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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P.392

        

       『 日 외교관, 음주운전 사고 후 사망…혈중 알코올 농도 거의 신기록? 』

        – …일 새벽 1시 20분, 주한 일본국 대사관 외교관이 음주 사고를 내는 사건이 발생하였다. 조사 결과 혈중 알코올 농도는 0.4%였으며, 이는 치사량에 가까운 양이다. 한국 내 음주 운전자 혈중 알코올 농도 신기록이 0.435%임을 생각한다면 신기록에도 근접할 수준이었음을 알 수…

         

       『 日 외교관 사망. 술 마신 뒤의 폭주인가? 』

        – 주한 일본국 대사관 특명전권대사가 음주운전으로 사망하는 사고가 발생하였다. CCTV 확인 결과 시속 220km로 돌진하여 가드레일을 들이받았으며, 충격으로 목뼈가 부러져 즉사한 것으로 추정된다.

         

       『 외교관의 횡포. 면책특권이란 면죄부가 아니다. 』

        – …대사관이란 국내에 존재하는 외국이다. 하지만 외국이라고 해도 법이 있고 도리가 있음에도 외교관들은 면책특권이라는 단어만을 믿고 마구잡이로 범법행위를 저지르고 있으며, 정부에서는 딱히 이를 제지하지 못하는 것이 현실이다. 이에 반발한 시민단체들은 일제히 들고나서 항의를…

         

       『 영능력자 연대 “정부는 음주운전으로 사망한 특명전권대사에게 페르소나 논 그라타(Persona non grata)를 선언하라. 면책특권을 믿고 음주운전으로 폭주를 저지른 사람의 넋을 한국에 남겨둘 이유가 없다.” 』

         

       …

       …

       …

         

       주한 일본국 대사관 특명전권대사 키요미치는 사망했다.

       치사량에 가까울 정도로 술을 마신 뒤 운전대를 잡았으며, 있는 힘껏 액셀을 밟아서 가속한 뒤 가드레일에 그대로 들이받고 사망하였다.

       그나마 다행인 점은 비싸고 튼튼한 차였기에 형편없이 구겨지지 않았고, 그 덕분에 시체를 그나마 온전하게 보존할 수 있었다는 것이다. 충격 때문에 목뼈는 부러지고 몸 곳곳이 인형이라도 된 것처럼 관절이 이리저리 꺾이기는 했지만, 그래도 한 줌 핏덩이가 되는 것보다야 훨씬 나은 신세라고 할 수 있으리라.

         

       그리고 이러한 사건이 터지자 사방에서 난리가 난 것처럼 떠들어댔다.

       언론에서는 일본을 공격하는 내용을 떠들어댔고, 시민단체에서는 이때다 싶어서 자신의 존재감을 드러내기 위해 성명을 발표하거나 아는 기자에게 연락해 소리높여 외치는 등 난리를 피웠다. 그리고 한국 정부 역시 마침 잘됐다 싶어서 일본에 항의함과 동시에 기자들을 동원해서 기사를 양산했고.

         

       그렇게 한국에는 화가 끓어올랐다.

       일본에 대한 분노가 말이다.

         

       그렇다면 일본은?

         

       『 주한 일본국 대사 사고로 사망. 』

         

       조용했다.

         

       아주 조용했다.

         

       펄펄 끓어오르는 한국과는 다르게 아주 짤막한 기사만을 남겼으며, TV 어디를 틀어도 키요미치가 죽었다는 뉴스를 찾아볼 수가 없었다. 게다가 평소라면 한국에 대해서 필요 이상의 관심을 보이는 우익들 역시 손가락이 부러지기라도 한 것처럼 이러한 일을 조용히 묻어두려 하고 있었다.

         

       무슨 말을 할 수가 있겠는가?

       가뜩이나 분위기 민감할 때, 외교관이라는 작자가 술을 마시고 운전하다가 죽었다는데.

       심지어는 CCTV까지 공개가 되었다.

