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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P.394

   신성의 이해와 숙련이 증가했다는 메시지를 본 날. 그 성능을 몸으로 체감한 나는 즉시 이를 실전에 적용시키기 위해 노력했다.

   

   내게 있어 신성을 더 잘 다룰 수 있게 되었다는 건 단순히 신성마법의 성능이 늘어난다는 수준이 아니라 전체적인 전투력의 향상을 의미하니까.

   

   이를 잘만 다룬다면 베네딕에게 한 방을 먹일 수 있으리라 생각한 나는 친구들과 알른의 기사들을 실험대삼아 변화에 적응해나갔지.

   

   이러한 노력에도 불구하고 난 베네딕이란 벽에 닿지 못했다.

   

   아. 다시 생각해도 짜증나네.

   

   그 인간 너무 어른스럽지 못한 거 아냐?

   

   자기 딸이 어떻게든 닿아 보겠다고 발악을 하는데 한 번도 봐주지 않을 수가 있지?

   

   최선을 다하는 모습이 기특해서라도 슬쩍 공격 한 번 허용해줄 법 하지 않나?

   

   베네딕이 유치한 것과는 별개로 그와의 전투는 달라진 신성에 적응하는 데 큰 도움을 줬다.

   

   어떻게든 살아남기 위해 최선을 다하다 보니 자연스레 익숙해지더라고.

   

   베네딕과 대련을 거듭할 당시에는 이걸 체감하기 어려웠지만 베네딕 같은 괴물이 아니라 평범한 마물을 상대하게 되니 스스로가 얼마나 강해졌는지 느낄 수 있었다.

   

   퍼억! 메이스에 얻어맞은 순간 그대로 터져나가는 마물을 보고 있자니 웃음이 새어 나왔다.

   

   이 던전에서 나오는 몬스터가 강하지 않은 건 사실이야. 여긴 하나하나의 스펙보다는 물량으로 승부를 보는 곳이니까.

   

   근데 아예 좆밥 수준으로 약하냐 그러면 그것도 아냐. 중반부 노가다 장소로 자주 쓰이던 곳답게 최소한의 강함은 존재하거든.

   

   쉽게 말해서 이 녀석들이 처참하게 박살나는 이유는 내가 너무 강하기 때문이란 거지.

   

   퍼억! 내 뒤로 넘어 가려는 녀석을 하나 더 박살낸 난 다른 하나를 방패로 처날리면서 다른 이들을 구경했다. 제일 눈에 띄는 것은 역시 프레이였다.

   

   예전부터 단독행동을 사랑하던 그녀는 내 허락 하에 마물 무리 사이로 뛰어 들어가서 그 사이를 휘젓고 있었다.

   

   어느새 색을 품게 된 프레이의 검은 한 번 휘둘러 질 때마다 마물의 목 하나를 날려버렸고 덕분에 내게 다가오는 마물의 밀도는 상당히 줄어들었다.

   

   아서의 성장 또한 눈에 띄기는 마찬가지였다.

   

   기사단에서 고행을 거듭해온 그는 오러를 자유자재로 다루는 것은 물론이고 근접전 와중 자연스레 마법을 사용할 수도 있게 됐다.

   

   내가 그토록 원하던 완성형 마검사의 편린을 흐뭇하게 구경하고 있으려니 아서가 버럭 소리를 내질렀다.

   

   “루시 알른! 지금이 가만 구경을 할 때인가!”

   “왜요? 혼자서는 너무 힘드신가요? 그러면 제~발 도와…”

   “젠장! 됐다! 그냥 알아서 하마!”

   

   …재미없게 구네. 짜증나게.

   

   그래. 혼자 하고 싶으면 혼자서 다 버텨봐라. 난 아무것도 안 해 줄 거야.

   

   주변에 쏟아내던 도발조차도 멈춰버린 나는 불평을 쏟아내는 아서를 무시한 채 조이 쪽으로 시선을 돌렸다.

