       돈까지 내어가며 욕을 하겠다니 할 말은 없다만 그 열정을 다른 데 쏟는 것이 어떠하느냐.

       

       그 분노를 가지고 무를 수련하다보면 기적이 일어나 나를 뛰어넘는 실력을 가지게 될 지도 모르잖으냐.

       

       나야 다른 이들의 욕지거리를 듣는 게 하루 이틀 일이 아닌지라 무덤덤했지만 다른 이들은 달랐다.

       

       당장 채팅창부터 그러했다.

       

       – -찐-

       – 눈치 없는 새끼네.

       – 넌 나가라.

       

       내가 무어라 말을 하기도 전에 시청자들은 글자를 보낸 이를 향해 돌을 던지고 있었다.

       

       저 하나 하나는 작은 돌맹이였지만 그것이 수백 수천 개가 모이니 하나의 바위보다도 더 위협적으로 변했다.

       

       장관이구나. 욕을 보낸 이가 누군지는 모르겠으나 당황을 했겠어.

       

       옆을 보니 엔리가 내 눈치를 살피고 있었다.

       

       무어냐. 내가 저런 것에 감정이 상하리라 생각했느냐.

       

       “괜찮다.”

       “아니. 저.”

       “무얼. 패배자가 짖는 소리에 기분 나빠해서야 강자라 할 수 없지.”

       

       설마 내게 저런 모욕에 기분이 나빠하리라 생각했느냐.

       

       한창 무림 공적으로 몰리던 시기 정파의 아해들은 나를 보면 온갖 창의적인 욕지거리를 만들어 내선 나에게 선물을 해주었다.

       

       본인이 여성의 몸을 하고 있었기에 성적인 모욕은 기본이었고.

       

       아비인 전대 천마를 모욕하는 발언은 인사말이나 다름이 없었다.

       

       나를 낳은 어미를 욕하고, 한 때 나를 지켜주었던 빙궁을 욕하는 말이야 귀에 딱지가 앉게 들었지.

       

       그에 비하면 저것쯤이야 귀여운 축에 속한다.

       

       당연한 말이지만 그 시절의 나는 자비라는 걸 모르는 인간이었고, 모욕을 입에 담은 이들을 모조리 다 죽였다.

       

       신나게 문파 부수기를 하고 다니던 까닭이 이거다. 그 누구도 본인을 무시할 수 없게 만들고 싶었거든.

       

       돌이켜 생각해보면 삼대 제자가 한 마디를 했다고 문파를 멸한 것은 과하지 않았나 싶다.

       

       “정말요?”

       “그렇대도.”

       

       본인에게는 저런 적의보다 그대나 하린이 보여주는 호의가 더 버겁다.

       

       어떻게 상대해야 할지를 모르겠으니까.

       

       “빨리 진행이나 하거라.”

       

       내가 손을 휘휘 내젓자 엔리는 자기 뺨을 툭툭 두드리고는 다시 웃음을 지었다.

       

       “강의를 시작하기 전에 화령 씨가 제 수준을 확인하고 싶다고 하셔서요. 먼저 랭크게임을 돌릴 생각입니다.”

       

       – 천마님 치과 예약하서야 할 듯.

       – 이갈이on

       

       “억까 그만 해요! 솔직히 나 요즘에 잘하잖아!”

       

       – 응 어제 3연패 했죠?

       – 골드 1에서 개같이 벽 느끼고 귀향해버렸죠?

       – 님들 너무 뭐라하지 마셈. 실버로 귀향하고 싶다는 데 어쩌겠음.

       

       민심이 흉흉했다.

       

       엔리. 도대체 여태 무슨 일을 벌인 것이냐.

       

       눈으로 묻자 엔리가 헛웃음을 흘렸다. 눈동자가 방황하는 것이 그리 말하고픈 눈치는 아닌 것 같았다.

       

       그녀에겐 슬픈 일이지만 그녀의 시청자들을 짓궂었다. 바로 엔리가 숨기고자 하는 일을 누설하는 이가 나타났다.

       

       [ㅇㅇ님이 영상후원 4700원을 하셨습니다.]

       

       영상 속 엔리는 같은 창수와 싸우고 있었다.

       

       상대는 근육질에 긴 꽁지머리를 가진 남성이었는데 그가 다루는 것은 마나가 아닌 내기였다.

       

       창수와 창수의 싸움은 어렵지.

       

       서로 같은 거리의 무기를 가지고 다투게 되면 그 때부턴 창의 숙련도가 모든 것을 가르니까.

       

       대충 보기에도 창에 대한 숙련도는 상대측이 높아 보였다.

       

       상대는 창의 끝에서 견제를 하다 엔리가 공격하려 하면 뒤로 물러나 거리를 빼앗았다.

       

       그러니 엔리의 공격은 닿지 않고 엔리만이 공격당하는 상황이 지속됐다.

       

       상대가 누군지는 모르겠으나 꽤 하는 구나. 창에 대한 기본기가 잘 잡혀 있어.

       

       기이하군. 저게 엔리와 같은 곳에 있는 이라고?

       

       내 금강의 이들을 만나 보았을 때도 저만큼 무의 기본이 잘 잡힌 이는 찾아보기 어려웠다만.

       

       상대와의 실력차가 나다보니 엔리는 조급해질 수밖에 없었다. 그녀는 내가 가르쳐 준 기본을 도외시하고 돌격을 택했다.

       

       거기까지는 이해할 수 있다. 가만 있으면 질 것이 분명한 상황에서 변수를 만들어 보려는 것은 나쁜 선택지는 아니니까.

