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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P.39

    집으로 돌아가는 차 안.

    루크는 이상한 것을 들었다는 듯이 말꼬리를 높였다.

    “티그 아카데미?”

    예르나의 말에, 루크는 말꼬리를 올리며 의아함을 표했다.

    “그래, 루크는 공부하는거 좋아하잖니? 친구도 사귈 수 있고.”

    “그건…….”

    솔직히, 루크는 자신이 아카데미의 ‘학생’이 되어야 한다는게 거북했다.

    대체 무엇이 부족해 학생으로 배워야 하는가.

    아주 까마득한 오래전에도, 루크는 이례없는 속도로 서클을 쌓고 지식을 습득하여 조기졸업을 한데다, 아카데미의 학장까지 연임했던 몸이다.

    ‘이 몸으로 다시 입학이라…….’

    그때의 아카데미와 지금의 아카데미가 분명 같지는 않겠지만……. 시간낭비라는 생각이 드는것은 공연한 걱정이 아닐 것이다.

    “네가 그렇게 가기 싫다면 가지 않아도 괜찮지만……. 아카데미를 졸업할 필요는 있어. 그건 의무거든.”

    “그런가.”

    루크는 크게 한숨을 쉬었다.

    그 한숨소리에 반응한 것인지, 파이가 뾰롱뾰롱거리면서 날아왔다.

    -루크, 학교…?

    ‘학교’라는 말은 정령어에 없어서 그런것인지, 그 말만은 인간의 언어로 정확하게 발음되었다.

    아마도 학교에 가느냐는 말일 것이다.

    “글쎄…….”

    루크는 아카데미를 감으로써 얻을 수 있는 이득을 아무리 생각해보아도 생각할 수가 없었다.

    대체 뭐가 아쉬워서 어린아이들 틈바구니에 끼어서, 다 아는 내용의 강의를 들어야 한단 말인가.

    공부는 집에서도 할 수 있고, 불필요한 인맥은 걸림돌이 될 뿐이다.

    만약 배움을 청하고자 한다면, 제라드를 찾아가는편이 낫지 않을까.

    -학교, 학교!

    파이는 들떠서 몸을 누운 8자를 그려대며 춤을 추고 있었지만, 루크는 다닐 생각이 없었다.

    “흐으음…….”

    어떻게 거절해야할까. 

    지금 루크는 그것을 고민하고 있었다.

    예르나는 그런 루크를 바라보며, 혹시 돈이 문제가 될거라 생각해서 고민하는건가 싶었다.

    예르나가 자신을 위해 돈을 쓴다는것을 언제나 미안하게 여기던 루크였기에, 그럴수도 있겠다는 생각이 들었으니까.

    “만약 간다면, 교복이나 지팡이, 기타 학용품들은 세레나 아주머니가 내주기로 했고…….”

    ‘음?’

    루크는 문득 귓가를 스쳐지나간 한마디에, 생각을 멈췄다.

    “잠깐, 예르나. 방금 뭐라고 했는가? 지팡이라고? 지팡이를 쓸 수 있단 말인가?”

    “그렇……지? 학교에 간다면 수업에서 당연히 필요할테니까.”

    “…….”

    지팡이, 지팡이라.

    루크는 분명 지팡이에 대한 학술적 호기심도 존재했다.

    하지만, 예르나나 다른 숲지기의 지팡이는 루크가 절대 만져선 안되는 위험한 장비이므로 손도 댈수 없게 하였기에 어쩔 수 없이 호기심과 탐구욕을 억누르며 미래를 기약할 수밖에 없었는데.

    ‘지팡이를 쓸 수 있다면…….’

    그렇다면 이야기가 전혀 달라진다.

    잠깐 생각을 하고 있으니, 예르나가 다시 물어왔다.

    “어떻게 할래? 루. 학교, 가기 싫어?”

    ‘루가 학교에 가기 싫다고해도 이상한건 아니겠지만…….’

    집에서 혼자 책만 읽는것보단 분명히 더 재밌을텐데 말이다.

