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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P.390

       

        

        

        

        

        

        

        타닥거리는 소리가 울려퍼진다.

        

        기지라는 이름의 거인이 죽어가고 있는 것이었다. 여전히 총성은 이어지고 있었으나 발 밑에는 피투성이가 된 시체들이 넘쳐났다. 흉부에 구멍이 뚫려 말조차 하지 못하고 꺽꺽거리며 죽어가는 사람들이 도처에 널린 시점이었다.

        

        그 사이를 수십 명의 사람이 거닐었다.

        

        행동에 따라 모습도 달라진다. 무기질적인 눈빛으로 발 밑의 시체를 내려다보다 간혹 방아쇠를 당겨 시체의 머리에 추가적인 구멍을 내는 이들은 머리부터 발끝까지 새카만 복장으로 무장하였고, 적당한 옷을 얼기설기 껴입은 사람들은 전자의 눈치를 보다 시체를 뒤져 물품을 챙겼다.

        

        서늘하고 축축한 공기 사이로 발라클라바에 가려진 입술이 움직였다.

        

        

        

       “여기는 트와일라잇. 현재 기지 제압 30% 가량 진행 중.”

        

       “식별. 목표 변경 없음. 서버실로 향하라.”

        

       “확인.”

        

        

        

        진즉 사분오열된 아르테미스 테크놀로지였지만, 그럼에도 이들은 한때 러시아와의 단독적인 협상이 가능할 정도의 전력을 가진 PMC의 집합이었다.

       

        그리하여 뉴욕 북부에서 흩어진 기술의 잔해와 박살난 잔존 러시아군을 흡수한 이들이 향한 곳은 그 무슨 일이 벌어져도 이상하지 않은 미확인구역이었고, 흩어진 군수물품과 그동안 모은 수많은 전투 데이터를 쓸어모은 뒤 완전히 재무장하였다.

        

        그 와중 나타난 매버릭이라는 인원은 그닥 달갑지 않았으나, 그가 전달해준 데이터 중에서는 신생 아르테미스의 엉덩이를 움직이게 만들 만한 데이터 몇 가지가 들어있었다 – 언노운 엑소 스네이크, 속칭 UES라고 불리우는 신병기의 완전한 아키타입이 미확인구역으로 흘러들어왔단 정보.

        

        그것만으로 기지 전체를 들쑤시기에 충분한 가치가 있었다.

        

        

        사박거리는 소리와 함께 발걸음이 이어진다. 그러나 그 사이에 섞인 작은 모터 구동음이 기지를 침범한 적들의 이질성을 단편적으로 나타내었다. 관절부마다 이어진 기계. 전원이 일반인보다 몇 배의 전투력을 발휘할 수 있게 만드는 엑소스켈레톤을 착용한 것이었다.

        

        아르테미스가 동원 가능한 가용 전력의 거의 대부분을 끌고 온 것이긴 했지만, 상부는 그럴 가치가 있었다고 판단하였고 – 이 자리에 선 트와일라잇 부대는 위쪽의 행동원리까지 신경쓸 이들은 아니었다. 그저 명령에 따르는 것이 최우선 요소였기 때문이었다.

        

        그리고 그 명령은 얼핏 순조롭게 이뤄지고 있는 듯했다.

        

        

        

       “각 작전팀, 현황 보고하라.”

        

       “블랙폭스 이상 무.”

        

       “크로이처 이상 무.”

        

       “바이올렛 이상 무.”

        

       “….”

        

       “조디악, 응답하라.”

        

        

        

        정적.

        

        그러나 통신망에 있는 그 누구도 당황하지 않는다. 몸에 새겨진 대로 행동할 뿐. 즉각적으로 채널을 바꾸어 조디악 팀이 담당하는 작전구역을 확인해달라고 말한 뒤 공중에 떠있는 스텔스 UAV와 연동된 화면을 체크.

        

        태블릿 액정 너머로 작전 구역이 확대되며 조디악 팀이 있던 곳을 보여주었다. 부서진 기지 벽면에 끼워진 듯한 트럭 한 대, 그리고 완전히 증발해버린 생체 신호들까지. 현황 보고가 5분 간격으로 이루어진다는 점을 감안하면 그 짧은 시간 안에 열두 명으로 이뤄진 분대 하나가 박살난 것이었다.

