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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P.392

    <392 – 온실의 보안대책>

     

    식물동아리 부장 오르캐치는 섣부르고 경솔한 2학년들과 달리, 산전수전 다 겪은 3학년.

    오크노디에게 응애 만드라고라를 털리고 신중히 범인을 수색하는 과정에서 브론즈 교수에게 도움을 요청한 적이 있었다.

     

    ‘치사하게 가슴으로 얼버무리기는 했지만 덕분에 교수님이 수상하다는 사실을 알았지.’

     

    얼마 뒤, 브론즈 교수가 오크노디라는 1학년을 수제자로 점찍었다는 소문이 들렸다.

    식물동아리에 배양액을 납품하는 화학/연금술동아리 부원 빅스톤이라는 녀석이 같은 강의를 들으며 흘린 이야기이니 신빙성은 높았다.

     

    ‘교수가 그 아이를 감싸려고 한 건가?’

     

    관심을 가지고 지켜보니 이건 순 확신범이었다.

    밤마다 기숙사 벽을 타고 쪼르르 내려와서 후다다닥 풀밭을 가로질러 야행에 나서질 않나.

    툭하면 어디서 이상한 물건이나 돌을 훔쳐다가 냉큼 입에 집어넣거나 주머니에 넣질 않나.

    심심하면 모래사장에 가서 모래성을 쌓는 척 땅을 들어 엎는 꼴을 보아하니 장물을 보관하기 적합한 토양을 조사하는 것이 틀림없었다.

    의적의 수제자는 몰라도 어린 도둑의 재능이 아주 활짝 만개한 것은 분명한 사실!

     

    ‘방학 동안 아주 작심하고 도둑빌드를 더 탔군.’

     

    방학이 지나더니 어디서 구했는지 모를 마법배낭에 사방에서 슬쩍한 물건을 죄다 집어넣는다.

    교내 곳곳에 학생들이 시야방해 및 인식장애, 공간왜곡 따위의 마법을 걸어 과제나 성장에 필요한 물건을 숨겨둔 것들을 알뜰살뜰 다 훔쳐낸다.

    빨간이빨버섯 양식업자들은 털린 걸 알기라도 해서 다행이다 싶을 정도로 쓸어 담는다.

     

    ‘마갑에 마법검에 취급에 주의를 요하는 폭발가루에 심지어는 기출문제지까지!’

     

    아카데미에 도둑길드라도 만들 작정인지 <오크노디와 놀아주는 조직>이라는 우스꽝스러운 조직에 들어온 아이들에게 훔친 물건을 풀어주기도 했다.

    저 조직 소속 아이들의 성적이 비약적으로 상승한 것을 보아서 자신이 못 보던 사이에 기출문제지도 잔뜩 훔쳐낸 것이 틀림없다.

    남들이 전년도 시험문제도 모르고 정정당당하게 맨땅에 헤딩하는 사이에 비겁하게 출제자의 의도와 경향성을 파악하고 효율 좋게 맞춤형 공부를 하다니!

     

    “괘씸해. 너무 괘씸해서 용서할 수가 없어.”

     

    그것이 응애 만드라고라를 빼앗긴 원한 때문인지 시험을 날로 먹는 부럽고도 괘씸한 후배들 때문인지는 알 수 없었지만 울분에 찬 마음만큼은 진심!

     

    “교수님의 약초밭을 털러 가요!”

     

    영약한 꼬맹이가 곰과 몸싸움을 해도 밀리지 않을 거구의 여학생을 호위로 꼬시는 모습을 보며 오르캐치는 빠르게 걸음을 옮겼다.

    드디어 저 괘씸한 새내기 도둑에게 인생의 쓴맛을 보여줄 때가 되었다.

    식물동아리 부장 3학년 오르캐치의 이름을 걸고…

     

    “레드마운틴 교수님. 감히 교수님의 약초밭에 서리질을 하려는 1학년이 나타났습니다.”

     

    …도둑질 제보를 받을 레드마운틴 교수님의 힘으로!

     

    “하? 1학년이 약초밭을 도둑질해?”

    “예. 틀림없습니다. 제 두 귀로 똑똑히 들었습니다!”

    “1학년이 2학년의 강의과제를? 그것도 이 레드마운트님이 교수로 있는 강의에?”

    “예! 분명히 들었습니다.”

    “그걸 지금 믿으라고 하는 말인가?”

     

    빈둥거리면서 좋은 거만 퍼다 먹어서 그런지 뽀얀 피부에 윤기마저 반들거리는 여교수.

    그러나 대충 걸쳐 입은 기다란 티셔츠 아래로 바지는 온데간데없이 원숭이꼬리만 살랑살랑 흔들리는 레드마운틴의 눈매는 의심의 기색이 가득했다.

    교수가 날 믿지 않는구나!

    당황한 오르캐치가 설득력을 더하려 애쓰기도 전에 교수의 마법이 오르캐치의 입을 봉쇄했다.

     

    “읍읍!”

