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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P.391

       “여기서 돌아다닐 때마다 사람이 이렇게 많을 수 있다는 것에 놀라요.”

        

       “그건 네가 왕족이라서 그런 거 아닐까? 나도 제도에 가끔 나갈 때마다 사람이 많다는 걸 느끼는데.”

        

       잠깐 벤치에 앉아 쉬면서 샤를로트가 한 말에 앨리스가 대답했다.

        

       “그렇게 느끼는 것이 이상한 것은 아닙니다. 실제로 이 나라 인구수는 크기에 비해서 매우 많은 편이니까요. 게다가 이 도시에만 천만 명에 가까운 인구가 몰려있으니 더 그렇게 느끼실지 모르겠습니다.”

        

       게다가 서울에서 사는 사람들은 잘 인지하지 못하지만, 서울은 관광도시이기도 했다. 한국에 방문하는 외국인 중 많은 사람이 서울을 방문하고, 다른 도시에서 온 사람들도 꽤 많으리라. 요즘이야 인터넷으로 다른 도시에서 볼만한 것들에 관한 이야기들이 많이 올라오지만, 그래도 여전히 해외 관광객들은 서울로 많이 모인다……라고 언젠가 뉴스에서 본 것 같다.

        

       뭐, 아무튼, 적어도 내 주변 사람들에게 ‘놀이기구 하나 타는데 대기 시간 두 시간’은 꽤 충격이었던 모양이다.

        

       “생각해보면, 제국에 이런 장소가 있다고 해도 방문할 수 있는 사람들은 부르주아나 귀족들뿐이겠지. 이렇게까지 많은 사람이 모이는 것 자체가 불가능할지도 몰라.”

        

       “그리고 그렇기에 입장료도 훨씬 비싸겠죠. 이 정도로 많은 숫자라면 지금 받는 비용으로도 충분히 시설 유지가 가능하겠지만, 방문객의 수가 적으면 시설을 유지하기 위해서라도 어마어마한 돈을 받게 되겠죠. 물론 귀족들이라면 충분히 낼 수 있는 비용이겠지만…….”

        

       빈익빈 부익부.

        

       지금 당장 아제르나의 큰 문제라면 바로 그것이다. 그 위아래가 그야말로 극단적으로 갈라진 상황이라 솔직히 언제 터질지 모른다.

        

       “하지만 두 분이라면 잘 해나가리라 생각합니다.”

        

       나는 말했다.

        

       “이 세상에서는 세계대전이 두 번이나 있었죠. 하지만 아제르나의 다음 세대는 여러분이 이어 나갈 테니까요. 훨씬 더 좋은 방법이 있을 것이라 생각합니다.”

        

       그리고, 사실 왕족들은 몸 사리고 있다가 은근슬쩍 뒤로 빠지면 되는 일이기도 했다. 실제로 유럽의 왕족들은 대부분 입헌군주제로 전환하면서 살아남았다. 귀족들도 마찬가지고.

        

       ……뭐, 그것도 마냥 쉬운 일은 아니겠지만.

        

       “무슨 소리야? 결국 너도 가서 같이 겪을 일인데.”

        

       “아제르나로 돌아갈 생각이 없는 건가요? 이쪽 세상에서 시간을 보내고 돌아가더라도 아제르나의 시간은 거의 흐르지 않았을 텐데요?”

        

       “…….”

        

       그 말에는 나도 할 말 없었다.

        

       그러고 보니 나도 황녀였지.

        

       이쪽에서 지내다 보면 자꾸 잊어버린단 말이야.

        

       “에이, 무슨 진지한 이야기를 그렇게 하고 있어?”

        

       클레어가 손을 휘휘 저으며 말했다.

        

       참고로 젓지 않는 다른 쪽 손에는 솜사탕이 들려있었다.

        

       미아는 와플과 츄러스를 양손에 들고 행복한 표정을 짓고 있었고.

        

       어째 같은 장소에 있는데도 세계관이 달라 보이네.

        

       “그것도 그렇네요.”

        

       샤를로트는 벤치에 앉은 채 자리를 쭉 펴면서 말했다.

        

       “어차피 돌아가도 시간은 거의 흐르지 않았을 테니, 이곳에서 있는 동안 그냥 마음 편히 있다가 가도 되겠죠. 그게 그렇게 쉽게 마음먹을 수 있는 일은 아닙니다만…….”

