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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P.394

        

         

       대낮에 당당하게 들어와서 폭탄테러라니.

       그것도 설치하고 도망을 치는 것도 아니고, 당당하게 폭탄의 폭발을 기다리며 폭탄과 함께 산화를 하다니!

         

       미친놈들이었다.

       미친 테러리스트들이었다!

         

       그나마 만세삼창을 한 뒤 터뜨렸기에 모두 대피하는 데 성공했고, 그 덕분에 인명피해는 나지 않았지만….

         

       “끄, 끄윽.”

         

       대체 무슨 폭약을 쓴 것인지는 모르겠지만, 다친 이들이 속출하고 있었다.

       분명 방어막이 공격을 막았음에도 그 충격을 다 해소하지 못할 정도의 파괴력이었다. 폭약의 힘으로 방어막은 깨져버렸고, 대부분의 충격을 해소했음에도 일부는 남아 사람들의 뼈를 분지르거나 내장을 진탕 시켰다.

       거기다가 폭약과 함께 퍼진 불꽃에서는 유독성 가스가 흘러나오는 듯 새까만 연기를 뿜어내고 있었다. 그 때문에 사람들은 허둥지둥 움직여 방독면을 찾아 쓰고 있었다.

         

       “미친, 미친놈들 같으니….”

         

       교과서에 기록되어도 이상하지 않을 테러였다.

       지금까지 사망자가 나오지는 않았다지만, 지금 이 상황이 이어진다면 바닥을 뒹굴고 있는 사람 중에서 곧 목숨이 끊어지는 이들이 속출하게 되리라.

         

       “움직일 수 있는 사람들은 빨리 쓰러진 사람들 얼굴에 방독면을 씌우도록 하십시오!”

         

       폭탄이 터지는 것에서도 살아남았는데, 고작 유독가스를 마셔서 죽는다?

         

       이처럼 허무한 죽음이 어디 있겠는가.

         

       대사관 직원들은 하얗게 비어버린 머리를 애써 굴렸고, 잘 움직이지 않는 몸을 어떻게든 움직이며 방독면을 찾아서 쓰러진 사람들의 머리에 씌워주었다. 그리고 응급처치용으로 연금술사가 만든 지혈제와 증혈제를 투입해 과다출혈로 사람이 죽지 않도록 하였다. 내장에 상처를 입어서 입에서 피와 살점을 토해내고 있는 사람들에게는 지혈제와 증혈제, 쇼크 방지제를 투입했다.

         

       그렇게 모두가 일사불란하게 움직였다.

         

       이 비극 속에서 한 사람이라도 구해내기 위해서 말이다.

         

       이러한 사람들의 노력은 효과가 있어서, 구급차가 도착해서 그들을 실어 나를 때까지 단 한 사람도 죽지 않았다.

         

       그야말로 인간 승리라고 할 수 있으리라.

         

       그렇게 모든 직원은 구급차에 몸을 실은 채 대사관을 떠났다.

         

       특종을 예감하고 몰려든 기자들, 굉음과 함께 불에 타기 시작한 대사관을 구경하러 온 사람들을 헤치면서 말이다.

         

       그렇게 테러는 종료된 듯 보였다.

         

       소방차가 와서 대사관에 물을 뿌리고, 직원들을 치료하고, 불이 사그라들었을 때 사람들이 들어가서 조사하고.

         

       그렇게 끝을 맺을 것만 같았다.

         

       하지만…안타깝게도 테러는 끝이 나지 않았다.

         

       진성이 고작 폭탄만 던지기 위해 주술을 사용한 것이 아니었기 때문이다.

         

       고작 폭탄테러만 하기 위해서라면 진성은 다른 방법을 사용했으리라.

         

       신분이 말소된 사람들을 여럿 구해서 소모품처럼 사용한다거나, 길거리에 널려있는 노숙자에게 접촉해서 ‘의문의 물건’을 대사관에 전달하게 만든다거나, 그것도 아니라면 동물을 사용해서 폭탄을 물고 대사관으로 돌진하게 한 뒤 터뜨리는 방법도 있었으리라. 드론이나 새에게 폭탄을 묶은 뒤 고공에서 추락시켜 대사관의 머리 위에 폭탄을 떨구는 방법도 있을 것이고, 아예 트럭 몇 대를 훔친 뒤 의식을 행해서 자율적으로 움직이게 만드는 방법도 있었겠지.

