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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P.391

       

        

        

        

        

        

       ───투카카캉!

        

        

        

       “으윽, 이게 도대체 무슨 소리야…!”

        

       “엄폐물에서 벗어나! KPV 기관총이다!”

        

        

        

        한창 교전이 벌어지고 있는 기지 내 다층 건물에서부터 끔찍한 폭음이 울려퍼진다.

        

        교전 병력조차 충분하지 않아 청력의 영구적인 손상조차 감안한 채 교전에 나서는 기지 방어 병력들의 귓전에 들려오는 굉음. 총 4층으로 이루어진 건물의 1층에서 들려오고 있었음에도 불구하고 소음은 건물 내부의 모두가 귀를 움켜쥘 정도로 거대했다.

        

        1층을 제외한 다른 층에 있는 적군과 아군 전부가 한순간 아래층에 신경을 쏟아부을 정도였지만, 1층에서 후방차단을 맡고 있는 아르테미스 소속 전투 인원들에게 닥친 일은 그 정도로는 설명할 수조차 없었다.

        

        눈 앞의 모든 것을 삭제하는 탄환의 폭풍이 몰아쳤다.

        

        

        

       “끄극…!”

        

       “숨어라! 벽 뒤로 숨-커헉!”

        

       “벽이 관통당합니다! 도망쳐! 최대한 멀리!”

        

        

        

        벽의 내구성에 그다지 신경쓰지 않은 건물.

        

        죽은 이들의 총기에서 레이저 사이트를 회수하여 KPV에 달아제낀 유진이 눈을 번뜩거리며 주변을 살폈다. 남은 적군이 있는지를 확인하기 위함이었다. 총구가 이리저리 움직일 때마다 탄도와 평행선을 달리는 여러 줄기의 적색, 그리고 녹색 레이저가 인상적이었다.

        

        그것이 어딘가를 가리키는 순간 복도를 쩌렁쩌렁 울리는 굉음과 함께 눈 앞에 놓인 모든 것이 분쇄되었다. 벽을 강타한 14.5mm 탄환이 콘크리트를 크게 도려내는가 하면 얇은 벽은 그대로 박살내고 그 뒤에 있는 아르테미스마저 갈기갈기 찢어발겼다.

        

        당연하게도, 탄환 구경이라는 이름 앞에서 UGV조차 자유로울 수 없었다. 미니건이 장착된 투견이 황급히 복도에서부터 빠져나왔으나 첫 발에 오른쪽 뒷다리가 산산히 부서졌고, 두 번째 탄환이 동체를 강타했다. AP탄이 연약한 방탄 장갑을 찢어발기고는 내부 회로를 으깨어 부순 것이었다.

        

        거기까지 단 0.2초가 걸렸다.

        

        그와 동시에 인컴을 타고 흐르는 다급한 목소리.

        

        

        

       -[아군 통신 : 부대 내 모든 방어군에게 전달. KPV 기관총을 들고 쏘는 인력은 아군이다! 절대로 오발하지 말아라! 오발 시 귀관들의 목숨은 책임질 수 없다!]

        

        

        

       -아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목숨을ㅋㅋㅋㅋ책임질수없음ㅋㅋㅋㅋㅋ

       -장갑차한테 총쐈으면 죽는 건 자기책임이지 ㅋㅋ

       -미친 생체장갑차련 진짜 ㅋㅋㅋㅋㅋㅋ

       -걸어다니는 청소기wwww

        

        

        

        물론 유진은 뜻모를 헛웃음만 터뜨릴 뿐이었지만.

        

        하지만 그것과는 별개로 1층은 빠르게 쓸려나가고 있었다. CQB를 하기에 그다지 적합하지 않은 좁고 긴 복도였지만 유진은 그다지 신경조차 쓰지 않았다. 안에서 부스럭거리는 소리가 나는 순간 뒤에 있는 카토가 수류탄을 던지거나, 위치를 짐작하고 벽에 사격을 갈겼기 때문이었다.

