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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P.393

    <393 – 약초도둑>

     

    덤불에 숨은 나는 단단히 못을 박았다.

     

    “3학년은 어떤 비겁한 수를 쓸지 몰라요. 그러니 단숨에 기습해서 쓰러뜨려요, 헤스티아!”

    “알았어. 최선을 다해서 묵사발을 내버릴게.”

     

    유능하지만 게으른 교관들이 만든 카드키를 들고 터덜터덜 밤 늦게 퇴근하는 조교.

    얼굴에 드리운 다크써클을 보고 헤스티아가 몸에 힘을 실었다.

    표범마냥 당장이라도 먹이를 향해 뛰쳐나갈 것처럼 자세를 취했던 헤스티아를 멈춰세웠다.

     

    “저건 우리 목표가 아니에요.”

    “그럼?”

    “다른 교수님의 연구실에서 70시간 연속근무 후에 퇴근하는 조교에요!”

    “70시간? 하루가 24시간이니까… 이틀하고도 22시간을 근무했다고?!”

    “쉿. 목소리가 너무 커요!”

    “…조교는 그렇게까지 가혹한 직업이야?”

    “아뇨? 대충 하면 하루 30분 컷 쌉가능인데요?”

    “하급반 출신 조교라 그렇구나.”

     

    상급반인 나는 포인트가 부족하면 조교로 용돈벌이를 해도 되겠어.

    헤스티아의 얼굴에 떠오른 생각을 보고 착각을 정정해줄까 하다가 그만두었다.

    조교 일도 한 번 해보면 재밌으니 하게 해야지.

    뉴비들 하고 싶은 거 다해!

     

    “피부색이 보라색인 저 사람은 조교가 틀림없어 보이는데 어때?”

    “앗 저분은 그냥 4학년이에요.”

    “네발로 기어 다니는 사람은?”

    “네발로 기어 다니는 약을 먹은 2학년인가봐요!”

    “종말이 다가온다고 고성을 지르면서 머리를 쥐어뜯고 괴로워하며 지나가는 사람은?”

    “뭐야 저게. 저도 몰라요. 무서워!”

    “오크노디가 모르는 일이 있어!?”

    “앗, 저기 카드키를 가진 조교가 와요. 집중하세요!”

    “아니, 종말이 다가온다며!? 한가하게 카드키 가지고 퇴근하는 조교나 습격해도 되는 거야!?”

    “쉿! 목소리가 너무 커요!”

     

    습격은 간단했다.

    신호에 따라 전속력으로 돌진해서 단숨에 선배를 때려눕힌다!

     

    화악!

     

    “!?”

     

    맹수처럼 수풀을 뚫고 뛰쳐나오는 헤스티아의 기척에 선배가 기겁하며 손가락을 까딱했다.

     

    <자동방벽>

    <감속역장>

    <타격분산>

     

    눈 한번 깜빡일 사이에 펼쳐지는 삼종방호마법!

    과연 3학년다운 실력이었지만 헤스티아의 일격은 선배의 상상을 뛰어넘었다.

     

    <괴력>

    <이중타격>

    <철권>

     

    벼락같이 달려들어 내지른 일격에 방어수단이 무색하게 실드가 펑펑 터지며 나무등치까지 5m의 거리를 일격에 쿵 날아간 선배!

    불시의 기습을 제대로 허용해버린 선배를 향해 계속해서 달려든 헤스티아가 팔뚝으로 선배의 목을 틀어막고 주먹으로 복부를 후려쳤다.

     

    “커헉!”

     

    고통스러워하는 소리에도 방심하지 않고 하체의 힘이 풀리도록 정강이를 걷어차고 무릎을 들어 낭심까지 걷어차려다가 멈칫하는 헤스티아.

    어째서인지 내 눈치를 흘끗 보더니 낭심 대신 복부에 플라잉니킥을 한방 먹였다.

     

    “끄윽, 어, 어째서…”

    “역시 3학년인가. 아직도 호흡이 남았다니.”

     

    방심할 수 없겠다며 선배를 마구 난타하는 헤스티아의 펀치에 끝내 선배가 의식을 잃고 쓰러졌다.

     

    짝짝짝.

     

    “우와, 대단해! 선배가 한 번도 반격하지 못하고 그대로 쓰러졌어요!”

    “오크노디… 같이 잡기로 했잖아. 왜 안 도왔어? 선배의 반격에 당할까봐 얼마나 무서웠는지 알아?”

    “헤스티아가 너무 잘 때려서 같이 때릴 자리가 없었어요. 그래서 결계마법으로 목격자가 발생하지 않게 했어요. 잘했죠?”

     

    역시 챕터보스 헤스티아.

