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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P.39

       홀크로프트 가문은 4황자의 약혼녀를 살해한 혐의로 몰락의 길을 걸었다.

       허나 그 와중에도 은익 기사단만큼은 보전하여 황실, 혹은 다른 가문으로 편입시켜야 한다는 의견이 많았다.

       북부를 지켜온 변경백의 한쪽 날개 답게 마족, 특히 망자들과의 전쟁에 있어서는 대륙의 어느 집단보다도 정통했기 때문이었다.

       한 명 한 명이 제국 2급 기사 이상의 실력을 지닌 전투의 달인들.

       

       프루소냐 에서 무려 명계의 문 다섯 개를 열어젖힌 망자들의 대군세를 상대로 승리를 쟁취한 위업은 역사서에도 실릴 정도였다.

       우리의 활동 반경과는 겹치지 않았지만, 당시 모험가 조합까지 나서서 지원을 나서야 하네 마네로 시끄러웠던 기억이 난다.

       

       ====

       — 마린이141 : 모험가 생활을 하며 자금을 모아 다시 기사단을 복구했습니다

       — 마린이141 : 규모는 만히줄었지만 오웬, 핍, 아이린을 비롯해 가주님께 충섕을 맹세했던 이들은 남아있습니다

       — 마린이141 : 만히 -> 많이 오타입니다

       — 마린이141 : 충섕 -> 충성 오타입니다

       ====

       

       결과적으로는 어느쪽에도 흡수되지 않고 해체의 길을 걷게 된 이들이 무법자의 신분으로 마탑에 들어왔다.

       

       어디서 훔쳐 온 건지 아직 조작이 미숙한 위치노트를 쓰는 건 그렇다 치고.

       마리엘은 멀쩡히 ‘초천재금발미소녀’라는 아이디를 쓰고 있는데 어쩌다가 이런 오해가 발생하게 된 걸까.

       잠시 갤러리를 둘러본 나는 이내 답을 찾았다.

       전부 내 잘못이었다.

       

       ====

       [초전도체은발미소녀님 업적 모음]

       

       (사진)

       

       요즘 털이랑 꽃가루 날리는 새끼들만 가득한 갤질에 한 줄기 빛이시다

       얼마 전에 갤에서 분탕치던 놈 고민상담 들어줄 땐 나도 모르게 같이 울었다

       사진은 대미궁 단독 콘서트 라이브 유출본

       

       — 털박이, 꿀벌단에 이젠 육수까지 합세해서 더 정신 없어진거 같아요

       — 또또 좆목 들어가네 느그 콘프로스트 게시판으로 꺼져

       — 콘서트? 그런 걸…… 했던가?

       — 사진은 또 어디서 구함?

        ㄴ 그러게 본인이 인증이라도 했나

        ㄴ 요즘 대학원생 중에 그림으로 먹고 사는 애 하나 있는데 걔한테 맡기면 알아서 잘 해줌

        ㄴ 복실이애호가 : 혹시 특이한 의뢰도 받나?

        ㄴ 응 순서 잔뜩 밀려 있어~ 니 차례 같은거 영원히 안 와~

        ㄴ 복실이애호가 : 돈으로 안 될 건 없다

       ====

       ====

       [초천재금발미소녀 vs 초전도체은발미소녀 누가 진짜고 가짜인지 투표 ㄱㄱ]

       

       [결과]

       조전재금미 : 3% (314표)

       초전도체은발미소녀님 : 97% (14538표)

       

       다수결에 따라 진짜가 후자인 걸로 ㅇㅇ

       

       — 개추

       — 최소한 이름이라도 제대로 써줘라 ㅋㅋㅋ

       — 진짜가 압도적으로 딸리네 ㅋㅋㅋㅋ

        ㄴ 어허, 이제 가짜라고 불러 주세요~

        ㄴ 슬슬 인정하자 추하다 ㅋㅋ

       — 이거 주작 아님 내가 계단에서 할머니 리어카 끌어드리고 받은 위치노트 5천개로 투표함

        ㄴ 응 주작

        ㄴ 아니 내가 직접 버튼을 눌렀다니까?

