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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P.39

       나는 이지우가 건넨 폰을 통해 나아아가 끝나자마자 쏟아진 인터넷 기사들을 확인했다.

         

       [나의 아이돌 아카데미아 1화 본격 반영! JJ, SAV 등 대형 기획사들 참여 한다!]

         

       [한시우 1년 만에 활동 복귀! 그게 하필이면 나아아였던 이유는?]

         

       [한시우 데뷔 14년 만에 처음으로 예능 MC 맡았다.]

         

       그중에서 내 눈에 가장 띈 것은 이것이었다.

         

       [여자 아이돌 오디션 서바이벌 프로그램 <나의 아이돌 아카데미아> 1화부터 대박 났다!]

         

       [평균 시청률 : 4.2%에 순간 시청률 : 7.3% 역대 케이블 오디션 프로그램 중 최고….]

         

       “…대박.”

         

       물론 나는 전생을 살았기 때문에 나아아가 대박나는 프로라는 건 알고 있었다.

         

       그런데 벌써 시청률이 이 정도라고?

         

       내가 시청률 기사를 멍한 표정으로 보니 이지우가 스크롤을 내려 다른 기사를 집어 보여주었다.

         

       “예린아! 지금 그런 시청률 기사 볼 때가 아니야. 그 아래 거를 봐봐!”

         

       “그 아래 거요…?”

         

       이지우의 말에 시선을 내려 그 아래 기사를 보니….

         

       [형제기획 하예린 연습생, 처음으로 한시우의 얼굴에 미소를 피어올렸다!]

         

       나에 대한 기사가 올라와 있었다.

         

       심지어 나를 꼭 집은 기사는 그게 끝이 아니었다.

         

       [천재 연습생 출현? 고작 한 달 만에….]

         

       [빼어난 외모, 뛰어난 춤 실력. 하예린 연습생 시청자들과 한시우의 마음을 사로잡다!]

         

       [JJ 연습생 유 설과 경쟁구도인 하예린 연습생. 그녀에 대해….]

         

       [형제기획 그곳은 도대체 어디인가.]

         

       나에 대한 기사를…, 마치 공장처럼 마구잡이로 쏟아 낸 기자들.

         

       물론 그들에게 나에 대한 정보는 부족했기에…, 기사 속 그리 의미 있는 정보는 없었지만….

         

       지금 눈앞의 보이는 기사의 수만으로도 대중들과 미디어에 얼마나 노출되었는지 알 수 있었다.

         

       “예린아, 이게 끝이 아니야. 쌤이 다른 커뮤니티들도 찾아봤는데…, 자, 여기.”

         

       스윽-.

         

       이지우가 이번에 보여 준 것은 인터넷 커뮤니티에 올라온 한 글이었다.

         

       [제목 : 와 씨, 오늘 나아아 보는데 심장이 멎을 뻔했어.]

         

       [그냥 평범한 여돌 오디션 프로인 줄 알았는데 왜 이렇게 예쁜 애들이 많냐. 특히, 하예린. 와 걔는 현역 아이돌들이랑 비교해도 진짜 탑인 것 같아. 원래 내가 아이돌 이런 거 전역 이후로 끊었는데 진짜 오랜만에 가슴 떨리더라. 실력도 좋은 것 같던데 꼭 데뷔했으면 ㅇㅇ]

         

       -네가 걱정 안 해도 데뷔할 듯

         

       -데뷔만? 분위기로는 이미 하예린 우승이야

         

       └에이 그건 아니지 유 설도 있는데

         

       └솔직히 노래는 유 설이 더 잘하는 것 같던데?

         

       └유 설이냐 하예린이냐는 다음 주 무대보고 결정날 듯

         

       -하예린은 ㅇㅈ 진짜 개 이쁘더라

         

       -처음으로 투표 한번 해 보려고

         

       -하예린 여초 사이트에서도 난리잖아

         

       └원래 여자애들이 하예린같은 스타일 좋아하잖아 ㅇㅇ

         

       “…….”

         

       “이런 글들이 한 개가 아니라 수십 수백 개는 있어. 댓글 수는 그보다 훨씬 더 많고.”

         

       “…그렇다면.”

         

       이지우가 씨익 웃으며 내 어깨에 손을 올리고 말했다.

         

       “축하해, 이제 유명인이 되었네.”

         

       저벅-.

