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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P.394

       정사 연합의 지하 뇌옥에 나란히 갇혀 있는 두 사람.

         

       빠르게 항복하여 살아남은 우호법과 혈교주의 죽음을 보자마자 넙죽 엎드려 살아남은 일혈귀의 머릿속에 든 생각은 정확하게 일치했다.

         

       ‘이곳에서 탈출한다.’

         

       그들도 안다.

         

       혈교에 깊숙하게 몸담고 있던 자신들이 무슨 짓을 해도 죽음을 면하기 어렵다는 것을.

         

       그걸 알면서도 고분고분하게 구는 까닭은 모두 탈출을 위해서였다.

         

       묻는 데에는 뭐든 솔직하게 답했다.

         

       혈교주의 죽음과 함께 금제마저 풀린 상황.

         

       더군다나 혈교까지 폭삭 망했는데 굳이 입을 닫고 있을 이유가 없지 않은가.

         

       ‘시간을 벌어야 한다.’

         

       그렇게 해서 그들은 하루하루 연명하는 날짜를 늘렸다.

         

       그리고 성실한 태도로 조사에 임하고, 뇌옥을 지키는 간수들을 깍듯하게 대했다.

         

       그들이 방심할 수 있도록.

         

       “알고 있겠지? 일(一). 기회는 한 번뿐이다.”

       “저도 알고 있습니다.”

       “…….”

         

       퉁명스러운 일혈귀의 대답에 우호법의 이마에 핏줄이 돋아났다.

         

       ‘건방진 새끼.’

         

       상관에게 취할 만한 태도가 아니었다.

         

       혈교가 이미 망해버렸으니 그러는 것도 어느 정도 이해는 한다만, 오래전부터 자신을 깍듯하게 모셔 온 이가 단숨에 돌변하는 걸 어찌 웃으며 넘길 수 있을까.

         

       “후우….”

         

       그는 윽박지르는 대신 숨을 내쉬는 것으로 분노를 대신 했다.

         

       ‘참아야지.’

         

       지금으로선 그게 최선이었다.

         

       연합의 뇌옥에서 탈출하려면 혼자만의 힘으로는 역부족이다.

         

       모산파의 술법에 정통한 일혈귀의 조력이 반드시 필요한 순간이니, 지금은 참을 수밖에.

         

       물론 밖으로 나가는 순간 참지 않을 예정이다.

         

       그렇게 하루.

         

       또 하루.

         

       시간이 흐를수록 이쪽을 감시하는 간수들의 경계도가 죽죽 떨어지고 있을 때.

         

       “지금이다, 일(一)!”

         

       그들은 마침내 몸을 일으켰다.

         

       점혈과 산공독으로 인해 내공을 쓰지 못하는 상황이지만, 개의치 않았다.

         

       무공을 틀어막는 수법으로는 혈술을 온전히 막아내기란 불가능이었기에.

         

       특히 일혈귀가 익힌 모산파의 술법 중에는 진법을 이용하여 자연지기를 끌어모아 사용하는 방법 또한 존재했으니.

         

       열흘에 가까운 시간을 투자하여 땅에 그린 진법이 빛을 발하자, 그들의 몸을 옭아매고 있던 쇠사슬들이 전부 풀려 나갔다.

         

       파캉!

         

       동시에 단전을 틀어막고 있던 기운이 일부 해소되어 힘이 돌아왔다.

         

       우호법은 그대로 뇌옥을 부수고 나가 갑작스럽게 벌어진 상황에 어쩔 줄 몰라 하는 간수의 턱주가리를 그대로 돌려버렸다.

         

       뻐억!

         

       “커흑…!”

         

       단말마의 비명을 흘리며 땅바닥에 쓰러져 기절하는 간수.

         

       뇌옥에 달라붙어 있던 일혈귀가 소리친다.

         

       “이제 저를 풀어주십시오!”

         

       이때 우호법은 잠시 고민했다.

         

       ‘확 풀어주지 않으면?’

         

       그간 일혈귀가 제게 보인 오만불손한 태도가 생각났기 때문.

         

       그러나 고민은 오래지 않아 불식되었다.

         

       “뒤로 물러나라.”

         

       우호법은 일혈귀를 최대한 뒤로 물린 뒤, 그를 감싸고 있는 뇌옥을 박살 내어 꺼내주었다.

         

       ‘아직은 놈이 필요하다.’

         

       모산파의 술법은 육체 단련에 집중한 무공과 달리 다양한 방면에 이로움을 주는 능력.

         

       곧이어 시작될 정사 연합의 추격으로부터 몸을 숨기는 데에 크게 도움이 될 것이기에.

