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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P.394

       팀 파일이라는 곳의 최중요인물인 파이스가 갑작스럽게 쓰러진 탓일까. 그 주변에 있던 보디가드들은 재빠르게 주위의 사람들을 물리고 파이스의 상태를 확인했다.

       

       모두의 걱정스러운 시선 속에서 정신을 차린 파이스는 잠시 현기증이 일었다고 이야기를 했지만 그 이야기를 믿는 사람은 그리 많지 않았다.

       

       벌벌 떨리는 손이나 이마에서 흘러내리는 식은땀. 잔뜩 확장된 동공을 보면 누구라도 저의 상태가 정상이 아님을 알 수 있었으니까.

       

       파이스를 비롯한 이들은 다급히 QZ게이밍의 안으로 들어섰고 현장에는 어수선한 분위기로 가득해졌다.

       

       저 빌어먹을 파이스 놈. 내 무고를 증명하라고 이야기를 했거늘 어찌하여 그냥 도망쳐버린 것이냐!

       

       그 옆에 있는 무언가가 일을 저지르려는 것조차 내 막아주었는데 감사하지도 않고 저 안으로 향하다니! 실로 무엄하도다!

       

       “무슨 일이 있는 걸까요.”

       

       엔리는 파이스가 떠나간 자리를 걱정스러운 듯 바라보고 있었다. “괜찮을 거에요. 몸에 이상은 없었으니까.”

       

       “그래요? 그럼 왜.”

       

       짐작 가는 구석은 있다. 나를 바라보던 녀석의 눈에서 무언가 기운이 소용돌이치는 게 보였으니까.

       

       내가 아는 종류는 아니었다만 스스로의 힘으로 본인의 변장을 간파한 것이겠지.

       

       그리고서 너무나도 높은 격의 차이를 보고서 겁에 질린 것일 테고.

       

       다만 이를 엔리에게 설명해줄 수는 없었다. 시청자들에게 들려줄 수 있는 내용이 아니었으니 말이다.

       

       “아. 지금 방송 꺼서 괜찮아요.”

       “…껐어요?”

       “네. 분위기가 어수선해지면 무슨 사고가 일어날지 모르니까요. 나중에 다 수습되고 다시 켜는 편이 낫죠.”

       

       과연. 방송을 오랫동안 해온 이에 지혜라는 것인가. 그렇다면 사정을 설명해줄 수 있겠구나.

       

       그리하여 내 추측을 엔리에게 이야기 해주었더니 녀석이 한 쪽 눈썹을 내렸다.

       

       “결국 아라 씨 때문에 쓰러진 건 맞네요?”

       “자기 주제를 모른 죄죠.”

       

       옛말에 따르면 과한 호기심이 고양이를 죽이는 법이라 하였다. 녀석은 호기심을 참지 못하고 본인을 엿보려다가 처벌을 당하게 된 셈이니 결코 내 잘못이라 할 수는 없지.

       

       “성격이 더러운 무인이었으면 감히 엿봤다면서 호된 꼴을 보게 만들었을 걸요?”

       

       오히려 본인이 자비로웠다 해야 할 것이다. 허락도 없이 본인을 엿봤음에도 불구하고 그 어떤 보복도 하지 않았잖은가.

       

       “진짜 그런 거 해요?”

       “무림은 그런 곳이에요.”

       “…무림 무서워.”

       

       다른 세상에 대한 편견을 가지게 된 듯한 엔리를 내버려 둔 채 주변을 둘러보았다.

       

       어수선함 위에 또 다른 어수선함이 더해지는 게 보인다. 이번 소란의 원인은 내가 잘 알고 지내는 이였다.

       

       “화령님. 엔리님. 일단 빨리 안 쪽으로 들어오시죠. 여기 더 있다가는 소란이 커질 것 같아서요.”

       

       한서우. 그 녀석은 앞에 머무르는 이들에게 양해를 구하며 내 근처로 와서는 대뜸 이렇게 이야기를 했다.

