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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P.3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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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토토겐은 아주 오랜 시간 죄수로 살아왔던 남자였다. 그는 호감이 있는 여성을 스토킹하다가, 여성의 남편에게 발각당해 죽기 직전까지 맞고 도망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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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분노에 찬 놈은 보름달이 뜬 날 밤 부부의 집에 수면향을 풀어 전부 잠들게 만든 후 부부를 살해해버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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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후 그는 이제 막 결혼 생활을 시작한 부부나 제 취향의 여성을 찾아 연쇄살인을 저지르기 시작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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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그러다가 덜미가 잡혀 최악의 감옥이라 불리는 곳에 끌려갔다가 마왕의 침공으로 감옥이 무너지면서 자유를 맛보게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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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하지만 달콤한 자유는 얼마 가지 않았다. 그는 노예 상인에게 붙잡혀 노예 신세가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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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제대로 된 식사도 하지 못한 채 반쯤 송장이 되어 하루하루를 살아가던 그에게 어느 날 한 아이가 다가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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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아저씨 이거…먹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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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아이는 순하게 웃으며 그에게 제 음식을 반이나 덜어주었다. 이 더럽고 추잡한 세계에서 찾을 수 없는 순수한 아이의 호의를 보자 토토겐은 참을 수 없이 살의가 치밀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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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토토겐은 아이를 죽였다. 아이의 눈빛이 당황, 두려움, 절망으로 물드는 걸 구경하며 환의에 젖어 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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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아아, 좀 더 좀 더 순수하고 아름다운 아이를 죽이고 싶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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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애초부터 타락의 길을 걷고 있던 토토겐은 그 순간 완전히 어둠에 물들어버렸다. 그는 노예 상인을 죽이고 상인행세를 하기 시작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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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미친 쓰레기 같은 놈들이 득세하는 마왕의 땅에서 토토겐은 승승장구하였고, 어마어마한 돈을 만질 수 있게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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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번에는 어떻게 괴롭혀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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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토토겐은 기대를 숨기지 못하고 주름진 손을 깍지 끼었다가 풀기를 반복했다. 아찔한 흥분이 머릿속을 떠나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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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둘이나 있으니 하나씩 망가뜨리는 것도 좋겠지. 다른 한 명은 두려움에 덜덜 떨 테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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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남매로 보였던 두 노예를 떠올리며 토토겐은 소름 끼치게 히죽 웃음을 지어 보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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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아니면 -…더 강한 마물과 싸우게 하거나. 아! 그래, 살인을 저지르게 하는 것도 재밌겠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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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토토겐은 깍지 낀 손을 풀고 손가락 끝을 느릿하게 마주 댔다가 떼기를 반복했다. 그렇게 얼마의 시간이 흘렀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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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똑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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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조심스러운 노크 소리와 함께 문이 열리고 기대하던 두 노예가 방 안으로 들어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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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가장 먼저 시선이 닿은 건 새하얀 머리카락을 늘어뜨린 무표정한 소녀였다. 멀리서 봤을 때도 아름다웠지만 가까이서 보니 눈이 동그랗게 떠질 정도의 아름다운 소녀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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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다만 오점이 하나 있었다. 눈동자가 죽은 사람처럼 텅 비어있다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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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그는 어디까지나 순수하고 사랑스러운 아이들이 진탕을 굴러 죽어버리거나 완전히 타락해 더러운 존재가 되는 것을 좋아하는 것이지 숨 쉬는 인형을 가지고 싶은 게 아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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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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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소녀와 달리, 소녀와 손을 잡고 있는 소년의 눈동자는 정말 맑았다. 끔찍한 경험 따위 단 한 번도 해본 적 없는 듯한 맑은 눈동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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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그게 맑은 광인의 눈이라는 걸 모르고 토토겐은 환희에 잠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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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아아! 저 눈동자가 죽어버리는 걸 보고 싶구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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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그는 머릿속에 자신이 죽였던 수많은 아이들을 떠올리며 흥분으로 손을 떨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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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 아이로 하지.”
   “예? 예! 아,알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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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오뚜기는 날조가 가득 섞인 상품 설명서를 주머니에 쑤셔 넣으며 고개를 끄덕였다. 지목당한 리안은 눈을 끔뻑거리며 로브를 눌러쓴 남자를 바라보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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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뭐야? 설마 나 팔리는 거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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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리안은 식은땀을 흘리며 도르륵 눈을 굴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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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겨우 아이리스를 만났는데 이렇게 떨어진다고? 으아아! 왠지 풀코스로 챙겨준다고 했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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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리안이 속으로 비명을 지르고 있을 때, 토토겐이 리안을 가리키며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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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리로 가져와 봐. 가까이서 보고 싶으니.”
