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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P.393

   붉은 마녀, 아벨라.

   사룡과 함께 나타난 그녀는 모습을 드러내자마자 오직 한곳만을 바라보았다.

     

   그곳에 있는 것은 다름 아닌 크라슈였다.

   그를 본 아벨라는 지팡이를 핑그르르 굴렸다.

     

   그러다가 굴러가던 그녀의 지팡이가 우뚝 멈춰 섰다.

     

   ‘공간 마법이 막혔어.’

     

   원래는 크라슈의 바로 앞으로 향할 작정이었던 그녀가 눈썹을 꿈틀거렸다.

   그녀가 다루는 마법은 고대에서 비롯된 것이 많다.

     

   그런 만큼 현대의 마법사는 역사의 뒤안길로 사라진 고대 마법을 파훼 못 하는 이가 많았는데.

   그런 자신의 마법이 지금 막혔다.

     

   그렇다면 아벨라의 마법을 막은 이는 누구인가.

   떠오르는 건 단 두 명밖에 없었다.

     

   한 명은 마황이다.

   하지만 그는 지금 자신을 견제하기 위해 세계 각지를 다니며 마법 결계를 만들어내고 있다.

     

   그가 이곳에 없다는 건 그녀도 알고 있다.

     

   그렇다면 남은 이는 딱 하나.

     

   ‘불사자.’

     

   크림슨가든 아우구스트.

     

   아벨라가 시선을 옮겼다.

   지금 프레이야 숲 전체를 아우르는 거대한 마법 진이 보였다.

     

   거인의 숲은 워낙 강대한 세계 침식의 힘 탓에 종만으로는 마법 진을 연성하는 게 쉽지 않았을 텐데.

   잘도 이런 걸 준비했다.

     

   ‘공간 마법을 막아 내가 공간 마법으로 빠져나가는 걸 견제 하겠다는 건가.’

     

   한 방 먹었다.

   하지만 그렇다고 해서 방법이 없는 것도 아니었다.

     

   뭣하면 마법진이 걸린 프레이야 산맥 전체를 날려 버리면 그만이니까.

   그리고 그녀는 실제로 그걸 행동으로 옮길 속셈이었다.

     

   “사룡.”

     

   사룡, 바라카가 입을 벌렸다.

     

   “날려 버리렴.”

     

   그리고 사룡이 프레이야 산맥을 향해 그 거대한 몸을 내리쳤다.

     

   그 순간이었다.

   숲 아래쪽에서 빛줄기가 모여들더니 이내 사룡을 향해 새하얀 냉기의 브레스가 쏘아졌다.

     

   치솟은 냉기의 브레스를 거대한 몸집인 사룡이 피할 틈이 없었다.

   사룡은 그대로 냉기의 브레스에 직격했다.

     

   콰아아아아아앙!

     

   브레스에 직격당한 사룡이 휘청였다.

     

   “흐음?”

     

   생각보다 훨씬 더 강한 위력에 아벨라도 관심을 보였다.

   설마하니 이런 힘을 쏟아낼 수 있는 이가 있었을 줄이야.

     

   그녀가 마법으로 시야를 늘리며 보니 거기에는 하얀 머리 소녀가 거친 숨을 내쉬며 서 있었다.

     

   사룡이 자체적으로 지닌 힘, 피어에 짓눌려 몸이 움직이지 않았을 텐데도 불구하고.

   그녀는 모든 힘을 때려 박아 환수룡을 이용해 브레스를 쏘아낸 것이다.

     

   그 충격 덕분에 사룡의 피어에 억눌려 있던 자들이 뒤늦게 정신을 차렸다.

     

   아벨라는 그녀를 알고 있었다.

   분명 크라슈의 결혼 상대인 비앙카 하덴하르츠다.

     

   더불어 그녀는 비앙카의 과거인 백귀에 관해서도 들은 게 있다.

     

   ‘지금은 아직 꽤 어린데.’

     

   저 정도 성취라니 꽤 놀랍다.

   정상적인 길을 걷는다면 못해도 천하십강에 다다르겠지.

     

   ‘피어에 억눌리지 않은 것도 예전에 남은 저주의 흔적 때문일지도 모르겠네.’

     

   비앙카의 저주에 관해서는 아벨라도 알고 있다.

   저주는 크라슈가 가져갔지만, 그녀가 태어나기 전인 뱃속에서부터 괴롭혀 왔던 저주다.

     

   태아부터 저주에 걸리는 일은 드물다.

   어쩌면 특정 감정에 관해서는 저주의 뿌리가 남아 억제 되는 걸지도 몰랐다.

