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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P.39

       

       

       

       

       유병민은 나름 자신의 비밀을 잘 지켜왔지만, 한 가지 간과한 사실이 있었다.

         

       그는 평소 프로포폴이라는 의약 약물도 애용했다.

         

       마약처럼 기분이 좋은 환각 효과를 나타내 계속 투약하게 되면 정신적 의존성이 매우 높아지는 약물인데 병원에서 환자에 따라 처방이 가능할 정도로 쉽게 얻을 수 있다.

         

       물론 병원 측에서도 한 사람에게 프로포폴을 과다 투여를 하는 것은 제한되어 있다.

         

       그렇기에 유병민은 온갖 병원을 돌아다니며 그것을 처방받았다.

         

       문제는 그 횟수가 너무 과해 의약마약류시스템에 이상 징후를 보였을 정도로.

         

       식품의약품안전처는 시스템에 이상을 보인 몇 명을 경찰에 수사 의뢰했고, 그중에 유병민이 끼어있었다.

         

       당연히 프로포폴의 양성 반응이 나와 상습투약을 해왔던 사실이 온 세상에 알려지고, 이어서 다른 마약류 반응까지 연달아 양성으로 나오게 되었다.

         

       이것은 악마의 유혹이라는 드라마가 방영되면 일어나는 일이었다.

         

       어쨌든.

         

       다시 본론으로 돌아가서 내가 설소영을 도울 방법은 한정되어 있다.

         

       우선 유병민의 범행 사실을 세간에 밝히는 방법은 바로 기각.

         

       진실이 어떻든 그걸 어떻게 알았냐고 물어오면 마땅히 해명할 방법이 없다. 아마 설소영에게 이 사실을 말해도 비슷한 상황이 찾아오겠지.

         

       그나마 현실성 있는 방법은 그 작품에 출연하지 말라고 설소영을 최대한 설득하는 것이다.

         

       어… 아마 거의 애원 수준으로?

         

         

       [소영 씨. 혹시 화이트박스에서 캐스팅 제안이 왔어요?]

       [네. 벌써 소식이 거기까지 갔어요?]

         

         

       언제나 그랬듯 바로 오는 답장.

         

       그래…… 아직 모른다.

         

       그녀가 캐스팅 건에 대해 부정적으로 생각하고 있다면 얘기는 편해진다.

         

         

       [……어떻게 하실 건가요?]

         

         

       어째서인지 이번 물음에 대한 답장이 오기까지 제법 시간이 걸렸다.

         

         

       [저야 당연히 나쁘지 않은 제안이죠. 최대한 수락하는 쪽으로 보고 있어요.]

       

         

       젠장.

         

       아무래도 내 기대와는 달리 이번 캐스팅 건을 상당히 긍정적으로 생각하고 있는 모양이다.

         

         

       [근데 뭐 때문에 그러세요?]

         

         

       그때 저쪽에서 오늘따라 수상할 정도로 계속되는 물음이 의아한 듯 질문을 해왔다.

         

       나는 그녀가 이번 캐스팅 건에 대해 부정적으로 생각할 수 있게끔 팩트를 섞어 답장을 보냈다.

         

         

       [그냥 악마의 유혹이라는 드라마가 소영 씨랑 조금 안 어울리는 것 같아서요.]

         

         

       악마의 유혹의 장르는 액션, 스릴러.

         

       확실히 작품의 분위기가 그녀와 조금 상반되는 느낌이 없지 않아 있었다.

         

       하지만…….

         

         

       [작가님의 작품에 출연한 덕분에 사람들에게 인정받고, 작가님이 제게 처음에 말씀해주셨던 것처럼 다양한 배역을 맡을 기회가 생겼으니 한번 도전해보고 싶어서요. 그리고 이번 작품에서도 만족할만한 연기력을 보인다면 그때는 작가님이 쓰시는 더 다양한 작품에도 출연할 수 있지 않을까요?]

         

         

       이번 건 상당히 장문의 문자가 왔다.

         

       하긴 악마의 유혹이라는 드라마는 그녀에게 있어서 흥미로운 도전이 되기에는 충분하겠지.

         

       문제는 지금의 내겐 전혀 도움이 안 되는 사실이다.

         

         

       “후… 어쩔 수 없나.”

         

         

       굳건한 그녀를 보며 나는 조금 극단적인 방법을 택하기로 했다.

