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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P.39

     의도치 않게 오해가 생겼다.

     

     목적을 위해서라면 사람을 기만하고 능멸하는 건 내 전문이기는 하지만-

     ‘그런 건 죽여도 상관없는 인간들한테나 그러는 거고.’

     거짓된 사랑을 속삭여 가문을 몰락시키거나.

     사상을 오염시키고 생각을 편협하게 만들어 스스로를 파멸하게 만들거나.

     과거라는 꿈에 취해 현실을 외면하게 한다거나.

     그런 것들은 전부 나의 ‘적’을 상대로 했던 일이지, 내 아군을 위한 행동이 아니었다.

     그래서 어쩌면 지금이야말로 뒤틀린, 나에 대한 오해를 확실하게 풀 수 있는 시간이 아닐까싶다.

     미래에서도 내 우군이었던, 이제는 나의 아군이라고 할 수 있는 이 여인과의 오해를.

     “왕비님. 이 자리는 아버지와의 자리가 아니었습니까?”

     

     나는 호출되었다.

     보육원의 옥상에.

     “그랬지. 여기 오기 전까지는.”

     아버지와 둘이 마시라고 놔둔 제국산 최고급 와인(밀수)을 혼자 가득 채우며, 카르멘 왕비는 홀로 잔을 들었다.

     시간은 밤.

     오후 일정은 전부 취소되었다.

     카르멘 왕비는 아버지와의 대담 이후 그대로 방으로 들어갔고, 밤이 올 때까지 기다리기만 했다.

     -따라와라. 조용히.

     그리고 나는 헥스 자작의 안내를 받아, 보육원의 옥상으로 향했다.

     오후 일정이 취소되어 안내조차 하지 않았는데, 왕비는 이미 옥상에서 나를 기다리고 있었다.

     마치 지금 전부 다 풀어버리겠다는 듯.

     지금, 이 순간을 벼르고 있었다는 듯.

     “그런데 네 아버지와 이야기를 나눠보니, 너와 더 깊게 이야기를 나눠야 할 것 같더구나. 그래서 불렀다.”

     “여기는….”

     “조용한 곳이구나. 더 조용해질 수도 있고.”

     딱.

     카르멘 왕비가 손가락을 튕기자, 옥상 정원에 마나의 결계가 펼쳐졌다.

     “침묵 마법이다. 이제 이 자리에는 너와 나, 둘 뿐.”

     “저기 있는 두 사람은 괜찮은 겁니까?”

     

     나는 옥상 입구에 있는 멘테 경과 로버트 경을 눈으로 가리켰다.

     “기사 중에는 결계를 뚫고 대화를 들을 수 있는 이들이 있다고 하던데.”

     “들어도 상관없는 내용이니 괜찮다. 저 둘이라면.”

     카르멘 왕비가 가볍게 와인을 한 모금 삼킨다.

     도수는 그렇게 세지 않지만, 진한 포도 향이 짙어 밤공기를 타고 흘러와 내 코를 간질인다.

     “내가 큰 착각을 했더구나. 네가 나리아 공주에게 첫눈에 반했다고 생각했어.”

     “첫눈에 반한 건 사실입니다.”

     카르멘 왕비는 무서운 사람이다.

     “한 치의 거짓도 없느냐? 네 명예를 걸고?”

     “예. 반했었죠.”

     특히 지금처럼 나를 흡사 ‘정적’이라고 대하는 태도로 나온 이상, 있는 사실 그대로를 말해야 한다.

     “진짜 솔직하게 말해도 됩니까?”

     “말해봐라.”

     “목석처럼 차갑고 냉정한 여인이 사랑에 빠지면 어떤 모습일까, 그리고 그게 제게 향한다면 어떨까. 생각해 본 적이 있습니다.”

     회귀 전이나, 지금이나 처음 본 순간은 마찬가지였다.

     “그런데 안 되겠더군요.”

     “어째서?”

     “나리아 공주는 아무리 노력해도 안 될 것 같은 분이라.”

     나는 품에서 탄산수가 든 병을 꺼낸 다음, 내 몫의 잔에 부었다.

     “오르지 못할 나무는 포기하는 게 맞죠.”

     이전에는 그것을 깨닫는 게 너무 늦었다.

     “공주는 이성에 대하여 흥미가 전혀 없어 보였습니다.”