         

       자신이 탄 것이 경주용 차라도 되는 것처럼 미친 듯이 액셀을 밟고 빈 도로를 질주하는 CCTV가 말이다.

       무슨 영화라도 되는 것처럼 장렬하게 가드레일을 들이받고 차가 한 바퀴 구르기까지 했다.

         

       이런 상황인데 떠들어서 좋을 것이 뭐가 있겠는가?

       이럴 때는 가만히 묻어두는 것이 상책이었다.

         

       그렇게 외교관 한 명의 죽음은 한국에서는 분노를 촉진하는 재료로, 일본에서는 묻어둬야 할 수치로 남으며 그렇게 지나갔다.

         

       키요미치의 시체는 무사히 비행기에 타서 일본으로 건너갔다. 당연하게도 키요미치의 장례식은 아주 간략하게 치러졌다. 명예롭게 죽은 것도 아니고 음주운전을 하다가 민폐를 끼치고 죽은 것이기에 키요미치의 가족들은 손님조차 제대로 초대하지 못했으며, 가족끼리만 모여서 아주 조촐하게 상을 치렀다.

         

       출세 가도를 달리던 엘리트치고는 참으로 초라한, 보잘것없는 장례식이었다.

         

         

         

        * * *

         

         

       자리가 비었으면 그 자리를 채워야 하는 법.

       민폐를 끼치고 죽은 키요미치의 빈자리에 후임이 들어왔다.

         

       새롭게 특명전권대사가 된 남자는 지금 분위기에 이 자리에 오게 된 것을 기뻐했다.

       도무지 T.O가 생기지 않는 빈자리가 생기고, 그 자리에 자신이 들어가게 되었으니 이 어찌 기쁘지 않을 수 있으랴?

       이제 그에게는 밝은 미래만이 기다리고 있었다.

       지금 그가 있는 곳은 엘리트 코스.

         

       사고 안 치고 숨만 쉬고 있으면 위로 올라갈 수 있는 길이었다.

         

       새롭게 부임한 외교관은 장밋빛 미래에 젖었고, 겉으로는 근엄한 표정을 짓지만, 속으로는 웃음을 실실 흘리면서 대사관에 그대로 머물렀다.

         

       그리고 그날.

         

       손님이 찾아왔다.

         

       [ 실례합니다. ]

         

       그 손님은 팔다리가 뒤틀려 있었고, 빼빼 말라 있었다.

       새까만 얼굴에 이목구비도 없었고, 어둠 속에서 다리를 절고, 기고, 걷고, 뛰며 외교관에게로 다가왔다.

         

       그것은 정중하게 물었다.

         

       [ 제가 귀하의 몸 안으로 들어가도 되겠습니까? ]

         

       그 괴물의 다른 손에는…술이 들려 있었다.

         

       『 …kan 176 Vodka. 88% Vol. 』

         

         

         

        * * *

         

         

       『 잇따른 외교관의 음주운전. 잇따른 사망사고. 대체 무슨 일이 일어나고 있는 것인가? 』

         

       또 한 명이 죽었다.

         

       사인은 교통사고.

       음주운전 후, 교통사고다.

         

       혈중 알코올 농도는 0.38%였으며, 이 역시 만만치 않은 수치였다.

         

       외교관은 대사관에 들어온 당일 술을 진탕 마신 뒤 운전대를 잡았으며, 전 특명전권대사 키요미치와 똑같은 도로를 액셀을 밟으며 달렸다. 그리곤 터널로 진입, 터널의 벽을 들이박고 정신을 잃었다.

       외교관은 시속 약 190km로 달리다가 터널 벽에 부딪혔음에도 즉사하지 않았고, 불행하게도 차에 불이 나서 그대로 타죽어 버리고 말았다.

         

       당연하게도 음주운전 후 사고가 난 것이기에 지탄받아 마땅했지만…

         

       앞서 키요미치와는 다르게, 분위기가 조금 이상했다.

         

       “…두 명. 두 명이 지금 교통사고로 죽었다고?”

