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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P.390

       “파이스 스코비아말입니까?”

       

       그 날 밤. 백호 녀석에게 전화를 걸어 파이스라는 이에 대해 물었다. 녀석은 그 이름을 잘 알고 있는지 별 고민하는 기색도 없이 바로 답을 건넸지.

       

       “다른 세계에서 온 분 맞습니다. 정확히는 이 세계에 있다가 다른 세계로 끌려갔다 다시 돌아온 분이라 해야 할까요.”

       

       본인의 예상에는 틀림이 없었다.

       

       녀석은 나와 비슷한 부류. 다른 세상에서 나름의 성취를 거두고서 온 녀석이었다.

       

       “어느 판타지 세상에 끌려가셨다가 그 세상을 구하고 자체적으로 귀환하신 분입니다. 저희가 그 분과 접촉을 한 것도 그 분이 VR에 접속해 온갖 기행을

       벌이는 걸 확인했기 때문이죠.”

       

       백호가 이야기를 하길. 다른 세상과 이 세상의 융합이 점차 진행됨에 따라 비슷한 일이 여럿 일어나고 있다고 한다.

       

       백호네 회사가 VR이란 기기를 운용하는 것은 다른 세상과 이 세상의 결합에 대비하기 위함이기도 하지만 파이스같은 특이점을 쉬이 찾아내기 위함이라고도 말이다.

       

       “스스로 차원을 넘어 이 곳에 온 건가.”

       

       재밌겠군.

       

       본인과 비슷한 경지에 이른 녀석인지는 아직 모르겠다.

       

       최소한 영상 속의 모습만 보면 본인에 비해 한참 하수일 듯 하다마는. 직접 주먹을 맞대어 보지 않으면 그 아래에 감춰진 것이 얼마나 되는지 정확히 파악할 수 없으니 말이다.

       

       이야기가 달라졌군. 나에 비해서 하수가 아니라 본인과 진지하게 맞상대를 할 수 있는 녀석이라면 다소 건방진 태도를 취하더라도 이해해 줄 수 있지.

       

       좋아. 그럼 아피스에서의 싸움을 수락.

       

       아니. 아니야. 저 놈이 귀환자라면 굳이 아피스에서 싸울 이유가 있는가?

       

       서로 간에 전력을 다하기 위해서는 현실의 육신을 사용해야 할 터. 어디 녀석이 있는 곳으로 한달음에 달려가서는 그 얼굴을.

       

       “…혹시나 싶어 말씀드리자면 아라님과 비슷한 경지는 아닙니다.”

       “흠? 스스로 차원을 넘었다 하지 않았느냐.”

       

       본인이 차원과 차원을 넘어 다니는 것은 이 세계의 규율 자체를 굴복시켜 본인이 바라는 대로 써 내릴 수 있기 때문이다.

       

       차원을 넘어왔다는 것은 이러한 능력을 지니고 있단 소리이지 않은가.

       

       “그 판타지 세상에서 차원을 넘는 대마법을 작성해주었다는 것 같아서요.”

       “…쯧.”

       

       기분이 팍 식는구나. 이 경지에 이르고서는 생과 사를 걸고 대결을 펼친 적이 없었기에 기대했거늘.

       

       입술을 비죽거리다가 곰방대를 꺼낸 나는 그 안에 잎을 담으면서 물음을 던졌다.

       

       “백호. 네 녀석이 보기에 그 놈은 어느 정도로 강한가.”

       

       한 세상을 구원한 영웅이니만큼 일정수준의 힘은 지니고 있을 것이라 생각한다만. 이 구원이라는 것도 상대에 따라 이야기가 달라지지 않나.

       

       예를 들어 세상을 위협했던 것이 하늘의 끝에서 보았던 흑색의 잡룡 같은 것이라며는 상대할 가치도 없지.