         

       이대로 실패와 논란으로 그녀를 괴롭힐 드라마에 내보내는 것보단 차라리 내가 미움을 조금 사는 쪽이 훨씬 나을 것 같았다.

         

         

       [소영 씨. 화이트박스에 온 드라마 캐스팅 제안 거절해주세요.]

       [어째서죠?]

       [이유는 간단해요. 앞서 말했던 것처럼 그 드라마는 소영 씨랑 맞지 않으니까요.]

       [그럼 만약 제가 작가님의 말을 무시하고 이번 캐스팅 제안을 수락한다면…… 그때는 어떻게 하실 건데요?]

         

         

       설소영이 조심스럽게 되물어 온다.

         

       내 말을 무시하면 그때는 어떻게 할 거냐고?

         

       쓰으읍…….

         

       나는 그녀에게 미안한 마음을 품으며 어떤 문자를 작성했다.

         

         

         

       ***

         

         

         

       이건 설소영이 927 작가와 문자를 나누기 전의 시점.

         

         

       “흠…….”

         

         

       설소영은 어째서인지 휴대폰을 쳐다보며 깊은 고민에 빠져있었다.

         

       이유는 간단하다.

         

       그날의 청상예술대상에서 설소영은 자신의 마음을 누군가에게 전했다.

         

       아마 그 말이 누구를 향하고 있는지는 상대방도 대충은 눈치챘을 것이다.

         

       하지만 대화는 늘 그랬듯이 평범했고, 저쪽도 크게 의식을 하는 것 같지는 않았다.

         

       그것이 설소영의 입장에선 조금 불안했다.

         

       이대로 가다간 뭔가 이쪽의 일방적인 짝사랑으로 끝날 것 같은 예감이 들기 시작했다.

         

       그때였다.

         

       화이트박스에서 악마의 유혹이라는 작품의 주연 캐스팅 제안이 왔고, 그로부터 얼마 지나지 않아 그에게서 이상한 문자가 하나 왔다.

         

         

       [소영 씨. 혹시 화이트박스에서 캐스팅 제안이 왔어요?]

       

         

       어떻게 알았는지 그가 자신의 캐스팅 건에 대해 물어왔다.

         

       뭐… 저 사람의 근처에는 드라마 업계에서 발이 넓은 나영진 PD님이 있으니까 그러려니 하였다.

         

       참고로 설소영은 이번 화이트박스의 제안을 긍정적으로 생각하고 있었다.

         

       아직 스튜디오엔믹스 쪽에서도 다음 드라마의 계획이 불투명했고, 슬슬 다음 활동을 이어가고 싶었기 때문이다. 덤으로 지금까지 맡았던 배역과는 조금 다른 느낌의 배역이었기에 흥미도 있었다.

         

       하지만.

         

         

       [……어떻게 하실 건가요?]

         

         

       어째서일까…….

       

       설소영은 927 작가가 보내온 문자에서 이상함을 느꼈다.

         

       일단 캐스팅 건은 긍정적으로 생각하고 있었기에 그대로 문자를 보냈고, 갑자기 왜 그런 질문을 하는지 이어서 물었다.

         

         

       [그냥 악마의 유혹이라는 드라마가 소영 씨랑 조금 안 어울리는 것 같아서요.]

         

         

       그리고.

         

       927 작가가 보내온 답장을 읽고 설소영은 어렴풋이 깨달았다.

         

       오늘의 그는 확실히 평소의 그답지 않았다. 문자의 내용에서 특유의 여유도, 뻔뻔함도 찾아볼 수 없었다.

         

       마치 무언가에 쫓기는 사람처럼,

         

       그저 초조함밖에 느껴지지 않았다.

         

       그렇다면 왜……?

         

       설소영은 그의 반응을 더 얻기 위해 최대한 진심으로, 자신이 악마의 유혹에 출연하고 싶은 이유를 적어서 보냈다.

         

         

         

       [소영 씨. 화이트박스에 온 드라마 캐스팅 제안 거절해주세요.]

         

         

       하지만 돌아오는 것은 그저 강요에 가까운 답장뿐.

         

       아마 그도 문자를 보내면서 느끼고 있을 것이다.

         

         

       [이유는 간단해요. 앞서 말했던 것처럼 그 드라마는 소영 씨랑 맞지 않으니까요.]

         

       

       지금 자기가 하고 있는 말이 어린아이의 떼쓰기처럼 억지에 불과하다는 것 정도는…….