        

        지금은 인상을 찌푸리는 것으로 끝났지만, 계속해서 이런 상황이 벌어진다면 다음에는 어떤 표정을 짓게 될 것인가. 그리 생각한 총괄팀장이 입을 열었다.

        

        

        

       “조디악 팀의 작전구역과 인접한 크로이처가 해당 구역을 조사하도록.”

        

       “확인.”

        

        

        

        그리하여 열두 명으로 이루어진 두 번째 부대가 무인지대로 화한 조디악의 작전구역으로 이동.

        

        몇 분이나 지났을까, 이들이 본 것은 오로지…파편들이었다. 사람이라고 하기에는 팔이나 다리 같은 신체를 구성하는 성분이 너무나도 부족한 신체 쪼가리들. 현존하는 어지간한 탄환을 거의 다 막을 수 있는 고성능 방탄복과 엑소스켈레톤까지 착용한 이들이 넝마가 되어버린 것이다.

        

        개중 마치 신의 징벌이라도 받은 것마냥 가슴 한복판이 뻥 뚫려 박살나버린 시체를 들어올린 한 명이 눈을 찡그렸고, 이윽고 상반신과 하반신이 뚝 떨어지는 광경을 보자마자 그 자리에서 참지 못하고 토악질을 하고 말았다.

        

        중기관총의 화망에 걸려 통째로 쓸려버리기라도 한 건지. 하지만 그렇다기엔 조디악 팀이 그렇게 멍청하게 당해줄 리가 없었다. 엑소스켈레톤까지 착용했다는 점을 감안하면 이 정도의 거리에서는 총구를 돌리는 속도보다도 기동하는 속도가 더 빨랐을 테지.

        

        그렇다면 도대체-

        

        

        

       ───콰콰콰쾅!

        

        

        

       “이런 미친!”

        

       “끅…!”

        

       “씨발, 도대체 뭘 쏘는 거야!”

        

       “엄폐해, 엄폐! 중기관총이다! 콘크리트 블록 뒤로 숨지 마라! 뚫린다!”

        

        

        

        그 순간 들려오는…굉음.

        

        총이라는 카테고리에 넣을 수 있을지조차 의문인 크기의 소음이 기지 위를 천둥처럼 울렸다. 당연하겠지만 소리의 크기는 위력과 비례했고, 그 파괴력은 쏟아지는 우레와도 같았다. 어딘가에서 쏟아진 탄환이 눈 앞에 보이는 모든 것들을 말소한 것이었다.

        

        군용 차량의 차축이나 엔진 뒤에 숨은 소수의 이들을 제외하고, 콘크리트 블록이나 테트라포트 뒤에 숨은 적들조차 지속적인 사격을 통해 부숴 관통해버리는 절륜한 화력. 그리고 그 끝에는 사람보다도 큰 중기관총을 미니건마냥 들고 쏴대는 한 명의 인영이 있었다.

        

        

        KPV. 블라디미로프 대구경 기관총.

        

        유진은 무려 14.5x114mm 탄환을 초당 10발씩 발사할 수 있는 괴물을 ‘들고’ 쏘고 있었다.

        

        

        

       “망할, 저게 사람인가…!”

        

       “코드 블랙, 코드 블랙! 아키타입 확인! 지금 당장 가용 가능한 모든 전력을 이곳으로 보내라! 사람이 KPV를 들고 쏘고 있단 말이다!”

        

        

        

        카카카캉!

        

        옆에 물려있는 탄통의 무게까지 포함하여 족히 100kg가 넘는 총을 들고 있음에도 사신의 발걸음은 느려지지조차 않는다. 눈을 감았다가 뜨는 순간 사라지고, 예측하지 못한 곳에서부터 무지막지한 화력을 퍼부어댄다. 크로이처 팀에게 쏟아진 화력은 일개 작전팀이 견뎌낼만한 것이 아니었다.

        

        투두둑, 수십 센티미터 두께의 철근 콘크리트가 마치 두부처럼 으깨지고 부서진다. 적잖아 10발 이상이 명중한 순간 장갑차도 멈춰세울 수 있는 테트라포트 상부가 산산히 깨져나가며 그 뒤에 숨은 한 명의 왼쪽 어깨를 관통했다.

        

        물론, 말이 관통이었다.

        

        

        

       “끄아아악-!”

        

       “헨슨이 맞았다! 왼팔 상실!”