     “한 번 만났을 뿐이잖느냐.”

     “한 번으로 판단하기에 충분했습니다. 진실로.”

     과거의 기억을 전부 배제하고 내가 정원에서 마주친 공주만으로 판단해도 답은 똑같다.

     “공주님과 왕비님은 정말 닮았습니다. 저를 정치적으로 어떻게 이용할지 계산하는 눈빛이었죠.”

     “…….”

     “왕비께서는 저보고 당신과 닮았다고 말씀하셨지만, 진짜로 닮은 건 나리아 공주죠. 굳이 비유하자면.”

     솔직하게 말하자면.

     “나리아 공주는 카르멘 왕비에게서 ‘사랑’이라는 감정을 빼낸 존재다.”

     “…….”

     “왕비께서는 이해하지 못하십니다. 인간과 인간, 남자와 여자 사이에 사랑이라는 감정이 존재하지 않고 관계가 이루어질 수 있다는걸.”

     “그야, 당연한 거 아니니?”

     카르멘 왕비가 한 번 더 잔을 꺾으며 목을 축인다.

     “아무리 천재라고 해도 인간이며, 생물이다. 연심이라는 감정이 생길 수밖에 없어.”

     “예, 그렇죠. 어려서부터 사랑이 가득한 가정에서 태어났다면, 나리아 공주는 지금보다 훨씬 더 감정이 풍부한 사람이었을 겁니다.”

     “…무슨 말이더냐?”

     “이해하셨잖습니까?”

     카르멘 왕비의 시선이 분노로 더 짙어지지만, 나는 물러서지 않는다.

     “국왕과 왕비 사이에 사랑이 없고, 왕가의 그 누구도 사랑으로 그녀를 대하지 않았잖습니까.”

     “…….”

     “공주는 왕비님을 닮아 똑똑합니다. 아마 예전부터 이해했겠죠. 나는 부모님이 나를 사랑해서 낳은 게 아니라, 정략결혼으로 낳은 자식이구나.”

     “…….”

     카르멘 왕비가 한 손으로 얼굴을 덮는다.

     손가락 사이로 스친 녹색 눈동자에는 미약한 짜증이 넘실거리는 것처럼 보이지만, 한쪽 눈은 손으로 가려져 있다.

     “공주의 마음은 제가 어떻게 할 수 없는 부분입니다. 대신 공주께는 사랑보다 더 확실한 ‘이해’로 제 마음을 표현했습니다.”

     “그것이, 나리아 공주를 왕으로 세우겠다는 선언이었더냐?”

     “예.”

     공주는 이해했다.

     사랑을 배우지 못하고 자란 지금의 그녀였기에.

     “왕비를 탓하는 것은 아닙니다. 원흉은 당연히 우리 만악의 근원, 대 노스트럼의 국왕이시죠.”

     “너라면 원인이 나에게 있다고 할 줄 알았는데.”

     “결혼하기 이전부터 남보다 못한 사이였잖습니까?”

     “그래. 지금도 마찬가지지. 어떻게든 나는 그를 끌어내리려고 준비하고 있고, 그는 더 방탕한 생활을 즐기고 있어.”

     카르멘 왕비가 피식 입꼬리를 비틀었다.

     “마치 남은 7년, 나리아가 성인이 되는 날까지 국고를 마음껏 탕진하고 사치를 즐기겠다는 식으로 말이지.”

     “딸에게 남겨줄 유산 따위 한 푼도 생각하지 않고 말이죠. 그런 걸 보면….”

     나는 가볍게 어깨를 으쓱였다.

     “사랑도 없고 겉으로 연기할 생각도 없는 가정이란, 자식에게 너무나도 고통스럽고 괴로운 곳이 되겠군요.”

     “지금 나를 비난하는 거니?”

     “아니요. 있는 그대로의 사실을 이야기하는 겁니다. 그것을 비난이라고 느낀다면, 왕비님은 아직 선한 분이신 겁니다.”

     “내가 선하다?”

     “예. 최소한 나리아 공주에 대한 죄책감, 미안함, 어머니로서의 사랑은 가지고 계신다는 거니까요.”

     그런 걸 나는 왕성에서의 첫 대면에서 눈치챘기에, 카르멘 왕비를 정치적이라는 단서를 달았어도 ‘어머니’로 대하기로 했다.