       

       허나 다른 세계로 떠나가 상대했던 미치광이 정도이며 그를 홀로 쓰러트리는 데 성공했다면 놀아줄 가치는 있을 터.

       

       그를 알기 위해서 물었더니 백호가 헛웃음을 흘렸다.

       

       “아라님께서 아피스에서 상대했던 외신을 기억하십니까?”

       “외신? 그 불길한 검은 것 말인가?”

       

       기억하지. 아피스 속 육신을 가지고서 전력을 내어야 상쇄시킬 수 있는 공격을 쏘아대던 녀석이니까.

       

       현대에 오고 나서 싸웠던 것들 중에서 강한 축에 속했기에 아직은 잊지 않고 있다.

       

       “그걸 쓰러트리고 온 사람입니다.”

       “호오. 그래?”

       

       그 녀석을 쓰러트리고 온 것인가.

       

       흥미롭구나.

       

       좋아. 결정을 내렸다.

       

       그 녀석과 어디 한 번 제대로 맞붙어보아야겠어.

       

       다른 세상을 구원했다는 그 검이 어디에 닿았는지.

       

       혹여 본인의 하늘을 위협할 정도인지.

       

       죽일 가치가 있는지.

       

       친히 확인을 해보아야 할 터이니 말이다.

       

       “대답해주어서 고맙구나.”

       “근데 이건 왜 물어보시는 겁니까?”

       “듣자하니 그 녀석이 나와 이벤트전?이라는 것을 하고 싶어한다 해서 말이다.”

       “…네? 네?! 아라님! 잠시만요?! 제가 말씀 안 드린 게.”

       “아라야. 아라야.”

       

       바루가 내 옷자락을 잡아당기며 부르는 소리에 고개를 돌렸다.

       

       어느새 사람의 형상을 취하고 있는 그녀는 삐진 채를 하고 있는 것조차 귀찮아진 모양인지 꼬리를 살랑거리고 있었다.

       

       “본인은 배가 고프다. 맛있는 것을 시켜다오.”

       “흐음. 생각해보면 본인도 지금까지 무얼 먹은 것이 없구나.”

       

       화룡무인의 세상에서 백화령 그 녀석이 어찌나 열정적으로 달려들던지.

       

       죽일 생각으로 권을 휘둘러달라는 말에 그대에겐 죽일 가치가 없어 그러지 못하겠노라 답한 것이 상당히 짜증났던 모양이야.

       

       녀석의 열정을 고취시키려 도발 반 진담 반으로 한 말이기는 했다만 반응이 생각한 것보다 격했어.

       

       덕분에 따로 식사를 할 틈조차 없었고 여태까지 공복으로 견뎌야했지.

       

       물론 본인이나 바루나 음식을 먹지 않아도 사는 것에 지장이 없는 존재들이기는 하다만 그래도 삶이란 맛있는 것을 먹기 위하여 존재하는 것이니 끼니를 거를 수는 없다.

       

       “어디 한 번 골라보자꾸나. 무어 먹고 싶은 것이 있느냐?”

       “본인은 단 것이 먹고 싶다!”

       “단 것은 후식이지 않으냐. 우선은 식사가 될 만한 걸…”

       

       *

       

       “아라님?! 저기요?!”

       

       뚜- 뚜-

       

       “…아니. 으아악! 진짜아아아!”

       

       자신의 스마트폰을 내팽개치며 소리를 지르는 백호의 모습에 회사 안에 있던 사람들의 시선이 몰려들었다.

       

       그제야 제정신을 차린 백호는 별 일 아니니 신경 쓰지 말라고 이야기를 하며 얼굴을 붉힌 채 자리에 앉았다.

       

       그리고는 바닥에 널부러진 스마트폰을 주워들었다.

       

       내동댕이칠 때의 충격으로 금이 간 스마트 폰 화면에 피로로 가득한 백호의 얼굴이 비친다.

       

       내가 어쩌다가 이런 취급을 당하게 된 걸까.

