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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P.393

        

         

       원영신 둘은 평범한 차림새로 위장했다.

       남자 쪽은 흔히 볼 수 있는 여행객처럼 위장했으며, 여행객들이 으레 사용할법한 투박하면서도 용량이 큰 배낭을 짊어지고 있었다. 당연하게도 그 안에는 ANFO(Ammonium Nitrate Fuel Oil) 폭약이 곱게 싸인 채 들어가 있었다.

       그리고 손에는 길거리에서 굴러다니던 적당한 쇼핑백 하나를 주워서 들고 있었는데, 그 안에는 대사관에 2차 피해를 줄 물질이 들어가 있었다.

         

       그리고 여성 쪽은 현지인 같은 모습을 하고 있었다.

       현지 일본인들이 자주 입을 법한 옷을 입고 있었으며, 손에는 장바구니가 들려 있었다. 그 안에는 냉동식품이 들어가 있었는데, 당연하게도 그 안에 들어있는 것은 간편하게 데우기만 하면 먹을 수 있는 냉동식품이 아니라 데우면 폭발하는 폭약들이었다.

         

       그리고 그녀의 가슴께는 부풀어 있었는데, 이는 실제 몸의 형태가 아니었다. 벌레가 굴곡진 형태를 만들었으되 그 안을 채우고 있는 것은 특별한 물질. 남자가 가지고 있는 쇼핑백에 들어있는 것과 똑같은, 테러를 위한 물질이었다.

         

       그렇게 둘은 움직이기 시작했다.

         

       저 멀리 한국에 있는 박진성의 조종을 받으면서 말이다.

         

         

         

        * * *

         

         

         

       “나마흐 사프타남 삼약삼부따 코티남. 타드야타 옴 찰레 츨레 춘데 스바하.”

         

       빌딩의 최상층.

         

       진성은 팔을 하늘로 쭉 뻗은 채로 두 눈을 감은 채 진언을 읊조리고 있었다.

         

       춘디 두르가 만트라.

         

       모든 부처님의 어머니라 불리는 준제보살의 힘을 빌리는 진언이었다.

       하지만 깨달음과 기원이 있어야 하는 진언임에도 불길함이 넘실거리듯 움직이고 있었으며, 땅을 뚫을 듯 내려앉는 저음은 보살에게 가는 것이 아니라 땅속 가장 깊숙한 곳, 죄인들이 득실거리는 지옥으로 향하는 듯 보였다.

         

       게다가 진성의 자세 역시 이상했으니.

       보통 기원할 때는 공손함을 보여야 함에도, 진성에게는 그러한 공손함이 단 하나도 보이지 않았다. 오직 기계적인 느낌만이 가득했을 뿐이다.

         

       하늘로 뻗은 두 팔은 안테나처럼 그 자리에 꼿꼿하게 존재했으며, 꾹 감은 두 눈은 자연스럽다 못해 본래 소경이었던 것처럼 느껴지게 했다. 게다가 빔프로젝터로 쏘아내는 영상에서는 수많은 팔이 잔상처럼 휘적거리며 나타났다가 사라지기를 반복하며, 기괴함을 한껏 증폭시켜주고 있었다.

         

       “나마흐 사프타남 삼약삼부따 코티남….”

         

       저음.

       저음이다.

       진성이 자리 잡은 땅이 공명하여 진동할 정도로 낮게 깔리는 저음.

       일정한 주기로 진동하는 저음.

       그러면서도 저음에도 높낮이가 있다는 듯 음색이 위로 튀고 아래로 튀기를 반복하는 저 저음.

         

       이 저음이야말로 주술의 핵심이자 형식이었다.

         

       옛적, 탄압당하던 밀교(密敎)에서 만들어낸 위장술의 진수.

       평범한 진언처럼 보이되 실제로는 그 안에 주술적 비의를 숨겨놓은 밀교의 비전이다.

         

       진성은 기계적으로 끊임없이 진언을 외웠다.

       7억 부처님의 어머니에게 행하는 진언을.

       다만 그 뜻에는 신앙심 대신에 수단으로서의 힘만을 원하는 주술사의 의지를 담아서.

         

       “…옴 찰레 출레 춘데 스바하.”

         

       그렇게 한참 주문을 외우던 진성은 진언을 뚝 그쳤다.

         

       그리고 그 순간.

       빔프로젝터가 쏘아내는 영상 역시 뚝 멈추며 진성의 주위로 수많은 팔을 그려내었다.

       색색의 팔.

       붉은색, 파란색, 초록색, 살색, 검은색, 하얀색.

