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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P.390

       [미분적분이차함수 : 스피드런 언제 해요? 스피드런 언제 해요? 스피드런 언제 해요?]

       [코랑코랑 : 스피드런이나 ㄱ]

       [okao1116 : ㄹㅇ 애국가 따위를 들으러 온 게 아님]

       

       멍청하고 교만한 인간들….

       

       기다림이라는 걸 모르다니!

       

       나중에 반드시 후회하게 해 주겠다.

       

       로즈마리는 그런 다짐을 하며 이를 사리물었다.

       

       타닥, 타닥.

       

       [■블루베리스무디 : 넹]

       

       그래도 영업 스마일은 지어야지. 자고로 대업이란 하루아침에 이루어지는 것이 아니니까.

       

       (알림 : ‘말간하늘(sky1004)’ 님이 입장하셨습니다.)

       

       [□말간하늘 : 안녕하세요~]

       [□말간하늘 : 혹시 닼아에서 BubbleMellow 님 맞으신가요?]

       

       ‘말간하늘?’

       

       보던 닉네임이다. 그것도 꽤 익숙한 닉네임.

       

       로즈마리에게 영상을 찍어 올려달라는 등 갖은 생고생을 시킨 장본인이었다.

       

       [■블루베리스무디 : 네넨]

       

       하지만 그것도 미래를 위한 포석이다. 로즈마리는 다시 한번 계획을 점검했다. 국회 입성까지 머지 않았다.

       

       어떻게 해서든 이곳 방송계부터 장악한다. 그 뒤로 경제, 정지, 사회와 문화 등등. 온갖 분야에 걸쳐 나라를 잠식하는 것이다.

       

       그렇게 해서, 언젠가는 이 나라의 국가 수장까지…!

       

       …그런 원대한 계획은 머릿속에만 담아둔 채 채팅창을 흘겨봤다.

       

       [말간하늘 : 닉네임 귀여워요 >0<]

       

       “우웩.”

       

       [■블루베리스무디 : 감사합니다 ^^7]

       [□말간하늘 : 지금 스피드런 하실 건가요?]

       [■블루베리스무디 : 넹]

       

       어느덧 사람 수는 50명대.

       

       요행인지는 모르겠지만 게임 시작도 전에 50명은 상당하다. 이 추세대로라면 언론 장악도 꿈은 아니었다.

       

       로즈마리는 한껏 기대하며 키보드에 손을 올려놓았다.

       

       파앗!

       

       본격적으로 캠을 켜자 채팅창 반응이 180도 바뀌었다.

       

       [치킨피자조아 : 손 뭐임 ㄷㄷ]

       [클라리네레넷1 : 와 여성분이셨네]

       [미르미리 : 머임 버멜 여자였음?]

       [secx/c : 남자일수도 있지 왜그럼]

       [여스트리머만찾아봄 : 오]

       [미분적분이차함수 : 손이 여자인데]

       [등산왕등애256 : 여성분 맞는듯]

       

       반응은 한결같이 여자라는 것에 초점이 맞춰졌다. 뭔 놈의 여자 타령인지 채팅창이 쉴 새 없이 올라간다.

       

       [□말간하늘 : 와 여성분이셨네욧 ㄷㄷ]

       

       손캠을 하라 해서 손만 보여줬더니 단체로 발작하는 형국. 정조관념이 보수적인 곳에서 자라온 로즈마리에겐 생소했다. 막말 좀 보태서 전부 변태 새끼들인가 싶었다.

       

       ‘혹시 이 세상에선 여자가 방송하는 게 특이한 건가?’

       

       싶었지만 그것도 아니었다. 심지어 수천대 시청자를 지닌 유명 방송인이나 앵커(?)의 수도 상당했는데 뭐.

       

       아무튼 예상 외로 좋은 반응이었다. 이건 호기였다. 자신의 존재를 더욱더 극명하게 드러낼 호기 말이다.

       

       ‘지금부터 시작이다.’

       

       딸깍 딸깍.

       

       로즈마리는 씩 웃으며 바탕화면의 게임 아이콘을 더블클릭했다.

       

       

       **

       

       

       이날을 얼마나 기다려 왔던가.

       

       준비는 만반이었다.

       

       캔커피, 과자, 양념치킨에 콜라까지.

       

       최소 몇 시간이 걸릴 마라톤을 완주하기 위해 온갖 부식을 사 놓았다. 이제 남은 건 즐기는 것뿐이다.

       

       ‘시작했다…!’

       

       유저 닉네임, 버멜이 마침내 스피드런을 실황으로 달리기 시작했다.

       

       유하늘은 두 손을 꽉 쥐었다.

