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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P.392

       9시간에 걸친 스피드런이 끝났다.

       

       로즈마리가 선택한 빌드는 단순했다.

       

       바로 에테르에게 모든 일의 진행을 맡기는 것.

       

       초반부 에테르와 친밀감을 Max까지 형성한 뒤 자신은 조연으로 빠진다.

       

       이후에는 어떤 일이 벌어져도 에테르가 대신 해결해 준다.

       

       ‘기계의 몸, 인간의 마음’ DLC는 그런 특성을 이용했다. 플레이어가 게임 속 캐릭터를 믿을 수 있느냐 없느냐. 에테르를 믿는다면 게임은 깨질 것이고, 그녀의 실수를 한치라도 용인하지 못한다면 깰 수 없을 것이다.

       

       로즈마리는 믿었다. 그야 자신의 의자매 아니던가. 머리가 깨져도 로즈마리는 에테르 언니의 편이다. 

       

       게임 속의 ‘로즈마리’도 이를 알았다. 초반부부터 에테르를 동료로 영입하자, 로즈마리는 어떤 수도 쓰지 못했다. 에테르가 주도적으로 나서서 마수를 때려잡는데 뭘 해볼 엄두를 못 내는 것이다.

       

       [─쓰레기 같은 인간. 감히 우리 언니를 방패 삼아? 죽고 싶나 본데….]

       

       암살 시도도 몇 번 있었지만 큰 위협은 못 됐다. 로즈마리는 ‘로즈마리’를 잘 알았다.

       

       어떤 식으로 암살할지는 불 보듯 뻔했다.

       

       [─아하하하! 멍청하긴! 결국 여기까지인 거야.]

       

       그러다가 필수 이벤트가 터지기도 했다. 이른바 ‘증기의 비’. 이때 에테르는 무조건적으로 타락했다.

       

       그런데 그러면 뭐하나?

       

       호감도가 200 만땅인데.

       

       로테는 끝까지 에테르를 믿었다. 적이 되어도 우리는 친구야. 그러더니 해룡 토벌전에서 스트레스 수치가 0으로 초기화됐다.

       

       “아하하하….”

       

       로즈마리는 플레이하는 내내 쓴웃음을 지어야만 했다.

       

       ‘뭐지… 클리어하긴 했는데 기분이 썩 좋진 않아.’

       

       채팅창 반응을 확인하니 그야말로 불타오르는 중이었다. 이거 어떻게 했느냐. 대체 무슨 빌드냐. 그런 말로 도배가 되어 있었다.

       

       호감도를 최대치로 찍는 건 연인 사이라도 불가능하다. 시스템이 그렇다. 이것조차도 확률이기 때문이다.

       

       어떤 음식을 먹고 싶어하는지. 어떤 옷을 좋아하는지. 무슨 말을 듣고 싶어하는지.

       

       그게 날마다 다르고, 기분에 따라 다르다. 다키스트 아카데미아는 변수가 많다. 양자역학스러운 게임이다.

       

       [시청자 수 : 5422]

       

       “언제 이렇게 늘었대.”

       

       하루 만에 시청자 수 5천 확보는 미쳤다. 말이 안 된다. 그야말로 대박을 친 것이나 다름없었다.

       

       그동안 잠가 놓았던 도네이션 창을 켰다. 그러자 말도 안 되는 양의 후원이 와 있었다.

       

       “후원 읽기… 해야겠지.”

       

       이 모든 걸 채팅으로 쳐줄 수는 없다. 정말 감사하다면 영업 멘트라도 보여 주어야 한다. 그것이 청자를 사로잡는 방법이다. 시청자를 사로잡는다는 것은 곧 언론을 장악한다는 것이나 마찬가지였다.

       

       자나 깨나 안 할 이유가 없었다.

       

       ‘지금이 호기다!’

       

       로즈마리는 그동안 꺼 두었던 마이크를 켰다.

       

       “아, 아… 들리시나요? 이것으로 진엔딩 스피드런이 끝났어요. 이제 후원해 주신 분들께 감사 인사를…….”

       

       [미르미리 : 와!]

       [흥헤응헤헿 : ?]

       [lwu6bb : ??]

       [오야꼬동 : 목소리 머임????]

       [홀리몰리보더콜리 : 이게 넷카마가 아니라고???]

       [닼아줫망겜 : 와! 와! 와! 와! 와!]

       [ww1111 : 목소리 짱귀엽다 ㅎㅎㅎㅎ]

       [□말간하늘 : 아니 진짜 여성분이셨다고?]

       

       “후우….”

       

       내 이럴 줄 알았다.

       

       로즈마리는 피식 웃었다. 다들 찬양에 칭찬 일색이다. 조만간 금뱃지를 달 수 있겠구나 싶었다.