   “아,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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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오뚜기는 리안에게 빠르게 다가왔다. 흡사 귀부인이 소리 없이 달리는 것 같은 몸짓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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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저분 앞에서 예의 없이 굴면 머리가 떨어질 것이다. 이건 경고가 아니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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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오뚜기가 리안의 등을 밀며 속삭였다. 리안은 반사적으로 목이 떨어졌다가 붙였는데 반대로 붙여서 고생했던 일을 떠올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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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만약 떨어지면 조심해서 붙여야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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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시야가 바닥에 있는 상태에서 머리를 찾아 똑바로 붙이는 건 꽤 어려운 일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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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잠시 이야기를 나누고 싶으니 전부 나가 있도록.”
   “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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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잘그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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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토토겐이 품에서 묵직한 돈주머니를 꺼내 던지자 오뚜기가 몸을 120도로 숙여 인사를 건넨 후 돈주머니를 챙겨 후다닥 방을 빠져나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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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시종과 비서 또한 발 빠르게 방을 빠져나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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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아이리스는 리안을 두고 가고 싶지 않았지만, 리안이 열심히 바디랭귀지로 금방 돌아가겠다는 의견을 전달해 어쩔 수 없이 발걸음을 떼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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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방 안에는 리안과 토토겐만이 남게 되었다. 토토겐은 리안을 제 앞까지 끌어당긴 후 낄낄 웃으며 로브를 뒤로 넘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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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크흐흐, 자 -. 넌 어떤 반응을 보일 거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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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화상 자국, 칼에 베인 자국은 물론 눈알이 없어 텅 빈 눈구멍까지 보인다. 거기다 다른 사람의 피부를 이식한 것처럼 징그러운 피부도 존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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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아기 주먹만 한 혹이 얼굴과 턱, 목 여기저기에 자라있고 입가엔 흉측한 미소가 맴돌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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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런 그의 외모를 본 아이들은 두 가지 반응을 보였다. 대부분은 두려움에 질려 주저앉거나, 아니면 동정심을 가지거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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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토토겐은 기대감에 가득 찬 얼굴로 리안을 바라보았다. 리안 또한 토토겐을 바라보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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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지그시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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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자, 어서! 어서 두려움에 덜덜 떨어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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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지그시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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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크큭, 두려움에 몸이 굳어버린 것인가? 이제 오줌을 지리면서 주저앉겠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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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지그시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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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왜 아무 반응이 없는 거지? 기절한 건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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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리안의 얼굴엔 두려움이나 동정 따위의 감정은 한 털도 존재하지 않았다. 존재하는 것은 오로지 무관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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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길거리를 걸을 때 스쳐 지나가는 사람을 흘긋 본 듯한 그런 시선이다. 토토겐의 얼굴에 식은땀이 흘러내리기 시작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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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이럴리가 없다. 분명 더 흉측한 표정을 지으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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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토토겐이 덧니를 보여주며 히죽 웃어 보였다. 소름이 끼칠 정도로 기분 나쁜 미소였다. 토토겐은 이번에야말로 리안이 눈물을 터뜨리거나 바닥에 주저앉을 거라 생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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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씨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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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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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그러나 돌아온 건 활짝 핀 웃음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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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뭐지? 착한 사람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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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리안의 세계에선 유령뿐만이 아니라 좀비도 자주 등장한다. 그야 일 년에 한번은 핼러윈 시즌이 있으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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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그들은 주로 무덤가에 살며 핼러윈 시즌에 알바를 하거나 세계 정복 따위를 꿈꾸기도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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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좀비 무리가 저질렀던 일 중 가장 마음에 들었던 건 커플을 모두 없애버리는 계획이었다. 리안은 그때 사귀었던 좀비 친구를 떠올리며 토토겐을 바라보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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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 정도면 꽤 멀쩡하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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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장기가 튀어나왔는가? 아니.
