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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P.395

        

         

       오염.

         

       말 그대로 오염이다.

         

       도쿄 일부의 수질은 버섯과 섞여서 해로운 성분을 품게 되었고, 마시면 약간의 열감과 답답함, 복통과 극심한 허기를 느끼게 되리라.

         

       살상력이 있는 독은 아니었지만, 사람에게 불편함을 주기에는 충분한 녀석이었다.

         

       이 버섯의 특징은 복용자를 해치지 않는다는 것에 있었다. 열이 살짝 오르기는 하되 일정 이상으로 올라 단백질에 변형을 주거나 신체에 이상을 불러일으키지도 않았고, 열감 때문에 몸이 나른하고 머리에 두통이 생길지언정 후유증을 남기진 않는다. 그리고 가슴이 답답해지는 것 역시 호흡할 때 거슬림이 있을 뿐, 그 어떠한 문제도 일어나지 않는다.

       도리어 버섯의 효과가 끝났을 때 기관지가 좋아지는 경우조차 있었다.

         

       복통과 극심한 허기 역시 마찬가지.

       일반적으로는 복통, 심하면 위경련을 일으키기는 하지만 그 이상의 피해는 주지 않는다. 버섯의 성분이 위점막에 들러붙어 점막을 강화해 어지간한 것을 먹어도 손상이 되지 않게 막아주는 것은 물론이고, 일시적으로 소화기관을 강화하기까지 한다. 먹어서는 안 되는 것을 먹었음에도 문제가 일어나지 않을 정도로 말이다.

         

       독인가 약인가 구분했을 때 약 쪽에 가까운 것이 진성이 사용한 버섯이었다.

         

       하지만 그냥 약 효과만 있다면 진성이 쓸 리가 없는 법.

         

       이 버섯에는 치명적인 부작용이 두 가지가 있었다.

         

       하나는 바로 극심한 허기.

         

       고통을 겪는 와중에도 필요 이상의 허기를 느끼게 되며, 이 허기는 정말 참을 수 없을 정도다. 며칠 굶었을 때 느끼는 허기와 비슷한 수준이며, 심하면 걸귀가 들리지 않았나 생각될 정도의 식욕에 휩싸이게 만든다.

       당연하게도 이러한 식욕 때문에 일상생활이 거의 불가능해진다.

         

       그리고 또 하나는 바로 기생충의 강화였다.

         

       이 버섯은 소화기관을 강화해주지만, 동시에 몸에 기생하고 있던 생물들을 강화해주기도 한다. 영양소를 듬뿍 기생충에게 주어 그들이 쑥쑥 크고 번식하기 쉽게 만드는 것은 물론, 에너지가 풍부한 곳에 있다면 아주 드문 확률로 기생충이 미량의 에너지를 품게 만들어 일반적인 약으로는 잘 죽지 않도록 강화해주기까지 한다.

         

       물론 약간 강화되는 것이기에 약을 한 알 먹을 거 두 알 먹으면 죽는 수준이기는 했지만 말이다.

         

       하지만 그게 어디인가?

       일반적인 것보다 살짝 강해졌다는 것은, 일상과 똑같은 생활을 할 수 있다면 죽일 수 없다는 말과 같다. 그러니 자연스럽게 기생충은 박멸되지 않은 채 숙주의 몸에 머무를 수 있게 되며, 숙주가 눈치채지 못한 사이 영양분을 빼앗아 가겠지.

         

       “보자…. 상황이 어찌 될 것인고….”

         

       진성은 세 번째 눈을 떠서 저 멀리 일본을 바라보았다.

         

       그의 눈에는 선명하게 도쿄의 모습이 보이고 있었다.

         

       도쿄는 허겁지겁 마트에서 물건을 쓸어 담는 사람들.

       그리고 병원이 꽉 들어찰 정도로 밀려드는 환자들이 가득했다.

         

         

         

        * * *

         

         

         

       “이런 제기랄! 이게 대체 무슨 일이야? 이게 무슨 일이냐고-!”

         

       총리는 도무지 영문을 알 수가 없었다.

       불행이 형체를 이루어서 몰려드는 것 같은 지금의 상황을 도저히 이해할 수가 없었다.

         

       불행하다.

       엿같이, 불행했다.

         

       “아마테라스께서 노하신 것도 아니고, 최근 대체 왜 이리 이상한 일들이 많이 일어난단 말이냐….”

         

       총리는 한탄하듯 중얼거렸다.

