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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P.39

       “들어봐요. 저한테 오면 여러모로 좋다니까요?”

        “키에엑!”

        “묵은 감정은 내려놓고, 우리 한 번 이성적으로 생각해 봐요. 고 대협과 당신의 덩치 차이를 생각하란 말이에요.”

        “키에엑….”

        “다시 당가로 오시면, 제가 책임지고 환골탈태까지….”

         

        너희 대체 뭔 이야기를 하는 거야.

         

        언제부터 그리 친했다고.

         

        “키엑!”

         

        옆에서 둘의 대화를 조용히 듣고 있던 투스가 손을 흔들었다.

         

        “아, 오셨어…. 어? 입에 물고 계신 거!”

         

        당소영은 내 입에 있는 데이노니쿠스를 가리켰다.

         

        “이, 이건…. 분명 일전에 봤던….”

         

        당소영은 호들갑을 떨면서 데이노니쿠스에 대해 설명했다.

         

        설명이라는 건, 내 상태창처럼 유익한 정보를 말하는 게 아니었다.

         

        어제 데이노니쿠스를 만났는데 어쩌고, 굉장히 똑똑하고 어쩌고 자기가 연막을 사용해서 겨우 빠져나올 수 있었는데 어쩌고.

         

        응. 쓸데없는 정보네.

         

        “역시 고모도 대협….”

         

        당소영의 호들갑은 언제나처럼 고모도 대단해로 끝이 났다.

         

        “고 대협. 손질은 제가 해도 괜찮을까요?”

         

        당소영의 몸을 한 번 쳐다봤다.

         

        저런 부실한 몸으로 이 큰 고기를 손질한다고?

         

        용조수가 괜히 용조수가 아니란다.

         

        “저만 믿어주세요. 그간 받은 은혜, 최고의 요리로 보답할 테니까요. 게다가 독이 든 고기를 손질하는 건 자신 있거든요.”

         

        당소영은 품에서 나무로 된 통을 꺼냈다.

         

        찰랑.

         

        이 소리, 어딘가 익숙하다.

         

        당소영은 뚜껑을 열어 내용물은 내게 보여줬다.

         

        무색무취의 하얀 가루.

         

        설마 소금이야?

         

        “겍겍!”

         

        당장 진행해!

         

        오늘부터 요리는 당소영에게 일임한다.

         

        쭈그리고 앉아 당소영의 요리 실력을 구경했다.

         

        커다란 데이노니쿠스를 적당한 크기로 썰었다.

         

        가죽을 벗기는 건 고된 작업이라 용조수로 조금 도와줬다.

         

        이제 눈에 보이는 건 먹음직스러운 고깃덩어리다.

         

        사실 여기서 할 수 있는 요리라곤 굽는 것밖에 없었다.

         

        그것도 모닥불에 고기를 넣어서 직접 구워 먹는 것.

         

        조금 머리를 쓴다면 꼬치구이 정도가 있겠지.

         

        하지만 당소영은 머리를 조금 많이 썼다.

         

        지글지글.

         

        모닥불 위에 올라와 있는 건 검 한 자루다.

         

        내가 주워 온 그 검이었다.

         

        뜨겁게 달군 검의 옆면에 얇게 저민 고기를 올려뒀다.

         

        치이이익.

         

        그리고 그 위에 뿌려지는 하얀 눈과 같은 소금.

         

        얇게 저민 고기라, 아주 빠른 속도로 고기가 익어갔다.

         

        그렇게 잘 익은 고기를 나뭇잎 그릇에 옮기는 당소영.

         

        혀를 날름거리면서 요리가 끝날 때까지 기다렸다.

         

        오늘의 식사는?

         

        데이노니쿠스 소금 믹스!

         

        “게게겍!”

         

        내가 사람 보는 눈은 좋다니까.

         

        데려오길 잘했어.

         

        당소영.

         

        넌 내가 이곳에서 만난 사람 랭킹 2등에 위치시켜 줄게.

         

        너무 자만하진 말고, 언제 바뀔지 모르니까 꾸준히 하라고.

         

        그렇게 소금이 뿌려진 고기 맛을 즐길 때였다.

         

        “고 대협. 혹시 이야기 좀 할 수 있을까요?”

        “겍겍.”

         

        고개를 마구 끄덕였다.

         

        이 좋은 음식을 만들었는데 당연하지.

         

        “부탁이 있어요.”

         

        아, 독을 뽑아 달라고?

         

        가져가, 가져가.