       

       한국 랭킹 2등인 자신이 랭킹 1등인 버멜의 첫 방송을 지켜본다. 이것이 얼마나 큰 의미를 지니고 있는가.

       

       유하늘은 스트리머였다. 그냥 스트리머도 아니고, 꽤 규모 있는 스트리머. 그녀의 팬층은 두터웠다.

       

       [현재 시청자 수 : 538]

       

       그 때문인지 시청자는 어느덧 열 배 이상 불어나 있었다. 그중에는 자신의 방송에서 보이던 사람도 있었다.

       

       물론 다키스트 아카데미아가 꽤 인기 있는 게임인 것도 한몫했다.

       

       어쨌든.

       

       [현재 시청자 수 : 722]

       

       이런 걸 신경 쓸 겨를 겨를은 없었다.

       

       본격적으로 게임이 시작됐다. 하늘은 헛숨을 삼켰다. 다키스트 아카데미아는 캐릭터 선택부터 중요했다.

       

       [캐릭터 선택 : 주요 캐릭터]

       

       [이 캐릭터들은 본작에서 고정적으로 등장하는 핵심 캐릭터입니다. 엔딩에 핵심적인 역할을 수행합니다.]

       

       “주요 캐릭터로 한다고?”

       

       버멜은 캐릭터를 커스텀하지 않았다. 즉, 작중에 등장하는 주요 인물 중 한 명으로 시작했다.

       

       저렇게 하면 신경 써야 하는 인물이 하나 줄어든다. 하지만 그만큼 전력에 공백이 생긴다는 단점도 있었다.

       

       어쨌거나 캐릭터를 커스텀하지 않는다는 것은 양날의 검이나 마찬가지였다.

       

       “잠깐만. 로테를 골랐다고?”

       

       유하늘은 입을 떡 벌렸다.

       

       로테 살리에르.

       

       틸레트 아카데미의 대표적인 천재 캐릭터. 뉴비 구원투수라고 불리는 캐스터 클래스의 화계마도사였다.

       

       하지만 이것도 어디까지나 낮은 난이도에서나 통용되는 말.

       

       “절멸에서 로테를 고르면 되게 힘들 텐데….”

       

       로테는 화계마도 특화라 절멸에서 굉장히 불리하다. 1챕터부터 마수들이 화계 내성을 달고 나오기 때문이다.

       

       광휘 난이도에서 마왕을 원턴킬에 죽이는 그 클라이스도 절멸에선 빌빌 기어대기 바쁘다.

       

       그런데 그 하위호환인 로테를 한다고?

       

       ‘어떻게 하려고 저러지?’

       

       일단은 더 지켜보기로 했다.

       

       [당신은 살리에르 가문의 차녀로 태어났습니다. 적성은 화계에, 문무를 겸비한 재능을 가졌습니다.]

       

       [틸레트 아카데미에 입학하기 위해 시험을 준비합니다.]

       

       스크립트가 끝나고 타이머가 켜진다. 이때부터 스피드런 시작이었다.

       

       타다다닥!

       

       버멜은 빠른 속도로 키보드를 눌러댔다. 필요한 물품을 모으고 아카데미 입학 시험을 준비해 나갔다.

       

       타다다다다닥!

       

       [뿌요뽀요뿌 : 와]

       [ww1111 : ㅁㅊ]

       [닼아줫망겜 : 뭐여]

       [okao1116 : 와 개빨라]

       

       스크립트와 선택지를 빛살처럼 빠르게 넘긴다. 개중에는 엔딩에 영향을 주는 요소도 있었다.

       

       유하늘의 입이 떡 벌어졌다.

       

       녹화 영상에서 한번 보긴 했다. 하지만 그땐 손캠이 없었다. 속도를 봐도 그냥 빠르구나 싶었다.

       

       손캠이 있으니까 확 와닿았다. 저건 일반인이 낼 속도가 아니었다. 아니, 사람의 속도가 아니었다.

       

       짤랑!

       

       [5000원 후원!]

       

       [방송하는 거 누구임?? 손캠 왜이리 이쁨???]

       

       멈칫.

       

       버멜이 손을 멈췄다.

       

       살짝 허둥지둥해 하는 기색. 도네이션을 처음 받아본 모양이었다.

       

       [■블루베리스무디 : 갑자기 소리 나와서 깜짝 놀랐잖아요. 방금 화면에 뜬 거 뭐였나요?]

       

       “뭐야. 도네를 몰라?”

       

       다른 사람들도 유하늘과 비슷한 반응이었다. 도네를 모르는 건가, 미성년자냐, 리액션 귀엽다 등등.

       

       [■블루베리스무디 : 아 5천원 후원해 주신 거구나. 감사합니다.]

