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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P.39

       

       언데드들의 사기는 몸을 굳게 만들고 전의를 상실하게 한다.

       

       일반인들은 공포에 잡아먹혀 몸을 떨 것이고, 단련된 병사조차 손에 공포가 깃들 것이다.

       

       하지만 이곳에서 싸우고 있는 노인들에게는 전혀 다른 이야기였다.

       

       공포를 막아서는 것이 이들의 삶이었다.

       

       약자의 앞에 서서 그들을 무찌르는 것 또한 그들의 삶이었다.

       

       언데드들이 엉겨 붙어도, 마법이 날아와도 고요한 눈에는 떨림이 없었다.

       

       클로셀의 손짓에 날아오던 마법이 안개처럼 흩어졌다.

       

       그를 상대하고 있던 네크로맨서는 경악조차 할 수 없었다.

       

       “누가 입을 열어도 좋다고 했지?”

       

       서걱 –

       

       날카로운 바람이 그의 몸에 자상을 남겼다.

       

       “명심하라. 내 앞에서 할 수 있는 것은 도망 뿐이다.”

       

       네크로맨서의 몸이 허공에서 사라졌다.

       

       블링크 마법을 시전 한 것이다.

       

       하지만 모습을 드러낸곳에는 이미 불길이 그를 기다리고 있었다.

       

       네크로맨서가 손에 끼고 있던 반지를 부수며 투명한 막을 만들어냈다.

       

       아티팩트를 부수며 겨우 시전한 마법이었지만 불길을 막아 내기에는 역부족이었다.

       

       화르륵 –

       

       불길이 스쳐 지나가며 몸에 생겨나는 화상.

       

       언데드를 조종하기 위해 몸을 움직인 그의 앞으로 묵직한 바람이 날아들었다.

       

       “커헉…!”

       

       “도망만 치라 하였다.”

       

       퍼석 –

       

       부서지는 소리가 네크로맨서의 귀를 파고들었다.

       

       무엇이 부서진 건지 확인을 할 겨를이 없었다.

       

       잠시라도 한눈을 팔았다가는 그의 몸은 흔적도 없이 사라져 버릴 테니까.

       

       “완성되지도 못한 일곱 개의 써클이 나와 같아 보이더냐?”

       

       마법들이 어지럽게 얽혀들며 공기가 터져 나갔다.

       

       두 마법사의 공방은 클로셀이 유리했다.

       

       다만, 네크로맨서 역시 쉽사리 당하지는 않았다.

       

       “….”

       

       마법으로부터 도망치는 그의 표정이 처참하게 일그러졌다.

       

       세계수에 저주만 걸면 되는 일이었다.

       

       엘프들에게는 그것을 막을 수단이 없었다.

       

       저주가 시작되는 위치조차 알 수 없을 것이다.

       

       하이엘프는 이미 오래전부터 그 능력을 상실해 가고 있었으니까.

       

       이렇게 전투를 한 다는 것 자체가 그의 계획에는 없던 일이었다.

        

       “이익…!”

       

       데스나이트의 소멸마저 느껴졌다.

       

       상대 해야 할 강자가 한 명 더 늘어났다는 것.

       

       이들을 한 번에 상대하는 것은 불가능했다.

       

       어차피 사라질 목숨이라면 영혼을 바쳐 저주를 완성시키리라.

       

       계획에 실패한다면 죽어도 죽지 못할 테니까.

       

       네크로맨서의 마나가 요동치며 그의 심장을 터트렸다.

       

       “…!!”

       

       이변이 일어났다는 것을 느낀 클로셀이 급하게 마법을 시전했다.

       

       살점이 터져 나가며 사라진 네크로맨서의 양팔.

       

       그와 동시에 네크로맨서의 머리가 바닥으로 떨어졌다.

       

       파라몬의 오러 블레이드였다.

       

       더할 나위 없이 깔끔한 동작이었다.

       

       네크로맨서의 숨을 끊어 놓았음에도 두 노인의 시선이 그를 향해 있었다.

       

       정확하게는 바닥에 떨어진 네크로맨서의 머리였다.

       

       “….”

       

       “….”

       

       머리가 잘린 사람은 죽는다.

       

       그것이 당연한 세상의 이치이다.

       

       하지만 바닥에 있는 머리는 여전히 움직이고 있었다.

       

       그것에게서 쇠를 긁는 듯한 끔찍한 목소리가 흘러나왔다.

       

       “이미 저주가 움직이기 시작했다. 네놈의 그 마법으로도 막을 수는 없을 것이다.”

       

       “…”

       

       “…”

       

       “인간의 마법으로는 저것을 막을 수가 없…”

       

       딸랑 –

       

       방울 소리와 함께 움직이던 머리가 정지했다.

       

       이제서야 완전히 숨이 끊어진 것이다.

       

       “여전히 끔찍한 족속들이군…”

       

       클로셀이 찝찝한 듯 입을 열었다.

       

       팔을 날려 버린 것은 오랜 버릇이었다.