        

       그렇게 말하는 샤를로트의 눈이 미아를 향했다.

        

       자신과 같은 때 와서 훨씬 더 빠르게 적응하는 미아가 신기하기라도 한 모양이었다.

        

       “……조금 이상한 일입니다.”

        

       작게 말했는데, 이 세 사람은 귀도 좋은지 모두 동시에 나를 쳐다보았다.

        

       “제가 아제르나에서 지낸 시간이 그렇게 긴데도, 여러분과 이곳에서 있었던 것이 정말 오래된 것처럼 느껴집니다. 마치 처음부터 이렇게 지냈던 것처럼.”

        

       “…….”

        

       다들 나를 한동안 말없이 바라보았다.

        

       “고향이니까요. 아무리 아제르나에 있는 것이 아무렇지도 않다고 생각했더라도, 결국 태어난 곳을 버릴 수는 없는 법이죠.”

        

       샤를로트는 말했다.

        

       “언니, 만약 여기 남고 싶은 거라면…….”

        

       “그럴 생각은 없습니다.”

        

       나는 딱 잘라 말했다.

        

       “제가 아제르나에서 했던 모든 일은 여러분과 함께 지내기 위해서였습니다. 그래서 고생했는데 그걸 모두 포기하는 건 있을 수 없는 일입니다.”

        

       그렇다. 내가 뭘 위해서 그 개고생을 했는데.

        

       만약 나만을 위해 살 생각이었다면, 나는 진작에 스토리에서 한참 벗어난 곳에 자리를 잡았을 것이다. 나의 능력이 있으니 뭐 먹고 사는 거야 어떻게든 했을 거고.

        

       여신이 그걸 보고 어떤 반응을 보였을지는 잘 모르겠지만 말이다.

        

       그리고 이쪽 세상으로 돌아왔을 때 무척 기뻐했겠지.

        

       애초에 나는 다른 세상에 갔던 사람들이 굳이 원래 세상으로 돌아오던 것을 이해하지 못하던 사람이었다. 내가 어린 시절 보았던 만화나 애니메이션이 일본 쪽에서 나온 거라서 그랬던 건가?

        

       원래 살던 세상에서 얻지 못했던 능력을 얻고, 그렇게 많은 것을 이루어냈는데 원래 세상으로 돌아가라는 것은 웃긴 일 아닌가. 자기 의지가 아닌 이민을 하였더라도 그 세상에서 일구어낸 것이 있다면 그걸 포기하고 싶지는 않은 법이다.

        

       게다가, 나는 황녀이기도 했다. 따라붙는 의무 같은 것이 잔뜩 있긴 했지만, 마르지 않는 지갑이라는 것은 포기하지 않을 가치가 있었다.

        

       “……제가 말을 잘못했습니까?”

        

       다들 나로부터 슬쩍 눈을 돌리길래 그렇게 물었더니, 클레어가 크흠 크흠 목을 가다듬었다.

        

       “아니, 언니는 잘못한 거 하나도 없어.”

        

       “그래. 우리랑 돌아가고 싶다니, 돌아갈 때는 확실하게 데리고 가도록 할게.”

        

       클레어의 뒤를 이어서 앨리스가 그렇게 말했다.

        

       “여기서 신세 진 건 돌아가서 확실하게 갚도록 하죠. 기대하고 있으세요.”

        

       “저, 저도, 연락 자주 할게요.”

        

       음…… 뭐, 그렇게 이야기를 해주는 건 좋은데.

        

       왜 얘네들이 갑자기 이렇게 반응하는지는 잘 모르겠다.

        

       *

        

       솔직히 말하자면 조금 불안하긴 했다.

        

       그렇게 일상이 계속 이어지다 보면 목표 의식도 희미해지고, 결국에는 이쪽에 정착해버리는 선택을 해버리지는 않을까?

        

       다른 아이들이 모두 돌아가고 싶어 할 때, 나 혼자서 다 같이 여기 남고 싶어서 술수를 써버리는 건 아닐까?

        

       물론 그럴 일은 없다고 생각하지만, 만에 하나라도.

        

       지난 휴방으로부터 다시 며칠이 지나 토요일.

        

       아직 지보의 빛은 희미했다. 물론 미아와 샤를로트가 넘어온 직후보다는 조금 나아지긴 했지만, 적어도 지난번의 그 일을 다시 벌일 정도로 밝아지진 않았다.