         

       한국 정부는 새로 온 외교관이 사망한 것을 보며 찝찝하다고 생각했다.

       차라리 다른 사고를 쳐서 죽었으면 몰라.

       똑같은 음주운전에, 똑같은 도로를 달렸고, 똑같이 과속하다가 제 혼자 죽었다.

         

       이 상황을 보고도 찝찝함을 느끼지 못한다면…그게 오히려 이상하리라.

         

       “그래, 뭐 있을 수 있는 일이긴 한데…. 흐음….”

         

       하지만 그냥 넘어가기에는 찝찝했다.

       있을 수 있는 일이기는 하지만, 그렇다고 흔히 있는 일도 아니지 않은가?

         

       한국 정부는 무슨 냉전 시대에나 볼법한 음모의 그림자가 한국을 덮고 있는 게 아닌가 하는 불안감에 국정원을 동원해서 조사하게 시켰고, 아무런 특이사항이 나오지 않는 것을 확인한 후에야 안심하고 우연의 일치라고 결론을 내렸다.

         

       이것은 일본 역시 마찬가지.

         

       “이걸 내가 어떻게 이해해야 하나? 한 놈은 머저리라 그렇다 치는데, 그 뒤에 간 놈도 머저리다? 그럴 확률이 얼마나 있겠어?!”

         

       일본은 사건이 터지자마자 한국을 강하게 의심했다.

         

       그들은 자신에게 시비를 거는 게 아닌가 하는 생각에 요원들을 동원해서 조사했으며, 특이사항이 없다고 나왔음에도 의심을 풀지 못하고 다시 한번 조사시켰다.

         

       “아무것도 나오는 게 없다고? 말이 되는 소리인가?

         

       하지만 이어지는 조사에도 아무것도 나오지 않자, 일본 정부는 그제야 조사를 중지했다.

       의심을 완전히 거두지는 않았지만, 적어도 이번 일이 우연의 일치일 가능성이 크다고 결론을 지은 것이다.

         

       “후우…. 이번 특명전권대사는 정말 제대로 된 인간을 골라야겠어.”

         

       그래.

       우연이라는 것이 특이하지 않은가?

         

       둘까지는 뭐…그럴 수 있다.

         

       키요미치의 뒤를 이어서 자리를 채운 인간도 평소에 술자리를 자주 갖던 인간이 아니던가?

       듣기로는 기가 막힌 연회 재주를 가지고 있다고 했는데…

       그런 인간이니 음주운전 사고가 일어날 수도 있었으리라.

         

       일본 정부는 그렇게 이해했고, 비어있는 자리를 채우기 위해 다시 외교관을 보냈다.

         

       이번에는 아주 건실한 인간으로.

       술은 마시지도 않고, 담배조차도 제대로 피우지 않는 인간으로 말이다.

         

       그렇게 외교관이 다시 파견되었고.

         

       『 한국으로 간 외교관, 다시 사망. 사인은 또 교통사고? 』

         

       『 인재인가, 저주인가? 외교관 셋이 연달아 교통사고로 사망하다. 』

         

       또 사망했다.

         

       사인은…교통사고였다.

         

         

         

        * * *

         

         

         

       [ 이…이 빌어먹을! 이게 무슨 짓거리야! 지금 우리가 보낸 외교관을 이렇게, 이렇게 노골적으로 암살한다고?! 진정 전쟁을 원하나-! ]

         

       일본 정부가 폭발했다.

         

       그들은 비공식 채널로 있는 대로 분노를 토해냈으며, 외교는커녕 평상시에도 담아선 안 될 끔찍한 욕설을 입에 담아서 한국을 욕했다.

         

       [ 이건 선전포고야! 선전포고! 선전포고문 보내는 것만이 선전포고가 아니란 말이야-! ]

         

       “…잠시 진정하시지요. 조사 결과 인위적인 흔적은 없….”

         

       [ 개소리 집어쳐! ]

         

       조사 결과 인위적인 흔적이 보이진 않기는 했다.

       약물도, 에너지도, 주물도, 주술흔도.

