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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P.393

    어느 날, 집에 돌아온 다이튼은 믿지 못할 광경을 보고 말았다.

     

    “그러니까……. 저게 루크라고?”

     

    “으응…….”

     

    예르나의 확언에도 다이튼은 그 사실을 믿기 어려웠다.

    백금발 머리, 각각 청록과 금빛으로 빛나는 눈동자, 머리 위로 쫑긋 솟은 뾰족한 귀, 흰색과 검은 색의 조화를 좋아하는 단정한 패션센스, 그리고 막대한 마력으로 느껴지는 존재감.

    모든 것이 바로 그것이 루크라는 것을 가리키고 있었으나, 단 하나의 차이점이 다이튼을 굉장히 신경쓰이게 하고 있었다.

    그도 그럴게…….

     

    “저거, 엄청 어려졌잖아!”

     

    루크의 나이는 아직 10살이라는 것을 감안해도, 저건 너무 작아졌다.

    저건 잘 쳐줘봐야 3살 정도로 보이지 않은가!

     

    그동안 성장한 모습은 자주 봤지만, 어려지는 것은 처음 봤다!

     

    “그, 그게 말이지…….”

     

    예르나는 다이튼에게 자초지종을 설명하기 시작했다.

     

    —-

     

    예르나에게 들은 사정은 이랬다.

     

    며칠 전, 예르나는 길거리에서 잡상인이 파는 마법책을 하나 구매했다.

    오래된 서점에서 더 이상 읽을 수 없게 되는 바람에 싸게 파는 거라고 하던데, 딱 봐도 낡아보이는 것이 루크가 굉장히 좋아할 것 같은 느낌이 드는 것이 아닌가?

     

    그러나, 막상 그것을 구매하고 난 뒤에 예르나는 후회할 수밖에 없었다.

    그 책의 내용에 관하여 실망을 했기 때문은 아니었다.

    마법이론에 조예가 깊지 않은 예르나가 본다고 그 내용의 질이 높은 지 낮은 지 이해하는 것은 불가능했으니까.

    여기저기 찢어진 페이지가 있고, 잉크가 번져 알아볼 수 없는 부분이 꽤 많은 불량품이라는 것은 예르나가 마법을 몰라도 충분히 알아볼 수 있는 문제점이었고, 그건 충분히 후회를 일으킬 만 한 일이 아닌가?

     

    그런데 의외로 루크는 그 책을 받자 굉장히 눈을 빛내며 ‘오히려 안 보이는 부분이 있으니 연구할 맛이 날 것 같다’라며 좋아했으니, 다행이라고 생각했을 뿐이다.

    그렇게 다시 평온한 일상으로 돌아갔다고 생각하던 무렵.

    곧이어 루크를 크게 흥분시킬만한 사실이 하나 밝혀진다.

     

    찢어지지 않고 남아있는 페이지와 잉크가 번지지 않은 부분을 통해, 사실 예르나가 사온 마법책은 오래 전 꽤 능력있는 한 연금술사의 연구노트였다는 것을 알아낸 것이다.

     

    루크는 그렇게 혼자서 책을 읽고 연구하다가 마침내, 어떤 물약을 만들기에 이르렀다.

     

    ‘수명을 늘리는 약’

     

    이 연구를 작성한 연금술사의 연구노트가 이렇게 쓰레기처럼 팔려나갔던 것을 보면 그는 실패한 모양이지만, 루크는 자신이 지닌 지식과 이론으로 공백을 메우며 마침내 그 약을 완성하고 만 것이다.

     

    루크는 곧 약이 제대로 만들어졌는지 확인을 해 볼 필요를 느꼈다.

    하지만 효능을 알 수 없는 약을 아무에게나 먹일 수는 없는 법.

    그래서 루크는 망설임 없이 그것을 자신의 입에 털어넣었다.

    만일 만들어진 그것이 치명적인 독약이더라도, 자신은 죽지 않을 테니까.

     

    그리고 그 결과가 바로 이것이라는 것이다.

     

    예르나가 루크가 약을 만들기 위해 요구한 재료들을 구매하러 나간 사이.

    다이튼은 작은 박스에 앉아 책을 읽고 있는 루크를 가만히 바라보고 있었다.

    “그럼 성공을 한 거네.”

    “아니, 성공한 것은 아니다.”

    “무슨 소리야? 너 지금 엄청 어려졌잖아? ”

    “이건 부작용이야. 원래의 의도는 노화만 제거하는 약이란 말이다. 성장을 되돌리는 약이 아니라. 그리고, 이 부작용은 나 같은 키메라 이외의 사람에겐 아주 치명적이었을 게다, 일반적인 사람이라면 골격과 내장의 갑작스런 변화를 감당하지 못하고 죽어버렸을 것이 분명해.”