   

   나와의 대련에서 감을 잡고, 알른 기사단의 훈련에서 체계를 잡았으며, 베네딕과의 대련을 거듭하며 완성시킨 그녀의 실전 마법은 모니터 너머의 마법사를 떠올리게 할 정도로 말끔했다.

   

   가까이에 다가오는 적을 깔끔하게 처리하고 혹시 모를 공격에 대비해 방어 마법을 항시 준비해 두면서 밀집된 마물을 처리하기 위한 대형 마법까지 쌓아두다니. 아카데미 교수가 극찬하는 재능이란 게 저런 건가.

   

   “아앗!?”

   

   다가오는 마물을 처리하다 그 잔해에 얻어맞은 조이를 애써 외면한 후 마지막으로 따스한 신성을 향해 고개를 돌렸다.

   

   주신의 신성을 품게 된 페이비는 나와 헤어져 있는 동안 주신의 신성을 완벽하게 체화시켰다.

   

   신성 마법의 권위자인 요한이 직접 가르침을 내린 까닭인지 현직의 여러 유명한 성직자와 비교해도 모자람이 없을 지경에 이른 그녀의 재능은 성녀라는 단어에 걸맞는 것이었다.

   

   모두들 모니터 너머의 캐릭터와 비교하더라도 부족함이 없을 정도로 성장했네.

   

   원래라면 이 시점에 결코 모을 수 없는 인원을 한 군데에 모아 유저의 방식으로 훈련을 시켜놨으니 당연하다면 당연한 일인가.

   

   참 곤란한 일이야. 이러면 모니터 너머와 비교했을 때 부족한 사람이 나 뿐이란 결론이 나오잖아.

   

   “여러분들! 물러나세요!”

   

   뿌듯함인지 허탈함인지 모를 기분을 느끼며 키득거리고 있으려니 조이가 다급히 목소리를 드높였다.

   

   친구들은 조이의 외침을 의심하지 않고 즉시 마물 무리에서 물러났고 그를 확인한 조이는 즉시 자신이 준비한 마법을 마물 무리 사이에 꽂아 넣었다.

   

   던전의 안에 과거 신의 분노라 여겨졌던 번개가 내리치며 마물들을 일소한다.

   

   흐음. 함정 하나를 돌파하는 데 한 시간 정도인가. 지금 애들 상태 보면 함정 하나는 더 돌파할 수 있겠지만 딱 거기까지가 한계겠다.

   

   그 뒤엔 휴식을 취할 필요가 있어.

   

   언제 아그라가 억까를 하려 들지 모른단 걸 생각해보면 더더욱.

   

   “이걸로 끝…이겠죠?”

   

   머릿속으로 어떻게 노가다를 뛰어야 할지 생각하던 나는 조이의 목소리를 듣고 입꼬리를 끌어 올렸다.

   

   “…영애? 왜 그런 표정으로 절 보시는 건가요?”

   “내 귀여운 얼굴이 어때서 그래. 얼빵아?”

   “지금 굉장히 심술궂은 표정인데요오오…”

   

   그렇게 티가 났나? 입꼬리를 매만지던 나는 어깨를 으쓱이면서 불길한 예감이 잘 들어맞는다는 사실을 조이에게 알려줬다.

   

   원래는 조금 쉬다가 갈 생각이었거든? 근데 끝인가라는 말을 들으니까 장난기가 샘솟아서 참을 수가 없더라.

   

   원래 저 대사를 치면 끝이 아니라는 걸 알려줘야 하는 거잖아.

   

   그치?

   

   “싫어어어어!”

   

   비명을 내지르는 조이를 업은 나는 길고 긴 노가다의 계획을 짜며 다음 함정을 향해 내달렸다.

   

   *

   

   리즈 영지에서 노가다를 시작하고서 일주일 째. 휴식을 최대한 줄여가면서 노가다를 거듭하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나는 아그라가 보내는 메시지를 단 한 번도 보지 못했다.

   

   예전에는 내가 어디 던전에 들어갈 때마다 난리를 피우더니 왜 지금은 한 번도 끼어들질 않는 거야?