    “내 너처럼 괘씸한 3학년들을 몇 번 보았지. 후배들이 과제로 고통 받는 모습을 눈뜨고 못 보겠다며 재배중인 약초를 몰래 채집하려는 쓰레기들. 1학년의 핑계를 대며 네가 몰래 약초를 훔치려 계획했음을 모를 줄 알았더냐?”

    “읍읍읍!”

     

    진짜 억울해서 눈에 핏발을 세워가며 온 몸으로 억울함을 피력하는 오르캐치.

    교수는 그 절박한 몸짓을 보고 꼬리로 벽을 더듬거리다가 서랍장 문고리를 붙잡았다.

     

    드르륵

     

    서랍장 안을 뒤적거리던 꼬리가 <1년간 깨어나지 못하는 약>, <어미에 우냐냐를 붙이게 되는 약>, <30일간 네발로 걷는 약> 등을 휙휙 던지는 모습에 오르캐치는 공포에 떨었다.

    학생들을 부려먹으며 좋은 약초를 잔뜩 먹어대는 만큼 온갖 기상한 약들을 개발하기로 유명한 레드마운틴 교수.

    그녀의 꼬리가 기어이 약병 하나를 골라서 서랍장을 닫고는 오르캐치 앞에 약병을 탁 내려놓았다.

    꼬리를 따라 말려 올라간 티셔츠와 보드랍고 매끈매끈하게 보이는 허벅지에 순간 시선이 향했지만 탁탁 테이블을 두드리는 꼬리 소리에 정신이 들었다.

     

    “마셔. 할 말이 있다면 그 다음에 들어줄 테니.”

    “읍읍읍?”

    “무슨 약이냐고? 직접 보면 되잖아.”

     

    병에 붙인 이름표를 보기 쉽게 꼬리로 병을 반 바퀴 돌려준 레드마운틴 교수.

     

    <거짓말을 하면 레드마운틴 교수에게 포인트를 전송하는 약>

     

    “읍읍읍!!”

     

    세상에 이런 끔찍한 약이 있을 수가 있다니.

    이건 악몽이야!

    읍읍 거리며 절규하는 오르캐치에게 강제로 약을 먹인 교수는 앞선 진술을 반복시켰음에도 포인트를 보내지 않는 오르캐치에게 몹시 놀랐다.

     

    “정말로 1학년이 내 약초밭을 털겠다고 했구나?”

    “정말이라니깐요! 사람의 호의를 이렇게 짓밟으시다니 너무합니다!”

    “미안. 사과의 의미로 꼬리 한 번 만지게 해줄게.”

    “필요 없거든요!”

    “정말? 내 꼬리 엄청 부드러운데?”

     

    뱀의 혓바닥처럼 요사스럽게 휘어지며 팔을 휘어감는 움직임에 오르캐치의 얼굴이 붉어졌다.

     

    “푸핫. 농담이란다. 뭘 그리 진지하게 고민하고 있니? 제보는 고맙게 받았으니 이만 돌아가도 좋단다.”

    “가기 전에 하나만 여쭙고 싶습니다.”

    “그 1학년을 어떻게 처리할지 궁금하니?”

    “아까 먹은 약의 거짓말을 하면 교수님에게 포인트를 보내는 기간은 얼마나 남았습니까…?”

    “칫. 고작 일주일짜린데 남자가 쪼잔하게 그걸 꼬치꼬치 캐묻고 그러니?”

    “풀어주세요!!”

     

    해제약을 먹고 무사히 저주 아닌 저주가 풀린 오르캐치가 돌아갔다.

    홀로 꼬리를 살랑거리며 약병을 도로 서랍장에 집어넣던 교수가 무언가를 떠올렸다.

    귀찮게 이걸 굳이 내가 막아야하나?

     

    “조교. 마법시계 강의게시판에 공지사항 올려줘.”

     

    사전에 습격이 올 거라고 미리 정보를 얻어서 예고했으니 물건이 털린 모든 책임은 학생들에게 있음, 이라는 주의문구도 잊지 않고 작성하고!

     

    “후후. 역시 난 천재야.”

     

    이걸로 모든 귀찮음은 학생들의 몫.

    약초를 분실한 책임도 학생들의 몫.

    학생들이 열심히 재배한 약초만 내 몫!

     

    “저 교수님. 한참 즐거운 상상하시는 와중에 죄송합니다만 이번 1학년은 특별히 조심하셔야 합니다.”

    “조교까지 왜이러니? 너도 연구실에서 훔치고 싶은 약이라도 있어?”

    “식물동아리 부장이 채집실력 말고는 별거 없는 인간이기는 해도 녀석이 경고한 1학년 오크노디는 예사 인물이 아닙니다.”

    “그래봤자 1학년이잖니.”

    “그 아이는 천하제일대도라 불리는 대륙십도의 일도, 의적 브론즈 교수의 수제자입니다.”