        

       방송은 순조로웠다. 솔직히 요즘에는 어째 아제르나 전기보다는 자꾸 다른 게임을 자주 하는 것 같았지만.

        

       샤를로트는 의외로 겁이 많았다. 미아도 마찬가지라, 두 사람이 공포게임을 플레이하는 모습은 수많은 사람에게 깊은 인상을 심어준 모양이었다.

        

       게임은 거의 하지 않고 다섯 명이 떠드는 것으로만 방송을 한 적도 있었고, 시청자가 추천해준 온라인 FPS를 찍어서 먹어본 적도 있었다. 의외로 내가 훈련했던 그 실제 사격 능력은 게임 실력에도 영향을 미친 건지 그럭저럭 괜찮은 실력이 나왔지만, 모르는 사람과 팀을 맺어 함께 게임을 하는 것이 내 성미에 맞지는 않았다.

        

       아무튼, 그런 식으로 평화롭게 시간을 보내다가—

        

       대망의 토요일.

        

       오늘은 방송을 조금 늦게 시작하기로 했다.

        

       기왕 복권을 샀으니, 복권 방송은 보고 시작하자는 생각이었다. 만약 우리가 1등 당첨이라도 되었는데, 너무 좋아하는 게 방송에 나가버리면 여러모로 곤란하니까.

        

       물론 그럴 가능성이야 한없이 낮다만, 그래도 조심해서 나쁘지 않잖아.

        

       게다가 원래 복권은 그런 기분을 사는 거다. 조금쯤 기대해서 나쁠 것도 없다. 안 된다고 대단히 실망할 일도 아니고.

        

       우리 모두 찍은 번호는 달랐다.

        

       “언니는 1등 되면 뭘 할 거야?”

        

       “1등 당첨 확률이 얼마나 되는지 알고서 하는 말이죠?”

        

       클레어의 말에 샤를로트가 딴지를 걸었다.

        

       “그건 까보기 전까지는 모르는 거잖아. 그리고 언니도 말했어. 복권은 1등이 되기 위해 사는 게 아니라 꿈을 사는 거라고.”

        

       “단돈 5천 원에 꿈을 사야 할 정도라면 희망이 너무 빈곤한 게 아닌가요…….”

        

       “뭐, 진짜 꿈이라기보다는 두근거리는 마음을 사는 거지.”

        

       샤를로트의 말에 앨리스가 웃으며 대답했다.

        

       “그래도 1등이 되었으면 좋겠네요.”

        

       미아는 눈을 반짝이며 말했다.

        

       이쪽으로 오기 전의 미아도 처음보다는 많이 밝아진 편이었지만, 지금은 그보다도 훨씬 밝은 것 같다.

        

       걱정할 것이 완전히 사라진 곳에서 맛있는 걸 먹고 있으니 그럴만도 한가.

        

       적어도 우리 다섯 명 중에서는 미아가 가장 ‘꿈을 산 것 같은’ 표정이었다.

        

       나쁠 거 없지.

        

       나는 그렇게 말하며 나는 시계를 보았다.

        

       굳이 방송을 보면서 기다릴 필요는 없다. 결과가 나오면 홈페이지에 금방 뜰 테니까.

        

       그때까지 애들이랑 다른 영상이나 보면서 시간이나 때우자.

        

       *

        

       “……어.”

        

       그리고 발표 시간이 지난 뒤.

        

       우리가 함께 지내는 방에는 잠깐 아무런 말소리가 들리지 않았다.

        

       어, 그러니까…….

        

       “당첨? 1등?”

        

       그렇다.

        

       옆에서 클레어가 멍하니 중얼거린 대로다.

        

       그것도 같은 번호를 두 개 쓴 것으로.

        

       ……아니, 뭐 이런 개연성 없는 일이 있을 수 있나.

       

    작가의 한마디 (작가후기)
    애들 원룸 탈출은 시켜줘야죠!

    오늘도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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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he Protagonist and Their Party Are Overly Diligent

The Protagonist and Their Party Are Overly Diligent

Status: Completed Author:
I got transported into a steampunk-themed JRPG developed by a Japanese game company. Somehow, I ended up becoming an executive in the villain faction. However, the protagonist and their party are excessively diligen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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