   머리가 뭉개져 뇌가 보이는가? 아니.
   혀를 1m 넘게 내밀고 다니는가? 아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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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그렇다. 리안의 기준에서 토토겐은 꽤 멀쩡한 좀비의 모습으로 보일 뿐이었다. 그렇기에 먼저 씩 웃어주는 토토겐에게 똑같이 웃어준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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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그런 리안의 모습에 토토겐은 몸을 부들부들 떨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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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토토겐이 아이들의 절망을 좋아하는 건, 그가 누르면 누르는 대로 반응하는 장난감이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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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어른의 품에서 자라지 못한 아이들이 잔혹한 토토겐의 괴롭힘을 견딜 수 있을 리 없었다. 아니, 지금까진 없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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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이 내가 두렵지 않다고? 내가…우숩다는 말이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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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항상 강자보다 약자를 찾아 죽이는 옹졸한 범죄자답게 그는 리안의 웃음을 자신을 무시한다고 단정 지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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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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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그는 이를 악물며 로브 안쪽 아공간에서 수술용 나이프를 꺼내 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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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감히 나를 그따위로 쳐다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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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그가 검으로 리안의 배를 푹 찔러넣었다. 그리고는 아래로 그어버렸다. 붉은 피가 얼굴을 흥건하게 적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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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그는 그러지 말았어야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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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뭐야, 또 어떤 새끼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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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두려움에 질린 리안의 얼굴을 보고자 시선을 들던 토토겐은 갑작스럽게 들린 낯선 목소리에 몸을 굳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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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여기가 너희 집 안방이야? 뭐만 했다 하면 열고 지랄이야?”
   “워워, 형님 진정해요. 저 녀석이 뭘 알고 그랬겠어요? 칼도 제대로 못 쓰는 거 보니까 지능이 모자라서 그런가 보죠.”
   “뭣하냐? 인사부터 안 박고?”
   “학학! 바이,바이러스 있어? 너도 바이러스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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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토토겐은 멍한 얼굴로 리안의 뱃속을 바라보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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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이게 뭐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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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리안을 겁게 질리게 만들겠다던 토토겐은 어느새 하얗게 질린 채 입술을 파르르 떨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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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그는 자신의 괴물 같은 얼굴에 자부심이 있었다. 그의 얼굴을 보면 모두 몸을 굳히며 겁에 질려버리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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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그런 그의 괴물 같은 모습은 아무것도 아니라는 것처럼 눈과 입이 달린 장기들이 그를 향해 떠들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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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어,버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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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너무 놀라면 사람이 말도 제대로 안 나온다고. 토토겐의 상태가 딱 그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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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꿈인가? 그래, 이건 꿈이야. 얼마 전에 했던 약의 증상이 남아서 그런 걸 거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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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토토겐은 희망 회로를 돌리며 리안의 얼굴 쪽으로 시선을 돌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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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분명 이 녀석은 이미 죽은 상태가 -…’
   “저희 애들이 죄송합니다. 심약자분들이 가까워지면 말이 거칠어지는 애들이라. 아, 그래도 남의 배를 함부로 열어보시면 안 돼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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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리안은 태연한 얼굴로 제 장기들의 말투를 사과한 후, 인간의 예의를 모르는 좀비에게 기본적인 상식을 알려주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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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아무래도 뱃속이 추워지니까 장기들이 감기에 걸릴 수도 -…엇?”
   “끄르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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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그는 충격을 이기지 못하고 기절해버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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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음, 애들이 말이 심하긴 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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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리안이 그렇게 중얼거리자 장기들이 욕설을 내뱉었다. 리안은 장기들의 말을 무시하고 배에 꽂힌 칼을 빼내고 벌려진 살을 다물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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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그대로 슥슥 문지르자 감쪽같이 배가 아물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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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가의 한마디 (작가후기)Ilham Senjaya님 오늘도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 오늘도 행복한 하루 되세요!