       

       온갖 행복회로를 돌리며 첫 후원부터 확인했다.

       

       짤랑!

       

       [10000원 후원!]

       

       [목소리 들려줘요! 목소리 들려줘요! 목소리 들려줘요!]

       

       “네 감사합니다~ 들려드렸어요~”

       

       짤랑!

       

       [50000원 후원!]

       

       [아니 손 움직이는 거 왜 이리 빠름? 기계임??]

       

       와, 미친. 어떻게 유추한 거지?

       

       로즈마리는 뜨끔했지만 곧 평정을 되찾았다.

       

       손이 아무리 빨라도 사람은 사람으로 봐야지. 애초에 겉으로 봤을 때 자신이 기계라는 것을 알 수는 없었다.

       

       “5만원 후원 감사합니다. 다음 볼게요.”

       

       짤랑!

       

       [30000원 후원!]

       

       이번에는 스피드런이 한창 진행되고 있을 때 온 후원이었다. 

       

       [손가락 엄청 빠르시네요 ㄷㄷ 혹시 블루베리 본인이신가요?]

       

       “컥, 케헥!”

       

       하마터면 마시던 커피(액화천연가스 샷 추가)를 쏟을 뻔했다.

       

       생각해 보니 이쪽 세상 사람들은 로즈마리가 현실 인물이라는 걸 모른다. 어디까지나 게임 캐릭터로만 생각하지.

       

       ‘도대체 뭘 보고 추리한 거지?’

       

       물론 닉네임을 ‘블루베리스무디’로 정하긴 했다. 그런데 이건 달리 할 닉네임이 없어서 그랬다.

       

       당장 닉네임 정하는 것보다는 방송해서 청취자를 끌어모으는 게 중요했으니까.

       

       다들 게임 속 캐릭터에서 유래한 것이라고 생각할 텐데 뭐가 문제란 말인가?

       

       짤랑!

       

       [45000원 후원!]

       

       [아무리 봐도 이거 블루베리 본인임 내가 스코프로 봤음 ㅇㅇㅇ]

       

       “아하하하….”

       

       입맛이 쓰다.

       

       물론 인지도를 위해 얼굴 공개는 언젠가 할 것이다. 하지만 그것이 원래 모습 그대로 보여준다는 뜻은 아니었다.

       

       적당히, 성숙하게, 신뢰가 가도록 변장하고 공개할 생각이다.

       

       [100000원 후원!]

       

       [로즈마리 본인 맞으시죠? 해명이 필요해 보입니다. 당장이요 당장이요 당장이요]

       

       로즈마리는 씩 웃으며 검지검지를 시전했다. 안타깝지만 맨얼굴은 절대로 안 보여줄 것이다.

       

       어쨌든, 슬슬 마무리할 시간이었다.

       

       “오늘 방송 여기까지 하겠습니다. 시청해 주신 여러분 모두 고마워요. 다음이 있을지는 모르겠지만, 만약 하게 된다면…….”

       

       파아아앗!

       

       [‘말간하늘’ 님이 10000000원 후원!]

       

       [언니 목소리 너무 예뻐요! 이걸로 맛난 거 사드세요! ㅎㅎ]

       

       이전까지와는 다른 커다란 효과음. 빵빵 터지는 사운드 볼륨에 로즈마리는 쓰고 있던 헤드셋을 내던졌다.

       

       “푸흡─!!”

       

       동시에 커피도 뿜었다.

       

       후원 받은 금액 때문이었다.

       

       “처, 천만원?”

       

       몇 만원 정도야 푼돈이라고 생각했지만, 천만원은 아니다. 저 정도면 몰디브 호화 리조트에서 10일 비치 홀리데이를 즐길 수 있는 거금이었다. 즉, 에테르 언니와 진짜 ‘바캉스’를 즐길 수 있다는 것.

       

       “처, 천만원… 이걸 어떻게 보답해야 하지? 아이고, 감사합니다! 고마워요!”

       

       로즈마리는 자리에서 일어나 손을 이리저리 흔들었다. 그러면서 곁눈질로 채팅창 반응도 확인했다.

       

       뭔가 심상치 않았다.

       

       [오크통나무 : 와 ㄷㄷㄷㄷㄷㄷㄷㄷ]

       [치킨피자조아 : 오]

       [루르미104 : 오 ㄷㄷ]

       [실뜨기줄넘기 : 와]

       [dd606 : 와]

       [wljsdfsdf : ㅁㅊㄷ]

       [닼아줫망겜 : 오]

       [sine해주세요 : 캬 ㅋㅋㅋㅋㅋㅋㅋㅋ]

       [플레플레리 : 무 ㅓ임 ㄷㄷㄷㄷ]

       [여스트리머만찾아봄 : 슈발 이거지 ㅋㅋㅋㅋㅋㅋㅋㅋㅋ]

       

       잠깐만.