     

    게으름의 화신이라 불릴 정도로 나태하여 평상에 비행마법을 걸고 둥실둥실 떠다닐 정도로 글러먹은 교수님을 보아왔던 조교.

    그는 하루 중 평상을 벗어나는 시간이 손에 꼽는 레드마운틴 교수가 벌떡 일어서는 광경을 처음으로 목격하였다.

     

    “내 색기를 도둑질한 그 요망한 계집년의 수제자가 감히 약초밭을 훔치러 온다고? 그렇게 말하면 경우가 다르지!”

     

    교수가 졸리고 나른한 눈 대신 분노로 이글거리는 눈으로 조교를 쳐다봤다.

     

    “함정을 파자.”

    “누가요?”

    “교관들 전원 소집.”

    “휴우.”

    “하고 너도 해.”

    “…”

     

    교수님 앞에서 똑똑한 소릴 하는 게 아니었는데.

    조교는 속으로 눈물을 흘렸다.

     

     

    * * *

     

     

    “다들 들었냐? 오크노디라는 그 꼬맹이, 2학년 휴학생 루소를 묵사발을 냈댄다.”

    “루소 그 녀석은 3학년 진급시험에 막혀서 휴학한 주제에 치안보조교관 중에서도 말단인 기숙사 담당으로 배정받았다며? 그것도 1학년으로.”

     

    교관이라고 다 같은 교관은 아니다.

    말단 중의 말단 치안보조교관.

    성실함을 평가받는 행정보조교관.

    다재다능한 실력을 평가받는 실습보조교관.

    이 모든 교관들이 부러워 마지않는 특별한 무언가를 지녀 교수의 이목을 사 선택받은 교수직속교관.

     

    레드마운틴 교수가 부려먹는 교관들은 바로 이 교수직속교관에 해당…될 예정이라고 5년째 사탕발림과 교수님의 발칙한 차림새에 속아 넘어간 실습보조교관들로 이루어져 있었다.

    뭐가 됐든 치안교관인 루소 따위보다는 훨씬 우위에 있음을 자부하는 이들은 오크노디의 활약상이 그리 대단하게 여겨지지 않았다.

     

    “1학년 사이에서는 뭐 좀 치기는 하겠지. 루소 그 녀석도 일단은 2학년까지의 과정을 어떻게든 이수했으니까. 그래도 우리한텐 아니야.”

    “맞아. 우린 레드마운틴 교수님이 평상에 주기적으로 비행마법진을 설치하는 업무도 맡기고, 마나석 마나잔량체크 및 교체업무도 맡기고, 온실의 온도유지 및 외부몬스터 침입방지업무도 맡기고, 가끔 느슨해진 강의실에 긴장감을 불어넣고자 온실을 습격하는 무장강도 역할도 맡기는 신뢰 받는 조교들인걸!”

     

    그런 이유로 이미 현역 2학년들을 무장강도 짓으로 골리는 데 익숙한 이들에게 오크노디가 온실에 어떤 식으로 침입할지는 훤히 예상이 되었다.

     

    “온실의 냉난방을 제어하는 제어마법진에 손을 대어서 우리를 꾀어내려고 들겠지.”

    “학생들 틈에 섞여서 태연하게 정면으로 침입할지도 몰라.”

    “아니면 강의가 취소되었거나 강의실이 변경되었다는 가짜알림문자로 혼선을 주어 온실의 약초밭을 노릴지도 모르지.”

     

    뭐가 되었든 빈틈을 노리는 것이 상책.

    힘으로 뚫으려 하다간 조교들이 직접 설치한 보안대책은 물론이거니와 그들은 겪어본 적 없지만 교수님이 직접 설치한 보안에도 당할 수 있다.

    그래도 교수님은 가급적 자신의 보안수단이 작동하지 못하게 하라고 했으니 조교들은 열심히 함정을 재정비하고 새로이 설치하였다.

     

    “이거 너무 많아서 우리도 드나들기 무서운데?”

    “보안술식이 담긴 카드키를 만들어서 조교들은 카드를 가지고 있으면 함정이 작동되지 않게 만들자. 그럼 우리 눈을 피해 침입하는 오크노디만 호된 꼴을 겪게 만들 거야.”

    “오. 좋은데?”

     

    교수를 닮아 게으름 부리는 방법에도 도가 튼 조교들은 시킨 적도 없는 하이패스 카드키를 만들고 뿌듯하게 퇴근했다.

    퇴근길의 수풀 속에서 외따로 떨어진 조교를 덮치려 눈을 빛내는 1학년들이 있음을 알지 못한 채.

    작가의 한마디 (작가후기)
    덤불에 숨은 야생의 늑대노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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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 Became the Daughter of the Academy’s Villain

I Became the Daughter of the Academy’s Villain

아카데미 흑막의 딸이 되었다
Score 4.2
Status: Ongoing Type: Author: Native Language: Korean

From the side, she looks pitiful and worn out, but in reality, she’s living her joyful survival story in the world of games.

But how can someone’s name be Oknodi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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