       

       슬슬 사람들 사이에서 나와 엔리를 눈치 채는 이들이 생겨나는 중이었으니 그것이 옳겠구나.

       

       녀석을 따라서 건물 안 쪽으로 들어가자 이 곳에도 어수선함이 번져 있음을 느낄 수 있었다.

       

       파이스라는 녀석이 갑작스레 쓰러진 것을 모두 걱정하고 있는 듯 했다.

       

       “일단 대기실로 안내해 드릴게요. 저희 게이밍 측도 좀 혼란스러워서. 나중에 상황 정리가 되면 다시금 말씀을 드리러 오겠습니다.”

       

       우리를 어느 방으로 데려다주고서 한서우가 떠나간 후. 적당한 의자에 자리를 잡은 나는 가면을 벗고 곰방대를 입에 물었다.

       

       실내흡연은 나쁜 거라면서 엔리가 이야기를 했지만 피어오르는 연기를 중간에 지워버리는 걸 보여주자 마음대로 하라며 한숨을 내쉬었다.

       

       “아. 아라 씨. 그러고 보면 파이스님께서 아라 씨의 경지를 포착했다는 건 그 분도 뭔가 대단한 사람이라는 건가요?”

       “그렇죠?”

       

       생각해보면 꽤 드높은 경지를 지니고 있는 녀석이구나.

       

       본인의 변장을 간파하는 것으로도 모자라 미약하게나마 본인의 경지를 짐작하기까지 하다니.

       

       어지간한 녀석이라면 앞의 것 하나도 못 할 터인데 말이야.

       

       흐음. 생각하면 할수록 한 번 현실에서 싸움을 해보고 싶구나.

       

       현대에서 싸움을 벌이면 분명 큰 소란이 일테니 백호한테 이야기를 하며 적당히 괜찮은 세상이 어디 없냐 묻도록 할까.

       

       “…설마 싶어서 여쭤 보는 건데. 이 곳의 사람이 아닌가요?”

       “아니에요. 백호에게 듣자 하니 어떤 세상을 구하고서 돌아온 사람이라던가?”

       “용사?! 용사님이셨던 거에요?!”

       “대충 그런 호칭이었던 것 같네요.”

       “우와아아.”

       

       눈을 반짝거리는 엔리에게서는 더 많은 이야기를 듣고 싶다는 생각이 절로 보이는 듯 했지만 난 이 이상 파이스에 대해 알려줄 것이 없었다.

       

       그도 그럴 것이 나도 그 녀석을 오늘 처음 보는 것이거늘 무어 아는 것이 있겠느냐.

       

       그래서 나는 나중에 파이스 그 놈과 따로 이야기 할 수 있는 자리를 만들어 줄 테니 그 곳에서 물어볼 걸 다 물어보라고 이야기를 해주었다.

       

       엔리는 책상을 내리치며 벌떡 일어나서는 그게 가능한 거냐며 호들갑을 떨었지만 내 대답은 같았다.

       

       안 될 게 무어가 있겠느냐. 저 녀석 따위가 어찌 본인이 부탁을 하는데 거절을 할까.

       

       엔리는 잔뜩 신이 나서는 손을 가만 두지 못하다가 미리 질문 목록을 적어놔야겠다면서 자신의 스마트폰을 꺼내 들었다.

       

       일이 정리되려면 오랜 시간이 걸릴 듯하니 나도 잠시 고양이 영상이나 보고 있도록 할까.

       

       “저기. 저기. 아라씨.”

       “네?”

       “지금 커뮤니티가 파이스님 쓰러진 이야기로 가득해요.”

       “벌써요?”

       “세계최고의 프로게이머가 갑자기 무너진 거니까요.”

       

       어깨를 툭툭 건드린 엔리가 보여준 스마트 폰 화면에는 한 커뮤니티의 글이 있었다. 그것은 본인의 방송화면 중 하나를 캡쳐한 것이었는데 그 게시글의

       제목은 이러했다.

       

       [천마님은 패기도 쓸 줄 아는 거야?]