         

        원한다면 허물도 하나 줄 수 있긴 한데.

         

        “여기 거미들을 저한테 맡기지 않으실래요?”

         

        응?

         

        “키에엑?”

         

        내 예상이랑 좀 다른 말인데.

         

        “…이 거미들이 왜 이런 반응을 보이는지 알고 있어요. 그것부터 설명해야겠네요.”

         

        일단 무슨 말을 하는지 들어나 보자.

         

        “고독이라고 들어보셨나요?”

         

        고개를 끄덕였다.

         

        “사실 이 거미들은 고독의 재료로 소모될 예정이었어요.”

         

        투스와 푸스를 바라봤다.

         

        손을 가볍게 흐느적거리고 있는 걸 보니, 내가 오기 전에 당소영과 무슨 이야기를 했나 보다.

         

        “그 일과 관련 없다고 말하진 못하겠지만, 저는 고독을 만드는 걸 원하지 않았어요.”

         

        그간 주워들은 이야기로 거미와 이 여자 사이에 무슨 일이 있었는지 예상이 간다.

         

        고독이 될 뻔한 투스 푸스가 우연히 당소영을 봤겠지.

         

        그래서 그동안 화를 낸 거고.

         

        당연한 거다. 내가 거미였어도 당장 물었을 거다.

         

        오히려 이쯤에서 봐준 게 대단한 거지.

         

        “고독은… 너무 고통스럽거든요. 누가 됐든 간에, 너무 잔인한 독이에요.”

        “키엑….”

        “저는 반대했어요. 고독을 만드는 것보단, 차라리 자연스럽게 기르면서 인면지주가 될 수 있게 만드는 게 낫다고 주장했어요.”

         

        좋은 생각이다.

         

        하지만 받아들여지지 않았을 거다.

         

        투스와 푸스가 아직까지 그녀를 경계하고 있었으니까.

         

        “받아들여지지 않았죠. 제 권한 밖의 일이라나 뭐라나. 그렇게 이 거미들은 조만간 항아리에 들어갈 예정이었어요.”

        “키에엥….”

         

        푸스는 그때를 떠올렸는지 작은 몸을 부들부들 떨었다.

         

        “하지만 그때, 당가타에 침입자가 들었어요. 당가에서 보관하고 있던 각종 영약과 영물을 훔쳐 갔죠. 그중에 여기 있는 거미들이 들어 있는 통도 포함됐구요.”

        “키엑!”

        “호랑이 닮은 거미부터, 여기 있는 이 작은 거미들까지. 덕분에 지금의 당가타에선 거미는 찾아볼 수 없게 되었구요.”

         

        당가타에서 나온 이후, 이 거미들이 탈출했다는 거구나.

         

        굉장히 운이 좋군.

         

        “그런데 그 거미 중 일부를 이 십만대산에서 마주치다니. 이게 아마 운명이라는 게 아닐까 싶네요.”

         

        십만대산까지 왔어?

         

        되게 멀리도….

         

        가만, 십만대산?

         

        여기가 십만대산이었어?

         

        그걸 왜 지금 말해.

         

        “그래서 이 거미들을 데리고 가고 싶다는 거예요. 거미가 귀해졌으니 고독으로 쓸 생각도 못 할 거예요. 제가 책임지고 키울게요. 이 아이들에겐 재능이 있어요.”

         

        그러니까, 투스와 푸스의 재능을 알아보고 데려가겠다는 건가?

         

        “평범한 거미가 인면지주가 되는 건 쉬운 일이 아니죠. 진화. 아니, 환골탈태라는 표현이 맞을 수도 있겠네요.”

         

        환골탈태라니. 너무 멋진 말이잖아.

         

        “내단을 만들고 내공을 계속해서 쌓으면 종 그 자체가 변화할 수 있어요.”

         

        응. 두 번이나 해봤어.

         

        “…이게 일반적인 환골탈태예요. 아, 그러니까 영물을 기준으로 했을 때구요. 인간은 조금 더 특별한 과정이 필요하죠. 깨달음이라던가.”

         

        상태창 딸깍으로 하는 거 아니었어?

         

        조금 미안해지네.

         

        “일반적인 환골탈태가 있다면, 다른 방법도 있겠죠. 진정한 환골탈태라고 말할 수 있을 거예요.”

         

        “감정이 극에 달했을 때. 분노, 슬픔, 환희. 어떠한 방향으로든 그것이 극에 달했을 때 다른 종으로 변화하는 경우가 있어요.”