       

       백호는 바루나 백주같은 신령들조차 경의를 표할 정도로 높은 격을 지닌 신수다.

       

       먼 과거에는 수많은 이들의 경외와 신앙을 품고 다니며 신이라 여겨지기까지 했던 이였단 말이다.

       

       그가 지닌 힘과 위치는 지금이라 해서 크게 다르지 않다. 수많은 세계의 인재들이 모인 회사에서도 상위에 속하는 백호는 충분한 수준의 힘과 권위를 지닌 존재였다.

       

       허나 지금은 아니었다. 아라라는 사람을 만나고 그녀에게 호구로 낙인찍힌 지금 백호라는 신수는 그저 백아라가 부르면 언제라도 성심성의껏 대답해야 하는 노예였다.

       

       “와. 씨. 아주 작살이 났네.”

       

       뒤편에서 들려온 경악에 고갤 돌린 백호는 뜨악한 표정을 짓고 있는 동료의 모습을 보았다.

       

       백호의 앉은키와 비슷한 덩치를 지닌 자그마한 여자 아이.

       

       겉으로 보기에는 성격 더러운 꼬맹이로만 보이는 그녀는 사실 오랜 세월을 살아 온 대마법사이며 차원 마법 유지 보수 팀 중 하나의 팀장을 맡을 정도로 뛰어난 실력을 지닌 사람이기도 했다.

       

       “전원은 들어오냐?”

       

       그 물음에 백호가 전원 버튼을 몇 번이나 조작해 보았지만 결과는 똑같았다.

       

       “안 들어오네요.”

       

       그의 스마트폰은 방금 전에 사망해버렸다.

       

       “얼마 전에 샀다 안 그랬냐?”

       “정확하게 구매하고 23일 지났습니다.”

       “캬. 한 달도 안 돼서 스마트폰을 또 바꾸는 거야?”

       

       최신 문물을 빠르게 따라가려는 모습이 존경스럽다면서 박수를 치는 여자아이의 모습에 백호의 미간이 절로 찌푸려졌다.

       

       “…적당히 좀 하시지요.”

       “농담인 거 알지? 너무 화내지 마.”

       “하아. 무엇 때문에 오신 겁니까.”

       “뭐 땜에 그리 빡쳤나 궁금해서.”

       “아니. 아라님께서 파이스와 공개된 자리에서 이벤트전을 벌인다지 않습니까!”

       “아아. 우리 야근 제조기께서 또 사고를 벌이셨구만?”

       “두 사람의 대결은 지금 현대인들의 수준을 아득히 뛰어넘은 수준일 겁니다! 과하게 눈에 띌 거란 말입니다!”

       

       백호는 아라가 질 것이라고 생각하진 않았다.

       

       파이스가 외신을 쓰러트렸던 것은 사실이지만 그는 어디까지나 여러 동료들의 힘을 빌어서 이루어낸 결과.

       

       작금의 아라와 비교하기에는 크나큰 결격이 있는 게 분명했으니까.

       

       다만 백호가 걱정하는 것은 두 사람의 싸움으로 인해 생겨날 여파였다.

       

       여태까지 감춰져 있었던 파이스의 전력과 그를 압도하는 아라의 모습을 사람들이 본다면 무슨 생각을 하겠는가!

       

       이는 거대한 폭풍을 만들어낼 사건이었다!

       

       여자아이는 백호가 하소연 하는 걸 가만 듣고 있다가 어깨를 으쓱였다.

       

       “그러게 그냥 다른 사람한테 일 넘기라니까. 화령님 따까리 하고 싶은 사람 넘쳐나잖아?”

       

       여자아이의 말은 사실이었다.

       

       아라라는 사람이 회사에 여러 풍파를 선사한 것은 분명한 진실이었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회사 안에는 아라의 팬을 자처하는 이들이 차고 넘쳤다.

       

       대표적으로 무협의 세상에서 온 이들이 그러했다.