       

       허나 그 방법이 문제였다.

       

       엔리는 내가 가르치기 전으로 돌아간 것처럼 보였다. 마구잡이로 공격을 해대는 그녀의 모습 그 어디에서도 침착함을 찾아볼 수가 없었다.

       

       안 그래도 불리한 상황에 처했던 엔리다.

       

       지성이 없는 공격은 그녀의 패배를 더 앞당겼을 뿐 그녀에게 승기를 가져다주진 못했다.

       

       이윽고 패배라는 글자가 엔리의 앞에 떠올랐다.

       

       “이런 걸 왜 보내요!”

       “괜찮다. 엔리. 그럴 수 있다.”

       

       이건 어디까지나 저런 상황을 어찌 해쳐나가야 할지 몰라 벌어진 일이다.

       

       무지는 죄가 되지 않는 법이니 이제부터 차차 배워나가면 되는 것이야.

       

       그리 이야기를 하고 넘어가려 했으나 다음 영상이 후원되는 바람에 말을 끊어야 했다.

       

       다음 것은 엔리가 과거처럼 마구잡이로 돌격을 해대는 영상이었다.

       

       그녀는 창수의 거리라는 단어 자체를 잊어버린 것처럼 생각없이 창을 휘둘렀다.

       

       혹여 과거의 영상인가 싶어 옆으로 고갤 돌리니 양 뺨이 붉어진 엔리의 모습이 보였다.

       

       최근이 일이구나. 아마 방금 전 창수에게 패한 후의 영상일까.

       

       “그게. 지다 보니까 화가 나서.”

       

       내가 무어라 말하기도 전에 변명을 하는 걸 보니 자기가 잘못했다는 건 아는 모양이었다.

       

       그럼 됐다.

       

       원래 인간은 자신의 감정 앞에 완벽할 수 없는 것이니까.

       

       실력 있는 무인도 자신의 감정을 조절하지 못해 패가망신하는 경우가 부지기수거늘 무를 수련하지 못한 그대가 어찌 감정을 완벽히 다스리겠느냐.

       

       그런 게 가능했다면 그대는 방송을 하는 것이 아니라 불교에 귀의했겠지.

       

       그럴 수 있는 것이야. 이해한다. 다음부터 그러지 않으면 되는 것 아니겠느냐.

       

       “일단 엔리. 그대가 싸우는 모습부터 빨리 보자꾸나.”

       “네! 아피스 킬게요.”

       “참. 싸우는 동안 내 목소리도 채팅도 보지 말고 오롯이 상대에게만 집중하거라. 그래야 본 실력을 알 수 있으니.”

       “네? 그럼 방송은.”

       “내가 대충 떠들고 있으마.”

       

       내가 그리 재밌는 인간이 아니어서 사람들이 지루해한다면 그 때가서 다른 방법을 모색해 보자꾸나.

       

       “자. 어서 랭크를 돌리거라.”

       “화령 씨. 저 너무 깎아내리시면 안 돼요?”

       “걱정말거라. 내 무슨 억하심정이 있어 그대를 비난하겠느냐.”

       

       내 어디까지나 그대의 문제점을 정당하게 지적하기만 할 터이니 걱정하지 않아도 괜찮다.

       

       엔리는 내 말이 그리 믿음직스럽지 않았던 듯 몇 번이나 다짐을 받아냈다.

       

       조금 억울하구나. 내가 다른 이들과 합심해 그대를 욕하기라도 하겠느냐.

       

       얼마 지나지 않아 게임이 시작됐다.

       

       장소는 투기장이었고, 상대는 천마였다.

       

       내 얼굴을 한 캐릭터가 엔리의 반대편에 서 있는 걸 보고 잇자니 기분이 미묘했다.

       

       천마를 고른 유저는 매치 안에 들어오자마자 엔리를 보고 활짝 웃었다.

       

       “엔하!”

       “안녕하세요. 지금 방송 시청중이신가요?”

       “네! 화령님 팬이에요!”

       

       그녀는 엔리 너머를 향해 팔짝팔짝 뛰어대며 손을 흔들었다.

       

       아무래도 내 쪽에 인사를 보내는 것처럼 보였다.

       

       “요즘 들어 내 팬을 자칭하는 이들이 많더구나.”

       

       – 요새 제일 유명하신 분이니까요.

       – 외신 잡는 거 보면서 어케 팬이 안됨.

       

       “그런 것치고는 게임에서 나를 만날 때 좋아하는 이들과 욕을 하는 이들이 반반이었던 것 같다만.”

       

       – 그야 님 만나면 점수 빨려야 되잖슴.

       – 반반이나 되는 게 대단한 거 아님?

       – 아악귀들이 지면서 웃는다는 게 신기한 거에요.

       

       그런 것이더냐? 내 점수에 그리 민감하지 않아 그리 간절한 것인지를 몰랐구나.

       

    작가의 한마디 (작가후기)
    Ilham Senjaya님 보러 와주셔서 감사합니다.

    표지가 나옵니다!
    금손 작가분께서 제 캐릭터를 그려 주신 걸 보니 너무 기쁘네요.

    다음화 보기


           


The Heavenly Demon is Broadcasting

The Heavenly Demon is Broadcasting

천마님 방송하신다
Status: Completed Author:
He couldn't pass his habits to others upon his return. The Heavenly Demon remained a martial artist.

Comment

Leave a Reply

Your email address will not be published. Required fields are marked *

Options

not work with dark mode
Rese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