       

       <파이스가 화령을 바라보는 사진.>

       

       파이스가 화령 가면 보자마자 바닥에 주저 앉던데.

       

       화령 대체 파이스한테 뭔 짓 한거임?

       

       우리 모르는 사이에 또 뭔가 저지른 거 아냐?

       

       – ㅋㅋㅋ

       

       – 아 근데 진짜 타이밍 절묘하네.

       

       – 누가 보면 화령이 예절주입 잔뜩 해놓은 줄 알겠다.

       

       – 방송 안 킨 상태에서 저 가면 쓰고 겁나 팬 거 아님?

       └ 상대가 파이스인데?

       └ 이 쪽은 화령인데?

       └ 모든 것이 설명 되는 마법의 단어. 화령이니까.

       

       [근데 뭐 하면 사람이 저렇게 자지러짐?]

       

       존나 무서운 VR 공포게임하는 것 같은 모습인데. 가면에 무슨 트라우마 같은 거라도 있나?

       

       – 몰?루

       

       – 평소에 가면 같은 거 별 신경 안 썼던 거 같은데?

       

       – 지난 번에 팬미팅할 때 가면 멋있다고 해줬었음.

       └ 팬미팅 참여했다고?!

       └ <같이찍은 사진.> 사인도 있음.

       └ ㅁㅊ. 기만자 쉨

       └ 부 럽 다

       

       – 걍 화령의 패기를 못 버틴 거임.

       └ 천마님 패기쓰신다?

       └ 킹치만 그 자리에 있던 다른 사람들은 멀쩡했는 걸.

       └ 본래 강자는 강자만이 알아보는 법

       └ ㅋㅋㅋ

       └ 진짜 이거면 웃기겠다.

       

       [그래서 이벤트 전 망함?]

       

       QZ게이밍 VS 팀 파일 없음?

       

       한서우와 파이스의 미리 보는 결승전 날라감?

       

       천마와 용사의 대결도 사라짐?

       

       – 하겠냐.

       

       – 아쉽긴 한데 무리지. 파이스가 쓰러졌는데.

       

       – 영상 보니까 진행되도 파이스는 없을 것 같던데?

       

       – 일정 연기하지 않을까?

       

       – 아 ㅆㅂ 이거 볼라고 연차냈는데.

       └ 불쌍.

       

       – 치킨이 식었어 ㅠㅠ

       

       “사람들 상상력이 좋은데요?”

       “그러게요.”

       

       과연 저들이 웃고 떠들며 하는 이야기 중에 진상이 섞여있다는 걸 알면 얼마나 놀랄까.

       

       그런 생각을 하고 있으려니 문 바깥에서 여러 사람들이 다가오는 게 느껴졌다.

       

       “손님이네요.”

       

       곰방대의 불을 끄기 무섭게 문을 두드리는 소리가 들려왔다. 방문객은 이전에 본인에게 가르침을 받았던 QZ게이밍의 프로게이머들이었다.

       

       “안녕하세요! 화령님!”

       “오랜만에 뵙습니다!”

       “한 번 찾아오라 말씀드려도 오지를 않으시고.”

       “맞아요. 우승한 후에 따로 초대 드려서 맛있는 거 사드리려고 했는데!”

       “단장님께서 감사패까지 준비하셨다니까요.”

       

       녀석들은 나와 엔리에게 인사를 하고는 그 동안 전하지 못한 여러 이야기를 주절거리기 시작했다.

       

       “선수님들! 이거 영상으로 찍어도 될까요?”

       

       그 모습에 무언가를 느낀 것일까. 엔리가 다급히 목소리를 높였고 다른 선수들은 자기들이 영광이라면서 그 제안을 수락했다.

       

       “화령님께서 많이 가르쳐 주셨죠.”

       “문제점 딱딱 짚어 가면서 이거 저거 교정하라 그러시는데. 키야. 진짜 혈이 뚫린다는 게 그런 느낌일 거에요.”

       “만약 화령님이 어디 감독이나 코치 하시면 바로 그 팀으로 갈 거에요. 최저임금 받아도 되니까 무조건요.”