    광전사모드가 활성화되지 않아도 이 정도의 강함이라니 정말 무시무시하다!

     

    “카드키는 찾았는데… 너무 심하게 팬 거 아니야?”

    “괜찮아요. 어차피 이 선배도 교수님과 한통속이 되어서 수강생들을 괴롭혀왔을 테니까요!”

    “아니, 선배를 때린 죄로 벌금을 물지 않을지 걱정이 들어서.”

     

    아하. 그게 문제였구나.

     

    “걱정 마요. 1학년한테 얻어맞은 선배는 부끄러워서라도 어디다가 알리지 못할 테니까!”

     

    지나가던 선비.

    정체불명의 행인.

    수수께끼의 나그네가 왜 있겠는가.

    이럴 때 쪽팔리니까 둘러대려고 있는 말이지!

     

     

    * * *

     

     

    [카드키의 보안술식이 확인되었습니다.]

    [온실로 향하는 보안장치가 해제됩니다.]

     

    레드마운틴 교수님의 수강생들이 정성들여 키우는 약초들이 있는 온실로 향하는 길.

    비활성화 상태여도 서치아이에 들어오는 함정들의 정체를 슥 훑어보니 고인물인 나조차도 조금은 섬뜩한 기분이 든다.

     

    <일시적 지능감소>

    지속기간 – 7일

    효과 – 입에서 바보처럼 침이 질질 흐른다. 강제로 상태이상 <탈수>에 빠지며 침 냄새를 맡은 벌레몬스터들의 출현확률이 대폭 증가한다.

     

    <냄새 스며들기>

    지속기간 – 10일

    효과 – 몬스터의 군침을 돌게 만드는 유혹제 냄새가 난다. 촉수몬스터들의 출현확률이 특대폭 증가한다.

     

    <미믹도어>

    분류 – 몬스터

    특징 – 이 몬스터는 문으로 위장하고 있다. 문고리에 손을 올리는 순간, 손이 붙잡힌 채로 문 너머의 위장에 삼켜진다.

     

    보안장치가 해제되자 사람을 바보로 만드는 액체가 분사되던 분수대가 작동을 중지했다.

    강의 도중에 사건사고에 휩쓸리기 딱 좋은 냄새가 환풍구를 따라 강제로 환기된다.

    미믹도어는 벽이 통째로 회전하더니 멀쩡한 문이 달린 벽이 되었다.

     

    ‘당장 함정에 당했다고 알아차릴 수 있는 함정 사이에 시간이 지나서 혼쭐을 당하고 나서야 알아차릴 함정을 섞다니, 역시 3학년다워!’

     

    숨 쉬듯이 자연스럽게 섞은 억까가 예사롭지 않다.

    그래도 공략법을 아는 고인물에겐 별 거 아니지만.

     

    “여기서부터 저기까지 싹 다 캐서 약초케이스에 넣어주세요!”

    “이 많은 걸 다 어떻게 들고 가게?”

    “배낭에 넣으면 돼요!”

     

    아참.

    이걸 깜빡할 뻔했네.

     

    “채집하기 전에 이거 끼고 하세요!”

    “마나가 느껴지는데… 이거 보물 아니야?”

    “맞아요!”

     

    실력 있는 용병답게 가치 있는 물건을 알아차리는 안목이 날카롭다.

     

    ━━━

    <저항의 약초채집 장갑(보물(+5강)>

    등급 – 매직6급

    설명 – 약초를 안전하게 채집하는데 특화된 장갑. 이 장갑을 착용하면 어떤 약초를 채집해도 목숨을 잃지는 않는다.

    효과1 – 채집 시 약초의 품질이 훼손되지 않는다.

    효과2 – 채집 시 약초가 채집꾼을 덜 공격한다.

    효과3 – 채집 시 상태이상 발병이 늦춰진다.

    효과4 – 저주, 화상, 수면에 저항력을 지닌다.

    감정가 – 금화 150매, 15000포인트

    ━━━

     

    쉽게 구할 수 있는 면장갑을 강화해서 만든 탓인지 감정가와 성능은 그리 대단치 않다.

    그래도 약초가 뿜어내는 독성이나 불꽃에 즉시 당하지 않고 치료사에게 도움을 요청할 여유가 있다는 점에서 여분의 목숨이 생기는 셈.

    아카데미 바깥의 약초꾼들은 못 구해서 안달인 보물이 바로 이 <저항의 약초채집 장갑>이다.

     

    “…대체 약초가 얼마나 위험하길래 이런 보물이 필요한건데?”

    “캐보면 알아요!”

     

    역시 첫 약초채집의 즐거움을 빼앗아갈 수는 없지.

    헤스티아가 먼저 첫 삽을 뜨게 기다려주었다.