       그 어떤 것도 찾아볼 수가 없었다.

         

       증거는 없었다.

         

       하지만, 증거가 없다고 해서 그것을 전부 우연이라고 치부할 수 있는가?

         

       외교관이 죽었다.

         

       하나도 아니고 셋이.

       전부 같은 사인으로.

         

       이걸 어떻게 우연이라고 볼 수 있겠는가?

         

       이것이 우연으로 벌어진다고? 이것이 우연으로 벌어질 확률을 구한다면 천문학적인 확률일 것이다.

         

       0이 몇 개나 붙은, 확률로 표기할 수는 없으나 실제로는 0에 가까운 확률.

         

       [ 빌어먹을! 잘 들어! 외교공관 철수할 테니까 그렇게 알도록! ]

         

       “아니, 잠시만…!”

         

       일본은 크게 분노했다.

       ‘외교공관 철수’를 카드로 사용할 정도로 말이다.

         

       물론 실제로 진행하고 있지는 않았다.

       철수를 하는 게 좋지 않겠냐는 의견이 나오고는 있었지만, 철수하게 된다면 한국뿐만 아니라 일본에도 피해가 오게 될 테니 그냥 협박용 카드로만 사용하는 상황이었다. 극한의 이득을 뽑아먹기 위한 협박용 카드 말이다.

         

       “끄응….”

         

       한국은 이러한 일본의 의도를 뻔히 알면서도 제대로 대꾸조차 하지 못했다.

         

       협박용 카드라고?

       안다.

       그걸 왜 모르겠는가.

         

       하지만 실제로 철수할 확률이 0%가 아니라는 것이 문제였다.

       정말 일본이 헤까닥 돌아서 정말로 철수라도 하게 된다면, 어마어마한 일이 터지게 될 테니까.

         

       그렇게 한국과 일본은 키요미치가 죽었을 때와는 정반대의 구도로 협상을 이어 나갔다.

         

       다시 일이 터지기 전까지.

         

         

         

        * * *

         

         

         

       벌레의 무리가 뭉친 것을 본 적이 있는가?

       그 벌레떼가 파도치며 갈라지는 것을 본 적이 있는가?

       갈라진 벌레떼가 다시 뭉쳐서 자그마한 사람의 형상을 만들고, 그 형상에 색이 깃들고, 평범하기 짝이 없는 사람의 형태로 변하는 것을 본 적이 있는가?

         

       “비브라자마나 우샤사무파스타드.”

         

       보라.

         

       벌레의 원영신이 분하는 모습을.

       열도의 습기를 머금고 꿈틀대는 그 형상이 마치 거대한 세포와 같도다.

         

       “레바이루데트야누마드야마나흐.”

         

       하나는 남자의 형상에 볼품없는 옷을 입었고.

         

       “에샤 메 데바흐 사비타.”

         

       하나는 여자의 굴곡에 박색의 얼굴을 가졌다.

         

       그 둘은 한 주술사에게서 비롯된 원영신에서 나온 존재요.

       저 멀리 한국에 있는 기생술사의 뜻에 따라 움직이는 분신이니.

         

       그 둘의 손에는 기생술사가 휘두르기를 바라는 것이 들려 있음이로다.

         

       “찬다 야흐 사마남 나 프라미나티 다마.”

         

       저들의 손에 들린 것을 보라.

         

       ANFO(Ammonium Nitrate Fuel Oil) 폭약이 곱게 싸인 채 들려 있으니.

       저것에 불이 붙으면 빛나는 태양이 강림하게 되리라.

         

       “찬다 야흐 사마남 나 프라미나티 다마.”

         

       진성이 만들어낸 원영신은 움직이기 시작했다.

         

       목적지는 도쿄도 미나토구.

         

       주 일본 대한민국 대사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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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he Shaman Desires Transcendence

The Shaman Desires Transcendence

주술사는 초월을 원한다
Status: Ongoing Author:
The shaman realized he had gained life once more. This time, he would live a life solely for transcendence, through shamanism alon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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