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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P.390

    케일라에게 이야기를 들은 루크는 목소리를 높였다.

    “정녕 지금 한 말이 사실이더냐?”

    “그렇다니까, 넌 그동안 한 번도 만나 본 적 없어?”

    루크는 고개를 저었다.

    당연히, 금시초문이었다.

    “천사에게 진심으로 기도하면 이뤄진다니…….”

    루크의 중얼거림에 케일라는 덧붙이듯 말했다.

    “정말이라니까, 사업성공, 병세호전, 성적향상! 실제로 효과를 본 사람들이 많다더라. 뭐, 길거리에서 하는 말이 전부 믿을 만한 소리는 아니지만…….”

    그래, 그 말이 맞다.

    믿기만 하면 죄다 이뤄진다니, 그건 정말 말도 안되는 헛소리가 아닌가?

    케일라 역시 진심으로 그 이야기를 믿는 순진한 아이는 아닌 모양이다.

    하지만 갑자기 ‘천사신앙’이라니.

    루크는 그것이 나타난 이유를 전혀 짐작할 수 없는 것은 아니었다.

    만약 이것이 바로 신앙이 되돌아올 징조라고 한다면…….

    이 사태의 심각성은 루크의 예상보다 클 수도 있었다.

    그 말은 즉, 케일라 한 명에게 수를 쓰는 것으로는 상황에 어떤 변화를 줄 수도 없다는 이야기.

    루크는 곧 커튼을 치우며 걸어두었던 ‘사일런트’마법과, 여차할 때 케일라의 의식을 빼앗기 위해 손 끝에 장전해둔 ‘슬립’을 지우며 말했다.

    “케일라, 지금 그 이야기, 어디에서 들었지?”

    “왜? 너 설마 천사에  관심이 있어?”

    “물론이다.”

    루크의 진지한 눈빛을 본 케일라는 고개를 갸웃거렸다.

    루크처럼 이성적인 아이는 그런 이야기에 관심이 없을 줄 알았는데, 의외로 이런 이야기를 좋아하는 걸까?

    하긴, 루크는 저래 보여도 일단은 10살이니, 동화 속에나 존재하는 천사를 믿는다 해도 그렇게 이상한 것은 아니겠지.

    그렇게 생각하면 루크가 천사에 관심을 보이는 것도 그다지 이상한 이야기는 아니었다.

    “에이, 그런 건 그냥 하는 말인 게 뻔하잖아. 나도 그냥 길거리에서 듣고 중얼거렸을 뿐이지, 기도하면 이뤄진다는 말을 진심으로 믿는다거나 하는 건 아니니까. 그런 건 다 사기라고, 사기.”

    케일라는 루크가 실망할까봐 그 이야기를 듣고 자신이 생각하는 바를 이야기 했지만, 루크는 이미 그런 사소한 것에는 관심이 없었다.

    “그런 건 상관 없고, 어느 길거리에서 들었는지 그것만 말하거라.”

    여신이 잠든 지금, 만일 이교도가 신성을 깨우쳐 벌이는 농간이라면 그들을 결코 가만히 두어선 안 될 일이었으니.

    ———-

    그렇게 잠시 후.

    케일라가 말해 준 거리에 도착한 루크는 굉장히 혼란스러웠다.

    그 곳엔, 꽤 많은 수의 사람들이 하얀 색 로브를 공통으로 차려입고 마치 전단지를 나누어주는 사람처럼 팜플렛을 나눠주며 목소리를 높이고 있었다.

    “죽은 자를 살리는 천사님은 실존합니다!”

    “그 분을 진심으로 믿기만 하면 가정이 화목해지고, 사업이 번창하고, 성적이 오릅니다!”

    “실제로 다양한 사람들이 은혜를 입었습니다! 이 팜플렛을 보시면 그 사람들과 나눈 인터뷰 내용도 적혀 있어요!”

    “그분은 정말 마음에 평안을 주십니다!”

    ‘천사’라는 존재를 믿고 따르면 이러한 은혜를 받는다며 외치는 그들의 모습은 마치, 5000년 전에 보았던 마을 광장에서 고함치는 이교도들의 포교와도 같은 모습이었다.

     

    그나마 다행인 점은, 5000년 전의 이교도와는 달리 이들은 지나가는 행인들을 향해 ‘불신자는 지옥을!’ 등의 저주를 쏟아내지는 않는다는 점이었을까.

    아니, 오히려 정말로 이 좋은 것을 서로 나누지 못해 안타깝다는 듯 한 감정이 묻어나오는 중이었다.

    그것은 마치, 스스로가 좋아서 다른 이를돕는 봉사활동을 하는 이들을 연상케 했다.