        ㄴ 그게 주작이야 등신아 ㅋㅋㅋㅋ

       ====

       ====

       [니들은 일 열심히 하는 파딱한테 미안하지도 않냐?]

       

       주딱만큼은 아니더라도 열심히 갤 관리하던 양반인데

       대미궁에서 그렇게 허무하게 가실 줄 누가 알았겠음

       

       근데 파딱이 일 열심히 하는 건 당연한 건데 굳이 미안할 필요도 없긴 해

       생각해 보니까 이젠 이름도 잘 기억 안나네

       

       걍 기억에 남은 쪽이 승리인 걸로 하죠?

       

       — 그, 아직 안 갔는데?

       — 누가 보면 죽은 줄 알겠어~

       — 그치만 파딱한테 인권 같은 거 없고……

        ㄴ ㄹㅇ 죽은거나 마찬가지 아님?

       — 최근 너무 바빠서 그런지 활동 저조하긴 해

        ㄴ 그보다 근본이 없음. 아가씨 말투만 쓴다고 다 아가씨가 아님

       — 진짜 문제 있었으면 본인이 직접 차단시켰겠지?

        ㄴ 그러네 파딱이니까 직접 영정 먹이면 되는데 왜 가만히 놔둠 

        ㄴ 초천재금발미소녀 : 윗선의 압력 때문에 정지해도 곧바로 풀리는 것이에요

        ㄴ 본인 등판 ㅋㅋㅋㅋㅋ

        ㄴ 가짜 왔음? ㅋㅋㅋ

        ㄴ 그보다 윗선이라면……? 헉!

        ㄴ 헉, 허억……!!?

       ====

       ====

       초천재금발미소녀

       [다들 먹이주지 말고 개인 차단이나 하는 것이에요]

       

       사칭 따위에게 관심 줄 필요 없으니 병먹금 하는 것이에요

       댓글도 추천도 주지 말고 사라질 때까지 철저히 무시하는 것이에요

       

       [추천 1 / 비추천 423]

       

       — 초천재금발미소녀 : 저 말고 은발 쪽을 차단하라고요

       — 초천재금발미소녀 : 댓글 달아요 이 머저리같은 인간들아

       ====

       

       마리엘을 놀리는게 너무 재미있었던 나머지 갤러리 내부에서 압도적으로 존재감이 높아져 버린 것.

       최근 ‘콘프로스트 게시판’에서 진행했던 고해성사 컨텐츠에 너무 진심을 실었나.

       단지 악질들을 하나씩 불러다놓고 진지한 고민을 들어주며 갱생하도록 이끌고자 했을 뿐이었는데.

       어느새 ‘초전도치’가 되어 이상한 팬클럽을 형성하고 있었다.

       

       거기다 그녀는 내가 공역에 다녀오는 동안 시킨 일 때문에 배로 바빠 활동이 거의 없다시피 했다.

       은익 기사단의 부단장도 충분히 햇갈릴만 하겠지.

       

       물론 이제라도 오해를 풀고 본래 주인의 품으로 돌려보내면 만사형통이었다.

       지나치게 유명해진 은발미소녀 계정도 슬슬 정지시키거나 ‘사고사’로 처리해 활동을 멈춰야겠다.

       이래 봬도 한때 용까지 때려잡은 몸, 여자 취급을 받는 걸 진심으로 즐거워하는 성격은 아니었…….

       

       ====

       — 마린이141 : 이곳은 아가씨께 어울리지 않습니다 저희와 함께 가문으로 돌아가시죠

       — 마린이141 : 혹시 다른 분이셨다면 초면에 실례를…….