         

       최근 일본에는 안 좋은 일들이 가득 일어나고 있었다.

         

       산사태가 일어나지를 않나, 야태도아랑류인지 뭔지 하는 놈들이 정치인을 협박하지를 않나, 알고 보니 그놈들이 제물을 바치면서 힘을 얻는 사악한 놈들이라는 게 만천하에 드러나지를 않나, 웬 이상한 정치인 놈들이 모여서 총리의 계파를 위협하지를 않나….

         

       정말 엿 같은 일들이 밤낮 가리지 않고 일어나고 있었다.

         

       여기서 끝이냐?

       그렇지 않았다.

         

       한국에서 천황의 유물이 발견되고, 웬 미친 능력자들이 그걸 훔치러 갔다가 죄다 붙잡혔다. 천황이 개입했을 것 같은데 심증만 있고 물증은 없는 상황이다.

         

       외교관이 연달아서 죽었다. 그것도 일본의 인내심을 시험이라도 하려는 듯, 너무나 노골적인 방법으로 말이다.

         

       그리고 어제, 주일본 대한민국 대사관에 폭탄테러가 일어났다.

         

       “아마테라스시여….”

         

       이 모든 일들이 긴 기간을 두고 터진 것도 아니다.

       어떻게 간신히 일을 수습했다 치면서 안도하려 치면은 터지고, 터지고, 또 터졌다.

         

       참으로 빌어먹게도 말이다.

         

       “…해당 테러 이후 미나토구의 수질이 오염되었음을 확인하였습니다. 미나토구의 식수와 지하수에서 미지의 물질이 검출되었으며, 해당 물을 섭취한 사람들에게서 중독 증상이 보이고 있습니다….”

         

       빠득!

         

       총리는 자신에게 올라온 보고서를 읽다가 이를 빠득 갈았다.

         

       도저히 맨정신으로는 읽을 수가 없었기 때문이었다.

         

       “이게 무슨 일이냐, 이게 무슨 일이냔 말이다….”

         

       폭탄테러.

         

       주일본 대한민국 대사관이 터졌다.

       폭탄의 폭발력은 대사관을 날려버릴 정도로 강하지 않았지만, 그 이후가 문제였다.

       사제폭탄으로 추정되는 것이 터진 후 대사관에 불이 붙었고, 그 불은 물을 아무리 끼얹어도 꺼지질 않았다. 불은 소방관들의 노력에도 불구하고 대사관 전체를 새까맣게 태워버렸으며, 아직도 열기와 불씨가 남아서 진입조차 하지 못하고 있었다.

         

       그나마 다행인 점은 불길이 대사관 밖으로는 번지지 않았다는 것 정도일까?

         

       일본이 화재에 대응하는 노하우가 충분히 갖춰져 있기에 망정이지, 다른 나라였다면 대화재라고 불러도 부족하지 않을 재앙에 직면하고도 남았으리라. 그만큼 대사관을 태우는 불꽃은 위협적이었고, 강렬했다.

         

       그래도 다행인 점은 대사관의 직원 그 누구도 죽지 않았다는 것.

       다친 사람들은 많았지만, 그래도 생명에 지장이 없는 수준이었다.

       심지어 장애가 남을만한 부상들도 아니라고 하니, 이것으로 책잡힐 일은 없다고 봐도 무방하리라.

         

       ‘책을 잡으면 안 되지. 우리 외교관을 연달아서 죽게 만든 놈들이 말이야….’

         

       도리어 일본이 큰소리를 칠 수도 있었다.

       너희 한국은 우리가 보낸 외교관을 죽였지만, 우리는 너희 외교관들을 사고에서 구해줬을 뿐만 아니라 모두 무사하게 보냈다고 말이다.

         

       그래.

       큰소리를 칠 수도 있었…다.

         

       이 사건의 범인들이 천황폐하 만세를 외치면서 폭탄을 터뜨리지만 않았다면 말이다.

         

       『 …아직 해당 남녀의 신원은 파악되지 않았습니다. 현재 최선을 다하여 조사하고 있으며….』

         

       심지어 그 둘의 신원은 지금까지 밝혀지지도 않았다.

         

       일본으로 입국한 외국인을 다 뒤져봐도 그들과 일치하는 사람을 찾을 수가 없었으며, 도쿄에 거주하는 일본인 중에서도 아직 찾을 수가 없었다. 그 때문에 지금 전국적으로 확대해서 조사를 하는 상황이었는데, 이 ‘전국적인 조사’가 언제 끝날지는 기약이 없었다.