        

       “우회기동, 우회기동! 연막탄 까던지고 옆으로 돌아, 이 망할 새끼들아!”

        

       “방금 그 짓거리를 하다가 2명이 공중에서 파편 쪼가리가 됐다고!”

        

        

        

        당연하겠지만, 한정된 영역만 조준 가능한 거치형 중기관총과는 다르게, 사람이 들고 쏜다는 것은 정확성이 확보되었을 때 그 무엇보다도 파괴적인 위력을 불러일으키기 마련이었다.

        

        엑소 슈트의 전력을 끌어모아 허공으로 날아오른 두 분대원의 최후는 끔찍했다. 뛰어오를 때는 사람이었으나 착지할 때는 사람의 형체를 잃어버린 것이었다. 그리고 크로이처 팀에게 더욱 안타까운 것은 아키타입 – 유진의 옆에 장전수가 하나 붙어있다는 점이었다.

        

        

        

       “재장전!”

        

       “어우, 이거 탄도 무겁네요. 무슨 100발들이 탄통 하나에 수십 킬로그램씩이나 한대.”

        

       “그래도 제가 쏠 때마다 점차 줄어드니 괜찮지 않나요?”

        

       “그 점은 맘에 듭니다, 히히.”

        

        

        

        카토그래퍼.

        

        그는 진작에 장전수로 전직한 지 오래였고, 50구경도 아닌 14.5mm 탄환을 쏘는 기관총을 들고 쏜다는 발현자만이 가능한 기행을 바로 옆에서 바라보며 허허로이 웃을 뿐이었다. 언제나 그랬지만 이번에도 그는 유진에게 깝치지 말자는 생각을 굳혀가고 있었다.

        

        그것과는 별개로, 카토의 눈으로 바라본 14.5mm 철갑탄의 위력은…경이롭다 못해 경악스러운 수준이었다. 500m의 거리에서 32mm 철판을 관통한다는 위력의 KPV 대구경 기관총은 건물을 제외한 거의 모든 것들을 평등하게 무너뜨리고 있었다.

        

        심지어는 버려진 장갑차의 뒤에 숨어 재정비 중이던 적들조차 연달아 사격하는 것만으로 산산조각내버리는 정신나간 화력. 그리하여 유진은 열두 명으로 이뤄진 크로이처 팀을 고작해야 2분만에 3명으로 줄여버리는 데에 성공했다.

        

        헤드셋을 착용하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귀청이 떨어질 것만 같은 폭음이 잠시 끝남과 동시에 이어지는 말.

        

        

        

       “새 친구들이 온 것 같네요. 남은 탄통은 전부 옆에 놓고 가세요. 슬슬 부드러운 옆구리를 찔러줘야 할 테니까.”

        

       “…예이, 분부대로 하죠. 제가 옆으로 돌았을 때 한 명도 없을 것 같긴 한데.”

        

       “그 정도까지는 어려울지도 모르겠네요.”

        

        

        

        가능성은 있는 건가.

        

        그런 어처구니없는 생각과 함께, 카토는 그동안 익혀둔 내부 지리를 머릿속으로 더듬으며 기지를 습격한 적들의 시각에서 벗어나 옆으로 빠져나갔다. 발각 걱정은 없다고 해도 무방했다. 상식적으로 보았을 때 대구경 기관총을 들고 쏘는 사람이 있는데 다른 거에 신경이나 쓰겠는가.

        

        그럼에도 불구하고 머릿속 한 켠에서는 진짜 아예 들키지 않는 건 말도 안 되지 않나…하고 생각했지만, 백수십 미터를 기동한 끝에 군용 차량의 차축이나 무너진 벽면이 쌓여 만들어진 거대한 돌더미 아래에서 인컴에 고래고래 소리를 질러대는 적들을 본 순간 카토의 정신이 아득해졌다.

        

        이게 성동격서인가. 하지만 성동격서는 동쪽에서 소리를 낸 다음에 서쪽에서 습격하는 거지만, 이건 동쪽에서 망치로 후려친 다음 서쪽에서 딱밤 때리기가 아닐까. 그런 생각을 하며 카토는 수류탄의 핀을 뽑아제꼈다.

        

        네 개의 수류탄이 축차로 허공을 날았다.

        

        

        

       “수류탄-!”

        

        

        

        콰앙!

        

        끔찍한 폭음과 함께 적들이 지워지기 시작했다.