         

       하예린의 몸으로 다시 태어난지 19년.

         

       나는 일반인의 경계에서 벗어나…, 드디어 연예계라는 곳에 제대로 한 발을 들였다.

         

         

         

       **

         

         

         

       “대표님! 기사 중에 예린이 회사인 형제기획에 대해 언급하는 것들도 많아요! 예린이 덕분에 이제 저희도 꽃길 걷는 거예요!”

         

       “그런가….”

         

       깡패라고 무서워할 땐 언제고 이제는 형제기획의 전속 트레이너가 된 이지우는 강형만을 향해 쾌활하게 웃으며 소리쳤다.

         

       “저희 회사도 이제 몸집을 키워야죠! 직원들도 더 뽑고 연습생도 더 모아요! 그리고…!”

         

       “알겠으니 일단 진정하고….”

         

       되려 강형만이 이지우의 에너지를 감당하지 못하는 느낌이었다.

         

       이지우와 강형만.

         

       두 사람은 내 첫 방송 데뷔를 진심으로 축하해주고는 형제기획의 미래에 대해 의논하기 시작했다.

         

       나는 그 사이에 잠시 모니터링실을 벗어나 테라스로 나갔다.

         

       잠시 뜨거워진 머리를 식히고 찬바람을 쐬고 싶었기 때문이었다.

         

       휘잉-.

         

       “후우….”

         

       역시나 바람을 쐬니 머리가 조금 맑아지고 가슴이 진정되었다.

         

       하지만….

         

       덜덜.

         

       여전히 내 손은 조금 떨리고 있었다.

         

       나는 알지도 못하는 사람이 화면을 통해 내 얼굴을 보고…, 내 이름을 알고…, 나를 부르짖었다.

         

       이 기분을 도대체 어떻게 형용할 수 있을까.

         

       …무섭다. 거세게 뛰는 가슴이 진정되지 않는다.

         

       하지만 동시에….

         

       ‘더 잘하고 싶다.’

         

       남들에게 더 나를 보이고 싶은…, 더 인정받고 싶은 욕구가 든다.

         

       사람들이 나를 본다는 것에 무서우면서 그 쾌감을 진정시키기 힘들다.

         

       ‘어쩌면 나…, 원래 연예인 체질이었나?’

         

       푸핫.

         

       내가 그렇게 생각하며 속으로 작게 웃은 그때였다.

         

       끼익.

         

       “…예린아.”

         

       “수현 쌤.”

         

       테라스 문이 열리고 누군가가 들어왔다.

         

       강수현이었다.

         

       “감기 걸릴라. 아직 날이 추운데 왜 여기 있는 거야.”

         

       “그게…, 뭔가 가슴이 진정이 안 돼서요.”

         

       “아….”

         

       내 말에 강수현이 흠칫하더니 이내 고개를 끄덕이며 내 옆에 섰다.

         

       “그래, 그렇겠지.”

         

       “쌤도 이런 기분을 아세요?”

         

       “아니, 나는 몰라. 다만…, 너와 같은 아이들을 많이 봤어.”

         

       그리 말하는 강수현의 눈에는 과거의 장면들이 스쳐지나가는 것처럼 보였다.

         

       그녀는 대형 기획사인 JJ에서 오래도록 있었으니까…, 아마 나를 자신의 수많은 제자들과 겹쳐 보는 듯했다.

         

       “예린이 너는 아마 오늘 이 감정을 평생 잊지 못할 거야. 대중들에게 처음으로 너를 선보인 순간을….”

         

       “네….”

         

       그녀의 말에 나는 조용히 고개를 끄덕였다.

         

       그녀의 말마따나…, 나는 오늘 이 순간을 평생 잊지 못하리란 직감이 들었으니까.

         

       강수현은 고개를 끄덕이는 내 모습을 보고 싱긋 웃은 후 물었다.

         

       “내일부터 다시 나아아 촬영이지?”

         

       “네, 내일 아침 9시까지 오라네요.”

         

       내일부터 다시 그 세트장에서 나아아 2주차가 촬영된다.

         

       2주차부터 팀을 나눠 경연을 펼치고 투표 결과를 발표하니…, 사실상 본 게임의 시작이라고 볼 수 있다.

         

       “…….”

         

       내 말이 끝나고 강수현은 한참을 머뭇거리다가 물었다.