       

       엔리가 판을 깔아주기 무섭게 QZ게이밍의 선수들은 내가 해 준 도움에 대한 감사를 늘어놓기 시작했다.

       

       대단했다던가. 덕분에 실력이 엄청 늘었다던가. 하는 식으로.

       

       “너무 과장하시는 거 아닌가요.”

       

       난 그 감사가 달갑지 않았다.

       

       분명 본인이 도움을 준 건 사실이지만 그는 어디까지나 하루뿐이지 않았나.

       

       그 후에 해 준 일이라고는 자잘한 물음에 조언을 해준 것밖에 없을 터인데?

       

       한 것에 비해 과한 감사는 곤란하다 이야기 했지만 저들은 내 이야기를 귓등으로도 들은 체 하지 않았다.

       

       “저희가 괜히 우승 소감에 화령님 언급한 게 아니라니까요? 정작 화령님은 저희 우승 소감 듣지도 않으셨다지만.”

       “애초에 우승한 걸 모르고 계셨지.”

       “덕분에 우승했다고 100만원 후원 드렸는데 누구냐는 이야기를 들었을 땐 정말.”

       “화령씨가 진짜 너무하셨네요. 안 그래도 지난번에 저도.”

       

       방금 전의 칭찬은 이를 위한 준비절차였다는 듯 놈들은 여태까지의 서운함을 늘어놓기 시작했고 엔리는 거기에 동조하듯 자신의 서운함을 토로하기 시작했다.

       

       졸지에 본인을 청문하는 듯한 자리가 만들어진 것이 불편한 나머지 품 안의 곰방대에 자꾸만 손이 갔다.

       

       아니 어찌 되었든 간에 우승했다그러니 축하해주지 않았더냐. 심지어 그 백만원은 그대로 돌려 주었다. 한 것도 없는데 그런 감사를 받을 수가 없으니까.

       

       여러 감사인사를 거절한 것도 이러한 이유에서였다.

       

       본인은 본인의 도리에 맞추어 행동을 했을 뿐이거늘 어찌하여 정이 없다거나 차갑다거나 하는 불평을 들어야 하는가!

       

       실로 억울하구나!

       

       본인은 이렇게 주장을 해보았다마는 안타깝게도 난 하나였고 상대는 여럿이었으니.

       

       말싸움에서 목소리가 많은 쪽을 상대로 이기는 건 불가능한 일이었다.

       

       “그럼 오늘 회식하는 거에요?”

       “한우 먹여 드릴게요! A급으로!”

       “감사패도 지급해 드릴 거고요!”

       “꼭 받아가셔야 해요!”

       

       방 안을 가득 채우던 소란이 떠나가고 나니 기운이 쭉하고 빠졌다.

       

       다음 일이 생기기 전까지 마이튜브의 동물영상이나 보면서 마음의 안정을 취하고 싶다마는 안타깝게도 그러지는 못하겠구나.

       

       저들이 떠나가기 무섭게 선명하고도 따스한 기운이 이 곳으로 향하고 있으니.

       

       “엔리 씨.”

       “네?”

       “종이랑 펜 준비해요.”

       

       네가 그리도 좋아하는 용사님께서 이 곳에 당도할 예정이니 말이다.

       

       “사인 받아야죠.” 

       

    작가의 한마디 (작가후기)
    Ilham Senjaya님 보러 와 주셔서 감사합니다.

    편집자 셋은 화령이 연락을 안 받아서 안절부절하는 중이랍니다

    —–

    HW화이트님! 450코인 후원 감사드립니다!

    쓰고 싶은 내용이 여럿 남아 있어서 꽤 오래 후일담이 이어질 것 같습니다!
    앞으로도 잘 부탁 드립니다!

    다음화 보기


           


The Heavenly Demon is Broadcasting

The Heavenly Demon is Broadcasting

천마님 방송하신다
Status: Completed Author:
He couldn't pass his habits to others upon his return. The Heavenly Demon remained a martial artis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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