토토겐 – 심약자, 좀비(??)

진정한 공포앞에 기절해버린 토토겐…

추천과 선작은 사랑입니다!다음화 보기

토토겐은 아주 오랜 시간 죄수로 살아왔던 남자였다. 그는 호감이 있는 여성을 스토킹하다가, 여성의 남편에게 발각당해 죽기 직전까지 맞고 도망쳤다.

분노에 찬 놈은 보름달이 뜬 날 밤 부부의 집에 수면향을 풀어 전부 잠들게 만든 후 부부를 살해해버렸다.

이후 그는 이제 막 결혼 생활을 시작한 부부나 제 취향의 여성을 찾아 연쇄살인을 저지르기 시작했다.

그러다가 덜미가 잡혀 최악의 감옥이라 불리는 곳에 끌려갔다가 마왕의 침공으로 감옥이 무너지면서 자유를 맛보게 되었다.

하지만 달콤한 자유는 얼마 가지 않았다. 그는 노예 상인에게 붙잡혀 노예 신세가 되었다.

제대로 된 식사도 하지 못한 채 반쯤 송장이 되어 하루하루를 살아가던 그에게 어느 날 한 아이가 다가왔다.

“아저씨 이거…먹어요.”

아이는 순하게 웃으며 그에게 제 음식을 반이나 덜어주었다. 이 더럽고 추잡한 세계에서 찾을 수 없는 순수한 아이의 호의를 보자 토토겐은 참을 수 없이 살의가 치밀었다.

토토겐은 아이를 죽였다. 아이의 눈빛이 당황, 두려움, 절망으로 물드는 걸 구경하며 환의에 젖어 들었다.

‘아아, 좀 더 좀 더 순수하고 아름다운 아이를 죽이고 싶어.’

애초부터 타락의 길을 걷고 있던 토토겐은 그 순간 완전히 어둠에 물들어버렸다. 그는 노예 상인을 죽이고 상인행세를 하기 시작했다.

미친 쓰레기 같은 놈들이 득세하는 마왕의 땅에서 토토겐은 승승장구하였고, 어마어마한 돈을 만질 수 있게 되었다.

‘이번에는 어떻게 괴롭혀볼까?’

토토겐은 기대를 숨기지 못하고 주름진 손을 깍지 끼었다가 풀기를 반복했다. 아찔한 흥분이 머릿속을 떠나지 않았다.

‘둘이나 있으니 하나씩 망가뜨리는 것도 좋겠지. 다른 한 명은 두려움에 덜덜 떨 테니.’

남매로 보였던 두 노예를 떠올리며 토토겐은 소름 끼치게 히죽 웃음을 지어 보였다.

‘아니면 -…더 강한 마물과 싸우게 하거나. 아! 그래, 살인을 저지르게 하는 것도 재밌겠군!’

토토겐은 깍지 낀 손을 풀고 손가락 끝을 느릿하게 마주 댔다가 떼기를 반복했다. 그렇게 얼마의 시간이 흘렀을까.

똑똑.

조심스러운 노크 소리와 함께 문이 열리고 기대하던 두 노예가 방 안으로 들어왔다.

가장 먼저 시선이 닿은 건 새하얀 머리카락을 늘어뜨린 무표정한 소녀였다. 멀리서 봤을 때도 아름다웠지만 가까이서 보니 눈이 동그랗게 떠질 정도의 아름다운 소녀였다.

다만 오점이 하나 있었다. 눈동자가 죽은 사람처럼 텅 비어있다는 것이다.

그는 어디까지나 순수하고 사랑스러운 아이들이 진탕을 굴러 죽어버리거나 완전히 타락해 더러운 존재가 되는 것을 좋아하는 것이지 숨 쉬는 인형을 가지고 싶은 게 아니었다.

“오…”

소녀와 달리, 소녀와 손을 잡고 있는 소년의 눈동자는 정말 맑았다. 끔찍한 경험 따위 단 한 번도 해본 적 없는 듯한 맑은 눈동자!

그게 맑은 광인의 눈이라는 걸 모르고 토토겐은 환희에 잠겼다.

‘아아! 저 눈동자가 죽어버리는 걸 보고 싶구나!’

그는 머릿속에 자신이 죽였던 수많은 아이들을 떠올리며 흥분으로 손을 떨었다.

“이 아이로 하지.”

“예? 예! 아,알겠습니다!”

오뚜기는 날조가 가득 섞인 상품 설명서를 주머니에 쑤셔 넣으며 고개를 끄덕였다. 지목당한 리안은 눈을 끔뻑거리며 로브를 눌러쓴 남자를 바라보았다.

‘뭐야? 설마 나 팔리는 거야?’

리안은 식은땀을 흘리며 도르륵 눈을 굴렸다.

‘겨우 아이리스를 만났는데 이렇게 떨어진다고? 으아아! 왠지 풀코스로 챙겨준다고 했어!’

리안이 속으로 비명을 지르고 있을 때, 토토겐이 리안을 가리키며 말했다.

“이리로 가져와 봐. 가까이서 보고 싶으니.”

“아,예!”

오뚜기는 리안에게 빠르게 다가왔다. 흡사 귀부인이 소리 없이 달리는 것 같은 몸짓이었다.

“저분 앞에서 예의 없이 굴면 머리가 떨어질 것이다. 이건 경고가 아니야.”