       색채로 이루어진 팔들은 그 형상을 유지한 채 진성의 주위에 신기루처럼 떠올랐으며, 진성은 그 팔에 둘러싸인 채 천천히 눈을 떴다.

         

       그렇게 뜨인 눈은 총 셋.

         

       본래 가지고 있는 눈이 둘이요.

       또 하나의 눈은 송과선에 허상처럼 나타난 눈이니.

         

       이 순간, 진성은 세 개의 눈과 수많은 팔을 지닌 준제보살의 상징을 얻었다.

         

       “탐두성자의 기척이 이곳에 깃드사 귀속된 것에 좋은 일과 나쁜 일이 보이나니, 셋의 눈에 보이는 것은 하나는 육신이요, 하나는 영혼이요, 또 하나는 의지라. 의지로 이루어진 몸이 저 밖에 있으나 거리를 뛰어넘어 생생하게 보이니 이는 준제보살의 세 번째 눈의 권능이요, 내 몸처럼 둘을 움직일 수 있으니 이는 준제보살의 팔의 힘이라.”

         

       진성은 눈을 치켜뜬 채 중얼거렸다.

         

       “의지로 빚어낸 사람의 형상에게 이르노니, 마땅히 공덕을 행하라. 목숨을 바쳐 진심으로 귀의토록 하라.”

         

       그 모습은 참으로 비밀스러우면서도 신묘한 멋이 있었다.

       신기루처럼 떠오른 팔을 제 팔처럼 휘둘러 공간을 점유하였고, 보이지 않은 눈으로 빌딩의 빈 곳을 훑어보고 하늘로 치솟아 다른 곳을 바라보았으며, 저음으로 공명하던 땅에서 불길함이 형상화되듯 어둠이 흐느적거리면서 기어 나오며 방 안에 아지랑이처럼 피어올랐다.

         

       이것을 무어라 해야 하겠는가?

         

       괴이쩍으면서도 신묘하고, 신비로우면서도 불길한 이것을 무어라 표현할 수 있겠는가?

         

       차마 말로 표현할 수 없는 것.

       종잡을 수 없는 것.

         

       이것이 바로 주술이로다.

         

         

         

        * * *

         

         

         

       진성이 의식을 행하여 긴밀하게 연결하였고, 그 실은 공간을 뛰어넘어 벌레에 연결이 되었다. 실은 인형의 관절에 실이 묶이듯 벌레 하나하나에 묶였고, 벌레가 빚어낸 사람의 형상에 묶였고, 그 사람의 형상에게 지독할 정도의 생동감을 불어넣었다.

         

       그 생동감이란 하나의 생명에게서는 차마 찾아볼 수 없을 정도로 진한 것이어서, 모두가 그 생동감에 저도 모르게 홀려 고개를 돌려볼 정도였다.

         

       그렇게 생명력을 가득 품은 이들은 움직였다.

         

       가장 먼저 남자가 움직였다.

         

       “아, 저기. 죄송합니다만 제가 여행객인데 여권을 잃어버렸습니다….”

         

       남자는 평범한 여행객을 가장하여 대사관에 접근했다.

       자신이 정말로 여권을 잃어버렸다고 주장하듯 난처한 태도로 말을 걸고 있었고, 표정은 ‘이것이 바로 곤경에 처한 여행객이 지어야 하는 표정이다.’라고 표본으로 내세울 수 있을 정도로 완벽한 표정이었다.

         

       그렇게 남자는 천천히 접근했다.

         

       그리고 그 한 발짝 뒤에는 여자가 따라오고 있었다.

         

       예쁘다고는 빈말로라도 말할 수 없는 여자였는데, 온몸에 넘치는 생동감과 생명력 탓인지 묘하게 시선이 끌리는 사람이었다. 얼굴이 조금만 더 예뻤다면 꽤 인기가 있지 않을까 싶은 분위기를 지닌 여자였다.

         

       여자는 장을 보고 돌아오는 길인 듯 장바구니를 들고 있었고, 남자의 뒤를 따라오면서 남자의 증언에 힘을 실어주었다.

         

       “네. 맞아요. 이 남자가 되게 곤란해하더라고요. 그래서 제가 외교부까지 안내해줬답니다.”

         

       여자는 특유의 선해 보이는 미소를 짓고 있었으며, 남자를 측은하게 바라보고 있었다. 그리고 동시에 대사관까지 왔으니 이제 일이 해결될 것이라 믿는 듯 보였다.

         

       평범한 사람들.

         

       대사관에서는 흔히 볼 수 있는 사람들이었다.