       

       ‘무인을 자처하는 이라면 누구나 아라님의 발자취에 감격을 느끼기 마련이다!’라는 표어가 회사 안에 공연하게 돌아다니는 것을 보라.

       

       모든 무인이 그런 것은 아니지만 대부분의 무인은 아라가 방송하는 날만 손꼽아 기다리는 이들이었다.

       

       이외에도 아라를 좋아하는 이들은 많았다.

       

       아라의 초월적인 힘에 매혹된 이들.

       

       아라의 외견과 행동이 마음에 들어 눈을 떼지 못하는 이들.

       

       무인으로써의 초월적인 모습과 평소의 허술한 모습 사이에 존재하는 갭이 귀여워서 어쩔 줄을 몰라하는 이들.

       

       이외에도 여러 가지 이유에서 아라를 좋아하는 이들은 회사 안에 많았고 그런 이들은 누구나 백호의 자리를 노리고 있었다.

       

       “저도 그건 알고 있습니다마는.”

       

       백호도 이 사실을 아주 잘 알고 있었다. 마음만 먹으면 당장에라도 이 일을 집어던지는 게 가능하단 것도 말이다.

       

       “알고 있는데 왜 탈출을 안 하는 거냐? 그거야? 혹시 너도 속으로 즐기고 있다던가.”

       “미쳤습니까?! 해도 될 말이 있고 안 될 말이 있지!”

       “미안. 약간 선을 넘었네. 그래서 왜 포기를 안 하는데?”

       “…그런 놈들이 아라님을 전담하면 무슨 일을 벌일 것 같습니까.”

       

       아라라는 인간은 극도의 위험인물이다.

       

       지금이야 아무것도 하지 않기에 무해해 보이지만 마음만 먹는다면 이 세상을 홀로 멸망시킬 수 있는 것이 아라다.

       

       그런 사람의 곁에 아라를 무척 좋아하는 회사의 일원을 들이 밀어봐라. 무슨 일이 일어나겠는가.

       

       “자칫 잘못했다가 아라님의 신경이라도 거스른다면.”

       

       말이 끝까지 이어진 건 아니었지만 여자아이는 그것만으로 모든 걸 이해했다.

       

       자칫 잘못했다간 우리 회사는 물론이고 이 세상이 통째로 박살날 수도 있겠지.

       

       “…그. 그래도 모두 이상한 건 아니잖아? 예를 들어서 샤인 걔라던가.”

       “아. 그 분 말입니까. 그 분이라면 믿고 맡길 수 있습니다만 한 가지 결격사유가 존재합니다.”

       “결격사유?”

       “예. 그 분은 복슬복슬하지 않습니다.”

       

       털이 없다면 화령의 분노를 잠재울 수 없다.

       

       더할 나위 없이 진지한 목소리와 그렇지 못한 내용에 여자아이가 입술을 떨던 그 때.

       

       백호가 한숨과 함께 자리에서 일어섰다.

       

       “실례하겠습니다. 이 내용을 보고 드려야 할 것 같아서요.”

       “…어. 응. 그래.” 

       

    작가의 한마디 (작가후기)
    Ilham Senjaya님 보러 와 주셔서 감사합니다.

    —-

    OMG_619님! 세상에나! 500코인 후원을! 정말로 감사합니다!

    아라의 모습을 보고서 곰방대에 손을 대기 시작하셨다니… 약간 죄책감이 느껴지면서 동시에 기쁘네요.
    그만큼이나 아라의 모습이 멋있었다는 걸테니까요!
    힘차게 응원해 주셔서 감사합니다! 앞으로도 재밌는 글 쓰도록 노력하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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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he Heavenly Demon is Broadcasting

The Heavenly Demon is Broadcasting

천마님 방송하신다
Status: Completed Author:
He couldn't pass his habits to others upon his return. The Heavenly Demon remained a martial artis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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