   

   왜 내가 모든 억까를 상대할 대비가 된 상태에서는 안 오는 거냐고 이 치사한 새끼야!

   

   보너스로 경험치 좀 챙기게 해주면 어디 덧나냐!?

   

   중간부터 살짝 열이 올라서 아그라에 대한 온갖 비난을 하고 다녔음에도 불구하고 아그라는 단 한 번도 던전에 개입을 하지 않았다.

   

   좆같은 새끼. 악신이니까 명예고 자존심이고 그냥 지 이길 때만 덤비겠다는 거지?

   

   두고 보자. 네가 이길 때는 앞으로도 평생 없을 거다.

   

   아그라가 악신답게 치졸하고 치사한데다 담도 작고 자존심도 없는 고자 새끼라는 게 밝혀진 것과는 별개로 레벨링의 과정은 너무나도 순조로웠다.

   

   내가 생각했던 것보다 친구들의 체력이 좋았던 것이다.

   

   알른 기사단에서 수면을 최소화하며 훈련을 거듭해 온 덕분인지 그들은 고행을 반복하는 와중에 투덜투덜 거리기는 해도 무너져 내리진 않았다.

   

   아 물론 중간에 왜 이런 짓을 하느냐고 아서가 물은 적이 있긴 했다. 알른 기사단에서 훈련을 하는 게 훨씬 더 이로웠을 것 같다면서.

   

   거기에 대한 내 대답은 간단했다.

   

   ‘불쌍왕자님께선 자신의 성장도 체감 못하는 머저리인가요?’

   

   레벨이라는 것이 겉으로 드러나는 건 아니지만 그건 분명 이 세계의 규칙 중 하나로 자리하고 있다.

   

   그러니 노가다를 띄어서 레벨을 가파르게 올리면 자연스레 스스로의 성장을 체감할 수밖에 없지.

   

   내 말을 듣고서 스스로가 강해졌음을 깨달은 아서는 그 뒤로 내 방식에 불만을 표하지 않았다.

   

   다른 사람들도 마찬가지였다. 고생을 하는 만큼 강해지는 게 보이는 데 굳이 불평을 할 이유가 어디에 있겠는가.

   

   “쪼잔하고 치졸한 개허접조루 아그라. 평~생 그렇게 땅에 처박혀서 질질 짜기나 해라. 제발.”

   

   여느 때처럼 던전에 들어오자마자 도발의 말을 내뱉은 나는 아무 반응이 없는 것을 보고 혀를 찼다.

   

   내 기행을 본 할아버지는 악신에게 이러는 사람은 너 뿐일 거라며 어이없어 했지만 날 말리진 않았다.

   

   *

   

   노가다를 시작하고 이주 째.

   

   슬슬 리즈 영지의 사람들이 우릴 보는 시선이 미묘해지기 시작했지만 난 그런 걸 신경 쓰지 않았다.

   

   내가 신경을 쓰는 건 지금 노가다의 효율이 점점 더 안 좋아지고 있단 것뿐이었다. 이 추세로 가면 2학년 입학 전까지 90을 찍는 게 한계겠는데?

   

   젠장. 중간에 아그라만 몇 번 보너스 스테이지를 선물했어도 지금보다 성장 속도가 빨랐을 텐데!

   

   *

   

   노가다를 시작하고 삼 주 하고도 4일 째.

   

   하루 중 스무 시간을 던전 안에서 보낸 끝에 90을 달성한 나는 성장의 한계를 맞이했다.

   

   왠 종일 노가다를 했음에도 불구하고 레벨이 오르지 않은 것이다.

   

   다른 친구들이야 아직 이 장소에서 노가다를 뛰는 게 유효했지만 체력이 문제였다.

   

   강행군을 한 달 가까이 거듭하다 보니 모두의 모습이 피폐해졌으니 어지간하면 근성이면 다 된다 이야기할 나조차도 친구들이 쓰러지겠단 걱정을 하게 됐다.