     

    ‘그러니 뭔가 단단히 잘못 만들어진 것이지.’라고 중얼거린 루크는 다시 책을 들어 얼굴을 가렸다.

     

    “…….”

     

    루크에게서 설명을 들은 다이튼은 몸을 약간 떨었다.

    솔직히 그 약을 먹어 수명이 늘어난다고 하면 자신도 관심이 꽤 컸으니까.

     

    인간인 자신도 엘프인 예르나와 같이 나이를 먹을 수 있다는 얘기 아닌가.

     

    그런데 부작용으로 죽을 수 있다고 하면…….

    그야말로 본말전도가 되어버린다.

     

    “그럼 너, 그거 약효는 대체 언제쯤 풀리는 거야?”

    “모르겠군, 하지만 그걸 되돌리기 위해 내가 지금 이러고 있는 거 아니겠나.”

     

    그리고 루크는 꽤 심각했다.

    성장이 되돌아가면서, 자신의 심장도 미성숙한 형태가 되어버리는 바람에 새겨두었던 서클들마저 모조리 형태를 잃고 몸 이곳 저곳으로 흩어져버렸기 때문이었다.

    따라서 지금은 어떻게든 반대의 작용을 하는 물약을 만들어야만 했다.

    만약 너무 늦는다면, 이대로 자아를 잃어버릴 위험성도 분명 내재되어 있었다.

     

    ‘다행히 서클의 마나 자체가 사라진 것은 아니라, 몸 안에 의식을 붙잡아 두는 데엔 문제가 없지만…….’

     

    그래도 시간이 지나면 어떻게 될 지는 모르는 일이었다.

     

    그렇게 생각을 하고 있으니 여전히 느껴지는 다이튼의 시선에 루크는 책을 내리고 물었다.

     

    “……왜 아직도 날 그렇게 빤히 바라보는 거지, 다이튼?”

    “그럼 머리는 왜 갑자기 그렇게 짧게 됐나 해서. 혹시 그것도 약의 부작용?”

     

    루크는 고개를 저었다.

     

    “아니 이건 그냥 내가 약을 만드는 데에 필요해서 머리카락을 좀 많이 잘라서 써서 그렇다.”

    “아. 그럼 그 핀은?”

    “자를 때 잘못 자르는 바람에 자꾸 눈을 찌르는 게 귀찮아서 임시로 했지.” 

    “아하.”

    딱히 머리카락이 빠지거나 짧아지는 부작용은 없는 모양이다.

    그건 다행이네.

    아무리 수명이 늘어도 머리가 벗겨지면 좀 그렇지.

     

    “궁금한 게 해결됐다면 이제 저리 가 주겠나. 난 이제 집중을 해야 해서.”

    “아, 그럴게. 열심히 해.”

     

    다이튼은 이제 그냥 루크에게는 신경 끄고 낮잠이나 자기로 했다.

     

    ——

     

    -키야아악!!

     

    잠시 후, 다이튼은 웬 소음에 눈을 떴다.

     

    “아니 뭔 화난 고양이 같은 소리가…….”

     

    고양이들의 발정기인가?

    아무래도 얼른 집 주변에서 내쫓아야겠다.

    루크가 집중 못하겠다고 화낼라.

     

    그렇게 생각하며 문을 연 순간, 다이튼은 아까 들렸던 소음의 정체를 깨달았다.

     

    “언니, 언니! 좀만 더 놀자!”

    “놀자, 노올자!”

    “캬아아악!! 그만해!”

     

    아이들에게 쫓기는 루크가 내는 소리였던 것이다.

     

    루크가 그 짧은 다리로 오도도 도망치면, 파이리스와 디아나가 팔을 휘적거리며 느긋하게 뒤를 따른다.

    루크와 아이들은 그렇게 한동안 거실을 뱅뱅 돌다가, 방문을 열고 그 광경을 지켜보고 있는 다이튼을 발견한 루크가 그를 향해 달려오기 시작했다.

     

    “으아아 다이튼!!”

     

    다이튼은 뛰어온 루크를 받아들며 물었다.

     

    “루크? 왜 그래? 갑자기 무슨 일이야?”

     

    뭐, 무슨 일인지 감은 오지만.

     

    “나는 가만히 있었는데, 디아나랑 파이리스가 자꾸 날 괴롭히고 있네!”

    “으음, 그랬구나.”

    “그리고, 자꾸 내 머리에 이상한 끈을 묶고 있어! 디아나도 언니라고 말은 하지마는, 아까까진 완전히 조카동생 취급이나 하고 있단 말이야!”