        

        콘크리트가 마치 스티로폼처럼 부서지는 가운데 성인의 손가락보다도 거대한 탄피가 바닥에 부딪히며 맑은 종소리를 토해내었다. 그리하여 유진은 단 1분도 지나지 않은 시점에서 1층을 완벽하게 청소했다. 이유는 간단했다. 전투 의욕을 상실한 적들이 총기를 내버리고 투항했기 때문이었다.

        

        카토는 총기를 산처럼 쌓은 뒤 가운데에 수류탄을 까 무기를 폐기시켰고, 그 사이 유진은 연막탄 여러 개를 뺏어든 뒤 2층에 무차별적으로 흩뿌렸다.

        

        시꺼먼 연막 속에서 입이 열렸다.

        

        

        

       “지금부터 움직이는 건 전부 적이라 간주하겠습니다. 아군은 사태가 종료될 때까지 엎드리시길.”

        

        

        

        그리고 재차 굉음이 토해졌다.

        

        한쪽 복도 전체를 연막으로 가린 유진이 벽을 총구로 치며 반향정위를 통해 적의 위치를 파악하였고, 방에 진입하기도 전 기관총의 트리거를 누르며 한 발짝 먼저 적들을 분쇄했다. CQB용 총기가 따로 있다는 사실을 정면에서 무시하는 듯한 괴이쩍은 교전이었다.

        

        그러나 그에 상관없이 유진은 눈 앞의 모든 것을 불살랐고, 카토는 호다닥 뒤로 따라붙고는 새로이 파밍한 투시경을 눈에 낀 채 검은 연막으로 새까맣게 변한 복도를 가로질러 반대쪽을 청소하기 시작했다.

        

        유진과 카토가 2층, 3층, 그리고 4층에서 농성하던 아군 방어 병력을 규합하기까지는 그로부터 5분 가량이 지난 시점이었다.

        

        

        

       “B동 정상화 완료. 다음 격전지는 어디인지?”

        

       “어…비행장에 지원이 필요하다. UGV가 굴러다니고 있다.”

        

       “확인. 14.5mm 탄환을 넉넉하게 준비해주기 바람.”

        

        

        

        차갑고 축축한 공기와 맞닿은 총구가 흰 연기를 모락모락 피워올리는 와중에도, 유진은 그다지 신경조차 쓰지 않은 채 살아남은 방어 병력에게 주변을 지원해달라는 요청만을 적당히 남기고는 재빠르게 건물을 빠져나왔다.

        

        여러 건물이 밀집된 기지 중앙 구역에서의 교전은 점차 끝나가고 있었다. 유진이 아르테미스의 옆구리를 도려냈기 때문이었다. B동 청소를 통해 블랙폭스 팀까지 천당으로 보내준 시점에서 전투력의 중추가 무너졌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었고, 지휘 체계 역시 엉망진창으로 박살났다.

        

        그리하여 두 명은 재빨리 전투가 한창 격화되고 있는 반대편 비행장으로 향했고-

        

        

        

       “…워우.”

        

       “세상에나. 자네는 그걸 들고 쏘나? 무시무시하군.”

        

       “비행장에선 삼각대가 좀 필요하겠군요. 운반 부탁해요, 카토 씨.”

        

       “…넵.”

        

        

        

       -카토쉑 또 잔심부름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꼬우면 니가 KPV 들고 총쏘라고 ㅋㅋ

       -머릿속에 내가 왜 여깄지 하는 생각밖에 안 들어있는 표정 ㅋㅋㅋ

       -팩트)이미 다이스와 하모니는 진즉에 거쳐간 길이다

       -걔네들도 반쯤 납치당했던 거잖아 ㅆㅂ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그리하여 완전히 접힌 상태의 큼지막한 KPV용 삼각대까지 든 카토가 유진을 따라 밖으로 빠져나왔다. 물론 투덜대거나 할 수는 없었다. 당장 전투력의 중심이 된 유진은 가방에 하나, 그리고 양손에 탄통을 두 개나 든 채 저만치 앞서 나가고 있기 때문이었다.

