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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P.391

    예상치 못한 사도의 등장에 루크는 당황할 수밖에 없었다.

    루크의 입장에서는 그것이 굉장히 큰 위기였기 때문이다.

     

    자신도 모르는 새에 신도가 생겨나고 있었다니!

     

    루크는 신성력이 생활에 깊이 뿌리내리고 있던 5000년 전의 신화시대를 살았던 영웅이다.

    따라서 신성력이 너무나도 익숙한 나머지, 그것이 지닌 파급력 역시 너무나도 얕보고 말았던 것이다.

     

    라함에게는 분명히, 자신을 향한 신앙심이 싹트는 중이었다.

     

    그렇기에 루크는 일단 그가 운영한다는 시설을 따라가 보기로 했다.

    대체 그곳에서는 무슨 일이 벌어지고 있는지, 두눈으로 직접 확인을 해야 할 것 같았다.

     

    “……따라서, 우리들은 이웃을 더욱 아끼고, 주의를 기울여야 한다는 것입니다. 그것이, 우리 사회를 더욱 밝고 건전한 방향으로 이끄는 길이며…….”

    루크는 자신의 사도가 되어버린 라함을 바라보았다.

     

    ‘일단 너무 신경쓰여서 따라와 보기는 했는데…….’

     

    생각보다 너무 본격적이다, 이 ‘신전’.

     

    설교라니.

     

    설교의 내용은 일단은 확실히 좋은 내용이었다.

    이웃을 아끼고 사랑하라, 만물에 감사하라, 사람들과 기쁨을 나누라…….

    당연히 좋은 말이 아닌가.

    루크 역시, 그에 대해서는 동의를 하는 바였다.

     

    그러나 그런 이야기들을 많은 사람들 앞에서 설득력 있게 이야기를 풀어나갈 수 있느냐는 것은 전혀 다른 문제다.

     

    하지만 자신의 그저 모습을 보였을 뿐, 그 외에 어떤 교리도 내린 적이 없는데 대체 무슨 수로?

     

    신학적인 지식도, 제대로 된 교리도 없는 상태에서 ‘커다란 뜻’을 설파하는 것은 거의 불가능에 가까운 일이다.

     

    그가 자신의 사도가 아닌 이상에야…….

     

    ‘머리가 아프구나…….’

     

     

    —–

     

    그렇게 라함이 운영하는 시설, ‘라함의 집’을 모두 돌아본 루크는 더더욱 마음이 복잡해졌다.

     

    “자아, 어떠냐? 꽤 괜찮은 시설이 아니냐?”

    “그런……. 것 같군.”

    “그렇지? 이게 다 천사님의 뜻이란다.”

    “…….”

     

    루크는 입을 닫았다.

    그래, 뜻이라면 뜻이다.

    헌데 서로를 아끼고 더 나은 사회로 나아가자는 말을 반대하는 사람이 미친놈 아닌가.

     

    사람들과 좋은 이야기를 나눈다.

    쉬는 날에는 이웃을 돕기 위해 봉사활동을 나간다.

    헌금이나 기부금은 일체 자신의 주머니에 들어가지 않고, 모두 시설의 운영비나 아이들을 돕기 위한 봉사활동을 위해 쓰인다.

     

    라함은 그러기 위해 자신의 사업으로 번 재산을 이용해 이 고아원을 사들였다고 했다.

     

    ‘고아원이라…….’

     

    과거 신전은 고아원의 역할도 겸했다.

    그런 의미에서 바라보면, 라함의 행동은 모든 것이 굉장히 사제스러웠다.

     

    루크는 복도를 지나가던 길에 아이들이 놀고 있는 놀이방을 발견했다.

    미끄럼틀, 볼풀장, 장난감 등등…….

    아이들이 놀기엔 정말 좋아 보이는 곳이었다.

     

    그곳에서 흰색 옷을 입은 어른들이 아이들과 놀아주고 있다.

     

    “선생님! 이거 봐여! 완전 멋있져!”

    “그러네, 정말 멋지다!”

    “오빠, 나 거기에 공 던져봐도 돼?”

    “오빠가 만든 성에 공을 던지면 안 되지, 메르. 심심하면, 선생님이랑 공 놀이 할까?”

    “네! 조아여!”

    “이거 다음엔 책 읽어주세요!”

     

    루크는 그 모습을 가만히 바라보고 있었다.

     

    “…….”

     

    라함은 아이들이 노는 모습을 빤히 바라보던 루크에게 웃으며 말했다.

     

    “멋지지? 놀이방과 보육인원은 더 늘릴 생각이란다.”

    “으음…….”