    일전에 디아나랑도 재미있게 놀았던걸 보면, 타인을 꺼리는 것도 아닐텐데.

    그때, 루크는 고개를 저으며 대답했다.

    “아니, 예르나. 티그 아카데미, 한번 가보도록 하겠네. 흥미가 생기는군.”

    “그게 정말이야? 후후, 그럼 교복부터 맞추러 가야겠는걸?”

    “교복을 맞춘다니……?”

    이 시대의 학교는 그냥 지금 입고있는 옷으로 가면 안되는것인가?

    ——–

    복장규정이라니.

    루크는 대체 그런것은 어느 인물이 만들어낸 것인지, 알 수가 없다고 생각했다.

    그 의문은 당연한 일이었다.

    5000년 전에 교복이 있었겠는가?

    복장을 통일하는것은 군대나 시합 팀등에서 단체의 소속감을 높이기 위한 장치중 하나.

    그런데 한 나라에 많아봐야 3~4개 있을뿐인 아카데미에서, 뭣하러 복장을 통일하여 소속감을 줄 필요가 있었겠는가?

    교복이라는게 단순히 학교를 가는 복장을 이야기하는게 아니라, 특정 형태의 제복을 이야기하는 것이었다니.

    ‘이 시대엔 교복같은게 어째서 존재하는게지?’

    배움의 터라는 취지에도 걸맞지 않고, 괜한 물자의 낭비다.

    학교를 다니기위해서만 존재하는 옷이라니, 불필요의 극치…….

    “좋아, 사이즈 측정은 끝났네요.”

    “끝났대, 루. 인상좀 펴.”

    “아, 미안하구나. 무심코.”

    루크는 자신이 표정을 찌푸리고 있었다는것을 문득 깨닫자, 미간을 누르며 주름을 폈다.

    재단사의 손길과 그를 대하는 태도에서 거북함이 느껴졌기 때문이리라.

    예르나는 그런 루크가 듣지 못하도록 잔뜩 낮춘 목소리로 재단사를 탓하듯이 말했다.

    “그러니까, 왜 귀엽다는 말을 하고 그러세요.”

    재단사역시 허허웃으며 목소리를 낮춘채로 대답했다.

    “하하, 아이가 귀엽다는 말을 이렇게 싫어할줄은 몰랐군요.”

    그야, 재단사의 입장에선 그저 조그만 여자애가 처음으로 학교를 간다니 귀엽다 귀엽다 해주면서 측정을 해준것에 불과한 일이겠지만, 루크에게는 그것이 굉장히 소름돋고 불쾌한 경험이었다.

    그야, 그 몸의 속에는 그 둘을 합친것보다 오래 살아온 노인이 담겨져 있었으니까.

    루크의 입장에서는, 나이에 걸맞지않게 귀엽다는 말을 들은 늙은이밖에 되지 않는 것이다.

    예르나는 루크가 인상을 찌푸리는것이 전혀 다른 이유라고 생각하고 있지만 말이다.

    “만드는게 얼마나 걸릴까요?”

    “아마, 며칠정도 걸립니다. 연락처를 주시면, 완성되었을때 연락을 드리죠. 아니면, 주소를 남겨주시겠어요? 그러면 배달해드리고요.”

    “그럼, 주소로 배달해주세요.”

    “알겠습니다! 배달로 해드리죠!”

    예르나가 주소를 휘갈겨쓰는 중, 루크는 교복점 구석의 의자에 앉은채 투덜거렸다.

    “그러니까, 파이. 어째서 교복이란게 있는지 모르겠단 말이다. 그대는 아는가? 그동안 세상을 봐왔을것 아닌가?”

    파이는 루크의 말에 대답을 하는것인지, 들뜬듯한 소리를 내며 뱅글뱅글 돌았다.

    그 모습은 마치 팽이같았다.

    -루크, ……학교!…….

    “역시 뭐라는지 모르겠군.”

    그렇게 정령어를 오래 들어보았지만, 초인종소리와 닮은, ‘바보’를 의미하는 간단한 단어 하나빼고는 전혀 알아들을 수가 없었다.