   이는 아벨라도 꽤 흥미로운 일이었다.

     

   위기 상황에 맞닿아 몸이 본능적으로 내재한 공포를 억눌러 버린 거겠지.

     

   ‘더 성장하겠네.’

     

   보아하니 백귀라 불렸던 과거보다 훨씬 더 크게 성장할 듯싶다.

     

   문제는 피어가 한 번 해제된 덕분에 아래쪽에서는 난리가 났다.

     

   아무리 이카루스라도 거인보다 더 거대한 사룡을 어찌해야 할지 난감할 테니까.

   더불어 방금까지 난전을 치르고 겨우 승리를 울부짖은 이들은 사룡과 싸울만한 힘이 거의 남아 있지 않았다.

     

   이는 천상사강이라도 마찬가지다.

   거인과의 전투로 다른 천상사강들도 온전한 상태는 아닐 터.

   사룡을 보자마자 바로 공격해오지 않은 게 그 증거였다.

     

   “아, 아벨라?”

     

   그러다 아벨라는 자신을 알아본 한 여성과 눈이 마주쳤다.

   거기에는 창을 꼬나쥔 채 부릅뜬 눈으로 아벨라를 올려다보고 있는 전 신창, 메리 다이아나가 있었다.

     

   메리는 이 사태를 이해 못 한채 어벙한 표정을 짓고 있었다.

   그녀에게는 딱히 흥미 없던 아벨라는 그녀를 두고, 고개를 돌렸다.

     

   쿠구구구!

     

   사룡은 브레스의 충격을 털어내며 연기 사이로 머리를 들이밀었다.

     

   아무리 천하십강에 다다를만한 재능이라 한들.

   지금의 그녀로 사룡을 감당할 수는 없었다.

     

   그 순간 사룡의 입에 주위 모든 빛이 빨려 들어가기 시작했다.

   그에 따라 주위 풍경이 서서히 바뀌어 나갔다.

     

   하늘이 검게 물들고, 사룡을 중심으로 공간이 어그러져 갔다.

     

   프레이야 산을 포함해 전부 날려 버릴 위력이 담긴 에너지의 폭주.

   사기의 브레스다.

     

   위험하다.

   프레이야 산맥에 있는 모두가 그것을 직감하며 얼굴을 굳혔다.

     

   그사이, 아벨라는 사룡에게 이카루스를 맡겨 두며 천천히 숲속으로 내려갔다.

   그녀는 여기 있는 누구도 사기의 브레스를 막을 이가 없다고 확신했다.

     

   그러니 그녀는 시간 낭비할 것 없이 자신의 목표를 향해 나아갈 뿐이다.

     

   “흐으.”

     

   아벨라가 움직인 사이, 숲속 안쪽.

   비앙카가 코피를 쏟아내며 다시금 환수룡의 힘을 끌어 올렸다.

     

   “비앙카 님, 안 돼요! 이 이상은!”

   “……막을 거예요.”

     

   그걸 본 카란디스가 깜짝 놀라 그녀를 말리려 했다.

   그러나 비앙카는 아랑곳하지 않고 이를 꽉 깨문 채 환수룡의 브레스를 악착같이 준비하려 했다.

     

   하지만 사룡의 브레스에 비하면 미약한 수준이었다.

     

   그때.

   비앙카의 어깨 위에 까마귀 한 마리가 앉았다.

     

   [ 무리할 거 없다. ]

     

   까마귀에게서 목소리를 들은 비앙카의 눈이 동그랗게 떠졌다.

     

   “크림.”

     

   그 이름을 짧게 부른 순간 이윽고, 사룡의 브레스가 프레이야 산맥을 향해 쏟아졌다.

   이는 세상에 존재하는 모든 것을 지워버릴 힘의 폭거였다.

     

   콰아아아아아앙!

     

   그러나 곧이어 브레스를 내뿜은 사룡에게서 도리어 폭발음이 들려왔다.

     

   그 소리는 아벨라의 귀에도 들려 그녀가 다시금 사룡을 올려다보게 하였다.

   사룡은 머리 절반이 날아간 모습으로 몸을 꿈틀거리고 있었다.

     

   이미 죽은 존재인 만큼 머리가 날아간다고 해서 죽지는 않겠지만.

   아벨라는 사룡의 머리가 뭐 때문에 날아갔는지 눈치챘다.

     

   ‘본인의 브레스?’

     

   그녀는 묘한 눈을 하며 천천히 고개를 돌렸다.

   그리자 어느새인가 상공에 서 있는 한 여자와 눈이 마주쳤다.

     

   아벨라보다도 더 진한 붉은색 머리카락이 바람을 따라 흔들렸다.