     

    어쩜 이리도 바람직한 신전이란 말인가.

    너무 바람직해서, 이런 건 더이상 그만 두라고 말하기도 쉽지 않다.

     

    ‘젠장, 뭔가 하나라도 잘못 돌아가는 게 있으면 꼬투리를 잡아서 그만두게 할 생각이었는데, 이래서는…….’

     

    루크는 초조해지기 시작했다.

    정녕 방법이 없단 말인가?

     

    “라함, 그대는 대체 어쩌다 이런 생각을 다 한 거지……?”

    “아아, 그건 말이지.”

     

    라함은 가볍게 미소지은 채, 가슴에 손을 올리며 말했다.

     

    “계시다.”

    “계시?”

     

    루크는 어리둥절했다.

    계시, 내린 적 없다.

    아니, 내리는 법도 모른다.

    그런데 대체 어떻게 계시를 받고 이런 짓을 한단 말인가!

     

    잠시 후, 그는 천천히 자신이 받은 계시를 설명했다.

     

    그는 한동안 자신이 기도한 것 들 중에, 이뤄진 기도와 이뤄지지 않은 기도의 차이점을 분석해 보았다고 말했다.

    어째서 이 기도는 이뤄지지 않았고, 어째서 이 기도는 이뤄진 것일까, 그것을 고민하다보니 어느 순간 그분의 뜻이 보이더랜다.

     

    “자신만을 위해 했던 이기적인 기도는 하나도 이뤄지지 않았고, 타인을 위해, 그것도 고통받는 아이들을 위해 했던 기도는 잘 이뤄졌다. 따라서, 그 분의 뜻을 나 자신이 이타적인 삶을 살아야 한다는 의미로 받아들였단다.”

    “허……. 그랬나?”

     

    그 말을 듣고 난 루크는 그가 대체 어떻게 사도가 될 수 있었던 것인지 알아차릴 수 있었다.

     

    루크는 어쨌든 실제로 이 시대의 여신이었다.

    또한 여신과 세계는 우호적인 운명으로 연결되어 있다.

     

    따라서, 라함의 뜻과 자신의 뜻이 정확하게 일치하는 소망은 운명적으로 이뤄지게 된다는 얘기다.

     

    즉, 세상이 평화로웠으면 하는 것과 아이들이 웃음을 잃지 않는 세상이 되었으면 하는 등의 소망은 루크 자신도 마음 속 깊이 갖고 있는 소망이기 때문에, 바로 그런 종류의 기도가 이뤄진 것이라는 얘기다.

    그 소망은 루크 자신이 ‘이득’이라고 생각하고 있으니 말이다.

     

    그러나 아무리 루크가 여신이라고 해도 이 ‘운명적인 이뤄짐’을 이용하는 것은 쉽지 않다.

     

    루크 자신은 운명이라는 것을 이용하는 것을 좋아하지 않는다는 수준을 넘어서 혐오하는 정도에 이르렀던 데다가, 마법사 특유의 의심이 강해서 자신의 마법이나 능력이 아닌 ‘하늘이 정하는 운명’을 믿는다는 것이 어려웠지만, 라함은 달랐다.

     

    죽음에서 돌아와 천사를 목도한 후, 그는 ‘천사’를 믿게 되었다.

     

    하지만 신이 없어진 세계에서, 신의 편린만 보고도 신앙심을 깨닫다니.

    누군가를 잘 믿는다는 것도 일종의 재능이다.

    그에게는 단 한 마디의 계시도 내려오지 않았으나, 이미 엄청난 기적을 누린 그의 입장에서, 그 믿음을 갖기란 너무 쉬웠을지도 모른다.

     

    하지만 이 시대에서 이런 사람은 보통 사기를 당하거나 배신을 당해 큰 손해를 보는 것이 보통이었다.

    누군가를 잘 믿는다는 것은, 이용당하기도 쉽다는 뜻.

    이미 그 성격으로 한번의 사업실패를 겪은 그다.

     

    ‘천사’를 믿는 것으로 그 바닥에서 다시 재기한 것이 다행이라고 할 수는 있겠으나…….

     

     

    그것은 자신에게 명백히 해가 된다.

    정확히는, ‘서클’인 자신에게 말이다.

     

     

    ‘어쩐지 요즘 묘하게 생각대로 되는 일이 없더라니…….’

     

    이런 데에 자신의 ‘운명’이 낭비(라고 하기엔 루크가 보기에도 너무나 바람직스럽게 사용 되기는 하지만)되고 있었으니 당연한 일이지.

    루크는 한숨을 쉬었다.

     

    ‘그나마 다행인 건, 아직 아무도 이것이 신앙심이라고 생각하고 있지는 않다는 것인가…….’