        

        대략 2분 가량을 달린 두 명이 비행장이 내려다보이는 한 건물에 도착하고, 트랩을 설치한 뒤 옥상으로 올라가자마자 보이는 전경. 곳곳에서는 화염과 불길이 피어올랐고, 누가 보아도 아르테미스 소속이라는 것을 알 수 있는 듯한 수많은 적들이 이리저리 돌아다니고 있었다.

        

        큼지막한 UGV 역시도 눈에 띄었고, 개중에는 장갑차도 있었으나 대부분이 전부 박살나 불에 타고 있었기에 큰 상관은 없었다.

        

        두 명의 독무대가 시작되었다.

        

        

        

       “이럴 줄 알았으면 카토는 저격총을 들고 오라고 했어야 하는데, 아쉽네요.”

        

       “하하….”

        

       “시작해봅시다. 후방 확인이랑 화력지원 부탁해요.”

        

       “여부 있겠습니까.”

        

        

        

        아까와는 다르게 어깨 견착대와 삼각대까지 있는 모습. 유진은 불편한 기계식 조준기를 진즉에 분해해서 떼었고, 그 위에 기관총 전용 광학조준기를 달아놓은 지 오래였다.

        

        엄지손가락이 버튼을 누름과 동시에 사격이 시작되었다. 귀청을 잡아뜯는 듯한 폭음과 함께 마하 3에 근접한 속도로 날아간 탄환이 한창 비행장을 가로지르던 미군 개조 험비를 시원스럽게 난타했다. 당연하게도 한두 발이 아니라 여러 발. 10발을 넘어 30발에 이른다.

        

        그리고 그로부터 얼마나 지났을까, 말 그대로 걸레짝이 된 험비 한 대가 그대로 멈춰섰다. 황금빛 피와 검은 오일이 멈춰선 차량으로부터 주륵주륵 흘러나왔다.

        

        물론 상황이 해결되기까진 한참 남은 시점이었다.

        

        

        

       ───피잉!

        

        

        

       “반응속도가 꽤 빠른데…벌써부터 대응사격이 들어오네요. 총구 불빛 보이나요?”

        

       “식별했습니다. 가능할지는 모르겠지만 일단 잡아볼게요.”

        

       “LPVO 달린 총을 가져와서 다행이네요.”

        

        

        

        본격적으로 시작되는 대응사격.

        

        그리하여 옆에서 카토가 픽픽 총을 쏴대기 시작했다. 죽이면 좋고 엄폐시켜도 상관은 없었다.

        

        그러는 와중 유진은 차분하게 숨을 고르다가 무언가를 발견한 즉시 여러 발의 사격을 가했다 – 광학조준기에 비치는 모습. AT-4를 들고 있던 한 명의 적이 사격 직전 온 몸이 걸레짝이 된 채 바닥에 엎어지는 모습이 잡혔다. 일촉즉발의 상황. 하마터면 기관총과 함께 날아갈 뻔했음을 의미했다.

        

        물론 그녀는 동일한 상황의 재발 방지를 위해 다른 사수가 로켓포를 회수해 쏘지 못하도록 추가적인 사격을 가했고, 그 중 한 발이 내부 탄약을 정확하게 관통한 순간 소규모 폭발이 일었다.

        

        그렇게 잠깐의 소강 상태가 있었을까,

        

        

        

       ───콰앙!

        

        

        

       “어음, 1층 트랩 작동했다네요.”

        

       “옥상으로 올라오는 모든 길에 전부 트랩 깔아뒀으니 못 올라올 거예요. 단말기 진동 울리면 해당하는 곳의 트랩 기폭시키면 돼요.”

        

       “어디…에잇.”

        

        

        

        콰앙.

        

        그리하여 건물 계단을 타고 또다시 폭발음이 들려왔다.

        

        카토는 히히 웃으며 덧붙였다.

        

        

        

       “이런 광경 보려고 다들 유진 씨랑 함께 하는 건가봐요.”

        

       “어쩌면 그럴지도 모르죠.”

        

        

        

       -‘낭만’

       -진짜 준내 멋있다는 걸 부정할 수가 없다

       -이게 게임이고 야스지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유진 오케스트라wwww

       -신규 단원은 카토였던거임 ㅋㅋ

        

        

        

        묘한 웃음을 터뜨린 카토가 다시금 총을 기대고 사격을 개시했다.