         

       일본의 유능한 경찰 인력이라면 언젠가는 찾을 수 있겠지만….

       그 언젠가가 며칠 후가 될지, 몇 달 후가 될지는 아무도 모르는 일이었다.

         

       “시간, 시간이 필요한데….”

         

       보고서를 다시 한번 훑는 총리의 안색이 새하얗게 질렸다.

       그의 얼굴에는 세상의 온갖 근심과 걱정거리가 가득 들어찬 것처럼 보였으며, 그의 흰머리는 스트레스 때문인지 더더욱 새하얗게 변해 있었다. 짐승의 털이 생각날 정도로 푸석하게 변해버린 머리카락은 모근에서 너무나도 쉽게 빠져나오며 바닥에 나풀나풀 떨어지며 탈모의 흔적을 만들어내고 있었으며, 이마의 주름살은 더더욱 깊어져 있었다. 게다가 주름에도 걱정과 근심거리가 달라붙기라도 한 듯 무겁게 축 처지기까지 했다.

         

       이 모든 것이 스트레스 때문이었다.

         

       총리의 얼굴은 하루 만에 10년의 세월의 풍파를 정면에서 맞은 것처럼 폭삭 늙어 있었으며, 손가락 끝이 덜덜 떨리기 시작했다. 정신적인 스트레스를 이기지 못하고 신체에도 이상이 나타나기 시작한 것이다.

         

       “시간이….”

         

       보고서에 적힌 것들을 아무리 읽어도 해결책이 나오지를 않았다.

         

       이 빌어먹을 일을 어떻게든 수습하기 위해서는 시간이 필요했다.

       한국과 협상을 하고, 테러범을 조사하고, 국민을 이해시킬 수 있는 시간이.

       시간만 조금 있다면, 몇 달…하다못해 몇 주 정도만 시간이 있다면 이 일은 어떻게든 수습을 할 수가 있었다.

       그 약간의 시간만 있다면 그가 공개적으로 사과하지 않아도 될 것이었으며, 그의 목이 날아가는 일도 없으리라. 그의 정치 인생은 쭉 이어 나갈 것이다. 이번 테러 안전 지수나 치안 평가가 떨어져서 관광업과 경제에 문제가 생기는 일도 어떻게든 수습할 수 있을 것이고, 이 빌어먹을 사건 때문에 터지는 손해를 어떻게든 최소화할 수 있으리라.

         

       그래.

       시간만.

       시간만 있다면.

       시간이….

         

       “…시간이 없어….”

         

       총리는 울먹이는 듯한 목소리로 중얼거렸다.

         

       “빌어먹을, 대체 무슨 독을 푼 거야…. 이게 대체 뭐냐고….”

         

       그는 울음기 젖은 목소리로 보고서를 꽉 쥐었다.

         

       그가 쥔 보고서는 도쿄 일부 지역에서 보이는 중독 증상에 관한 내용이 들어 있었다.

         

       일본 최고의 부촌(富村)이자 권력자들이 가득한 미나토구(港区).

       미나토구와 함께 부촌으로 불리는, 상업이 발달했으며 메이지 신궁이 있는 시부야구(渋谷区).

       마찬가지로 부촌으로 불리는 메구로구(目黒区).

       …

       …

       …

         

       미나토구를 중심으로 수질의 오염이 확인되었으며, 부촌에서 중독 증상 때문에 병원에 실려 오는 일이 속출하고 있었다. 곳곳에선 폭동이라도 일어난 것처럼 마트와 식품점에 사람들이 몰려들고 있었으며, 식품을 싹 쓸어가는 사재기는 물론이고 폭력, 강도 같은 강력 사건까지 일어나고 있었다. 게다가 이 혼란을 틈타 절도와 강도 사건이 많이 늘어나기까지 했다.

         

       평화를 사랑하는 민족이라고는 도저히 믿기지 않는 끔찍한 추태였다.

         

       “세계에서 가장 안전하고 깨끗한 일본의 수돗물이….”

         

       사람을 미치게 하는 허기와 식욕, 그리고 공포.

       그것들에서 비롯된 광기가…점차 퍼져나가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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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he Shaman Desires Transcendence

The Shaman Desires Transcendence

주술사는 초월을 원한다
Status: Ongoing Author:
The shaman realized he had gained life once more. This time, he would live a life solely for transcendence, through shamanism alon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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