오뚜기가 리안의 등을 밀며 속삭였다. 리안은 반사적으로 목이 떨어졌다가 붙였는데 반대로 붙여서 고생했던 일을 떠올렸다.

‘만약 떨어지면 조심해서 붙여야지.’

시야가 바닥에 있는 상태에서 머리를 찾아 똑바로 붙이는 건 꽤 어려운 일이었다.

“잠시 이야기를 나누고 싶으니 전부 나가 있도록.”

“예?”

잘그락.

토토겐이 품에서 묵직한 돈주머니를 꺼내 던지자 오뚜기가 몸을 120도로 숙여 인사를 건넨 후 돈주머니를 챙겨 후다닥 방을 빠져나갔다.

시종과 비서 또한 발 빠르게 방을 빠져나갔다.

아이리스는 리안을 두고 가고 싶지 않았지만, 리안이 열심히 바디랭귀지로 금방 돌아가겠다는 의견을 전달해 어쩔 수 없이 발걸음을 떼었다.

방 안에는 리안과 토토겐만이 남게 되었다. 토토겐은 리안을 제 앞까지 끌어당긴 후 낄낄 웃으며 로브를 뒤로 넘겼다.

‘크흐흐, 자 -. 넌 어떤 반응을 보일 거지?’

화상 자국, 칼에 베인 자국은 물론 눈알이 없어 텅 빈 눈구멍까지 보인다. 거기다 다른 사람의 피부를 이식한 것처럼 징그러운 피부도 존재했다.

아기 주먹만 한 혹이 얼굴과 턱, 목 여기저기에 자라있고 입가엔 흉측한 미소가 맴돌았다.

이런 그의 외모를 본 아이들은 두 가지 반응을 보였다. 대부분은 두려움에 질려 주저앉거나, 아니면 동정심을 가지거나.

토토겐은 기대감에 가득 찬 얼굴로 리안을 바라보았다. 리안 또한 토토겐을 바라보았다.

지그시 -.

‘자, 어서! 어서 두려움에 덜덜 떨어라!’

지그시 -.

‘크큭, 두려움에 몸이 굳어버린 것인가? 이제 오줌을 지리면서 주저앉겠군.’

지그시 -.

‘…왜 아무 반응이 없는 거지? 기절한 건가?’

리안의 얼굴엔 두려움이나 동정 따위의 감정은 한 털도 존재하지 않았다. 존재하는 것은 오로지 무관심.

길거리를 걸을 때 스쳐 지나가는 사람을 흘긋 본 듯한 그런 시선이다. 토토겐의 얼굴에 식은땀이 흘러내리기 시작했다.

‘이,이럴리가 없다. 분명 더 흉측한 표정을 지으면…!’

토토겐이 덧니를 보여주며 히죽 웃어 보였다. 소름이 끼칠 정도로 기분 나쁜 미소였다. 토토겐은 이번에야말로 리안이 눈물을 터뜨리거나 바닥에 주저앉을 거라 생각했다.

씨익.

“…?!”

그러나 돌아온 건 활짝 핀 웃음이었다.

‘뭐지? 착한 사람인가?’

리안의 세계에선 유령뿐만이 아니라 좀비도 자주 등장한다. 그야 일 년에 한번은 핼러윈 시즌이 있으니까.

그들은 주로 무덤가에 살며 핼러윈 시즌에 알바를 하거나 세계 정복 따위를 꿈꾸기도 한다.

좀비 무리가 저질렀던 일 중 가장 마음에 들었던 건 커플을 모두 없애버리는 계획이었다. 리안은 그때 사귀었던 좀비 친구를 떠올리며 토토겐을 바라보았다.

‘이 정도면 꽤 멀쩡하지.’

장기가 튀어나왔는가? 아니.

머리가 뭉개져 뇌가 보이는가? 아니.

혀를 1m 넘게 내밀고 다니는가? 아니.

그렇다. 리안의 기준에서 토토겐은 꽤 멀쩡한 좀비의 모습으로 보일 뿐이었다. 그렇기에 먼저 씩 웃어주는 토토겐에게 똑같이 웃어준 것이다.

그런 리안의 모습에 토토겐은 몸을 부들부들 떨었다.

토토겐이 아이들의 절망을 좋아하는 건, 그가 누르면 누르는 대로 반응하는 장난감이기 때문이다.