        

        그에 맞춰 유진 역시도 탄통이 다 빌 때까지 버튼을 눌러대었다.

        

        실로 훌륭한 사제 관계였다.

        

        

        

        

        

        

        

        

        

        

        

        

        

        

        

        

        

        

        

        

       “기지가 아주 쑥대밭이 되어버렸구만.”

        

       “제가 너무 늦게 와버렸군요.”

        

       “…그때 한 말은 당연히 농담이었지만, 이렇게 될 줄 알았으면 자네를 좀 더 보챌 걸 그랬군.”

        

        

        

        기지가 엉망이었다.

        

        사실은 엉망 이상이라고 해도 좋았다. 물자를 실어나르는 비행장은 곳곳이 패였으며, 시체와 잔해가 이리저리 쓰레기처럼 널려있었다. 활주로 중간중간에 UGV와 장갑차의 잔해 등이 흩어진 것 역시도 감안해야만 했고.

        

        물론 그렇다고 하여 다른 곳이 멀쩡하다는 소리는 아니었다. 오히려 그쪽으로 시선을 돌리면 더더욱 처참한 광경이 눈에 들어올 수밖에 없었다. 반쯤 박살나거나 불타고 있는 건물도 있었고, 채 수습하지조차 못한 방어 병력 및 밴딧의 시체들이 사방에 널려있었다.

        

        거기다가 북쪽을 자세히 주시하면 바깥과 기지를 분단하는 요새 벽면이 아주 그냥 박살나있는 모습도 볼 수 있었다. 당연하게도 외부 동향을 확인 가능한 감시 초소는 저격과 로켓포에 의해 산산조각난 지 오래였고.

        

        그 광경…아니, 꼬라지를 보고 있던 단장이 결국 웃음을 터뜨리고야 말았다.

        

        

        

       “6년 전 재해복구지원단장으로 제3세계에 파견나갔을 때가 생각나는군.”

        

       “….”

        

       “사람 불러놓고 다른 말을 하긴 좀 그러니 일단 감사 인사부터 해야겠지. 온갖 미사여구를 다 떼고 말하자면…아마 귀관이 없었더라면 기지에 시체밖에 남지 않았을 걸세. 나를 포함해서 목숨을 빚진 사람들이 꽤 많아. 비행장이 정상화되는 대로 충분한 지원을 하도록 하지.”

        

        

        

        고개를 끄덕였다.

        

        지원과 관련한 이야기는 그 후에도 여럿 나왔으나, 나는 그 시점에서 내가 단장이었다면 이 기지를 어떻게 재건할 것인가-에 대해 생각하고 있었고, 그 중 가장 우선시되어야만 하는 것은 역시 비행장 정상화였다. 그리고 당연하게도 단장 역시 해당 방향으로 노선을 잡은 듯했고.

        

        물론 그것과는 별개로, 그 이후 꽤 흥미로운 이야기가 나오긴 했다.

        

        

        

       “쥐뿔도 안 되는 세력으로 파이를 야금야금 훔쳐먹던 미확인구역의 쥐새끼들을 언젠가 몰아낼 수 있을까 싶었지만 그게 이딴 식으로 이뤄질 줄은 몰랐군. 원숭이 손에 소원이라도 빈 느낌이야….”

        

       “무슨 말씀이신지?”

        

       “간단한 이야기일세.”

        

        

        

        쉽게 말해 이런 것이었다.

        

        교전이 끝난 현 시점에서 수많은 상인들의 세력이 약화되었다. 밀수 등등을 통해 이리저리 돈을 챙기던 상인들의 기반이기도 했던 기지가 말 그대로 박살이 난 것이었다.

        

        이번 교전을 통해 손실된 물자와 인력에는 캐시 멘도자와 딜러를 포함한 여러 사람들의 기반 역시도 포함이었고, 내 앞에 있는 단장은 기지에 있는 사람들 중 유일하게 상부에 손실된 모든 것들을 요청할 수 있는 권한이 있는 사람이었다.