    하지만 루크가 그토록 경악한 이유는 그들의포교가 정말로 건전하고 바람직한 방향을 띠고 있다는 것 때문만이 아니었다.

    가장 경악스러운 사실은, 저기서 저렇게 고함을치며 포교를 하는 이들의 얼굴중, 묘하게 낯익은 이들이 있다는 것 때문이었다.

    ‘맙소사, 저들은 내가 리저렉션으로 살려낸 자들이 아닌가!’

    그래, 그들은 과거 리치의 술수에 당해 언데드가 되었던 이들.

    그 상황이 너무 딱하여 자신이 처음으로 신성력을 크게 끌어올린 순간, 그 현장을 목격하고 경험한 자들이었다.

    죽음을 겪었으나, 다시 생을 되찾은 이들이었다.

    그래, 이제 확실히 알겠다.

    그들이 말하는 천사의 정체와, 그들이 겪은 기적이라는 이름의 은혜를.

    그리고 이 상황은, 다름아닌 자신이 만들어낸 비극이라는 사실을.

    “…….”

    루크는 이마를 짚었다.

    그들중 아무도 자신의 모습을 제대로 보지 못하였으니 막연히 괜찮을 것이라 생각하고 있었던 자신이 멍청하게 느껴지기 시작했다.

    “돌겠군, 정말로.”

    어쩐지 오늘은 느낌이 좋더라니.

    자신도 모르는 사이에 이토록 많은 신도가 생겼을 줄은, 상상도 못했다.

    ——-

    루크는 그곳에서 가장 익숙하고 열성적으로 외치는 인물을 향해 다가갔다.

    “저기……. 물어볼 것이 있네만.”

    “아, 너는……!”

    루크의 모습을 본 중년 남성이 굉장히 반가운 표정을 지으며 목소리를 높였다.

    “넌 혹시 예전에 여기서 자주 첼로를 켜던 그 아이 아니냐?”

    “그래, 그랬지. 아직 기억을 하는구나.”

    그렇다, 그는 과거 루크의 첼로 연주에 자주 돈을 넣어주던, 그러나 일이 바쁘다며 연주를 끝까지 듣고 돌아가는 날은 손에 꼽을 수 있을 정도로 적었던 남자였다.

    첼로를 연주하지 않은 것이 몇 달은 된 것 같은데, 아직도 기억을 해 준다니 고마울 따름이었으나, 이런 자리에서 만나니 기분이 묘하기 그지없다.

    게다가, 자신이 이들을 살려야 겠다고 마음먹은 것이 이 남자의 얼굴이었다는 점을 생각하면 더더욱 말이다.

    “역시! 내 눈은 틀리지 않았구나.”

    그는 껄껄 웃으며 말했다.

    “정말 많이 컸어, 벌써 한 명의 숙녀라고 해도 믿겠는걸. 부디 건강하게 무럭무럭 잘 컸으면 좋겠다고 매일매일 천사님께 기도하던 보람이있구나. 이렇게 큰 네 모습을 보니, 천사님께서 내 목소리를 들어주신 것만 같다.”

    “……하하.”

    루크는 멋쩍은 미소를 지었다.

    그래, 그 천사는 지금 그대의 목소리를 들어주고 있다.

    그건 사실이지.

    “그래, 물어보고 싶은 게 있다고 했지? 혹시, 너도 천사님께 관심이 있는 것이냐?”

    그가 물었다.

    루크가 질문한다.

    “그래, 나는 그대들이 여기서 대체 무엇을 하고 있는 지 궁금하구나.”

    그는 씨익 웃으며 답한다.

    “보다시피, 천사님에 대해 이야기를 하고 있는 것이지.”

    “대체 무슨 목적으로?”

    “더 나은 삶을 위해서.”

    “더 나은 삶이라니? 무슨 뜻인가?”

    루크의 물음에 그는 마치 웅변하듯 말했다.

    “말 그대로다, 지금보다 더 행복한 내일을 맞을 수 있는 방법에 대해 사람들이 더 많이 깨우치고, 그로써 사회가 더 높은 발전을 이룩할 수 있도록 모두를 위해 더 나은 삶을 누릴 수 있는 방법을 가르치려는 것이지.”

    루크는 그의 모습에 식은땀을 흘렸다.

    그가 본래도 이렇게 달변가였던가?

    이 남자에게서는 전에 느껴지던 세상에 주눅이 들어있는 힘없는 가장의 모습은 찾아볼 수가 없다. 

    대체 무엇이 그를 이토록 변하게 만들었단 말인가.

    “그대, 많이……. 변했구나.”

    그리고 변한 것은 단지 그의 삶에 대한 태도 뿐이 아니었다.