         

       “빨리 나와라. 시간이 많지 않다.”

       “예, 예!”

         

       뇌옥을 단숨에 부순 힘 때문일까.

         

       일혈귀의 태도가 조금은 공손해졌다.

         

       조금이나마 기분이 유해진 우호법은 일혈귀를 대동한 채 출구로 향했다.

         

       간혹 그를 막아서는 간수들이 보이기는 했으나.

         

       퍼억!

         

       “커헉!”

         

       빠악!

         

       “켁!”

         

       제아무리 힘이 온전하지 않다고 해도 그는 화경의 극에 달한 고수.

         

       초절정에도 미치지 못한 간수들을 때려눕히는 것쯤은 주머니에서 물건 꺼내듯 쉬운 일.

         

       뇌옥을 감시하는 수십 명의 간수를 눈 깜빡할 사이에 해치운 그들에게 남은 것은 저 문을 열고 탈출하는 일뿐.

         

       입가에 미소가 맺혔다.

         

       고작 한 걸음이면 닿을 거리에 있는 저 문만 열면 지금껏 보지 못한 해를 마주할 수 있음에.

         

       한달음에 계단을 전부 내달린 우호법이 손을 뻗어 문을 열어젖히려 할 때.

         

       쿠구궁!

         

       “……?”

         

       그가 손을 대기도 전에 멋대로 문이 열려버렸다.

         

       “웃…!”

         

       쏟아지는 햇빛에 눈살을 찌푸리며 손을 이마 위로 드리울 때.

         

       그는 보았다.

         

       내리쬐는 해를 등진 채 서 있는 듬직한 체구의 인영(人影)을.

         

       ‘…누구지?’

         

       생각과 동시에 손이 뻗어나간다.

         

       이곳은 적진.

         

       앞을 가리는 모든 것은 적이니 간수들과 마찬가지로 곧장 제거하기 위해서.

         

       그런데.

         

       턱!

         

       창졸간에 펼친 기습이 막혀버렸다.

         

       “뭐야, 이건.”

         

       그것도 아주 손쉽게.

         

       손 하나의 자유를 잃어버린 우호법은 그제야 보았다.

         

       제 손을 잡은 이가 혈교주를 죽이고 전쟁을 끝낸 천광검신 백우진이라는 것을.

         

       “헉…!”

         

       세상이 멈추는 듯했다.

         

       아니, 세상이 원망스러웠다.

         

       ‘하늘도 무심하시지!’

         

       마침내 결의를 한 순간에 어째서 백우진이 뇌옥에 나타났단 말인가!

         

       “그러니까…, 이건 그런 상황인 거지?”

         

       하나, 놀라기는 백우진도 마찬가지였다.

         

       도굉과 현학.

         

       연합을 이끄는 두 기둥과 이야기를 마치고 곧장 일혈귀와 우호법을 보러 왔는데, 웬걸.

         

       “탈옥하는 거구나? 너희!”

         

       두 사람이 시의적절하게 탈옥을 도모하고 있지 않나.

         

       조금 더 빠르게 정신을 차린 일혈귀가 곧장 무릎을 꿇고 앉아 애원했다.

         

       “이, 이 모든 건 우호법 저 놈이 시킨 일입니다! 전 탈옥하지 않으려 했는데 돕지 않으면 저를 죽인다고 하여…, 흑흑!”

       “아, 아니, 이놈이…!?”

         

       순식간에 얻어맞은 뒤통수에 얼얼해하는 우호법.

         

       내분이 벌어져 자기들끼리 헐뜯는 두 사람을 향해 백우진이 희게 웃으며 그들을 말렸다.

         

       “야야, 싸우지 마.”

         

       아무짝에도 상관없는 일이었기 때문이다.

         

       누가 주도했고, 누가 협박을 당했든.

         

       “너희들 전부 일단 좀 자자.”

         

       쥐어패는 건 변하지 않기에.

         

       “끄어어억!”

       “끼야악!”

         

         

       * * *

         

         

       백여 명 규모의 수색대가 꾸려졌다.

         

       그들을 이끄는 우두머리는 천광검신 백우진.

         

       목표는 단 하나였다.

         

       혈교의 땅속 본거지에 있는 것들을 전부 회수하여 복귀하는 것.

         

       “샅샅이 뒤져라!”

       “예!”

         

       대원들의 수색이 시작되고, 백우진 또한 그들의 뒤를 따라 수색을 시작했다.

         

       연합에서 데려온 일혈귀와 우호법을 앞세워서.