         

       폭탄을 목표물에 던지는 것은 이렇게나 방법이 많았다.

       여기에 비윤리적인 수단을 더하고, 진성이 과거 용병으로 지내면서 보았던 수많은 방법을 사용한다면 그 선택지는 더 넓어진다.

         

       더 효율적으로, 은밀하게.

         

       진성이 마음만 먹는다면 이 평화에 찌든 사람들의 사각을 찔러서 완벽하게 테러를 하는 것 정도야 어려운 일이 아니었다. 그가 회귀 전 했던 일이 그거였고, 보았던 일이 그것이었으며, 당했던 방법이 바로 그것이었으니까.

         

       하지만 그런데도 진성은 다른 방법을 사용했다.

         

       굳이 벌레로 만든 분신을 반으로 갈라서 두 사람을 만들어내었고, 한국에서 준제보살과 관련된 주술을 사용하기까지 했다. 그뿐만 아니라 분신이 움직이기 직전에 태양의 상징을 비는 주술을 사용하기까지 했다.

         

       고작 폭탄테러에 사용하기에는 너무 과분하지 않은가?

         

       융단폭격을 하는 것도 아니고, 핵 가방으로 수도를 날려버리려 하는 것도 아니다. 고작 대사관 하나에 적당한 폭발을 일으키고 불이나 지르겠다고 행하기에는 터무니없이 비효율적이며, 불합리하기 짝이 없다.

         

       진성이 이렇게나 빙 돌고 비효율적으로 보이는 방법을 사용한 것은.

       그가 주술 여러 개를 중첩해서 사용한 것은.

         

       바로 지금을 위함이었다.

         

       폭탄테러가 아닌, 폭탄테러 이후의 혼란.

       폭탄과 화재로 인한 파괴가 아닌, 파괴 속에 숨겨져 있는 오염.

         

       그는 일본이 더 혼란 속으로 빠져들기를 바랐다.

         

       인명피해가 나지 않은 적당한 선의 혼란.

       적당하되 넓으며, 얕되 통제할 수 없는 혼란.

         

       진성은, 바로 그 혼란을 원하고 있었다.

         

       치이이익.

         

       불이 피어오르고 검은 연기가 대사관의 안을 뒤덮었다.

       스프링클러는 열기 때문에 고장이 난 것인지 더 이상 물을 뿌리지 않고 있었고, 물의 방해 속에서도 타오르던 불꽃은 방해꾼이 없어지자 더 활개를 치면서 대사관 전체를 뒤덮으며 세를 불리고 있었다. 불꽃은 벽을 태웠고, 가구를 태웠고, 대사관에 있는 중요 서류들을 불태웠다. 그리고 그와 함께 밤의 어둠을 끌고 오기라도 한 듯 새까만 연기를 자욱하게 퍼뜨려 안을 도저히 살펴볼 수 없게 만들었으며, 유독가스를 이곳저곳에 뿌리며 사람이 함부로 발을 디딜 수 없게 만들었다.

         

       그리고 그 화려하면서도 은밀한 장막 속, 움직이는 것이 있었다.

         

       치이이익.

         

       진성이 만들어낸 분신이 들고 온 쇼핑백에서 나온 액체.

       거무튀튀한 갈색빛을 띠고 있는 끈적거리는 액체였다.

         

       액체는 마치 자신이 슬라임이라도 되는 것처럼 꿈틀꿈틀 움직이며 바닥을 헤엄치고 있었으며, 곳곳에서 타오르는 불꽃에도 타들어 가지 않았다. 도리어 불꽃이 적당한 온도라도 되는 것처럼 색을 변화시키며 뭉쳤고, 끈적한 점액처럼 변해 바닥과 벽면 곳곳에 붙었다. 그리고 불꽃이 발하는 열의 힘을 받아 톡, 토독 거리는 아주 자그마한 소리와 함께 징그러운 무언가를 바닥에 쏟아내었다.

         

       투둑.

       토도독.

         

       그것은 벌레처럼 생긴 버섯이었다.

         

       열기 속에서 되려 알을 까고 자라나는 버섯.