    루크가 그런 혼잣말을 하는것을 본 예르나는, 또 자기의 상상속 친구랑 대화를 하는구나, 하고 넘기면서 말했다.

    “루, 파이는 루크가 학교에 가는게 기대된다는게 아닐까?”

    파이는 마치 그 말이 맞다는듯이 예르나의 앞에서 고개를 끄덕이고는, 루크를 바라보았다가 예르나를 바라보았다가를 반복하며 마치 오르골같은 소리를 반복적으로 냈다.

    -…,…,…,…,…,…!

    “설마, 그 말이 기대된다는 뜻인가?”

    -……!

    그것이 맞다는듯이, 파이는 통통 튀며 얼굴로 달라붙어온다.

    -루크, 학교 기대돼!

    얼굴에 느껴지는 마나의 감촉을 느끼며, 루크는 마지못해 말했다.

    “알겠다, 알겠어.”

    루크는 이왕 가보기로 한거, 부디 자신을 실망시키지는 않았으면 좋겠다고 생각했다.

    ——

    입학절차는 세레나의 도움으로 척척 진행되었다.

    “예르나씨, 입학절차는 거의 끝났어요. 루크는 전학편입으로 시루드랑 같은 학년으로 배치될거에요. 루크의 나이는 시루드보다 한살 어리지만, 그건 괜찮을거에요.”

    “그런가요?”

    “네, 입학시험에서도 만점이었고……. 그러면 수업에도 별 문제 없겠지요.”

    입학해달라 말은 했지만, 티그 아카데미는 명문 아카데미.

    아무리 세레나라고해도 수준이하의 학생을 마음대로 입학시켜줄수는 없었다.

    그래서 어쩔 수 없이 입학시험을 치르게 했지만, 그 결과는 당연스럽게도 전과목 만점.

    루크가 제출한것은 풀이과정까지 깔끔하게 정리되어 만점이 의심의 여지가 없는 완벽한 답안지였다.

    “솔직히 저도 그 아이가 만점을 받을줄은 몰랐는데, 평소 어떻게 공부를 시키셨죠? 어떤 학원을 다녔나요?”

    “하하……. 저는 정말로 한게 없는데요…….”

    “정말인가요? 비밀이라고하면 저 섭섭해요?”

    “지, 진짜에요! 그건 다 루가 혼자서 공부한거라…….”

    실제로 예르나도 루크의 성적에 놀랄 수밖에 없었다.

    평소 공부를 어지간히 좋아하기는 했지만, 설마하니 티그 아카데미의 입학시험에서 만점을 받을 줄이야.

    역사, 마법, 수학, 예절등의 과목 전부에서 만점을 받는건 절대로 쉬운게 아니었다.

    혼자서 공부해서 티그 아카데미의 입학시험을 만점으로 통과한다니.

    솔직히 절반만 맞춰도 웬만한 아카데미의 성적 상위권을 노릴 수 있다고 일컬어지는 티그의 입학시험이었다.

    독학으로 만점을 따내는게 절대 쉽지는 않을터인데…….

    ‘루크가 시루드랑 친하게 지내면 정말 좋겠는데!’

    공부도 잘하고, 귀여운 아이지 않은가?

    친하게 지내서 나쁠게 하나도 없었다.

    처음엔 시루드의 서클문제 때문에 접근했지만, 알면 알수록 참 괜찮은 여자애였다.

    “아 참, 그리고, 선생님들께는 루크의 가정사에 대해 묻지 말아달라고 당부해뒀답니다. 걱정하시는 일은 아마 없을거에요.”

    “진짜 감사해요. 학비도 전부 내주시고……. 제가 이 보답을 어떻게 해야할지…….”

    “후후, 루크가 시루드랑 친하게 지내준다면, 충분한 보답이 되겠는걸요?”

    “그, 그런가요? 아하하…….”

    ——–

    가방에는 노트와 손수건, 필기구만이 들어가있어서 상당히 가벼웠다.

    달그락, 달그락 하는 소리가 나는것이, 속이 텅 비어있음을 짐작케 한다.