         

       실수로 흘리거나 소매치기에게 당하거나, 강도에게 빼앗겨서 여권을 잃어버리고 대사관의 문을 두드리는 이들이 어디 한둘이겠는가. 그리고 그런 사람을 측은하게 여겨서 온정의 손길을 내미는 이들 또한 자주 볼 수 있는 이들이었다.

         

       아무리 세상이 각박해졌다고는 하나 곤경에 처한 사람을 도울 선인들은 얼마든지 있었으니까 말이다.

       제 목숨이 걸린 일이라고 해도 하는 사람들이 부지기수로 널린 세상에, 고작 곤경에 처한 사람을 대사관에 데려다주는 선행을 해주는 사람은…. 그리 특별한 것도 없었다.

         

       그렇기에 직원은 그 둘을 별생각 없이 대했다.

         

       경계심이라고는 단 하나도 품지 않고 말이다.

         

       그렇게 둘은 아무런 제지도 받지 않은 채 대사관 안쪽까지 들어갈 수 있었고, 그렇게 둘은 대사관 안쪽으로 들어가자….

         

       갑자기 표정을 싸악 굳히고는 들고 있는 짐의 위치를 바꾸기 시작했다. 남자는 등에 메고 있던 가방을 풀고 앞으로 내밀었으며, 여자는 한 손에 들고 있던 장바구니를 가슴께에 꼬옥 끌어안고는 무표정한 얼굴로 대사관을 훑어보았다.

         

       그리곤 둘은 동시에 움직였다.

         

       남자는 배낭의 지퍼를 열고 폭약을 감싼 기계장치를 작동시키는 스위치를 눌렀고, 여자는 쇼핑백 깊숙한 곳에 있는 스위치를 손으로 꾸욱 눌렀다. 그리곤 동시에 소리쳤다.

         

       “천황폐하 만세(天皇陛下 萬歲)! 천황폐하 만세(天皇陛下 萬歲)! 천황폐하 만세(天皇陛下 萬歲)!”

         

       “천황폐하 만세(天皇陛下 萬歲)! 천황폐하 만세(天皇陛下 萬歲)! 천황폐하 만세(天皇陛下 萬歲)!”

         

       만세삼창.

         

       이상한 행동.

         

       대사관에 있는 직원들은 그제야 얼굴이 사색이 되었다.

         

       정확히 무슨 일을 하려는지는 알 수 없었으나, 저 둘을 가만히 내버려 둔다면 큰일이 날 것 같았다.

         

       하지만 안타깝게도 이미 일은 터졌고, 직원과 그들의 거리는 상당히 떨어져 있는 상황.

         

       몸을 날린다고 하더라도 저 둘이 벌이는 일을 막을 수 없다.

         

       그 사실을 깨달은 이들은 그들을 막아 세우는 것 대신, 몸을 지키는 것을 택했다. 어느 정도 직위가 있는 이들은 기본적으로 지급되는 호신용 아티팩트를 가동해 방어막을 만들어냈고, 그렇지 않은 이들은 몸을 날리듯이 움직여 설치된 안전 설비를 가동해 직원들을 보호하는 방어막을 생성했다.

         

       그렇게 그들이 간신히 몸을 피함과 동시에.

         

       콰아아아아앙-!!

         

       폭약이 터졌다.

         

       남자의 배낭과 여자의 장바구니에 있던 폭약은 굉음과 함께 사방을 뒤흔들었고, 불길을 사방으로 터뜨리며 대사관을 뒤흔들었다. 진성이 용병 시절에 자주 사용하던 배합을 사용해서 제조한 ANFO 폭약이었기에 그 위력은 일반적인 ANFO 폭약보다도 강렬했으며, 그 후폭풍 역시 뒤따라왔다.

         

       안에 특별하게 넣은 첨가물 덕분에 곳곳에 화재를 일으키기 시작한 것이다. 끈적하게 벽면에 들러붙은 물질들은 건물을 불태워버리겠다는 듯 불꽃을 피워내었고, 스프링클러가 물을 쏟아내어도 쉽게 꺼질 기미조차 보이지 않았다. 아니, 되려 쏟아지는 물길을 집어삼키면서 광분하듯 몸을 이리저리 움직이며 더더욱 강하게 피어날 뿐이었다.

         

       “씨, 씨발…. 포, 폭탄테러라니….”

         

       테러.

         

       이건 테러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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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he Shaman Desires Transcendence

The Shaman Desires Transcendence

주술사는 초월을 원한다
Status: Ongoing Author:
The shaman realized he had gained life once more. This time, he would live a life solely for transcendence, through shamanism alon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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