        

        요컨대 방향성은 실로 엿같지만, 결과적으로 보았을 때 단장은 이곳의 총책임자이자 유일무이한 권력자가 되었다는 것이었다 – 그 기반이 그닥 튼튼하지 않다는 점은 고려해야 했지만.

        

        

        물론, 중요한 건 그게 아니었다.

        

        그가 한 장의 서류를 내밀었다.

        

        

        

       “…계약서?”

        

       “최대 두 달 안에 귀관에게 가능한 모든 지원을 해주겠다는 내용이 담긴 계약서지. 내 서명은 이미 되어있네. 자네가 한 장 보관해두게.”

        

       “흐음.”

        

        

        

        입술이 호선을 그렸다.

        

        이걸 주는 의미가 실로 명백했기 때문이었다.

        

        

        

       “지금은 아무 것도 줄 수 없으니, 뒤로 미뤄두겠다…고 봐도 좋을까요?”

        

       “귀관에겐 불편한 진실일 테지만…보다시피. 지금은 아쉬운 이야기밖에 할 수 없군.”

        

        

        

        그와 동시에 테이블 위로 올라가는 여러 장의 서류.

        

        이름이 빼곡히 적혀있었다.

        

        

        

       “현재 병동이 미어터지고 있네. 본래라면 자네가 다쳐서 왔을 때 일정 금액을 받고 치료해줄 수 있는 닥터는…당분간 휴업해야만 하겠지.”

        

       “그건 꽤나 곤란한 이야기로군요. 이해가 안 되는 건 아니지만.”

        

       “뭐, 세상이 그런 법 아니겠나….”

        

        

        

        얕게 자조적인 웃음을 터뜨린 그가 덧붙였다.

        

        

        

       “부담스럽다면 당분간 의뢰를 접어두는 것도 하나의 방법이겠지. 기지 재건에 힘써볼 생각 없나? 보수는 톡톡히 얹어주지.”

        

       “공사 자재를 나르기 위해 온 게 아니라서요.”

        

       “하기야, 그도 그렇겠군. 자네의 손에 설사 해머가 들린다고 한들 그건 전쟁망치로서 휘둘러져야지, 시설을 보수하는 데 사용되기에는 아까우니.”

        

        

        

        그렇다고 나를 피에 미친 사람으로 보는 건 조금 그렇긴 했지만, 그렇다고 해서 공사를 도와줄 생각은 추호도 없었기에 대강 고개를 끄덕이고 있자니 이어지는 말.

        

        

        

       “아르테미스와 각각 강펀치 한 대씩을 주고받긴 했지만 동향을 파악하는 일은 멈춰서는 안 되겠지. 기지가 난장판이 됐다고는 해도 잘 뒤져보면 아직 운용 가능한 트럭 한두 대는 있을 거고. 쇼핑몰, 연구시설, 스트리트, 등대, 해안선…원하는 곳은 데려다줄 수 있으니 걱정은 하지 말게나.”

        

       “대신 한 발도 맞지 않고 살아돌아와야만 하겠죠.”

        

       “귀관에겐 그닥 어려운 일이 아니겠지. 기지 내부에서 죽은 놈들 시체를 벗겨서라도 무장이란 무장은 전부 긁어모을 테니 그 부분은 이쪽에게 맡겨두게.”

        

        

        

        하기야, 오늘 죽인 아르테미스 소속 특수부대원이 워낙 많아야지.

        

        쿡쿡 웃은 뒤, 조금 늦긴 했지만 파우치에서 대용량 군용 USB를 꺼내들어 테이블 위에 올려놓았다. 이미 매버릭이 배신한 것은 기정사실이겠지만, 아직 내용물을 훑어보지조차 않았으니 또 다른 쓸만한 정보가 안에 들어있을지도 모르는 일이고.

        

        그는 고개를 끄덕이더니 이어 덧붙였다.

        

        

        

       “고생했네. 푹 쉬게. 기어 박스와 은신처는 그닥 손상이 크지 않으니 거기라면 큰 걱정 없이 지낼 수 있겠지.”