        

        기지에서의 교전은 이제 막 시작일 뿐이었다.

        

        

        

        

        

        

        

        

        

        

        

        

        

        

        

        

        

        

        

        

       “이 정도의 무기를 들고 쏴본 건 처음인데, 이거 꽤 마음에 드네요. 50구경 기관총에 비하면 반동이 좀 더 크긴 한데.”

        

        

        

       -아하! 그렇구나! 정말 유익한 정보였어요!

       -이게 인체의 신비지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여기서 겁대가리없이 태클거는애들 없지? ㄹㅇㅋㅋ만 치라고 ㅋㅋ

       -와정 말대 단한 걸요?

       -진자시1부1랄 할말은 준내많은데 내목숨아까워서 안한다….

        

        

        

        트럭을 몰고 부서진 기지 벽면으로 돌진한 이후로부터 몇 분 가량이 흘렀다.

        

        그 이후로 발생한 일들을 간단하게 설명하자면 다음과 같았는데 – 일단 추가적인 밴딧이 해당 벽을 통해 진입하는 사태는 막았지만 아직 기지 안쪽에서 발생한 일은 아무런 것도 해결되지 않았고, 그리하여 차량 앞유리를 깨고 나왔을 즈음 보인 것은 말 그대로 폐허 그 자체였다.

        

        120mm 박격포까지 동원했다더니 아주 난장판이 따로 없었다. 그리하여 기지의 구조라도 확인하기 위해 주변을 돌아다니던 와중 보인 것은…방어군으로 보이는 이들의 시체, 그리고 적당히 주변에 널브러져있는 KPV 대구경 기관총까지.

        

        하나당 수십 킬로그램에 육박하는 100발들이 탄통 대여섯 개가 빛조차 보지 못한 채 방어군의 금빛 핏물에 흠뻑 적셔져있었던 건 덤이었다.

        

        

        그렇다면 쓰지 않을 수가 없잖아?

        

        

        

       ‘들고 쏠 수 있도록 적당히 개조해봐야겠네요. 주변 경계 좀 해주세요.’

        

       ‘…네?’

        

        

        

        물론 한시가 급했기에 카토의 소소한 반항은 간단히 씹어버렸다.

        

        독특하게 생긴 개머리판을 분리하고, 사격 인원의 편의성을 위해 설치된 버튼을 위로 제낀 다음, 죽은 인원들이 차고 있는 허리띠를 풀어 두 개를 호다닥 엮은 후 인계철선과 낚싯줄을 사용해 잘 묶는다. 거기에 간이 손잡이까지 달아주면 대구경 중기관총도 들고 다닐 수 있었다.

        

        간단한 DIY가 끝난 뒤, 확인 사살을 한창 시행 중이었던 적 정규 병력-으로 추측되는 이들을 향해 총구를 겨누었다. 왼발과 오른발을 각각 사선 방향으로 평행하게 놓아 지면을 단단히 지지하고, 그 다음 온 몸에 힘을 줌과 동시에 방아쇠를 당겼다.

        

        지표면에서 천둥이 일었다.

        

        

        

       ───카카카캉!

        

        

        

        덱타료프 기관총을 들고 쏘았을 때보다도 더욱 거친 반동. 중간중간 예광탄을 섞어놓았는지 궤적을 확인하기에는 큰 문제가 없었고, 그리하여 탄착군 수정 및 조준 정렬은 그다지 큰 문제가 없었다.

        

        죽음의 불빛이 마하 3에 가까운 속도로 토해진다. 기관총이 형성한 살상 구역 안에 들어간 적들은 마치 초고수류압 커터에 닿은 것마냥 산산조각이 났다. 인게임이었기에 어느 정도 표현을 자제했음에도 불구하고 실로 처참하게 죽어간 것이 인상적이었다.

        

        14.5mm 탄환의 위력은 실로 절륜하기 짝이 없어 닿는 모든 것을 파괴했다 – 심지어는 그것이 콘크리트 블럭이든, 흙을 가득 채워 만든 1mx1mx1m의 입방체든, 혹은 그 외의 다른 것이든 전부 스티로폼처럼 으깨어 부수었다.

        

        이실직고하자면, 그 광경을 보고도 전능감을 느끼지 않을 수는 없었다.

        

        

        그리고 상황은 지금으로 돌아온다.