     “그래서 나리아 공주를 돕기로 했습니다.”

     “불쌍해서?”

     “예. 여러 가지 의미에서.”

     대외적으로는 싸구려 동정이라고밖에 말할 수 없다.

     그리고 내가 그녀를 돕고자 하는 이유도 결국 동정심에서 비롯된 것.

     “사랑 속에서 자란 아이가 사랑을 받지 못해 인형이 된 아이를 불쌍하다고 여기는 건가. 웃기지도 않는군.”

     카르멘 왕비는 자조하듯 잔을 기울였다.

     “그래서 필요하다면 나리아 공주와 결혼도 할 수 있다?”

     “예.”

     “사랑이라는 감정 없이, 오직 동정 하나만으로?”

     “그렇습니다.”

     “전제조건으로 그것이 지브롤터와 너 자신에게 이익이 된다면?”

     “당연하죠.”

     “괴물이로구나.”

     카르멘 왕비는 차갑게 나를 바라보며 고개를 가로저었다.

     “나는 너를 죽었다 깨어나도 이해할 수 없을 것 같구나.”

     “아니요. 왕비께서는 저를 누구보다도 잘 이해하고 계십니다.”

     “뭐라고?”

     “저도 사랑하는 사람이 생기면 그 사람을 위해 무엇이든 할 수 있는 사람입니다.”

     “…아아, 그래. 드디어, 이해했다.”

     카르멘 왕비가 잠시 눈을 감은 채 전신을 파르르 떨었다.

     “나에게 있어 세인트 지오 노스트럼이, 너에게 있어 나리아 지오 노스트럼이라는 말이더냐?”

     “인간적인 감정만 두고 본다면 그런 느낌이긴 하겠네요. 물론 현왕과 차기 여왕은 벼룩과 드래곤만큼의 차이가 있겠지만요.”

     “……벼룩에게 미안한 비유로군. 녀석은 모기 같은 인간이다.”

     카르멘 왕비가 잔을 내려놓았다.

     “한 잔 드리겠습니다.”

     어느새 그녀의 잔은 전부 비어있었고, 나는 와인병을 들어 그녀의 잔을 채웠다.

     “그러면 물어보자꾸나. 나리아와 결혼을 한 뒤, 네가 진실로 사랑하게 된 여자를 만나게 된다면 너는 어떻게 할 것이냐?”

     “나리아 공주라면 ‘아들만 낳으면 아무 상관 없다’라고 하면서 보내줄 것 같습니다만.”

     “……너는?”

     “저요? 둘 중 하나겠지요.”

     나는 카르멘 왕비와는 다르다.

     “열리지도 않을 문을 계속 두드리다가 결국 포기하거나.”

     카르멘 왕비는 내가 태어난 지 13년이 지난 지금도 사랑을 간직하고 있지만, 나는 결국 포기했으니까.

     “혹은.”

     카르멘 왕비는 자신을 향해 뻗어오는 여러 유부남 귀족의 손길을 철저하게 뿌리쳤으나.

     “그렇게 상처 입은 마음을 달래주고 위로해 줄 수 있는 이의 품에 안겨, 보답받는 사랑에 새로이 눈을 뜨거나.”

     나는 카르멘 왕비처럼, 그러지 못했다.

     “개인적으로 몹시 존경합니다. 어머니로 모시고 싶을 만큼.”

     존경스럽기도 하다.

     아버지가 죽는 순간까지, 아버지에 대한 사랑을 지킨 이 여자가.

     “그래서 저는 미리 준비하고 있는 겁니다. 만일. 이건 정말 만일의 이야기입니다만.”

     남들이, 특히 아버지가 들으면 안 될 말.

     “어머니께서 갑자기 돌아가신다면.”

     “……!!”

     “저야 큰 문제 없지만, 동생들의 어머니 자리를 채워줄 분이 필요하지 않겠습니까.”

     “너….”

     “아, 물론.”

     나는 잔을 들었다.

     “새어머니를 위해 어머니를 암살하겠다는 그런 패륜아는 아닙니다. 제가.”

     호록.

     “그건 나리아 공주에게도, 제게도, 그 누구에게도 이득이 되는 일이 아니니까요.”

     “…하지만, ‘만일’.”