       

       캠 화면 속 손이 살랑살랑 흔들렸다. 고마움의 표시였다. 하늘은 왠지 모르게 심장이 쿵쿵 뛰었다.

       

       게임은 고인물을 넘어 썩은물인데, 방송은 하나도 모르다니.

       

       어떻게 사람이 이렇게 순수할 수 있는 거지?

       

       그런 생각을 하며 헤실거리고 있던 중. 게임 속 로테는 어느새 아카데미에 입학한 이후였다.

       

       그런데 입학 석차가 이상했다.

       

       수석이 아니라 차석이었다.

       

       [코랑코랑 : 왜 차석으로 입학하는 거지]

       [미분적분이차함수 : 수석하면 초반부 경제 지원에 명성 보너스 무조건인데]

       [흠냐흥냐 : 이거 깰 수는 있음?]

       

       부정적인 반응에 손캠에 변화가 생겼다. 버멜이 검지를 펴고 좌우로 흔드는 제스처를 취한 것이다.

       

       – 너희는 하나만 알고 둘은 모르는구나?

       

       마치 그렇게 말하는 것 같았다.

       

       [─수석은 에테르라는 금안족이 가져갔나 봐. 살리에르 아가씨께서 안타깝게 1등을 놓치셨어.]

       

       플레이어가 수석을 먹지 않으면 에테르가 수석을 가져간다. 그녀가 고정적으로 필기 1등이기 때문이다.

       

       “쟤가 관건이지.”

       

       하늘은 쩝 입맛을 다셨다.

       

       진엔딩의 성패 중 대부분은 에테르에게 달렸다. 특히 ‘강철의 몸, 인간의 마음’ DLC가 추가된 후로는 더더욱.

       

       모든 게 순조로워도 에테르의 타락을 막지 못하면 한순간에 끝장이다.

       

       ‘문제는 로즈마리가 어떻게든 에테르를 타락시려 한다는 거지. 유저들이 측정한 기본 확률이 60퍼센트나 돼. 여기에 어지간한 변수가 꼬이면 100판 중에 99판은 진엔딩을 못 보게 되고.’

       

       에테르를 동료로 회유하느냐 회유하지 못하느냐. 그리고 그녀를 아카데미에 남기느냐 남기지 못하느냐.

       

       이 두 가지가 초반부 빌드 성공 여부를 판가름하는 기준이다.

       

       그리고 문제도 두 가지였다.

       

       ‘에테르를 만나기가 쉽지 않지. 설령 만나더라도 장시간 대화하는 게 보통 어려운 게 아니고.’

       

       하늘도 온갖 방법을 다 사용해 봤지만 에테르와 대화하는 건 10번 시도해서 한 번 될까 말까였다.

       

       그런데 동료로 삼으려면 호감도를 쌓아야만 한다.

       

       호감도는 대화를 여러 차례 나눠야지만 오른다.

       

       에테르에게 대화를 거는 것 자체가 운빨이었기에 진엔딩은 천운이 따라야만 겨우 한 번 볼 수 있었다.

       

       그런데, 잠깐만.

       

       동선이 이상했다.

       

       [몰디브경제부장관 : 아 저거 저렇게 하는거 아닌데;]

       [빵캣0101 : 클라이스 연구실에 등록하러 안감?]

       [pr3mmu : 로테면 플레어 개발부터 찍어야지 ㅡㅡ]

       [알리올리올리오 : 합격한 날 개바쁠 텐데 술집을 가네]

       [치킨피자조아 : 훈수좀 제발]

       [okao016 : 랭킹 1위한테 훈수두는 놈들은 뭐임 ㅋㅋㅋㅋ]

       

       당연하게도 채팅창에 훈수가 난무한다. 그리고 그런 훈수 좀 두지 말라며 채팅을 치는 사람도 있었다.

       

       이윽고 채팅창은 총체적 난국으로 변했다.

       

       “채팅 정리 안 하나?”

       

       하늘은 보통 훈수하는 사람을 밴한다. 저런 애들은 꼭 선을 넘으니까.

       

       실제로 도배까지 하며 선 넘는 사람이 생겨났다. 그런데도 버멜은 제지는커녕 언급도 없었다.

       

       머지않아 하늘은 왜 버멜이 합격하자마자 술집으로 갔는지 알 수 있었다.

       

       “뭐야. 에테르가 왜 여기 있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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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he Magic Academy’s Physicist

The Magic Academy’s Physicist

마도 아카데미의 물리학자
Score 4.0
Status: Ongoing Type: Author: Native Language: Korean
In an era when the power of Fire Magic was considered to have reached its limit, one girl began researching nuclear fusio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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