        

        완벽한 타이밍에 적 특수부대의 옆구리를 후려쳐 혼수 상태로 만들어버린 카토가 의기양양한 표정을 지으며 다가왔다.

        

        

        

       “한 건 하고 왔다는 표정이네요. 잘 하셨어요.”

        

       “아유, 물론이죠. 또 제가 할 땐 하는 남자인 카토그래퍼 아니겠습니까. 시킨 일은 잘 합니다.”

        

        

        

       -표정은 당당한데 왤케 없어보이냐 ㅋㅋㅋㅋ

       -할 때는 안 하고 뺀질거리는 카토가…아니야???????????

       -시킨년이 유진인데 그럼 안 할 거냐고 ㅋㅋ

       -하모니랑 다이스가 후임 들어왔다면서 실실 웃는 소리 여기까지 들린다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너 그거 스톡홀름 신드롬이야 임마!!!!!!

        

        

        

        찰칵찰칵.

        

        몸에 엉성하게 매어두고 있던 중기관총이 몸을 움직일 때마다 이리저리 흔들리긴 했지만, 잠시 점검한 결과 아직 큰 문제는 없었다. 어차피 임시로 만든 것이었기에 끊어져도 크게 상관은 없기도 했고.

        

        아무튼 때마침 잘 된 시점이었다. 남은 탄통은 세 개였으니, 카토가 하나를 들고 내가 두 개를 들 예정이었다 – 하나는 총에 끼워넣고, 다른 하나는 등 뒤의 가방에 넣었으며, 나머지 하나는 카토의 가방 안에 열심히 구겨넣었다. 큰 가방을 들고 왔던 건 실로 올바른 선택이었다.

        

        대략 수십 미터를 걸어간 끝에 그나마 상체 전반은 멀쩡해보이는 시체 하나를 집어들고 품 안을 뒤적거렸다. PDA 하나와 지도를 파밍한 후 인컴에 이카루스 기어를 가져다대어 적 통신망에 진입하였다.

        

        그리고 그 모든 데이터를 종합한 결과,

        

        

        

       “아키타입…?”

        

       “누가 봐도 유진 씨 말하는 것 같은…끄악!”

        

       “기관총 주변에 있지 마세요. 총구에 얻어맞을 수 있으니까요.”

        

        

        

        실로 우연의 일치.

        

        내가 아키타입이라고 중얼거린 순간 카토가 무어라 말했기에 그쪽으로 몸을 돌린 순간, 카토의 옆구리를 대구경 기관총의 총구가 꾹 하고 찔렀다. 그리하여 그는 응앜 하고 괴상한 소리를 내면서 바닥에 엎어졌고. 결코 응징하려고 한 행동이 아니었다.

        

        ‘카토쉑 응징 ㅋㅋㅋㅋㅋㅋ’ 과 같은 내용이 난무하는 채팅창을 뒤로 한 채 본격적으로 움직이기 시작했다. 아르테미스는 네 개의 타격팀과 각종 물자 및 돈으로 매수한 대량의 밴딧을 데리고 해당 기지를 침범한 듯했고, 통신을 감청한 결과 나와 카토가 두 개의 타격팀을 지운 것으로 확인.

        

        나머지 절반까지도 전부 으깨버릴 시간이었다.

        

        

        

       “후딱 이동합시다.”

        

       “알겠습니당….”

        

        

        

        그렇게 카토를 데리고 신나게 뜀박질을 시작했다.

        

        물론 달리기도 전에 카토가 짊어진 탄통이 등 뒤에서 신나게 흔들렸기 때문에, 무거운 걸 들 때는 최대한 몸이랑 밀착시켜서 흔들림이 없어야 이동에 유리하다는 기본적인 수칙 하나를 또다시 가르쳐주고는 총성이 많이 들리는 방향을 향해 뛰었다.

        

        기지는 버려진 비행장을 중심으로 만들어졌기에 크기가 매우 크긴 했지만, 건물과 건물이 밀집되어 있는 구간은 그닥 크지 않았다. 이는 다시 말해 조금만 이동하더라도 금방 격전지에 도달할 수 있다는 뜻이었다.

        

        아군 통신망에 대고 피아식별을 위한 방법이 무어냐 물으니, 잠시 대답하다가 건물 바깥에 있는 놈들은 전부 적이라는 말을 듣게 되었다. 벌써 거기까지 밀린 건가 싶긴 했지만 피아식별은 편해서 좋았다.