         

        이건 꽤 좋은 정보였다.

         

        “그중에서 제일은, 무언가를 지키고자 할 때.”

         

        소년 만화 같은 말이네.

         

        “이 거미들은 제가 본 그 어떤 영물보다 지능이 높아요. 아, 고 대협은 제외하구요. 지능이 높다는 건 감정을 잘 느낄 수 있다는 거예요. 즉, 환골탈태할 수 있는 가능성이 매우 높은 거죠.”

         

        무슨 말인지 알겠다.

         

        현재 당가에서는 거미가 귀해진 상태.

         

        게다가 투스와 푸스는 인면지주가 될 가능성이 매우 높은, 다른 말로 하면 영물 후보생 정도라고 해야 할까.

         

        당소영은 투스와 푸스를 당가로 데려가 인면지주로 만들 생각이었다.

         

        취지는 좋다.

         

        딜로포를 잃어버린 실수를 만회하려는 것일지도 모르지만, 이야기만 들으면 투스와 푸스에게도 좋은 일이다.

         

        “그르르르….”

         

        하지만 보낼 수 없다.

         

        내가 어떻게 키운 놈들인데.

         

        그리고 내가 뭘 믿고 우리 소중한 투스 푸스를 당가로 보내겠나.

         

        막말로 당가타에 도착하자마자 입 싹 닫고 항아리에 넣어버릴 수도 있는 건데.

         

        절대 안 되지.

         

        투스 푸스는 내가 키울 거다.

         

        “케에엥!”

         

        내 앞다리로 모여드는 투스와 푸스.

         

        눈에 넣어도 아프… 살짝 아플 거 같긴 한데, 그래도 넘기진 못한다.

         

        너희도 유학 가기 싫지?

         

        여기 늪지대가 얼마나 좋은데.

         

        “키에엥…!”

         

        그래, 그래.

         

        “거미들도 아직은 가기 싫어하는 거 같네요. 그래도 다시 생각해 주세요. 일단 궁극적으론 크기 차이도 해결해야 하니까….”

         

        응?

         

        크기 차이가 무슨 말이야.

         

        “키엥….”

         

        왜 너희는 부끄러워 하니.

         

        뭔가 오해가 있는 거 같다.

         

        모르겠다. 어차피 해명해도 못 알아들을 거, 고기나 먹어야지.

         

        와작와작.

         

         

        *

       

         

        식사를 끝낸 후 우리 네 명. 아니, 세 마리와 한 명은 보금자리에서 햇볕을 쬐고 있었다.

         

        모닥불도 좋긴 한데, 아무래도 햇볕이 제일 좋지.

         

        “흐아암…. 고모도 대협의 수련법은 참 이해하기 힘들지만, 나름 효과가 있는 거 같네요오오….”

         

        당소영이 크게 하품했다.

         

        투스 푸스도 노곤했는지 당소영 옆에 붙어서 졸고 있었다.

         

        대체 언제 저렇게 친해진 거야?

         

        가만, 이거 혹시 당소영의 수작 아니야?

         

        내가 없을 때 거미들의 환심을 산 후, 나중에 데려가는 거지.

         

        거미들에게 결정권을 준다고 한 다음 투스 푸스가 당소영을 택하고, 나는 양육권을 잃은 슬픈 악어왕도마뱀이 되는 거고.

         

        괘씸하다.

         

        콱.

         

        “꺄악! 추, 축축해요! …근데 편한 거 같기도 하고.”

         

        당소영에게 철퇴를 내린 후, 몸을 뒹굴거렸다.

         

        어디선가 좋은 냄새가 난다.

         

        약간 꿀 냄새 비슷한데.

         

        쉬릭.

         

        혀를 날름거리면서 냄새를 증폭시켰다.

         

        “으흥…. 좋은 냄새가 나요오….”

        “케엥….”

         

        당소영과 거미도 냄새를 맡았나 보다.

         

        정신이 나른해지는 기분 좋은 냄새였다.

         

        배도 채웠겠다, 날도 따뜻하니 낮잠이나 자볼까.

         

        밥 먹고 바로 누우면 살찌는 법이긴 한데, 반대로 말하면 체급을 키우는 거다.

         

        안 할 이유가 없지.

         

        …냄새가 좋긴 하네.

         

        계속 이 냄새만 맡고 싶다.

         

        ….

         

        [「위기 감지 LV7」의 레벨이 상승합니다.]온몸의 비늘이 곤두세워지는 감각.