       

       혹시?

       

       로즈마리는 스트리밍 화면을 빠르게 살폈다.

       

       푸르딩한 머리카락.

       

       모찌처럼 동글동글하고 백설기처럼 하얀 얼굴.

       

       들판에 핀 개나리처럼 노랗게 물든 홍채.

       

       여기에 코스프레를 할 때나 입을 법한 고스 디자인의 드레스까지.

       

       말 그대로 로즈마리 자신이 얼굴이 적나라하게 나오고 있었다.

       

       “아.”

       

       시선이 기계처럼 까가각 돌아간다.

       

       ‘헤드셋.’

       

       조금 전에 놀라면서 던졌던 헤드셋이 웹캠에 직격했다. 그리고 그게 또 하필이면 살짝 위로 올라갔다.

       

       생각지도 않았는데 졸지에 얼굴을 공개해 버린 셈이다.

       

       머리가 빙빙 돌아가는 듯했다. 아니, 돌아가는 느낌이 아니라 실제로 돌아가고 있다. CPU에 과부하가 걸려 머리가 뜨거워지자. 이에 내장된 쿨러가 용렬하게 회전하는 중인 것이다.

       

       어, 어떻게 하지? 어떻게 하지?

       

       “으아아앗!”

       

       쾅!

       

       반사적으로 물리력을 행사했다. 로즈마리는 캠을 손으로 내리찍었다.

       

       책상째로 부숴버릴 만큼 장중한 파괴력. 캠이 순식간에 산산조각이 났다. 로즈마리의 멘탈도 박살이 났다.

       

       파아아앗!

       

       [1000000원 후원!]

       

       [말간하늘 그녀는 신인가? 말간하늘 그녀는 신인가? 말간하늘 그녀는 신인가? 말간하늘 그녀는 신인가? 말간하늘 그녀는 신인가? 말간하늘 그녀는 신인가? 말간하늘 그녀는 신인가? 말간하늘 그녀는 신인가?]

       

       촤아아악!

       

       [20000000원 후원!]

       

       [역시 블루베리 ㅋ 역시 블루베리 ㅋ 역시 블루베리 ㅋ 역시 블루베리 ㅋ 역시 블루베리 ㅋ 역시 블루베리 ㅋ 역시 블루베리 ㅋ 역시 블루베리 ㅋ 역시 블루베리 ㅋ 역시 블루베리 ㅋ 역시 블루베리 ㅋ 역시 블루베리 ㅋ]

       

       “도, 도배하지 마! 도배하지 말라고─!!”

       

       이거 남들 못 보게 할 수는 없나? 로즈마리는 한참을 찾았다. 채팅 금지, 도네이션 금지라고 쓰인 버튼이 보였다. 유저 차단 버튼도 겨우 찾았다.

       

       [로즈마리 귀여워 로즈마리 귀여워 로즈마리 귀여워 로즈마리 귀여워 로즈마리 귀여워 로즈마리 귀여워]

       

       딸깍!

       

       [로즈마리 본인 맞았쥬? 얼공 해버렸쥬? 멘탈 개박살났쥬? 이제 원래대로 못 돌아가쥬?]

       [제 청혼을 받아주세요 제 청혼을 받아주세요 제 청혼을 받아주세요  제 청혼을 받아주세요]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딸깍! 딸깍! 딸깍!

       

       ‘씨발…! 뭔 병신들이 이렇게 많아……?’

       

       단체로 밴을 먹여도 끊임없이 기어나왔다. 심지어 한 명 보낼 때마다 포상이라며 좋아하는 변태들도 수두룩했다.

       

       난생 처음 접하는 스트리밍 문화였다. 머리가 어지러웠다. 눈앞에서 별이 아른거렸다.

       

       결국 로즈마리는 해롱거리다가 패배를 선언했다.

       

       방송을 강제 종료한 것이다.

       

       [여스트리머만찾아봄 : 응 슬로우 안 걸었죠?]

       

       물론 그렇다고 채팅창이 꺼지는 일은 없었다.

       

       [금안족눈알핥짝 : 그래서 다음 방송 언제함?]

       

       로즈마리는 비명을 지르며 에테르가 있는 방으로 뛰쳐 들어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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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he Magic Academy’s Physicist

The Magic Academy’s Physicist

마도 아카데미의 물리학자
Score 4.0
Status: Ongoing Type: Author: Native Language: Korean
In an era when the power of Fire Magic was considered to have reached its limit, one girl began researching nuclear fusio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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