        

        

        

       “통신에서 뭐라던가요, 유진 씨?”

        

       “바깥 싸돌아다니는 놈들은 전부 적이라네요.”

        

       “후후, 밴딧멸시자 카토가 또다시 힘을 발휘할…악! 고만 때려요!”

        

       “기관총 범위에서 나오라니까요.”

        

        

        

        이번에도 진짜 우연의 일치였다. 물론 의도적으로 때렸다고 해서 카토가 할 수 있는 것은 없었다.

        

        그렇게 나는 또다시 기관총을 고쳐잡았고, 카토는 엄폐물에 몸을 기댄 채 LPVO의 십자선에 적군을 놓고 호흡을 가다듬었다.

        

        밴딧 청소가 시작되었다.

        

        

        

       ───투두두두두!

        

       ───카카카캉!

        

        

        

        두 개의 각기 다른 총성이 울려퍼지며 주변을 뒤지던 밴딧들이 폭풍 앞의 먼지처럼 쓸려내려갔다. 개중 VPO 같은 허접한 총으로 응사하는 친구들도 있긴 했지만 대개 변변찮은 방탄복도 걸치지 못한 채 등을 보이며 도망가다가 신체의 일부분을 상실한 채 바닥에 고꾸라졌다.

        

        순식간에 전선이 밀리기 시작했다. 등 뒤에서 일어나는 교전에 대비하기 위해 아르테미스 측에서 파견한 특수부대원 후방차단조 일부가 건물에서 빠져나오긴 했지만 아쉽게도 이쪽이 들고 있는 것은 14.5mm 중기관총이었다.

        

        조준이 느리고 정확성이 떨어지기에, 맞지 않고 나를 쏘아 맞힌다면 죽일 수도 있겠지만, 그게 어디 쉽게 되기나 하던가. 산전수전 다 겪은 특수부대원조차 움츠러드는 건 당연했고, 그 찰나의 몸부림이 삶과 죽음의 경계를 갈랐다.

        

        다시 말해, 모두 파편 쪼가리가 되었다는 소리였다.

        

        

        

       “어으, 총열 달아오른 거 봐라.”

        

        

        

       -미친련미친련미친련미친련….

       -이사람은 진짜 두뇌에서 두려움이라는 감정이 제거된 것인가????

       -아 ㅋㅋ 내가 중기관총을 들고 쏘는데 두려운 게 뭐가 있냐고 ㅋㅋㅋ

       -소신발언)지금이라면 메카유진도 정면에서 이길 거 같음

       -오늘도 이 사람과는 종족 자체가 다르단 걸 느끼고 갑니다

        

        

        

        미확인구역 특유의 서늘하고 축축한 공기와 맞닿은 새빨간 총열이 김을 모락모락 피워올렸다.

        

        그 와중 도네이션이 왔기에 잠깐 확인해보니…내 모습이 찍혀있었다. 근데 무슨…총기에서 모락모락 피어나는 김에 감싸인 내가 마치 터미네이터처럼 나온 장면이었다. 무슨 영화 포스터 같기도 한 모습이었다.

        

        아주 열광적이기 짝이 없는 반응을 터뜨리는 시청자들을 뒤로 한 채 다 쓴 탄통을 옆으로 갖다 버리는 와중 인컴에서부터 들려오는 목소리.

        

        

        

       -유진, 복귀했나!? 가능한 한 최대한의 사례를 할 테니, 기지에 들어온 적들을 몰아내주게!

        

        

        

        누군가 했더니 단장이었다.

        

        픽 웃으며 덧붙였다.

        

        

        

       “지금 갑니다.”

        

        

        

        그리고 그로부터 5분 후, 상인들은 장갑차에나 달리는 중기관총을 메고 들어온 비얌을 마주하게 되었다.

        

        기지 정상화까지 걸린 시간은 불과 15분이었다.

        

        

        

        

        

        

        

        

        

        

       

    작가의 한마디 (작가후기)
    KPV 중기관총 사격 영상은 한 번쯤 보시면 좋습니다
    다음화 보기


           


I Have Returned, but I Cannot Lay down My Gun

I Have Returned, but I Cannot Lay down My Gun

귀환했지만, 총을 놓을 수는 없습니다
Score 4.1
Status: Ongoing Type: Author: Native Language: Korean

Just the fact that I came back couldn’t be the end of everything.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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