         

        곧바로 눈을 떴다.

         

        【딜로포사우루스 LV35】

         

        __________________________

        【딜로포사우루스】

         

        몸길이는 7m에 몸무게는 400kg 정도 되는 중형 육식 공룡입니다.

        날카롭고 긴 이빨에 비해 잇몸이 작은 편이지만, 치근이 넓어 치아 구조 자체는 튼튼합니다.

        긴팔과 날카로운 이빨로 적을 도살하는 무자비한 사냥꾼입니다.

        __________________________

         

        “크엉!”

         

        큰 소리를 내었지만 당소영과 거미들이 깨어날 기미를 보이지 않았다.

         

        독을 쓴다고 했나.

         

        아까 나던 그 달콤한 냄새가 독이었구나.

         

        백독불침이 아니었다면 나도 당할 뻔했다.

         

        …일단 목숨에 지장을 주는 종류는 아닌 거 같다.

         

        일종의 수면제라고 생각해야 하나.

         

        정신을 잃게 만드는 게 놈의 목적이었다.

         

        산 채로 잡아먹기 위해서일까.

         

        “그르르르….”

         

        놈을 향하게 낮게 울부짖었다.

         

        “크르르….”

         

        붉은 눈이 나를 매섭게 노려봤다.

         

        심장이 쿵쾅거린다.

         

        여태까지 딜로포사우루스를 잘못 생각했었다.

         

        영화에 나오는 놈들은 기껏해야 데이노니쿠스만 했기에, 그다지 관심을 주지 않았다.

         

        실제로 보니 그건 영화일 뿐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데이노니쿠스가 아니라, 바리오닉스와 비교해야 할 정도였다.

         

        “키엑….”

         

        놈이 꼬리로 당소영을 가리켰다.

         

        그러곤 고개를 젓기 두어 번.

         

        “크륵크륵….”

         

        이거, 나에게 말을 거는 거 같다.

         

        맹수는 서로 싸우지 않는다.

         

        이기더라도 상처를 입는다면, 다음엔 자신이 죽고 말 테니까.

         

        놈이 생각하기에 나는 부상 없이 쓰러트릴 만만한 존재가 아니었다.

         

        녀석의 주무기인 독도 무력화했으니 싸움을 더 피하고 싶어 할 거다.

         

        “크르르륵….”

         

        계속 해서 당소영을 가리키는 딜로포사우루스.

         

        용건은 저 여자고, 그냥 갈 길 가자는 거 같다.

         

        굳이 피 볼 이유가 없다고.

         

        어차피 먹이일 뿐이라고.

         

        …나도 놈과 싸우고 싶지 않다.

         

        놈은 확실히 강하다.

         

        멀리서 봤던 그 바리오닉스가 생각날 정도로.

         

        카이만을 처음 봤을 때 느낀 그 감정이 떠오를 정도로.

         

        투스와 푸스만 챙길 수 있다면 그냥 물러서는 것도 나쁜 선택지는 아닐 거다.

         

        어차피 당소영은 나와 그리 깊은 관계가 아니다.

         

        이제 알게 된 지 하루 조금 지난 사이다.

         

        내 목숨과 당소영의 목숨을 저울질한다면, 당연히 내 목숨이 우선이다.

         

        그녀를 버린다면 조금 찝찝하긴 하겠다지만 목숨보다 중요한 건 없다.

         

        하지만.

         

        물러날 수 없다.

         

        저 여자를 구하고 싶어서 그런 건 아니다.

         

        다시는 도망치지 않겠다는 나의 맹세.

         

        그 맹세를 지키기 위함이다.

         

        “그르르르르….”

         

        그리고.

         

        이 늪지대의 주인은 나다.

         

        딜로포사우루스.

         

        주제 파악을 시켜주마.

       


           


I Became an Evolving Lizard in a Martial Arts Novel

I Became an Evolving Lizard in a Martial Arts Novel

무협지 속 진화하는 도마뱀이 되었다
Score 7.8
Status: Ongoing Type: Author: Released: 2024 Native Language: Korean
I reincarnated as a lizard in a martial arts world. “Roar!” “He’s using the lion’s roar!” “To deflect the Ten-Star Power Plum Blossom Sword Technique! Truly indestructible as they say!” “This is… the Heavenly Demon Overlord Technique! It’s a Heavenly Demon, the Heavenly Demon has appeared!” It seems they’re mistaking me for something els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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