       — 초전도체은발미소녀 : 제가 맞는 것이에요

       ====

       

       -지만 나는 곧바로 마음을 바꿔 잠시 자존심을 내려놓기로 결정했다.

       누구 마음대로 마리엘을 탑 바깥으로 데려간다고?

       기껏 굴러 들어온 파딱을 근본도 없는 놈들에게 보내줄 순 없었다.

       

       쓸 수 있는 계책은 많다.

       그 중 가장 간단하고 쉬운 방법은 마리엘 본인을 사칭하는 내가 직접 저들을 돌려보내는 것.

       

       ====

       — 초전도체은발미소녀 : 저는 마탑이 좋은 것이에요 여기에 뼈를 묻기로 하였어요

       — 마린이141 : 그럴 수는 없습니다 홀크로프트의 영광을 되찾기 위해서는 아가씨가 꼭 필요합니다

       — 마린이141 : 바이에른 지방의 귀족 중 하나와 혼사 자리를 마련해 놓았습니다 남부에서부터 다시 힘을 키운다면 언젠가……

       ====

       

       그러나 대화를 해보니 딱히 말이 통하는 상대가 아니었다.

       기사의 사고에 유연함을 기대한 내가 병신이지.

       목적을 이루기 위해 그 수단과 방법은 대충 포장해놓고 칼부터 빼드는 놈들이 바로 전장의 기사였다.

       차라리 그 귀족 놈을 여기로 데려온다면 친히 주딱의 이름으로 주례를 서줄 의향도…….

       

       “잉잉이잉.”

       “…….”

       “왜 보고만 있나요 관리인? 눈앞에서 어여쁜 숙녀가 울고 있잖아요.”

       

       없다.

       멀쩡한 남의 인생을 망치면 꿈자리만 사나울 테니.

       

       마리엘의 반려 자리는 나중에 갤러리에서 최고 악질 콘테스트 같은 걸 열어 우승자에게 떠넘기기로 하고, 다음 방법으로 넘어갔다.

       

       행정부에 신고한다?

       당장 은익 기사단의 잔당들은 무법자 신분인 만큼 수배지라도 만들어 붙이면 마탑 전체가 나서 그들을 축출할 것이다.

       이쪽은 부대원들의 이름과 인상착의 정도만 확보해 두면 된다.

       허나 그 과정에서 마리엘이 이들의 존재를 알게 되면 마음이 흔들릴 게 분명했다.

       

       “훌쩍, 저딴 화냥년에 홀린 쓰레기들. 제 편이라곤 하나도 없는 것이에요. 가문의 총사대(銃士隊)만 있었다면 이런 때 지원 사격을…….”

       

       지금도 마왕성에 갇힌 공주마냥 구원의 손길을 바라고 있지 않은가.

       4황자에게 복수해 가문을 재건하려고 마탑에 들어온 그녀인데 굳이 선택지를 늘리고 싶지 않았다.

       

       ‘그렇다면 남은 방법은 하나군.’

       

       제풀에 지쳐 돌아가게 만들면 된다.

       그럼 자신들의 능력이 부족해 그녀를 구하지 못했다고 생각하고 당분간 얼씬거리지 않겠지.

       나는 위치노트로 그에게 메시지를 보냈다.

       

       

       

       *

       

       “다들 이름은 적었나?”

       “예.”

       “빨리 이동하죠. 여긴 너무 눈에 띕니다.”

       “저는 빛이 20층까지밖에 닿지 않았는데 괜찮을까요? 혹시 그보다 위에 계신다면…….”

       

       막내인 핍의 말에 은익 기사단의 부단장 더글라스는 고개를 저었다.

       기사단이 확보한 유일한 위치노트를 통해 그녀의 위치를 파악했기에 그의 걱정은 무용했다.

       

       “괜찮다, 아직 20층의 시련을 통과하지 못하셨다고 하니까.”

       “오오! 마리엘 아가씨와 연락이 닿은 겁니까!?”