         

       “설이가…, 그렇게 살가운 아이는 아니지?”

         

       “……!”

         

       강수현이 먼저 유 설 이야기를 할 지는 몰랐기에 나는 잠시 당황했다.

         

       그리고 이내….

         

       “네….”

         

       고개를 끄덕였다.

         

       확실히 유 설이 살가운 성격은 아니었으니까.

         

       방송에서는 귀엽고 친절한 이미지를 보였지만 실제로는 벽을 쌓고 다른 이들을 차갑게 대하곤 했다.

         

       내 대답에 강수현의 표정이 다시 어두워졌다.

         

       “…아마 설이는 앞으로도 벽을 세우고 또 때로는 차가운 모습을 보일 거야.”

         

       “…….”

         

       “…그래도 설이를 너무 미워하지는 않았으면 좋겠어. 설이도…, 원래 그런 아이가 아니었거든.”

         

       원래 유 설은 그런 사람이 아니었다라…. 그렇다면 무엇이 그녀를 변하게 했을까.

         

       꼬옥.

         

       이런저런 생각이 드는 와중에 강수현이 내 손을 포개며 무거운 목소리로 말했다.

         

       “앞으로 아마 많이 힘들 거야, 예린아. 연예계는…, 이 바닥은 보이는 것처럼 화려하고 웃음 가득하기만 한 곳이 아니니까.”

         

       “쌤….”

         

       “나는 그게 무섭고 힘들어 떠나지만…, 내 마지막 제자인 예린이 너는 마지막 순간까지 웃었으면 좋겠어. 쌤이 뒤에서 늘 응원할게.”

         

       그리 말하는 강수현의 입가에 작은 미소가 걸려 있었다.

         

       나는 이를 통해 그녀가 방금 한 말이 진실이라는 걸 알 수 있었다.

         

       강수현.

         

       늘 무표정이지만 마음 따뜻한 내 첫 보컬 트레이너인 그녀에게서 많은 것을 배웠다.

         

       그러니 그녀가 내게 해준 말을 반드시 지킬 것이다.

         

       “꼭 마지막 순간까지 웃음을 잃지 않을게요.”

         

       강수현보다 백 배는 무표정하고 차가운 인상인 나지만…, 그녀의 말대로 마지막 순간까지 웃음을 잃지 않으리라.

         

       “그래, 예린아. 그거면 돼…, 그거면….”

         

       그렇게 나와 강수현이 손을 마주 잡은 그때였다.

         

       드륵-.

         

       “어? 두 사람 여기 있었네.”

         

       다시금 테라스 문이 열리더니 이지우와 강형만이 들어왔다.

         

       강형만이 조금 걱정스러운 목소리로 내게 물었다.

         

       “예린아, 내일부터 다시 촬영가야 하지 않니? 아침에 일찍 일어나려면 빨리 자야지. 옷 입어라 집에 데려다줄 테니.”

         

       “아…, 근데 사장님. 저 혹시 오늘 다른 데에 잘 곳 좀 마련해 주시면 안 될까요?”

         

       “음? 집에서 안 자고?”

         

       “그게….”

         

       강형만의 질문에 나는 아까부터 미친 듯이 울리고 있던 핸드폰을 보여 주었다.

         

       “지금 집에 가면 이 두 사람이 가만두지 않을 것 같아서요.”

         

       [아빠 부재중 통화 37건]

         

       [엄마 부재중 통화 31건]

         

       [아빠 : 예린아 ㅠㅠ 방송 너무 잘봤다. 아빠 엄마랑 같이 봤으면 좋았을 텐데 지금 어디니? 지금이라도 우리 딸 보고 싶어 ㅠㅠ 예린아 그거 알지? 우리 예린이는 아빠 엄마의 소중한 보물이라는 거? 아빠가 옛날에 우리 예린이 업어 키운 것 생각하면 아빠 허리가 아직도 쑤시는 것 같……(더 보기)]

         

       [엄마 : 예린아, 우리 딸 방송에 너무 예쁘게 나온 거 아니니? 정말 누구 딸인지 몰라도 너무 자랑스러워 ㅠㅠ 엄마 젊었을 적 생각나서 감개가 무량하기도하고 ㅠㅠ 우리 딸 사람들이 예쁘고 춤춘다고 인터넷에서 어마어마하게 칭찬하는 거 알아? 엄마도 못 참고 엄마 친구들한테 엄청 자랑하고 있어. 우리 예린이는 그만큼 자랑스런 딸이니까 엄마 아빠한테도 잘할 거……(더 보기)]

         

       강형만은 아빠 엄마의 무차별 전화, 메시지 폭격을 보고 표정을 구기며 고개를 끄덕였다.