   그러한 머리카락 사이 드러난 뿔이 빛을 받아 반짝였다.

     

   아벨라는 그녀가 누구인지 눈치챘다.

   크림슨가든 아우구스트, 본인이었다.

     

   ‘종을 이용해 마법진만 걸어 놓은 줄 알았더니 본인이 직접 등판했나.’

     

   아무래도 크라슈가 그녀의 불사마저 훔쳐준 모양이었다.

     

   조금 전 사기의 브레스는 다름 아닌 그녀가 마법으로 바로 받아친 것이다.

     

   하지만 이는 딱히 좋은 선택이 아니다.

   아벨라의 손짓을 따라 사룡이 몸을 굽히며 그대로 몸째로 떨어지기 시작했다.

     

   사룡의 몸체는 전부 마법 면역이다.

   조금 전 공격이 통했던 건 어디까지나 본인의 브레스였기에 손해를 입었을 뿐.

   마법사인 크림슨가든에게 사룡은 천적이다.

     

   브레스를 사용하지 않고, 직접 몸으로 눌러 버리면 끝이니까.

     

   저벅!

     

   그 순간 아벨라의 귀에 발소리 하나가 들려왔다.

   아벨라가 고개를 돌리자 거기에는 한 남자가 걸어오고 있었다.

     

   검푸른색으로 흩날리고 있는 머리카락과 양손에 쥐어진 두 자루의 검.

     

   하나는 10대 천검 우뢰성.

   다른 하나 또한 10대 천검 성검이었다.

     

   성검의 중간 보석은 빛이 하얗게 바래 있었다.

   이는 성검이 지닌 효과인 육체 수복을 이미 사용했다는 소리가 된다.

     

   “크라슈.”

     

   아벨라가 그 이름을 불렀다.

   그러자 크라슈의 백색의 눈동자가 천천히 들어 올려져 아벨라와 마주했다.

     

   성검의 육체 수복 덕분에 완전히 풀 컨디션으로 돌아온 크라슈였다.

     

   “제 발로 걸어올 줄은 몰랐는데.”

     

   아벨라는 찾을 수고를 덜었다는 얼굴로 지팡이를 바닥에 쿵 찍었다.

   그러자 무언가를 감싸고 있던 지팡이의 나무가 풀려나가며 우주를 담은 듯한 구슬 하나가 드러났다.

     

   그건 다름 아닌 초월석이었다.

     

   “사룡 때문에 초조해지기라도 했어?”

   “하.”

     

   아벨라의 질문에 크라슈가 코웃음 쳤다.

     

   “저딴 뼛조각으로 초조해지겠냐?”

     

   쿠웅!

     

   그 순간 사룡이 크림슨가든이 몇 겹으로 쳐놓은 방어 마법과 맞부딪쳤다.

   오직 물리력으로만 설계한 방어 마법은 사실상 마법이라기보다 오러의 응집 형태나 다름없었다.

     

   이는 사룡이 곧장 뚫지 못한 게 그 증거였다.

   하지만 사룡의 중량과 힘을 견뎌내기에는 한계가 있다.

     

   저것도 결국 뚫리며 사룡은 프레이야 산맥에서 미친 듯이 난동을 부릴 것이다.

     

   이를 알고 있을 텐데도 크라슈는 눈 하나 깜짝하지 않았다.

     

   “그래, 그렇구나.”

     

   아벨라도 이는 아무래도 좋은 일이었다.

   애초에 사룡은 크라슈와의 만남을 방해받지 않기 위해 쳐놓은 연막일 뿐이다.

     

   크라슈를 직접 마주했으니 이제 사룡이 어찌 되든 상관없는 일이었다.

     

   지팡이에 달린 초월석에서 은하수를 담은 빛이 흘러나오기 시작했다.

     

   “그럼 됐어.”

     

   아벨라는 더 묻지 않고, 마법을 발동시켰다.

   그 순간 주위 모든 게 새까만 공간으로 변했다.

     

   한순간이었다.

   크라슈의 엑셀을 이용한 가속조차 따라가지 못할 만큼 주위 모든 게 검은색으로 변했다.

     

   그런 검은 공간 위, 크라슈와 아벨라만이 마주 보고 서 있었다.

     

   크림슨가든은 아벨라의 도주로를 막기 위해 공간 마법을 막아 놓았다.

   그런데 지금, 왜 주위 풍경이 갑자기 변했을까.

     

   “바깥에서 보기에는 우리 둘 다 가만히 서 있는 것처럼 보일 거야.”

     

   아벨라는 이에 관해 여유롭게 설명해주었다.