     “제가 어떻게 한 것도 아닌데 돌아가시거나, 갑자기 하늘에서 무언가가 떨어져서 돌아가신다거나. 그런 급사가 아닌 한, 살아는 계시겠죠.”

     “…무서운 아들이구나, 정말.”

     카르멘 왕비가 내게 잔을 뻗었다.

     “그래. 어디 한 번 어울려 주마. 그리고 지켜보마. 내 딸이 아닌, 도대체 누구에게 사랑에 빠질지.”

     “기대하셔도 좋습니다.”

     과거의 그녀를 사랑했다고 해서, 지금의 그녀를 다시 좋아하게 될지는 나도 의문이니까.

     ‘뿌리는 같아도, 이미 다른 사람이니.’

     사랑에 빠질지, 아닐지는 나도 모르니까.

     “그런데 말이다.”

     “예.”

     “네가 만일 제국의 여인에게 사랑에 빠진다면, 너는 어떻게 할 셈이냐?”

     “나리아 공주와 결혼하고 난 뒤를 말씀하시는 겁니까?”

     “아니. 지금 이 순간.”

     “음….”

     짠.

     “그야 당연히.”

     사랑에 빠진다면.

     “저는 그녀가 바라는 미래를 위해 모든 걸 바칠 생각입니다.”

     “모든 걸?”

     “예. 말 그대로 모든 걸. 만일 그녀가 ‘제국의 왕국 지배’를 원한다고 한다면.”

     나는 어둠으로 가득한 밤하늘을 잠시 올려다봤다.

     “어머님께서는 식민령 노스트럼의 총독이 되시는 거고, 저는 그 여인을 위해 왕국을 팔아치우겠습니다. 매국노가 되겠군요.”

     “…….”

     “모르가니아의 권력은 더욱더 확고해지지요. 단지 사는 나라가 왕국이 아니라 제국이 될 뿐이지만.”

     “…….”

     모처럼 건배까지 했는데, 카르멘 왕비는 굳은 채로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

     “아.”

     이 이야기를 하는 걸 잊었다.

     “대신 아버지를 드리겠습니다.”

     “…….”

     “사랑에 눈이 멀어 협곡의 문을 열어버린 미친 아들. 그런 아들을 차마 죽일 수는 없어 모두를 데리고 모르가니아와 함께 왕국 백성들만은 지켜낸 구국의 영웅과 왕비. 편협하지만, 아예 못 그릴 그림은 아니죠.”

     카르멘 왕비는 아주 조용히, 와인을 삼키는 걸로 답을 대신했다.

     “…이만 가보거라. 밤 손님이 한 명 더 있으니, 나머지는 네 아버지와 긴히 이야기를 나눠보겠다.”

     “예.”

     나는 내 잔을 들고 자리에서 일어났다.

     “모처럼 만든 밤의 데이트입니다. 딱딱한 이야기만 하실 건 아니라고 믿습니다.”

     “…됐으니까, 어서 가보렴.”

     카르멘 왕비가 빨리 가라는 듯 손을 흔들고, 나는 그녀에게 고개 숙여 인사한 뒤 옥상을 빠져나왔다.

     잠시 뒤.

     내가 저택에 도착한 순간, 테라스 밖으로 어딘가 붉은 그림자 하나가 쭉 뛰쳐나가는 모습이 보였다.

     간밤에 두 사람이 무슨 이야기를 했는지는 알 수 없지만-

     “그레이. 백작님…혹시 카르멘 왕비랑….”

     “그냥 잠이나 자십시오. 어머니.”

     “으으….”

     “막말로 두 분이 정을 나눈다고 한들, 딱히 문제는 없지 않습니까? 귀족들이 정부(精婦)를 두는 건 흔한 일이고요. 후처는 좀 이야기가 다르지만.”

     “…….”

     나는 부부침실에 의자를 놓고 앉아, 아버지가 돌아올 때까지 계속 어머니의 말동무가 되어줬다.

     “막내가 있으니, 말은 아끼겠습니다.”

     “…막내 없었으면 무슨 말을 하려고 그랬니?”

     “애만 안 생기면 되는 거 아니냐고 말하려고 했습니다만.”

     “……왕비랑 변경백인데?”

     “노스트럼 백성 100명 중의 99명은 쌍수 들고 환영할 겁니다만.”

     드디어 백작이 정신을 차렸구나. 