       그것은 넘치는 생명력을 품고 있었고, 태양에서 태어나기라도 한 것처럼 강력한 내열성(耐熱性)과 내화성(耐火性)을 가지고 있었다. 식물처럼 순식간에 자라나면서도 벌레처럼 형상을 이루어 위장하였고, 자신이 정말 벌레라도 되는 것처럼 열에 의해 변형되면서 꿈틀꿈틀 움직였다.

         

       그렇게 꿈틀대던 버섯은 불꽃이 가까워지면 순식간에 녹아서 바닥에 흘렀다. 열에 의해서 강제로 타들어 가거나 녹은 것이 아니라, 스스로 몸의 형태를 변형하기를 바라는 것으로 보였다. 마치 벌레의 군집으로 만들어진 진성의 분신이 제 뜻대로 형상을 변화시킨 것처럼 말이다.

         

       그렇게 흐른 녹은 버섯은 바닥에 만들어진 틈새 속으로 스며들었다.

         

       아래로.

         

       더 아래로.

         

       버섯이 녹은 물은 그렇게 아래로 끊임없이 내려갔고, 상수도관으로, 하수도로, 지하수로 흘러 들어갔다.

         

         

         

         

        * * *

         

         

         

       『 옛적 흉년이 연달아 찾아오던 해가 있었다. 사람들은 굶주림을 참지 못하여 먹을 것을 찾아 산속을 헤집어 다니기 시작하였으며, 수많은 나무의 껍질이 벗겨지고 풀의 뿌리가 모조리 뜯겨나갔다. 땅은 뒤집혀 성한 곳을 찾기가 힘이 들었고, 산짐승들은 모두 고기가 되어 뱃속으로 들어갔다. 그렇게 산은 황충(蝗蟲)이 휩쓸고 가기라도 한 듯 황폐해졌으며, 껍질이 벗겨진 나무와 뿌리를 잃어버린 풀들이 사체처럼 쌓여 버섯의 양분이 되었다. 』

         

       『 그렇게 황폐해진 산에서 나는 버섯 중에서는 참으로 기이한 생김새를 한 것이 있었다. 그것은 버섯임에도 벌레의 형상을 하고 있었고, 사람이 만지면 몸을 이리저리 뒤틀며 실제 벌레가 꿈틀거리듯 흉내를 내었다. 하지만 그것을 파보면 땅에 연결이 되어 있었으며, 그 맛은 꼭 동굴에서 뜯어먹는 이끼의 것과 닮았다고 한다. 』

         

       『 굶주린 이에게는 그 기이한 생김새조차도 먹음직스럽게 보였고, 무지한 자들이 그 버섯을 입 안에 넣고 씹어먹었다고 한다. 그리고 그 버섯을 먹은 이들은 하나의 예외도 없이 몸에 반점이 나고 열에 시달렸으며, 가슴에 화가 들어차기라도 한 듯 답답함을 호소하였다고 한다. 그리고 뱃속에 회라도 동한 것처럼 복통과 함께 강렬한 식욕에 시달리게 되는데, 버섯을 먹은 이들은 흉년이기에 먹을 것이 없어 흙을 파먹어 허기를 달랬다고 한다. 』

         

       『 하지만 기이하게도 흙을 퍼먹었음에도 사람들은 죽지 않았다. 마치 지렁이(土龍)가 흙을 삼키고 뱉는 것처럼 아무 문제도 없이 흙을 배출하였다. 이를 보고 사람들은 그 버섯이 지렁이가 먹을 것이 없자 버섯의 형태로 변한 것으로 생각하였고, 저것을 계속해서 먹는다면 후생에는 지렁이가 되어 태어날 것이라 여기며 두려워하였다고 한다. 이 버섯은 토룡지(土龍芝)라 하여 두려움의 대상이 되었고, 훗날 구휼미를 가지고 온 관리의 명에 의해 전부 불태워졌다고 한다. 남김없이 불태워진 후에는 다시는 이 버섯은 나타나지 않았고, 백성들은 그것을 보고 앞으로는 흉년이 찾아오지 않을 것이라며 안심하였다고 한다. 』

         

         

         

        * * *

         

         

         

       지금.

       도쿄 일부가 오염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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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he Shaman Desires Transcendence

The Shaman Desires Transcendence

주술사는 초월을 원한다
Status: Ongoing Author:
The shaman realized he had gained life once more. This time, he would live a life solely for transcendence, through shamanism alon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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