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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P.393

       파이스 스코비아는 평범한 사춘기의 소년 중 한 명이었다.

       

       특별히 공부를 잘하는 것도 아니고 운동을 잘하는 것도 아닌. 반 어디에나 있을 법한 평범한 사람 말이다.

       

       굳이 특이한 점을 찾아내라면 다른 이들보다 VR게임을 잘했다는 것이리라.

       

       어린 나이에도 불구하고 아피스 프로 리그에 도달한 그는 여기저기서 한 번 프로를 해 볼 생각 없느냐는 이야기를 들을 만큼의 실력자였으니까.

       

       허나 파이스의 평범한 일상은 어느 날 갑작스레 종말을 맞이했다.

       

       어느 날. 갑자기 그의 발밑에서 푸른빛이 피어오르더니 주변의 풍광이 바뀌어버린 것이다.

       

       “용사님을 소환하는 데 성공했다!”

       

       반에 한 둘 있는 오타쿠 친구가 좋아하는 소설이나 애니메이션 속 같은 상황이 눈앞’에 펼쳐진 순간 파이스는 자신이 미쳐버린 걸까 의심했지만 안타깝게도 그는 한없이 정상이었다.

       

       얼마 지나지 않아 정신을 차린 파이스는 자신에게 그런 기적을 일으킬 힘 따윈 없다고 이야기했다.

       

       성인조차 되지 못한 평범한 아이였던 그에게 세계를 구원할 힘이 있을 리 있냐고. 무언가 착오가 있는 게 분명하니 다른 사람을 부르라고. 나는 되돌려 보내 달라고.

       

       허나 그런 일이 가능할 리가 없었다. 그를 소환한 나라 또한 자신들의 명운을 짊어지고서 파이스를 불러낸 것이었으니.

       

       설령 무언가 잘못되었다 하더라도 파이스를 되돌려 줄 방법이 있을 리가 있나.

       

       그나마 다행스러웠던 것은 그가 소속된 나라가 지극히 정상적이었다는 것이다.

       

       싸구려 검과 갑옷을 내던져준 후 세상을 구하라 이야기하는 JRPG의 왕과는 달리 그를 소환한 왕국은 그를 성장시키기 위해 전폭적인 지원을 해주었다.

       

       왕국 최강이라 불리는 기사에게 검을 배우고.

       

       마력을 쌓을 수 있도록 여러 귀한 것을 먹이고.

       

       차근차근 실전을 경험할 수 있도록 하고.

       

       덕분에 파이스는 빠르게 자신의 재능을 개화할 수 있었다.

       

       그저 불운한 뿐이었던 아이는 몇 년이 지나지 않아 용사라는 호칭에 걸맞은 사람이 되었고.

       

       수많은 고난의 끝에 세상을 구원하는 데에 성공했으며.

       

       여러 사건사고를 지나쳐 다시 본래 세상으로 돌아올 수 있었지.

       

       막 귀환했을 무렵의 파이스는 아피스라는 게임에 손 댈 생각이 없었다. 검을 휘두르는 것은 이제 지긋지긋했으니까.

       

       허나 그것도 잠시였다.

       

       몇 년 동안 수많은 사선을 넘어왔던 이에게 현대의 평화로운 일상은 좀이 쑤시는 시간이었으니.

       

       그는 결국 과거의 경험을 찾아 아피스에 방문했고 미친 듯 날뛰다 아피스 제작사에게 자신이 귀환자임을 들키게 되었지.

       

       지금도 그 날을 생각하면 헛웃음이 절로 새나오곤 했다. 한 세계의 지배자가 될 수 있을 법한 사람들 여럿이 뭉쳐서 자신의 집을 찾아왔을 때 얼마나 놀랬던가.

       

       “대체 왜 그 재앙과 싸우겠다는 것이냐.”

       

       지금 스마트 폰 너머에서 한탄을 하는 이도 그 중 한 사람이었다.