   그만큼 그녀는 이미 승리를 확신한 모습이었다.

     

   “바깥에서는 이제 아무런 간섭도 할 수 없어.”

     

   아무리 크림슨가든이라도 이 마법을 풀 수 없다.

     

   이 감옥은 서로의 영혼을 연결해 영혼 세계를 제외하면 모든 시간을 정지시키는 아벨라의 오리지널 마법이다.

     

   섣불리 풀었다간 오히려 크라슈가 잘못된다.

     

   “아벨라.”

     

   그 순간 크라슈가 아벨라를 불러왔다.

   그는 상당히 위기에 처했음에도 아벨라를 줄곧 직시하고 있었다.

     

   “아서는 어떻게 됐지.”

     

   크라슈가 아벨라에게서 궁금한 것은 단 하나.

   기억을 되찾은 아서가 어떻게 되었는지다.

     

   이 질문에 관해 아벨라는 눈망울을 깜빡이더니.

   이내 고개를 들었다.

     

   “지금 보고 있잖아?”

     

   크라슈의 눈에 의문이 서렸다.

   그러나 곧 크라슈는 아벨라가 바라보고 있는 것이 무엇인지 눈치챘다.

     

   그도 그럴 게 그녀의 시선은 지금 초월석에 닿아 있었으니까.

     

   크라슈의 눈이 서서히 커지기 시작했다.

     

   “아서는 아무래도 회귀를 되찾는 것을 내가 기다리고 있다고 생각한 모양인데.”

     

   아벨라는 흥미가 없다는 눈으로 고개를 저었다.

     

   “내가 필요한 건 회귀의 기억을 되찾은 아서일 뿐이야. 다른 시간선에도 간섭할 재료로서 필요했거든.”

     

   그러니 아벨라는 줄곧 아서가 회귀의 기억을 되찾기를 기다렸다.

   그리고 기억을 되찾은 순간 아서를 데려갔던 것이다.

     

   다름 아닌 초월석의 재료로 쓰기 위해서 말이다.

     

   아벨라는 아서를 데려간 뒤 그녀의 기억과 육체를 갈아 초월석에 흡수시켰다.

     

   이를 아무렇지 않게 말해주는 이유는 그녀가 이것에 조금도 죄책감을 못 느끼는 탓이다.

   그녀에게는 그저, 자신의 목적을 위해 당연하게 행한 일일 뿐이다.

     

   더불어 크라슈의 성격이라면 이걸로 초월석을 건드릴 생각을 못 할 거라는 계산 또한 존재했다.

     

   부릅떠진 크라슈의 눈이 천천히 떨렸다.

     

   “넌.”

     

   크라슈의 눈에서 분노가 뚝뚝 떨어지기 시작했다.

     

   아벨라는 아서를 이용했다.

   하지만 그 이전에 회차에서 아서와 함께 오랜 시간을 함께했던 그녀다.

     

   적어도 최소한의 도리 정도는 있을 거라 생각했지만.

   그녀에게는 그런 것은 티끌조차 존재하지 않았다.

     

   “인간이 아니구나.”

     

   크라슈의 말을 들은 아벨라는 지팡이를 쥔 자세로 고했다.

     

   “아니, 누구보다 인간이야.”

   

   

     

   그녀의 붉은 눈동자는 초월석을 바라보며 빛났다.

     

   “세상 어느 것보다 호기심을 중시하는 건 인간밖에 못 하니까.”

     

   그 말을 들은 크라슈는 이미 바닥을 박차고 있었다.

     

   카아아아앙!

     

   아벨라의 코앞까지 닿은 크라슈의 검이 그녀의 방어 마법에 막혔다.

   아벨라는 쓸데없는 짓을 하는 크라슈를 바라보았다.

     

   “그러니 난 그 호기심을 채우기 위해 무엇이든 할 수 있어. 크라슈, 너도 내가 된다면 나와 다르지 않을 거야.”

     

   그 말을 들은 크라슈는 전신을 백염으로 물들어 가며 고했다.

     

   “좆까.”

     

   개소리에는 매가 약이다.

   

   

작가의 한마디 (작가후기)
삽화 및 일러스트를 총정리해서 인스타에 업로드하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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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 Became A Thief Who Steals Overpowered Skills

I Became A Thief Who Steals Overpowered Skills

Became a Munchkin skill thief meonchikin seukil dodug-i doeeossda 먼치킨 스킬 도둑이 되었다
Score 4.0
Status: Ongoing Type: Author: Native Language: Korean

I used to think that my stealing skill only worked on what was worthless to a person.

But just before I died, I realized that I could also steal the skills.

So I stole the regressio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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