    장갑을 끼고 모종삽을 들고도 주저주저하던 헤스티아가 이래봤자 시간만 흐르고 우리만 위험해질 뿐임을 깨달았는지 한숨과 함께 삽을 흙더미에 푹 꽂았다.

     

    부글부글.

     

    모종삽을 꽂은 땅이 끓는 소리를 내기 시작하자 헤스티아가 기겁을 했다.

     

    “이걸 정말 캐내야해?”

    “무서우면 제가 해도 되고요!”

    “…오크노디 너도 무섭긴 마찬가지겠지. 아이 앞에서 겁쟁이처럼 굴 수는 없어.”

     

    갑자기 전의를 다진 헤스티아가 용기를 다지며 약초를 쑥 뽑아 올렸다.

    지글지글 거리며 공중에서 아지랑이를 뿜어내는 약초의 정체는 <화염초>.

    맨손으로 잡으면 손에 불이 붙고 화상을 입을 수도 있는 위험한 약초였다.

     

    “이거 심은 선배는 엄청 야심가신가보다. 화염초는 잘못 키우면 지 혼자 불살라져서 재만 남는데!”

    “이름표에 ‘만델라 카스테라님☆’이라고 적혀있었어.”

    “그럴만도 하네요!”

     

    시작부터 위험한 녀석을 극복해낸 덕분인지 헤스티아는 쑥쑥 약초들을 뽑아댔다.

    고인물인 나야 당연히 손쉽게 약초채집을 이어나갔다.

    그런데 열심히 약초를 뽑던 눈에 무언가 아주 수상쩍은 녀석이 하나 보였다.

     

    깊은 땅의 흙이 표면으로 올라온 흙 갈이 흔적.

    이것이 한 약초를 중심으로 여러 곳에 퍼져있다.

    마치 잠자리가 불편해서 뒤척이는 불면증환자처럼 약초가 스스로 땅을 갈아엎고 일어나서 조금 움직인 곳에 다시 뿌리를 심은 듯한 흔적!

     

    “안 뽑고 뭐해?”

    “위험한 약초가 있어서요. 뽑을까 말까 잠깐 고민 중이에요!”

    “화염초도 별거 아닌 잡초 취급이었던 네가 그 정도로 고민할 약초가 있어…? 그걸 정말로 약초라고 불러도 되는 거야?”

     

    몰?루.

    아무튼 게임에서 약초라고 분류했으면 약초 맞지!

     

    “에잇 까짓것 함 뽑아보죠 머!”

     

    불쑥 약초를 뽑아들기 무섭게 눈부신 섬광이 화악 하고 번쩍였다.

     

    [광차폐막]

     

    빛을 암흑마나로 뒤덮어 차단하기 무섭게 한층 커다란 에너지가 차폐막 안에서 폭발했다.

     

    [마나장막]

    [열차단장막]

    [충격차단장막]

     

    실드에 특별한 속성을 실어 성능을 강화한 채로 겹겹이 유효한 실드를 쳐놓았음에도 미처 다 해소하지 못한 위력에 웅웅 울려대는 장막들.

    장막에 휩싸인 약초가 이것 봐라? 라고 눈썹을 찌푸리듯이 줄기를 세차게 흔들더니 상태이상을 미친 듯이 마구 쏟아내었다.

     

    [맹독차단장막]

    [부패차단장막]

    [질병차단장막]

    [출혈차단장막]

     

    매번 다른 속성의 상태이상을 던져대는 약초에 맞춰서 매번 다른 속성의 장막으로 장막형태를 변경하며 장막 갈아치우기를 하는 나!

    치열한 승부의 끝에 승리는 내 수중에 찾아왔다.

    힘을 잃은 약초가 저항을 멈추고 얌전해졌다.

     

    <무지개초>

    배양자 – 레드마운틴

    특징 – 학생들이 키우는 약초인 척 자연스럽게 섞여있는 레드마운틴 교수의 함정약초. 생식할 시 무작위 상태이상에 걸리거나 무작위 저항력이 높아진다.

     

    “헤헹. 심봤당!”

    “오크노디. 나 방금 결심했어.”

    “멀요?”

    “아카데미를 졸업한 뒤에 낯선 곳에서 약초를 발견하면 절대로 캐지 않을 거야.”

     

    헤스티아의 결의는 아주 굳건해보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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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 Became the Daughter of the Academy’s Villain

I Became the Daughter of the Academy’s Villain

아카데미 흑막의 딸이 되었다
Score 4.2
Status: Ongoing Type: Author: Native Language: Korean

From the side, she looks pitiful and worn out, but in reality, she’s living her joyful survival story in the world of games.

But how can someone’s name be Oknodi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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