     

    아무래도 몸이 작아져서 그런가, 말투가 이래도 마치 어른들에게 고자질하는 아이같다.

     

    “아아, 그랬어. 근데 너 디아나 조카는 맞잖아.”

    “다이튼! 지금 그런 소릴 할 땐가!”

     

    루크는 다이튼의 얼굴을 마구 꼬집어댔다.

    그런데 하나도 안 아프다.

    아무래도 어려지면서 약해진 것 같다.

     

    “아아, 농담이야.”

    “으읏! 역시 반응이 이러니 열받아!”

     

    다이튼의 이 시선을 바꾸기 위해서는 루크에게 힘이 필요했다, 압도적인 힘이.

     

    그리고, 그 힘은 그리 멀지 않은 곳에 있었다.

     

    루크는 다른 손에 들고있던 책을 다이튼의 정수리에 꽂았다.

     

    “그대까지 나를 아기 취급 하지 말게!”

     

    -빡!

     

    “으겍!”

     

    이건 좀 아프다.

     

    —-

     

    그렇게 루크의 독서와 연구에 방해가 되지 않도록 다이튼이 아이들을 떼어내고 나서 잠시 후.

     

    루크가 안방의 문을 두드렸다.

     

    “다이튼.”

    “어, 루크. 이번엔 왜?”

     

    루크는 단추를 덜 채운 헐렁한 잠옷의 가슴을 내밀며 말했다.

     

    “해독제의 연구도 대충 된 것 같아서 슬슬 예르나를 기다리며 잠깐 잘 생각인데, 잠옷 단추를 좀 잠가주게. 손이 작아져서, 단추를 잠그기 여간 불편한 게 아니군. 아랫쪽은 어떻게 채웠는데, 위쪽은 보이지도 않아서 어려워.”

     

    아무래도 몸이 작아지면 그런 불편함이 또 있나보다.

     

    “아아, 그러냐. 해줄게, 이리 와.”

     

    다이튼은 그렇게 루크의 요구대로 단추를 잠가 주었다.

    그러자 루크는 크게 하품을 하며 고개를 끄덕였다.

    하지만 루크는 곧장 안방을 나가지 않고 우물거리며 서있다가 입을 열었다.

     

    “저기, 다이튼.”

    “응?”

    “내 방에 가는 계단이 내가 오르기에 너무 높아서 그런데, 이번엔 그냥 안방에서 자면 안 되나.”

     

    아, 루크의 방에 가기 전엔 계단이 있지.

    하긴 저 짧아진 다리로 올라가려면 그것도 일이긴 하겠다.

    그렇게 생각한 다이튼은 고개를 끄덕였다.

     

    “아아, 그래? 뭐, 그럼 여기서 자.”

    “고맙네, 이따가 예르나가 오면 깨워주게.”

    “그래.”

     

    루크는 그렇게 다이튼의 곁으로 다가와 침대에 풀썩 엎어졌다.

    워낙에 넓은 침대라 루크가 누울 수 있는 장소는 넓고도 넓었지만, 어째서인지 루크는 다이튼의 바로 옆에 누웠다.

     

    “곁에 붙어서 자도 되나?”

    “……? 왜? 불편하지 않아?”

    “좀 추워서 그러네. 아무래도 어려지는 바람에 내 몸의 온도가 높아져서 상대적으로 주변의 온도가 낮다고 느껴지는 모양이야. 안 되나?”

    “……뭐, 그런 거야? 난 크게 상관은 없지만.”

    “고맙네. 그럼…….”

     

    루크는 그렇게 다이튼에게 딱 붙은 채로 눈을 감았다.

     

    “…….”

     

    그 모습을 바라보던 다이튼은 잠깐 생각했다.

    루크는 지금 이대로 있는 게 더 낫지 않을까.

    작가의 한마디 (작가후기)
    그냥 외전입니다.
    왜냐면 오늘이 어린이날인데 응애루크가 귀엽게 어리광부리는 장면도 한번 보고 싶었기 때문이죠.
    하하!

    근데 루크 하나로 이 얼마나 다양한 몸과 연령층을 그려볼 수 있는걸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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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he Archmage dreams of being an Archmage again

The Archmage dreams of being an Archmage again

다시 대마법사를 꿈꾼다 대마법사였던것은
Score 4.2
Status: Ongoing Type: Author: Native Language: Korean

5000 Years in the future, the Archmage Luke Irushi opened her eyes again. The world has changes so much.

Horseless carriages, an entertainment box with audio and video, food and spices she has never seen before…

And, a changed magical system!

It wasn’t just the world that change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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