         

       “빨리빨리 움직여.”

       “예, 예.”

       “아, 알겠습니다.”

         

       온몸 구석구석 멍들어 있는 두 사람이 백우진의 한마디에 바짝 움츠러들었다.

         

       이곳에 오기 전 나누었던 몸의 대화에서 비롯된 아주 사소한 부작용이었다.

         

       그들에게 바란 것은 두 가지였다.

         

       하나는 혈교주의 심장에 박힌 물건에 대한 정보.

         

       다른 하나는…, 지극히 개인적인 일에 필요한 무언가.

         

       “이, 이쪽입니다.”

         

       우호법은 혈교주가 머물던 교주전의 집무실과 서고로 백우진을 안내했다.

         

       그곳에는 제법 많은 서책이 꽂혀 있었다.

         

       혈교의 경전부터 시작하여 무림에서 실전되었다고 알려진 무공들도 다수 존재했다.

         

       이것들을 찬찬히 훑어본 백우진이 우호법을 향해 눈살을 찌푸리며 으르렁댔다.

         

       “야, 이게 전부야?”

       “그, 그렇습니다.”

         

       무림에서 실전된 비급을 찾았다는 것만으로도 크나큰 수확.

         

       그러나 백우진의 성에는 차지 않았다.

         

       그가 원하는 것은 오로지 혈교주의 심장에 틀어박혀 있던 무언가이기에.

         

       ‘놈들도 아는 건 없다고 했었지.’

         

       그것에 대해서는 우호법이나, 일혈귀나 아는 것이 없다고 하였다.

         

       그렇다는 건 모두에게 비밀로 해야 할 만큼 은밀하고, 중요한 것이었다는 뜻인데.

         

       ‘모르겠네.’

         

       그게 대체 무엇인지 감조차 잡히지 않는다.

         

       백우진은 수색대원 두 명을 불러 서고에 있는 서책들을 한 권도 빠짐없이 회수하라고 명한 뒤.

         

       “야, 이번엔 네 차례야.”

         

       이번에는 뒤를 졸졸 따라오던 일혈귀의 엉덩이를 뻥 걷어찼다.

         

       “이, 이곳입니다.”

         

       그가 향한 곳은 교주전에서 그리 멀리 떨어져 있지 않은 작은 모옥이었다.

         

       평범한 곳은 아닌 듯했다.

         

       모옥을 둘러싸고 있는 수많은 부적이 신묘한 기운을 자아내고 있었으니.

         

       “저 부적들, 무슨 역할이냐?”

       “…영기를 집약시키는 역할입니다. 모산파의 술법을 익히기에 더없이 좋은 환경으로 만들기 위함이지요.”

       “호오, 그래?”

         

       저것들을 보자마자 장삼이 떠올랐다.

         

       영기를 모으는 것이 언제나 고민이라도 했던 그 아닌가.

         

       “저거…, 재활용 가능한가?”

       “…전부는 아니지만, 일부라면 가능할 듯합니다만.”

       “그렇단 말이지.”

         

       입가에 짙은 미소를 그린 백우진.

         

       그가 가볍게 손짓하자, 모옥 주변을 둘러싸고 있던 부적들이 단숨에 떨어져 허공에 흩날렸다.

         

       이윽고 그의 손바닥 위로 차곡차곡 모이는 부적들.

         

       “음음, 좋아.”

         

       그것들을 품에 갈무리한 뒤, 모옥 안으로 들어선다.

         

       앞서 걸어간 일혈귀가 낡은 서랍에서 너덜너덜해진 서책 하나를 꺼내어 보여주었다.

         

       “이것입니다.”

         

       조심스럽게 서책을 받아 겉면을 확인한 백우진의 입가에 더없이 짙은 미소가 그려졌다.

         

       “찾았다.”

         

       영술서.

         

       백우진이 그토록 찾아 헤매던 물건이 마침내 손아귀에 들어오는 순간이었다.

       

       

    작가의 한마디 (작가후기)
    그럼 저는 다음 편으로 찾아 뵙겠습니다.

    읽어주셔서 매번 감사합니다.

    편안한 밤 되셔요. (_ _)

    다음화 보기


           


I Became a Drunkard in a Martial Arts Novel.

I Became a Drunkard in a Martial Arts Novel.

무협지 속 주정뱅이가 되었다
Score 7.6
Status: Completed Type: Author: Released: 2022 Native Language: Korean
I sent a 5,700-character message and ended up transported into a novel world once. Then after returning, I got reincarnated into a second martial arts novel by the same damn author. Only this time, I really didn’t write anything…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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