   

   슬슬 노가다를 끝내야하나. 조금 있으면 2학기가 시작되기도 하니 시기가 막 빠른 것도 아니긴 한데.

   

   이런 고민을 하고 있으려니 알새틴이 던전 옆의 거점을 방문했다.

   

   얼굴과 목소리를 완벽하게 바꾼 채 이 곳에 방문한 그는 내 친구들의 몰골을 보고 헛웃음을 흘렸다.

   

   “스승님께서 버로우 공자를 험하게 굴린다 생각하고 있었습니다만 여기가 더 하네요.”

   “열등 공자 그 허접이 뭘 배우고 있는데?”

   “예전에 제가 배웠던 정보원으로서의 기본을 주입당하고 있습니다. 스승님께서 말씀하시길 아카데미 내부 정보원으로 쓸 생각이라던데요?”

   

   굴리면 굴리는 만큼 성장해서 카리아가 재밌어하고 있단 이야기를 들은 나는 자칼의 명복을 빌었다.

   

   하필이면 찍혀도 카리아한테 찍히냐. 그 성격 괴팍한 아줌마의 장난감이 되면 앞으로 엄청 고생할 텐데.

   

   지금쯤이면 차라리 알른 기사단이 더 괜찮았단 생각을 하고 있으려나?

   

   “나름 잘 지내고 있긴 하니 걱정하지 않으셔도 될 겁니다.”

   “그건 알겠는데 정보팔이 넌 여기 왜 온 거야?”

   “전해드려야 할 이야기가 있어서요.”

   

   알새틴이 건네 준 종이 맨 위에 적혀 있는 단어는 이러했다.

   

   ‘예술 교단 주도의 악신 추종자 박멸 계획.’

   

   하나하나의 단어가 살벌하기 그지없어서 눈을 끔뻑거리고 있으려니 알새틴이 설명을 이어나갔다.

   

   “지난번에 악신의 사도를 생포하지 않았습니까. 그 녀석에게 얻은 정보를 통해 예술 교단 측에서 소탕 계획을 수립했습니다만 규모가 규모인지라 아직 실행에 옮기진 못했습니다. 현재 여러 교회에 협력을 구하고 있다고…”

   

   뒤늦게 정신을 차린 나는 종이에 적혀 있는 글귀를 눈에 담았다.

   

   나크라드가 준 정보를 기반으로 악신 세력을 대륙에서 줄인다는 게 골조인가.

   

   그 아래에 적힌 글귀를 읽어나가던 나는 중간에 기시감을 느끼고 맨 위에서부터 다시 글을 정독했다.

   

   그리고 나서 확신했다. 이 이벤트가 내가 알고 있는 이벤트라는 것을 말이다.

   

   “정보팔이. 지금 변태 사도 그 병신은 어디서 뭐하고 있어?”

   “교단 측에 머무는 중입니다. 협의해야 할 게 많아서 말입니다.”

   “개허접한 약골인 멀대새끼는?”

   “마찬가지입니다. 나크라드 또한 교단의 지하에 감금되어 있는 것으로 압니다.”

   

   …

   

   아아악! 젠자아앙! 내가 진짜 무슨 일이 있어도 예술 교단에는 안 들릴 생각이었는데!

   

   이렇게 되면 거기 가야만 하잖아!

   

   멍청이들이 제 발로 함정에 빠지려는 데 그걸 구경만 할 순 없으니까!

   

작가의 한마디 (작가후기)
Ilham Senjaya님 보러 와 주셔서 감사합니다.

늦어서 죄송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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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esugaki Tank Enters The Academy

Mesugaki Tank Enters The Academy

Messagaki Tank Enters the Academy, Messaggi tanks are not properly educated., Mesugaki tanks are not properly educated., 메스가키 탱커는 참교육 당하지 않는다.
Score 9.2
Status: Ongoing Type: Author: Released: 2022 Native Language: Korean
“You sloppy orc~ You can’t take down a girl?” He became the Mesugaki character in the Academy game. But the taunt works too wel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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