         

       애초에 평소의 그였다면 여기까지도 오지 않았을 거다. 아마 처음부터 내 도전을 응원해주는 말을 하며 가볍게 끝이 났겠지.

         

       그렇기에 설소영은 이 사태가 벌어진 이유에 대해 곰곰이 생각했고, 의외로 답을 빨리 찾았다.

         

       사실 지금까지 그가 움직일 때는 하나같이 똑같은 공통점이 있었다.

         

       순간 설소영의 볼이 조금 붉어졌다.

         

       그래. 조금 부끄러운 얘기지만 다 나를 위해서였다.

         

       그렇다면 혹시 이번에도 이유가 비슷하지 않을까?

         

       약간의 바램을 섞어 내가 그의 드라마가 아닌 다른 드라마에 출연하는 것을 도저히 참을 수가 없어서 저러는 것일 수도 있고,

         

       아니면 악마의 유혹이라는 작품에 무슨 문제가 있어 내가 피해를 받을까 봐 그런 것일 수도 있다.

         

       음… 전자의 경우에는 약간의 바램이 섞였고 그 사람의 성격을 생각해보면 가능성이 조금 희박하지만, 나를 위한다는 전제에서 후자는 충분히 가능성이 있다.

         

       그런 결론에 다다르니 설소영은 그가 처한 상황이 대충 이해되기 시작했다.

         

       악마의 유혹이라는 작품이 무슨 문제가 있어 너가 피해를 볼 수 있다. 근데 그게 누구에게나 말 못 할 사정으로 알아낸 거여서 너에게도 제대로 설명을 못 해준다.

         

       미안하지만 그래서 이런 식의 강요와 억지를 부릴 수밖에 없다. 설령 그로 인해 너가 나를 미워하게 될지라도.

         

       ……참으로 괘씸하지만, 그 사람다운 발상이었다.

         

       하지만 그는 몇 가지 사실을 간과하고 있었다.

         

       고작 그 정도로 내가 그를 미워할 일은 없었다.

         

       그리고 나라면……

         

       당신이 어떤 이상한 말을 해도 충분히 이해해 줄 수 있는데.

         

       설소영은 ‘아직 멀구나.’라고 혼잣말을 내뱉으며 한숨을 내쉬었다.

         

       이윽고 마지막으로 확신을 얻기 위해 그에게 이런 질문을 했다.

         

       만약 이번에 내가 당신의 말을 무시한다면 그때는 어떻게 할 거냐고.

         

       그리고 그 질문에 그는 이런 답장을 보내왔다.

         

         

       [더 이상 제 작품에 소영 씨가 출연할 일은 없을 거예요.]

         

         

       사실상 협박에 가까운 살벌한 답장.

         

       하지만 너무나도 극단적이었기에 오히려 설소영은 확신했다.

         

       ‘어지간히도 내가 악마의 유혹에 출연하는 것을 막고 싶은가 보구나.’라고.

         

       덕분에 미소가 절로 지어졌다.

         

       아마 저것도 고민에 고민을 더 해 신중히 보낸 답장이겠지.

         

       아무것도 모르는 상태에서 저 협박을 받았더라면 통했을지도 모른다.

         

       근데 어쩌나?

         

       당신을 좋아하는 여자는 그렇게 호락호락하지 않은데.

         

       일단 설소영은 이유가 밝혀질 때까지 최대한 그에게 어울려 주기로 결정했다.

         

         

       [……진짜 너무 하시네요. 당분간은 연락하지 말아 주세요.]

         

         

       뭐… 그래도 진실이 밝혀지기 전까지는 그를 조금 놀려줄 생각이었다.

         

       자신을 위해서라는 것은 알겠지만, 그가 혼자서만 모든 걸 짊어지는 것은 그녀가 바라는 그림이 아니었으니까.

       

       

       

       

       

       

       


           


I Became a Genius Writer Obsessed With a Popular Actress

I Became a Genius Writer Obsessed With a Popular Actress

인기 여배우에게 집착 받는 천재작가가 되었다
Score 7.6
Status: Ongoing Type: Author: Released: 2023 Native Language: Korean
She likes me enough to win an award. Meet Seo Eun-Woo, a passionate K-Drama fan turned writer, whose life takes an unexpected twist when he awakens in a world of mediocre dramas. Frustrated and desperate for the perfect storyline, he stumbles upon a former actress who sparks his creative genius. Watch as their fateful encounter turns his life into a captivating drama of its ow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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