        

       “불행 중 다행이군요.”

        

       “그렇게 받아들여주니 고맙군.”

        

        

        

        그와 동시에 끝나는 대화.

        

        물론 모든 일의 끝이란 뜻은 아니었다. 오히려 손목시계를 통해 갱신되는 수많은 의뢰 내역에 현기증이 다 날 지경이었다. 하나같이 매버릭의 멱을 따버리겠다는 살기등등한 내용으로 가득했기 때문에 무엇을 의뢰하는 건지는 대충 짐작이 갔지만.

        

        기어 박스에 있는 조촐한 테이블 – 천장에서 떨어진 파편에 박살났다 – 을 가운데에 둔 채 의자에 앉았다. 어느샌가 다가온 카토도 의자에 힘겹게 몸을 뉘였고.

        

        물론 안타깝게도,

        

        

        

       ───으직!

        

        

        

       “우왓.”

        

       “…저, 저 안 웃었습니다.”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의자 뽀개짐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돼 지 비 얌 w w w w

       -카토 입 씰룩거리는거 다보인다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아 의자뿌서진거 레전드네 진짜 ㅋㅋㅋㅋㅋ

        

        

        

        약해져서 그런지는 몰라도 앉고 있던 의자가 박살났다.

        

        긴장을 놓고 있었기에 바닥을 한 번 우당탕 구른 뒤, 파편을 발로 걷어차 날려버리고는 카토에게 덧붙였다.

        

        

        

       “…뭐어, 오늘 정말 수고 많으셨어요. 웃겼으면 편하게 웃어도 돼요.”

        

       “커흠, 흐흡, 후우…아닙니다, 크흡.”

        

       “많이도 참고 계셨네요.”

        

        

        

        물론 진심이었다. 오늘 하루종일 나랑 고가치 연구시설을 돌아다니면서 전투한 것도 모자라, 같이 서버실에서 한계를 마주했고, 그 후 기지에 돌아와서도 탄통 운반 및 직접적인 교전 참여 등등까지 했는데. 정신적 피로가 꽤나 상당하지 않을까 싶었다.

        

        그리고 그 말대로, 한바탕 웃은 그가 길게 숨을 토해내었다. 이제 정말로 방종할 때가 되었음을 어느 정도 눈치채고 있는 것이었다.

        

        그러면 나 역시도 선물을 한바탕 들려줘야만 하지 않을까.

        

        생각을 문장으로 변환하는 기능을 켠 뒤, 오늘 카토와 함께 십수 시간을 돌아다니면서 느꼈던 여러 보완점 및 장점, 단점 등을 빠르게 적어내린다. 워낙 봐왔던 게 많았던지라 순식간에 A4 양면을 가득 채운 종이가 다섯 장으로 불었다.

        

        그것을 즉석에서 전달해주자 표정이 묘해진다.

        

        

        

       “이, 이게…뭔가요…?”

        

       “선물이예요. 한 번 읽어보고 나중에 이대로만 연습해도 꽤 도움 될 거예요.”

        

       “…제가 웃어서 그런 거 아니죠?”

        

       “그럴 리가 없잖아요.”

        

        

        

       -그럴 리가…있어!

       -되로 주고 말로 받은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선생님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카토 날벼락wwwwwwwww

       -????? : 숙제 없다며! 없다며! 숙제없다고했잖아!!!!!

        

        

        

        거참, 다 선의로 하는 건데 왜 이럴까.

        

        어깨를 툭툭 두드려주면서 격려를 보태줬지만 카토의 표정은 도통 펴질 줄을 몰랐다.

        

        솔직하지 못하긴.

        

        

        

        

        

        

       

    작가의 한마디 (작가후기)
    거참 다 선의라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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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 Have Returned, but I Cannot Lay down My Gun

I Have Returned, but I Cannot Lay down My Gun

귀환했지만, 총을 놓을 수는 없습니다
Score 4.1
Status: Ongoing Type: Author: Native Language: Korean

Just the fact that I came back couldn’t be the end of everything.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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