       

       신수. 한 세계의 균형과 규율을 지키는 존재.

       

       과거에는 수많은 사람들의 신앙을 집어삼키던 존재이고 현대에 이르러서도 그 격을 잃지 않은 신성한 짐승.

       

       어느 세상을 가더라도 존중받아 마땅한 힘을 지닌 신수 백호는 지금 파이스가 일으킨 사건 탓에 긴 한숨을 내쉬는 중이었다.

       

       “이해할 수가 없다. 그 재앙과 싸워봐야 박살이 날 뿐일 터인데 굳이 왜 시비를 거는 게냐. 최근 나약한 놈들과만 싸워서 심심했더냐? 그럼 차라리 내게 이야기를 하지 그랬느냐. ”

       “백호님께서 직접 싸워주시는 건요?”

       “…상대를 주선해 주겠단 이야기였다. 네 놈까지 날 괴롭히려 들지 마라.”

       “아하하. 죄송합니다.”

       

       백호가 분명 대단한 존재인 것은 사실이지만 파이스 또한 드높은 격을 지니고 있다.

       

       과거 기나긴 여행에서 얻었던 수많은 것들이 파이스의 뒤를 지키고 서있으니까. 두 사람이 싸운다면 승리하는 것은 분명 파이스겠지.

       

       “방금 건 농담이에요. 딱히 심심하진 않거든요.”

       

       파이스는 지금의 생활에 만족하고 있었다.

       

       돈도 많고. 집도 좋고. 평화롭고.

       

       전투에 대한 갈증이야 프로게이머로 활동하면서 겪는 여러 싸움으로 충분하고.

       

       거기에 더해 현대인들이 성장하는 걸 구경하는 맛도 있었으니까.

       

       특히 한서우. 그 녀석은 진짜배기다. 귀환자도 뭣도 아닌 현대인이 그토록 뛰어난 실력을 지니다니.

       

       지금이야 파이스가 힘을 아끼면서도 이길 수 있는 상대지만 몇 년 지나지 않아 전력을 다해야 하는 상황이 찾아오지 않을까.

       

       만일 다른 세상에 태어났더라면 천하에 이름을 호령하는 이가 되었을 게 분명해.

       

       “그럼 왜.”

       “궁금하잖아요.”

       “궁금해? 무어가.”

       “네. 저와 제 동료가 발악 끝에 쓰러트렸던 외신을 홀로 잡아낸 화령님이 어떤 사람인지.”

       

       아피스에 이스터에그로 만날 수 있는 그 외신은 파이스가 수많은 희생 끝에 쓰러트렸던 외신을 모티브로 한 존재였다.

       

       파이스가 쓰러트렸던 녀석보다야 약화된 상태이긴 하다만 그래도 만만한 상대는 아니다.

       

       당장 파이스조차도 여러 제약이 걸린 아피스 안에서는 홀로 외신을 쓰러트리지 못하는 게 현실이지 않은가.

       

       특히 외신이 내뿜는 숨결이 문제였다.

       

       그것은 원본이 사용하던 힘을 그대로 지니고 있었으니. 본래 사용하던 여러 장비를 쓸 수 없는 아피스 안에선 파이스도 그를 받아내지 못했다.

       

       허나 화령은 달랐다.

       

       그녀는 여러 제약이 걸려있을 게 분명한 아피스 안에서도 신의 진노를 가뿐하게 받아냈다.

       

       그 뿐일까?

       

       한 번 패배한 후에 다시금 도전한 그녀는 외신이 숨결을 내뿜을 시간조차 주지 않고 박살을 내버렸다.

       

       그걸 보면서 파이스가 몇 번이나 감탄사를 내뱉었던가.

       

       그 날.

       

       파이스의 친구 중 하나가 영상을 보여주었던 그 날 이후로.

       

       파이스는 항상 화령과 한 번 싸워보고 싶다는 생각을 품었다.