       

       이처럼 죽지 않은 네크로맨서들이 잘린 몸뚱이로 마법을 시전하곤 했었으니 말이다.

       

       “로셀, 이들의 규모가 생각보다 작네. 선발대가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드는군.”

       

       클로셀의 고개가 끄덕여졌다.

       

       그 역시도 같은 생각이었기 때문이다.

       

       세계수에 걸려 있던 저주.

       

       그리고 약해지는 엘프들.

       

       조금이라도 더 늦었더라면 훨씬 큰 규모의 적을 상대해야 했을지도 모른다.

       

       그랬다면 엘프들을 지키며 힘든 싸움을 했었겠지.

       

       파라몬이 발로 머리를 으깨며 말했다.

       

       “분명히 그 목표가 엘프만은 아닐 것이네. 그리고 저들의 계획은…”

       

       크리스만이 찾아낼 수 있을 것이다.

       

       두 노인에게 공통적으로 든 생각이었다.

       

       “…”

       

       “….”

       

       두 노인의 시선이 바닥에 고정된 체로 움직이지 않았다.

       

       차마 볼 수가 없었기 때문이다.

       

       정신없이 들리는 방울 소리.

       

       항상 일정한 간격을 유지하던 그 소리가 난잡하게 흔들리고 있었다.

       

       그것이 다였다면 이들의 고개가 멈춰있지 않았을 것이다.

       

       움찔.

       

       파라몬의 손이 굳게 주먹을 만들었다.

       

       방울 소리 사이에 섞여 있는 크리스의 비명.

       

       그 소리가 가슴을 찢어 놓을 듯이 파고들었다.

       

       저런 비명을 수도 없이 들어 보았다.

       

       소중한 사람을 떠나보낸 이들이 저렇게 목 놓아 울었었다.

       

       “분명 네크로맨서를 죽이면 풀린다고 하였거늘…”

       

       부족할 것이 없는 둘이었다.

       

       하지만 크리스와 함께하다 보면  이렇게 무력감이 들고는 했다.

       

       평생을 검과 마법을 갈고 닦으면 무엇하겠는가.

       

       청년 하나 제대로 도울 수 없는 것을.

       

       ***

       

       딸랑 –

       

       딸랑 –

       

       방울이 빠른 속도로 엘프의 몸을 두드렸다.

       

       영혼을 깨움과 동시에 삿된 것들을 몰아내는 중이었다.

       

       “허억…!!”

       

       엘프를 살리려면 저주를 없애야 한다.

       

       이 저주는 엘프의 한에서 비롯된 것.

       

       한을 풀어내면 저주의 근원이 사라진다.

       

       문제는 이 엘프가 한을 풀 생각을 하지 않는다는 것이다.

       

       “제발…”

       

       이대로 더 잠식되면 영혼을 돌이킬 수가 없다.

       

       딸랑 –

       

       엘프의 심장으로 엄습하는 저주를 방울로 밀어냈다.

       

       저주가 이동하는 곳을 따라가 방울을 휘두르며 몰이를 했다.

       

       정신없이 저주를 따라다녔을까.

       

       갑자기 흐름이 변하기 시작했다.

       

       네크로맨서의 영혼이 저주에 깃들기 시작했다.

       

       “나가!”

       

       영기를 담은 호통에 저주가 움찔거렸다.

       

       “썩을놈이 어딜 들어와!”

       

       그렇게 엘프를 괴롭혀놓고 죽어서까지 이런 짓을 한단 말인가?

       

       도대체 어떻게 한 것인지 소리 없이 흘러온 저 영혼은 벌써 저주와 하나가 되어가고 있었다.

       

       예상에 없던 일이다.

       

       마법이란 것이 이런 변수를 창출해낼 줄은 몰랐다.

       

       딸랑 –

       

       딸랑 –

       

       원래는 엘프가 스스로 한을 풀도록 설득할 생각이었다.

       

       하지만 이제는 시간이 없었다.

       

       저놈이 저주를 장악하기 전에 한을 풀어내야 했다.

       

       “하아…하아…”

       

       엘프의 심장에 손을 올리며 방울을 흔들었다.

       

       그녀의 귀에 방울 소리가 똑똑히 들리도록 온 마음을 담았다.

       

       대신 한을 풀어 줄 테니 나를 보라며.

       

       감당하기 힘들 거든 나에게 다 버리라고 방울을 흔들었다.

       

       딸랑 –

       

       휘파람을 불어도 저주의 시선만이 달라붙을 뿐.

       

       그 어디에도 엘프의 영혼은 없었다.

       

       “가지…!”

       

       언젠가 느껴본 가지의 흔들림.

       

       시끄러운 머릿속을 정리하며 다시 한번 방울을 흔들었다.

       

       조화의 기운을 따라.

       

       바람에 흔들리는 가지처럼 팔이 흔들렸다.

       

       익숙한 부름이었기 때문일까.

       

       내 부름에 약한 시선이 느껴졌다.

       

       그 시선을 따라 안타까운 감정이 생겨나며 머리를 흔들어 놓았다.