       “그래, 걱정했던 것과 달리 적응을 잘 하신 모양이더군.”

       

       다만 본인은 현재 운신이 어려우니 직접 데려와 달라는 말을 남겼다.

       탑에 오르기 위해서는 시련을 비롯해 마탑에서 안배한 많은 조건들을 뛰어넘어야 했으나 그는 자신이 있었다.

       자신이 데려온 이들은 기사단 내에서도 정예이며 마탑의 경비 병력 따위 한주먹 거리도 안 되었으니까.

       

       홀크로프트의 직계 혈족은 마리엘밖에 남지 않았기에 가문을 재건하기 위해서는 그녀가 반드시 필요했다.

       늙은 가신들과 한 번 해체되었던 기사단 만으로는 구심점이 부족하다.

       다행히 끊임없는 설득에 마리엘도 수련의 층까지 오는 방법을 상세히 알려 주었다.

       

       비석에 이름을 새긴 이들은 곧장 2층으로 향하는 계단에 발을 들여놓았다.

       

       “다들 알고 있겠지만, 우리의 목적은 아가씨의 구출이다. 절대 자신을 드러내지 말고 최대한 소란을 피하며 행동하도록.”

       “하지만 탑을 올라가려면 마법사 놈들과 부딪힐 수밖에 없습니다. 특히 학파들로부터 의뢰를 받아야만 10층에 진입할 수 있다고 합니다.”

       “게다가 가입을 해서 신비……를 익혀야 한다는데요?”

       “신비? 난 마법 같은 건 못 쓰는데?”

       “자자, 우선 진정하고 나만 따라와라.”

       

       조금 전 위치노트로 받은 메시지를 떠올린 더글러스는 앞을 향해 걸어갔다.

       끝이 보이지 않는 골목길의 좌우로 샛노란 가로등이 깜빡거렸다.

       

       “이럴 때를 대비해 아가씨가 우리에게 도움을 줄 학파를 섭외하셨다는군.”

       “오오, 역시……!”

       “게다가 마탑 내에서도 최고로 알아주는 유명한 곳이라고 한다.”

       “얼마나 대단할 지 기대 되는군요. 이거 이러다 마법사로 전직하는 게 아닌가 모르겠습니다, 하하!”

       

       군데군데 놓인 창구에서 마법사들이 로브를 입지 않은 단원들을 향해 의심의 눈초리를 보내왔다.

       그들을 무시하고 계속 걷자 마침내 골목의 끝에 ‘안내 데스크’라고 적힌 건물이 나타났다.

       접수원으로 보이는 여인이 먼저 말을 걸었다.

       

       “안녕하세요. 신비 적성검사를 진행하러 오셨나요?”

       “그렇습니다.”

       “찾으시는 학파가 있을실까요? 구체적인 분파를 말씀해주셔도 되고, 7대 학파 중에서만 고르셔도 됩니다.”

       “흠흠.”

       

       더글라스는 아가씨가 보내준 메시지의 내용을 반복해 확인했다.

       그리고 한쪽 무릎을 꿇고, 최대한 정중한 투로 그녀의 손을 붙잡으며 말했다.

       

       “해주학파로. 해주가 너무 좋아서 먼 곳에서 여기까지 왔습니다.”

       “꺄아아악! 치안대에에에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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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 Became the Master of the Magic Tower in Another World

I Became the Master of the Magic Tower in Another World

이세계 마탑의 갤주가 되었다
Score 3.4
Status: Ongoing Type: Author: Native Language: Korean

10 years since transfer to another world

What I do inside the Ivory Tower of Truth isn’t much different from what I did on Earth.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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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f you missed today’s attendance for the ‘Principles and Understanding of Dimensional Glass’ course, you’ll get a penalty] If you want to kill the professor who suddenly changed the classroom with a phase transition 2 minutes before the start of class, go ahead. Hahaha.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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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ut why does everyone think I’m the Tower Maste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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