       

       자신이 평생을 바쳐 대적했던 이를 박살낸 사람과.

       

       그처럼 자의가 아닌 타의에 의해 다른 세상을 거닐다 돌아온 이와.

       

       그리고 분명. 파이스에 비해 드높은 경지를 지니고 있을 무인과.

       

       “질 거다.”

       “그렇겠죠?”

       

       파이스는 아피스 사에 속한 초월자들과 비교해도 강한 축에 속하지만 이는 어디까지나 그가 지닌 여러 장비와 축복, 그리고 그가 불러낼 수 있는 여러

       동료들의 힘 덕분이다.

       

       이런 요소를 사용하지 못하는 그는 강하지만 그렇게까지 강한가 하면 애매한 것이 사실.

       

       전력을 다해도 이길 수 있을까 말까한 상대를 여러 제약이 걸린 상태에서 마주하는 것이다. 분명 처참하게 패하겠지.

       

       “그래도 한 번 해보려고요.”

       

       파이스의 결정에 흔들림이 보이지 않자 백호가 길게 한숨을 내쉬었다.

       

       “…굳이 하겠다니 말리지 않으마.”

       “어? 진짜요?”

       

       프로게이머로 활동하는 것도 겨우 허락해준 건데 무슨 미친 짓을 하려는 거냐면서 말릴 거라 생각했는데.

       

       “정확하게는 말릴 수 없는 거다. 화령 그 분께서 이미 마음을 굳히셨는데 어찌 막겠느냐.”

       

       그 분의 심기를 건드렸다가 그대로 박살나는 것보다는 세상에 한바탕 난리가 나는 편이 낫다는 백호의 이야기에 파이스가 쓴웃음을 흘렸다.

       

       화령 그 분. 대체 얼마나 강하신거야.

       

       “대신 하나만 조언하겠다. 절대로 현실에서 싸울 생각 마라. 박살날테니.”

       “에이. 제가 왜 그러겠어요.”

       “그리고 하나 더. 무얼 보더라도 놀라지 마라. 마음의 준비를 단단히 하도록.”

       

       파이스는 백호의 말을 그리 귀담아서 듣지 않았다.

       

       과거 외신의 본체를 마주한 후 끝없는 공포에 시달렸던 그다.

       

       무얼 본다 하더라도 그보다 더 한 공포를 느낄 리가 없잖은가.

       

       허나 이는 어디까지나 파이스의 착각이었고 오만이었다.

       

       세상을 자신의 아래에 굴복시킨 이에게 세상에 존재하는 상식은 무의미할 지어니.

       

       파이스는 그로부터 얼마 지나지 않아 자신이 얼마나 멍청했는지를 깨닫게 되었다.

       

       그건 QZ게이밍의 앞에 도착해 차에서 내렸을 즈음이었다.

       

       여러 보디가드들이 막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상당한 인파 속에서 파이스는 웃으며 자신을 좋아해주는 이들에게 인사를 건넸다.

       

       이는 파이스에게 너무도 익숙한 일이었다.

       

       과거 용사라는 호칭으로 불릴 적에 매일 같이 하던 것이니까.

       

       과거 용사 시절 배웠던 것처럼 자신에게 호의를 베푸는 이들에게 똑같이 호의를 건네주던 그는 어느 순간 저 멀리에 있는 여인을 눈에 담았다.

       

       처음 파이스가 여인을 눈에 담은 이유는 귀환한 후에도 그와 함께하는 중인 정령이 공포에 질려 있었기 때문이었다.

       

       ‘왜 그래?’

       

       어깨 위에 머무르는 빛의 정령이 오들오들 떠는 모습에 파이스가 묻자 정령이 겁에 질려서 다급히 이야기했다.

       

       ‘도망쳐야 해! 도망쳐야 해! 저기서 도망쳐야 해!’

       ‘저기라니? 도대체 무슨.’