어른의 품에서 자라지 못한 아이들이 잔혹한 토토겐의 괴롭힘을 견딜 수 있을 리 없었다. 아니, 지금까진 없었다.

‘이,이 내가 두렵지 않다고? 내가…우숩다는 말이냐?!’

항상 강자보다 약자를 찾아 죽이는 옹졸한 범죄자답게 그는 리안의 웃음을 자신을 무시한다고 단정 지었다.

“이익…!”

그는 이를 악물며 로브 안쪽 아공간에서 수술용 나이프를 꺼내 들었다.

“감히 나를 그따위로 쳐다봐!”

그가 검으로 리안의 배를 푹 찔러넣었다. 그리고는 아래로 그어버렸다. 붉은 피가 얼굴을 흥건하게 적셨다.

그는 그러지 말았어야 했다.

“뭐야, 또 어떤 새끼야?”

두려움에 질린 리안의 얼굴을 보고자 시선을 들던 토토겐은 갑작스럽게 들린 낯선 목소리에 몸을 굳혔다.

“여기가 너희 집 안방이야? 뭐만 했다 하면 열고 지랄이야?”

“워워, 형님 진정해요. 저 녀석이 뭘 알고 그랬겠어요? 칼도 제대로 못 쓰는 거 보니까 지능이 모자라서 그런가 보죠.”

“뭣하냐? 인사부터 안 박고?”

“학학! 바이,바이러스 있어? 너도 바이러스야?”

토토겐은 멍한 얼굴로 리안의 뱃속을 바라보았다.

“이,이게 뭐야…?”

리안을 겁게 질리게 만들겠다던 토토겐은 어느새 하얗게 질린 채 입술을 파르르 떨었다.

그는 자신의 괴물 같은 얼굴에 자부심이 있었다. 그의 얼굴을 보면 모두 몸을 굳히며 겁에 질려버리니까.

그런 그의 괴물 같은 모습은 아무것도 아니라는 것처럼 눈과 입이 달린 장기들이 그를 향해 떠들고 있었다.

“어,버법…”

너무 놀라면 사람이 말도 제대로 안 나온다고. 토토겐의 상태가 딱 그랬다.

‘꿈인가? 그래, 이건 꿈이야. 얼마 전에 했던 약의 증상이 남아서 그런 걸 거야!’

토토겐은 희망 회로를 돌리며 리안의 얼굴 쪽으로 시선을 돌렸다.

‘분명 이 녀석은 이미 죽은 상태가 -…’

“저희 애들이 죄송합니다. 심약자분들이 가까워지면 말이 거칠어지는 애들이라. 아, 그래도 남의 배를 함부로 열어보시면 안 돼요.”

리안은 태연한 얼굴로 제 장기들의 말투를 사과한 후, 인간의 예의를 모르는 좀비에게 기본적인 상식을 알려주었다.

“아무래도 뱃속이 추워지니까 장기들이 감기에 걸릴 수도 -…엇?”

“끄르륵…”

그는 충격을 이기지 못하고 기절해버렸다.

“음, 애들이 말이 심하긴 했지.”

리안이 그렇게 중얼거리자 장기들이 욕설을 내뱉었다. 리안은 장기들의 말을 무시하고 배에 꽂힌 칼을 빼내고 벌려진 살을 다물었다.

그대로 슥슥 문지르자 감쪽같이 배가 아물었다.


           


I’m the Only One With a Different Genre

I’m the Only One With a Different Genre

나 혼자 장르가 다르다
Score 7.8
Status: Ongoing Type: Author: Released: 2023 Native Language: Korean
In the world of comedy anime, I was living an ordinary life until I became possessed by a dark fantasy novel I was reading before falling asleep. ‘Hahaha! Don’t hold a grudge -..!’ ‘Ugh, cough cough…seriously…my clothes are ruined.’ ‘…!?’ Though I was stabbed in the stomach, I calmly stood up and pulled out the spear. Originally, residents of the comedy world are a race that can be torn into 100 pieces and still come back to life the next day. ‘Stop it! Stop now! How long do you plan to sacrifice me?’ ‘No…I mean..’ ‘I’ve become strong to protect you…what have I become?’ Residents in the comedy world are just a race that vomits blood even if they stub their toe. I never made any sacrifices..but my delusion deepens and my obsession grows. One day, while I was half-imprisoned and taking care of some pitiful kids… ‘Are you the boss?’ ‘Excuse me?’ Before I knew it, I had become the behind-the-scenes boss of a huge underworld organizatio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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