    루크는 먼 옛날, 케일과 레니에와 함께 모험을 떠났던 그 시절이 떠올랐다.

    그때에도 이렇게 달그락거리는 가방을 메고 여행을 했던 기억이 있었다.

    그때를 생각하면 괜스레 가슴이 술렁이면서 감상에 젖고만다.

    ‘돌이켜보면 참으로 즐거운 시간이었지.’

    당시엔 상당히 위험한 상태였지만 말이다.

    달그락거리는 소리를 내던것은 식량가방이었으니.

    그래도, 괜스레 기분이 들뜨는 소리인것은 부정할 수 없으리라.

    어찌보면, 이 시대에서의 첫 모험이라고 할 수 있겠다.

    무엇을 가르칠지, 과연 어떤 사람이 교육자이며 그들의 지식수준은 또 어떨지.

    5000년 후의 시대다. 당연히 교육학도 크게 발전하지 않았을까?

    그런 생각을 하면 솔직히 처음에 꺼려했던것이 맞나 싶을정도로 기분이 둥실거리는 것이다.

    하지만, 이 순간에도 들뜨는 가슴을 축 늘어트리는 것이 있었다.

    “휴대폰은 챙겼니? 지갑은?”

    “휴대폰은 손에, 지갑은 안주머니에 잘 챙겼으니 걱정 말게나.”

    “루, 춥지않니? 추우면 언제든지 말해, 겉옷 가져왔으니까.”

    “괜찮다, 예르나. 이 옷으로도 충분히 따듯하니.”

    “그럼, 언니가 가방 들어줄까? 무겁지는 않아?”

    “든게 없어서 가벼우니 괜찮다.”

    “그럼, 언니가 학교까지 데려다줄까?”

    “예르나, 학교에는 오지 않는다하지 않았던가?”

    “아참, 그랬지. 내 정신좀 봐. 그럼, 버스는 탈 줄 알지? 여기서 120번 타고…….”

    “예르나, 혼자서도 충분하니 걱정말고 들어가있게나.”

    “그래도…….”

    루크는 한숨을 푹 내쉬면서 생각했다.

    ‘예르나도 참, 극성이로구나.’

    작가의 한마디 (작가후기)
    두개의 삽화의 느낌이 크게 다른데, 이게 어떻게 된 일이냐!

    그동안 저는 노트20울트라로 삽화를 그렸어요.
    거기에 penup이라는 그림판같은 어플을 쓰죠.
    그거 솔직히 막 좋은 어플은 아니에요. 레이어도 없고, 딱 그리는거랑 되돌리기정도밖에 못하는 어플인데 걍 쓰다보니 익숙해지고 연필느낌이 좋아서 억지로 쓰는거거든요?

    아무튼 그렇게 첫번째 삽화를 그리고 잠깐 쉬면서 글을 쓰고 있었는데….. 맙소사!

    삽화그릴때 쓰려고 산 액정타블렛이 왔네요!

    덕분에 느낌이 달라졌어요! 어때요?

    액정타블렛 개쩌는것 같에요.

    큰화면에 그리니까 훨씬 편하고, 레이어, 단축키도 사용할 수 있는데다 부분수정도 훨씬 편하니 엄청 좋네요!

    원래는 수정하고싶어도 귀찮아서 못하는거 꽤 많았거든요!
    penup에서는 뭘 수정하려면 죄다 지우고 다시그리는게 유일한 수정법인지라.

    아무튼, 이제 액정타블렛이 왔고, 덕분에 브러쉬느낌이 좀 달라졌어요.
    그래도 연필느낌나는걸로 어떻게 찾아서 했는데, 괜찮아보이나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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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he Archmage dreams of being an Archmage again

The Archmage dreams of being an Archmage again

다시 대마법사를 꿈꾼다 대마법사였던것은
Score 4.2
Status: Ongoing Type: Author: Native Language: Korean

5000 Years in the future, the Archmage Luke Irushi opened her eyes again. The world has changes so much.

Horseless carriages, an entertainment box with audio and video, food and spices she has never seen before…

And, a changed magical system!

It wasn’t just the world that change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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