       

       “아이야…나를 보거라.”

       

       입이 벌어지며 내 것이 아닌 말들이 튀어나왔다.

       

       그리고 우리의 시선이 맞닿은 순간.

       

       깊은 한들이 나에게로 몰려왔다.

       

       “…!!!”

       

       두려움, 공포, 절망.

       

       수많은 장면들이 머리를 스쳤다.

       

       그 속에 담긴 죽음들 앞에서는 한마디의 말도 내뱉을 수가 없었다.

       

       비명마저 나오지 않았다.

       

       말을 하면 또 누군가가 죽을 것만 같았다.

       

       딸랑 –

       

       딸랑 –

       

       나는 억지로 입을 열고 목을 쥐어짰다.

       

       이 엘프가 했어야 할 절규를 대신해서 토해냈다.

       

       내 목에서 나는 소리가 맞기는 한 걸까.

       

       들어 본 비명 중 가장 끔찍한 비명이었다.

       

       “하아…하아…”

       

       숨을 몰아쉬면서 계속 방울로 몸을 두드렸다.

       

       방울을 타고 끝없이 한이 밀려들었다.

       

       또 한 번 끔찍한 비명이 터져 나왔다.

       

       이게 맞는 일이다.

       

       슬플때는 울어도 된다.

       

        아프다면 소리를 질러도 된다.

       

       그렇게 해서 털어 낼 수 있다면 그보다 옳은 일이 없다.

       

       나는 그녀를 대신해서 울었고, 그녀를 대신해서 화를 냈다.

       

       이 모든 행동들이 그녀가 하지 못해 남은 한이었다.

       

       딸랑 –

       

       정신없이 시간이 흘렀다.

       

       목이 쉬어 목소리가 갈라지는 게 느껴질 만큼 감정들을 쏟아 냈다.

       

       단단하게 응어리져 있던 한이 물렁해지는 게 느껴졌다.

       

       단번에 다 풀어낼 수 있을 것이라곤 생각하지도 않았다.

       

       누군가를 향한 원한을 이만큼이나 내려놓은 것도 대단한 일이다.

       

       가장 부질 없지만, 그만큼 질긴 놈이 바로 복수심이니까.

       

       “하아…”

       

       영혼이 더렵혀지며 조화가 깨져 있었다.

       

       엘프의 영혼이 가질 형상이 아니었다.

       

       영기를 모아 방울에 밀어 넣었다.

       

       배웠던 조화를 떠올리며.

       

       딸랑 –

       

       움찔.

       

       방울 소리가 울릴 때마다 그녀의 몸이 움찔거렸다.

       

       안에 있는 저주가 발버둥을 치는 것이다.

       

       조화를 찾은 영혼에 자리가 없어졌으니 밀려나지 않게 자리를 잡는 것일 테지.

       

       “나가.”

       

       딸랑 –

       

       “나가!”

       

       기세를 끌어 올리며 몸을 후려쳤다.

       

       둔탁한 소리가 울리며 그녀의 미간에서 뭔가가 흘러나왔다.

       

       네크로맨서의 영혼과 합쳐진 저주였다.

       

       갈 곳을 잃고 방황하는 그것.

       

       당연한 일이다.

       

       엘프의 몸으로도 다시 들어갈 수 없고, 세계수에는 금줄이 잔뜩 걸려 있으니까.

       

       “음…?”

       

       상태가 살짝 이상했다.

       

       알 수 없는 무언가가 이것을 끌어당기고 있었다.

       

       군침을 뚝뚝 흘리며.

       

       휘잇 –

       

       휘파람을 불며 놈을 끌어당겼다.

       

       “이 잡것들이 쌍으로…”

       

       하지만 방울을 흔들기도 전.

       

       영혼과 저주가 통째로 사라져버렸다.

       

       “….하아.”

       

       어떻게 된 건지는 알 수 없지만 저 영혼의 최후가 편하지만은 않으리라.

       

       “…괜찮은가?”

       

       파라몬영감의 목소리였다..

       

       역시나 걱정이 잔뜩 담긴 눈.

       

       “이번에는 기절 안 했어요…영혼은 놓쳤지만.”

       

       “마족에게 끌려갔을 것이네.”

       

       “예?”

       

       “신관들이 그러더군. 저들은 영혼을 마족에게 팔아넘긴 족속들이라고.”

       

       “허…”

       

       상황을 보면 이제 끝이난듯했다.

       

       기절한 네크로맨서들을 묶어놓고 바닥에 앉아 있는 아이린과 내 앞에 누워 있는 엘프.

       

       둘 다 멀쩡했다.

       

       “피부터 닦으시게.”

       

       눈에서 피가 흐르는 건 알고 있었다.

       

       “저주의 반동이 아니라…”

       

       그냥 핏줄이 터진 거다.

       

       “피눈물이 날 정도로 슬픈 한이었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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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 Became a Shaman in a Fantasy World

I Became a Shaman in a Fantasy World

판타지 세계의 무당이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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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tatus: Ongoing Type: Author: Native Language: Korea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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