         

       “…지금 당장 네가 오늘 밤 잘 곳을 마련해주마.”

         

       “감사해요.”

         

       그나마 형제기획에서 나아아 1화를 봤으니 망정이지 집에서 봤으면 아빠 엄마가 얼마나 나를 끼고 돌려 했을까.

         

       진짜 상상만 해도 질린다.

         

       그렇게 나는 그날 집으로 돌아가지 않은 채 강형만이 잡아준 호텔에서 하룻밤을 보냈다.

         

         

         

         

       **

       

         

         

         

       다음날 아침.

         

       강형만은 이제는 당연하다는 듯 나를 픽업해서 나아아 세트장에 데려다 주었다.

         

       “내가 새벽에 너희 집에 들러 짐을 챙겨 오긴 했는데 다 잘 챙겼는지는 모르겠구나.”

         

       “아까 차 안에서 확인해 봤는데 있을 건 다 있더라구요. 감사해요.”

         

       “…그래.”

         

       강형만은 특유의 무표정으로 고개를 끄덕이며 말했다.

         

       “나머지 일. 그러니까 네 부모를 포함한 밖의 일은 우리가 모두 잘 처리해 놓을 테니 너는 나아아에서 좋은 모습을 보이는 것만 신경 써라 알겠지?”

         

       “…네. 늘 감사해요, 사장님.”

         

       “내가 하는 게 뭐가 있다고. 고생은 다 네가 하지.”

         

       그 말을 들은 나는 어이가 없어 작은 웃음이 나왔다.

         

       매일 차로 픽업해주고 밥도 사주고 트레이너도 고용해주고 심지어는 우리 가족까지 케어해주는데 이게 어떻게 하는 게 없는 건가.

         

       다시 생각해도 참으로 감사한 사장님이었다.

         

       “그러면 다녀오겠습니다, 사장님.”

         

       “그래.”

         

       나는 강형만에게 고개를 푹 숙이고 세트장 안으로 들어갔다.

         

       먼저 향한 곳은 숙소.

         

       일단은 내 짐을 먼저 방에 풀 생각이었다.

         

       그렇게 내가 백팩을 매고 숙소 쪽으로 향해 걸어가는 그때였다.

         

       “언니-!”

         

       “…음?”

         

       나를 부르는 소리에 고개를 돌려보니….

         

       “언니이이-!”

         

       “…끄악.”

         

       해맑은 미소의 박유정이 내게로 뛰어들어 내 목을 휘어감으며 나를 안았다.

         

       “보고 싶었어요, 언니!”

         

       “…그, 그래. 유정아 나도….”

         

       “언니! 어제 방송 보셨죠? 어쩜! 언니 방송으로 보니 더 대박이던데요? 시청자들 반응도!”

         

       오랜만에 다시 만나도 참으로 강아지 같은 유정이었다.

         

       그런 유정이의 머리를 쓰다듬으니 주변에 숙소로 향하는 다른 참가자들도 보였다.

         

       나는 속속들이 나아아 세트장에 도착하는 참가자들의 광경을 박유정과 함께 보았다.

         

       “…예린아.”

         

       “음…? 언니?”

         

       그중에는 나를 부르는 또 하나의 목소리가 있었다.

         

       당연히 모를 수가 없는 이혜정의 목소리였다.

         

       이에 나는 뒤에서 들린 그녀의 목소리를 따라 고개를 돌렸다.

         

       그리고….

         

       “……어?”

         

       “…….”

         

       “…혜정 언니?”

         

       이혜정 쪽으로 고개를 돌리자 예상치 못한 광경에 나는 그대로 우두커니 멈춰 설 수밖에 없었다.

         

         

         

         

         

         

         

         

         

         

         

         

         

         

       

       

    작가의 한마디 (작가후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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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 Became an Idol to Pay Off My Debt

I Became an Idol to Pay Off My Debt

빚을 갚기 위해 아이돌이 되었습니다.
Status: Ongoing Author:
"What? How much is the debt?" To pay off the debt caused by my parents, I became an ido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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