       

       이야기를. 하는 거냐고 하려던 파이스는 그 말을 끝까지 잇지 못했다.

       

       저 멀리에서 가면을 쓴 채 자신을 주시하고 있는 여인의 모습은 겉으로 보기에는 특이할 것이 없었다.

       

       그녀의 주변에서 느껴지는 기운은 평온했고 그 안에서 느껴지는 것또한 파이스가 보기에는 별 대단치 않았으니까.

       

       군살 하나 없는 몸매와 숨길 수 없는 건지 숨길 생각이 없는 건지 모를 고풍스러운 몸짓이 그녀가 무인이라는 걸 증빙했지만 그 뿐.

       

       기운만을 따진다면 파이스가, 빛의 정령이 겁을 먹을 상대는 아니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파이스가 굳어버린 것은 그 평온이 평범으로 보이지 않았기 때문이었다.

       

       무엇 때문에 그리 느꼈냐 이야기하면 설명할 수 없지만 파이스의 직감은 분명 그리 말을 했고 파이스는 자신의 직감을 의심하지 않았다.

       

       그래서 그는 자신의 눈에 담긴 축복을 사용했다.

       

       상대의 본질을 꿰뚫는 눈.

       

       과거 그를 수많은 위기에서 구해주었던 마안을 말이다.

       

       그리고서 다시금 상대를 마주한 그 순간 파이스는 보았다.

       

       그녀의 주변에 존재하는 공백을.

       

       주변의 빛을 빨아들여 모든 정보를 가리는 공허를.

       

       그리고 그 너머에 존재하는 것을.

       

       어둠.

       

       끝없는 어둠.

       

       저 속의 끝이 어딘지도 알 수 없을 정도로 너무나 깊은 어둠.

       

       마주하는 순간 그대로 잡아먹혀버릴 어둠.

       

       저걸.

       

       저런 걸.

       

       인간이라 이야기할 수 있는가?

       

       ‘…이스. 파이스!’

       

       정령의 목소리에 정신을 차린 파이스는 주변의 얼굴이 이상할 정도로 높다는 걸 깨닫고 고갤 갸웃거렸다.

       

       그리고서 머잖아 자신이 넘어졌음을 깨닫고는 헛웃음을 흘렸다.

       

       아아. 이래서 마음의 준비를 하라 하신 건가.

       

       마음대로 움직이지 않는 몸에 파이스가 쓴웃음을 흘리고 있으려니 빛의 정령이 목소리를 높였다.

       

       ‘안 되겠어! 역시 도망쳐야 해!’

       ‘아니. 아냐! 잠시 기다려! 여기에서 마법을 사용하면.’

       ‘이대로 있으면 죽을 거란 말야!’

       

       젠장. 얘가 왜 갑자기 돌발행동을 하는 거지?! 한 번도 이런 적이 없었는데!

       

       파이스는 다급히 빛의 정령을 말리고자 했지만 안타깝게도 공포에서 완전히 빠져나오지 못한 그의 몸은 뇌의 명령을 따르지 않았다.

       

       그렇게 빛의 정령이 마법을 준비하고 얼마 지나지 않아 온 세상에 난리가 나려던 그 때.

       

       ‘그만.’

       

       여성의 목소리와 함께 빛의 정령이 준비하던 마법이 흩어져 버렸다. 마치 그게 구성될 수 없다는 것처럼.

       

       ‘파이스라고 했나?’

       ‘…아. 네. 넵!’

       ‘지금 당장 자리에서 일어나 해명해라! 내가 아무것도 하지 않았다고 말이다!’

       ‘…넵?’

       

    작가의 한마디 (작가후기)
    Ilham Senjaya님 보러 와 주셔서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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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he Heavenly Demon is Broadcasting

The Heavenly Demon is Broadcasting

천마님 방송하신다
Status: Completed Author:
He couldn't pass his habits to others upon his return. The Heavenly Demon remained a martial artis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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