     가슴 마녀에게 홀렸다가 드디어 구국의 결단을 내렸구나.

     다들 그렇게 외칠 것이다.

     “대대로 지브롤터와 모르가니아 사이에서 태어난 아이는 언제나 마스터, 구국의 영웅으로 자라났으니까요.”

     “…….”

     “어머니 편은 없습니다. 여기 있는 저 말고는.”

     나는 새벽이 될 때까지, 서재에서 가져온 책을 읽으며 어머니의 곁을 지켰다.

     

     * * *

     다음 날, 아침.

     “예상은 했지만, 역시나.”

     “…….”

     “아들이 옆에서 이런저런 이야기를 떠든다고 마음 꺾으면 아버지가, 순애가 아니죠.”

     카르멘 왕비는 저기압에 살기까지 풀풀 흘리고, 나는 어제 취소된 일정을 수행하기 위해 왕비의 옆에 따라붙었다.

     “그래도 저는 응원합니다만, 역시 실패했습니까?”

     “……하.”

     “다음번에는 술에 약이라도 태워놓을까요? 소드 마스터도 넘어가는 약을.”

     “무슨 미친 소리를. …이라고 말해야 하는데.”

     

     카르멘은 답답한 듯 가슴을 주먹으로 두드리며 깊게 한탄했다.

     “필요할 것 같긴 하구나. 선택지는 만들어둬야겠어.”

     “차라리 덮치시지 그러셨습니까. 그렇게 후회할 거면.”

     “너는 지금까지 내가 그걸 안 해봤다고 생각하는 거니?”

     카르멘 왕비는 외투를 걷어, 소매에 난 붉은 멍 자국을 가리켰다.

     “젠장….”

     “상스럽습니다, 왕비님.”

     “어떻게 새벽까지 이야기만 계속할 수 있어. 응?”

     어젯밤.

     “내가 네 아버지와 함께 이야기를 나누면서, 그레이 지브롤터라는 인간의 진심은 무엇인가에 대해서 새벽까지 이야기해야 했니? 응?”

     아무 일도.

     “그래도.”

     없었다.

     “하나, 진전은 있었단다.”

     “뭡니까?”

     “혹시 자기가 어떻게 되거나 일찍 가버린다면, 그레이를 잘 도와달라고.”

     “……대모 인정을 받으신 거, 축하드립니다?”

     정정.

     “그래. 그렇지.”

     첫 번째 울타리를 넘었다.

     “일단, 어머니 자리는 빼앗은 것 같아서 만족 중이란다. 앞으로는 둘이 있을 때마다 어머니라고 부르렴.”

     “아버지는 대모님이라는 호칭만 허락하셨을 것 같습니다만.”

     “딱딱하게 대모라고 부르지 말고, 어머니라고 부르렴. 어차피 나중에는 장모님이 될 거 아니니?”

     “…마음대로 하십시오.”

     오래 살고 볼 일이다.

     “어머님.”

     어머니가 둘이라니.

     “아.”

     그러고보니.

     “아니면 엄마라고 불러드릴까요?”

     카르멘 왕비의 귀에 대고 속삭이자.

     “…나리아에게도 엄마라고 불린 적이 없는데.”

     카르멘 왕비는 얼굴을 붉히며 입술을 뻐끔거렸다.

     “…….”

     “싫으시다면-”

     “…엄마는 좀 오글거리니, 그냥 어머니라고 하렴.”

     카르멘의 귀가 붉게 달아올랐다.

     “됐다. 손님이나 맞이하러 가자꾸나.”

     카르멘 왕비는 표정을 고치며, 시선을 서쪽으로 돌렸다.

     “노스트럼을 지키든 나라를 팔아먹든, 제국에서 큰 게 오니까.”

     협곡을 향해.

    작가의 한마디 (작가후기)
    맘토라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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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he Genius Villain of a Traitorous Family

The Genius Villain of a Traitorous Family

매국명가 간신천재
Score 7
Status: Ongoing Type: Author: , , Released: 2023 Native Language: Korean
The eldest son of a lord notorious for treason returns to the past. ‘A person adept at selling a country once can do it well again.’ However, in this life, ‘I will rise as the king of traitors.’ Beyond a directionless kingdom or a betraying empire, ‘Join me in this revolution.’ All for the sake of my quee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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