    흰 머리가 섞여 희끗희끗하던 머리카락은 어째선지 묘하게 자신의 백금색 머리카락과 비슷한 색으로 변했고, 주름과 검버섯, 다크서클 등으로 얼룩져 여유가 없어 보이던 얼굴이 지금은 활기를 되찾고 마치 10년은 젊어진 것 같았다.

    그런 이야기를 들은 그는 웃음을 터트리며 말했다.

    “하하, 그렇지. 이것도 전부 천사님의 은혜 덕분이다.”

    “무슨 뜻이지?”

    ‘나는 절대로 그런 것을 내린 기억이 없는데.’

    “하하하! 못 믿겠다는 눈치로구나, 그럴 법도 해. 하지만 들어보거라.”

    루크는 그의 목소리에 귀를 기울였다.

    “나는 말이지, 이미 한 번 죽었었다. 믿기 어려워하는 것 같지만.”

    “음.”

    당연히 믿는다.

    그를 살려낸 것이 바로 자신이니까.

    그는 계속해서 말을 이었다.

    “그렇게 한번 죽음을 겪고 난 뒤에 생각해보니, 그동안 나를 괴롭히던 세상의 모든 것들이  달라보이기 시작하더구나.”

    “그렇겠지.”

    죽고 사는 문제를 뛰어넘는 고민이 이 세상 어디에 있겠는가.

    아마 그토록 삶에 치이던 그가 그것을 깨닫는 것은 어렵지 않은 일이었을 것이다.

    “그래서, 나는 새롭게 도전하기로 마음먹었단다. 접었던 사업을 정비해 다시 시동을 걸고, 내 삶을 개선해나가기 시작했지. 그랬더니 어느새, 놀랍게도 내 망가져있던 모든 삶이 예전으로 회복되었더구나.”

    실패한 사업이 성공했다.

    자신의 곁을 떠났던 가족들이 다시 자신을 찾았다.

    망가진 몸이 고쳐지고, 또 인간관계가 회복되었다.

    “나는 이 모든 것이 그때 나의 눈 앞에서 빛나던 그 천사님께서 이룩해주신 것임을 믿어 의심치 않는단다. 그 분을 믿었기에, 나는 이만큼 성공할 수 있었던 것이지. 그 뒤로 나는 이 한 목숨을 그분께 바치기로 맹세했단다. 그 분께서 주신 목숨이니까.”

    그의 말에 루크는 미묘한 표정을 지으며 말했다.

    “……그, 내가 볼 땐 그냥 그대가 노력해서 성공할 수 있었던 것 같다만…….”

    “그럴리가, 만약 그분의 가호가 없었으면 나는 절대 성공하지 못했을 거다. 지금도 보거라, 만약 그분의 도움이 없었다면 내가 이토록 많은 사람들을 그분의 안락한 품으로 인도할 수 없었을 테지.”

    그의 말에 루크는 경악했다.

    “뭐? 설마 그대가 교주인가?”

    그러자 그는 당치도 않다는 듯 손사래를 치며 말했다.

    “뭐, 교주라니! 그런 당치도 않은 말을. 나는 그저 나를 이렇게 도와주신 천사님의 은혜를 설파하고 싶을 뿐, 그렇게 거창한 인물이 아니라는 말이야.”

    하지만 루크는 그에게서 느껴지는 미묘한 감각에 불안감을 느끼며 물었다.

    “그런데, 그 머리는 염색인가? 원래는 그 색이 아니었잖은가.”

    “아니, 그분을 진심으로 믿고 따르다보니 어느 순간 이렇게 변하더구나. 이 색은 마치 그때 빛나던 그 분의 모습과도 닮았으니, 나는 이 또한 은혜라고 생각한다.”

    “그……. 래?”

    큰일났다.

    설마 그가 자신의 사도가 되다니!

    그는 루크에게 팜플렛을 건네며 말했다.

    “자, 너도 관심이 있다면 읽어보거라.”

    “…….”

    루크는 눈썹을 모았다.

    이게 대체 다 무슨 난리람.

    작가의 한마디 (작가후기)
    여신을 눈앞에 두고도 알아보지 못하다니!

    루크는 신이야! 루크는 신이야! 루크는 신이야!
    루크펀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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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he Archmage dreams of being an Archmage again

The Archmage dreams of being an Archmage again

다시 대마법사를 꿈꾼다 대마법사였던것은
Score 4.2
Status: Ongoing Type: Author: Native Language: Korean

5000 Years in the future, the Archmage Luke Irushi opened her eyes again. The world has changes so much.

Horseless carriages, an entertainment box with audio and video, food and spices she has never seen before…

And, a changed magical system!

It wasn’t just the world that change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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