     

    그 순간, 라함이 시계를 보더니 중얼거렸다.

     

    “아아, 그러고보니 이제 곧 아이들에게 책을 읽어 주러 갈 시간이로구나. 너도 갈 테냐?”

    “책이라고? 그대가 아이들에게 책도 읽어주나?”

    “뭐어, 그렇지!”

     

    루크는 그의 진심으로 웃는 모습에 묘한 표정을 지었다.

     

    “……굉장히 기뻐 보이는 구나.”

    “그래, 아이들에게 책을 읽어 주는 건 나의 일과 중에 가장 즐거운 일 중에 하나란다.”

     

    그렇게 말하며 라함이 들어보인 책은, ‘천사’가 나오는 동화책이었다.

     

    맙소사.

     

    루크는 라함의 앞을 가로막으며 외쳤다.

     

    “안돼! 아이들에게 천사 얘기는 금지다! 어린 아이들은 금방 세뇌당하고 말아!”

    “……세뇌라니, 말이 좀 심하잖느냐.”

    “아, 아무튼 안돼!”

     

    그에게는 실례이고 억지라는 걸 알지만, 어쩔 수 없다.

    아이들이 맹신하기 시작하면, 그 때는 정말 끝이니까.

     

    “어릴 때 잘못 형성된 신념은 후에 큰 독이 된다! 아이들의 창의성도 해칠 가능성이 있고! 그런 걸 천사님이 원하진 않을 거 아닌가!”

     

    그래, 천사는 정말로 그것을 원하지 않고 있다.

    그러니, 제발.

     

    그런 루크의 계속된 반대 끝에, 라함은 결국 고개를 떨구며 말했다.

     

    “하아, 네가 그렇게까지 말한다면 하는 수 없지……. 오늘은 시간표에서 독서를 빼마.”

    “휴우!”

    하지만 안심하기엔 일렀다.

     

    “그럼 독서 대신, 오늘은 다음 시간표인 노래를 부르는 것으로 해야겠구나. 아, 그러고보니 루크, 네가 노래를 참 잘했지? 연주를 도와줄 수 있겠느냐? 이번 음악시간엔 천사를 주제로 아이들이 부를만 한 노래를 만들 생각인데…….”

    “뭐! 노래라고!”

     

    루크는 더욱 기겁했다.

     

    그건, 찬송이 아닌가!

     

    루크는 더욱 크게 외치며 고개를 저었다.

     

    “그건 더 안된다!! 절대, 절대 안돼!! 차라리 독서를 시키거라!!”

    “……뭘 어떻게 해 줬으면 하는 게냐, 대체.”

     

    결국 루크는 ‘라함의 집’에서 쫓겨났다.

     

    —-

     

    그렇게 자신이 ‘신전’을 통해 서서히 우상화가 진행중이라는 사실을 알게 된 루크는 초조해졌다.

     

    최대한 빨리, 어떻게해서든 라함에게서 신성력을 빼앗아야만 한다.

    그렇지 않으면 돌이킬 수 없게 되어버릴 것이다.

     

    신도를 원치 않는 여신이라니, 이 얼마나 모순적인가.

     

    하지만 그게 쉬운 일은 아니었다.

    신성력을 빼앗기 위해서는 신도가 신 자체에 대한 의구심을 품어야만 한다.

    그 스스로 신에 대한 믿음 그 자체를 부정해야만 신성력을 빼앗는 것이 가능하다는 얘기.

     

    그러니까 자신이 그의 앞에 천사의 모습으로 강림하여 ‘이제 이런 건 그만 하거라’라고 한다고, 신앙심은 사라지지 않는다는 것이다.

    오히려, 신이 없는 세상에서 그토록 바라던 천사를 다시 한번 직접 보게 되는 것이니 신앙심이 오르면 올랐겠지.

     

    따라서 루크에겐 조금 더 근본적으로 그에게서 신앙심을 깎아내리기 위한 수단이 필요했다.

     

    “하지만, 내가 어떻게 해야 그가 나에게 실망을 한단 말이냐……?”

     

    작가의 한마디 (작가후기)
    실망이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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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he Archmage dreams of being an Archmage again

The Archmage dreams of being an Archmage again

다시 대마법사를 꿈꾼다 대마법사였던것은
Score 4.2
Status: Ongoing Type: Author: Native Language: Korean

5000 Years in the future, the Archmage Luke Irushi opened her eyes again. The world has changes so much.

Horseless carriages, an entertainment box with audio and video, food and spices she has never seen before…

And, a changed magical system!

It wasn’t just the world that change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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