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witch Mode
Please report if you find any blank chapters. If you want the novel you're following to be updated, please let us know in the comments section.

EP.395

       수색은 절반의 성공을 거두었다.

         

       혈교주의 심장에 박혀 있던 무언가에 대한 정보는 얻지 못했지만, 다른 중요한 것을 얻었다.

         

       영술서.

         

       장삼이 그토록 찾아 헤맸고, 제게도 더없이 소중한 물건.

         

       “…겉으로 보기엔 별거 없어 보이는데.”

         

       어떤 서책이 그렇지 않겠냐마는, 영술서 또한 겉으로 보기엔 낡은 서책에 불과했다.

         

       하도 허름하여 조금만 잘못 힘줘도 파사삭 가루가 되어 흩어질 것만 같다.

         

       영술서를 신줏단지 모시듯 가슴에 갈무리한 백우진.

         

       연합으로 복귀한 백우진은 여장조차 풀지 않은 채 곧장 장삼의 처소로 향했다.

         

       “드르렁- 피유!”

       “…….”

         

       잠시 고민했다.

         

       조장은 발바닥에 땀띠가 나도록 중원 전역을 뛰어다니고 있는데, 팔자 좋게 드르렁거리며 낮잠에 빠져 있는 조원을 무엇으로 깨워야 할지.

         

       ‘음, 결심했어.’

         

       해답은 빠르게 나왔다.

         

       “야. 네 실력에 잠이 오냐? 어?”

         

       발로 걷어차서 깨우는 걸로.

         

       퍼억!

         

       현경의 절묘한 힘 조절에 별다른 고통없이 침상 위에서 밀려나 바닥으로 떨어지는 장삼.

         

       “으헉…!”

         

       꼴사나운 소리와 함께 잠에서 퍼뜩 깨어난 그가 황급히 기수식을 취한다.

         

       “기습이냐?!”

         

       부리부리한 눈으로 정신을 차리지 못하는 그를 향해 백우진이 눈을 부라린다.

         

       “조장이다, 이 자식아.”

       “앗, 언제 오셨소?”

       “지금 막.”

         

       백우진을 위아래로 훑어보며 고개를 끄덕이는 장삼.

         

       “행색을 보니 곧장 이리로 온 듯한데…, 이러지 마시오.”

       “뭘 이러지 마.”

       “이런 식으로 나오면 당 소저가 내 밥에 독을 탄단 말이오!”

       “…….”

         

       이미 몇 번이나 겪어본 듯, 몸을 오들오들 떠는 장삼의 모습에 측은지심이 느껴진다.

         

       자신의 눈길이 닿지 않는 곳에서 대체 무슨 일이 벌어지고 있는 걸까.

         

       “궁상 떨지 말고 이거나 받아.”

         

       백우진은 여정 내내 제 가슴팍을 차지하고 있던 영술서를 꺼내어 장삼에게 건네주었다.

         

       앞서 말했듯 겉으로 보기에는 그저 낡은 서책.

         

       하나, 장삼의 눈에는 그 서책에서 다른 무언가가 보이는 듯했다.

         

       “이, 이 영험한 기운은 대체…?”

         

       책을 펼쳐 보기도 전에 범상치 않은 서책임을 알아보는 것이 아닌가.

         

       백우진이 가볍게 고개를 끄덕이자, 떨리는 손으로 서책을 한 장, 한 장 넘겨보는 장삼.

         

       그럴 때마다 그의 눈가에 습기가 차올랐다.

         

       “오, 오오…!”

         

       어찌 감격스럽지 않으랴.

         

       평생을 찾아 헤매던 영술서가 마침내 제 손에 들어왔는데.

         

       낡은 종이 몇 장을 더 넘겨 제게 들어온 것이 영술서임을 확신한 그가 곧장 백우진을 향해 무릎을 꿇었다.

         

       “이제부터 조장을 주군으로 모시겠습니다!”

       “얼씨구.”

         

       주군이라는 말을 들으니 손가락이 오그라드는 기분이다.

         

       “그냥 조장으로나 깍듯하게 모셔라.”

       “…허험, 그걸 원하신다면.”

         

       겸연쩍게 웃으며 무릎을 펴고 일어나는 장삼.

         

       그를 향해 백우진이 물었다.

         

       “예전에 말했던 거, 잊지는 않았겠지?”

         

       그의 물음에 장삼의 머릿속이 이제는 제법 오래된 과거를 회상한다.

         

       부모에게조차 외면당한 제 눈으로 본 그의 고결한 영혼과 비밀.

         

       ‘빙의자.’

         

       백우진의 몸에 빙의한 제 조장은 이러한 사실을 모두에게 알리고 싶어 했다.

         

       특히 유화연과 신예화에게.

         

       그녀들은 조장이 몸에 들어서기 전부터 백우진이라는 인물을 좋아하던 여인들.

         

       조장으로서는 그녀들의 마음을 받아들일 수도, 내칠 수도 없었을 테지.

         

       “으음…, 안에 담긴 술법들을 익혀야 하니 당장은 무리오.”

       “언제까지 가능하겠냐.”

         

       장삼은 섣불리 대답하지 않고 영술서를 천천히 넘겨보았다.

         

       그곳에는 자신이 그토록 알고 싶었던 술법과 백우진에게 필요한 술법이 적혀 있었다.

         

       백우진에게 필요한 것은 사자(死者)의 영혼을 불러들이는 소혼술(召魂術).

         

       그는 제 재능이 소혼술을 완벽하게 익히려면 며칠이나 걸릴지 대충 가늠해 보았다.

         

       “최소 보름 정도는 걸릴 듯하오.”

       “보름이라.”

         

       턱을 쓰다듬으며 시간을 가늠하는 백우진을 향해 장삼이 말을 덧붙였다.

         

       “소혼술을 익히는 데에만 필요한 시간이 그렇고, 이를 위해 필요한 재료들까지 구하려면 조금 더 걸릴 듯하오만.”

       “…재료도 필요하냐?”

       “망자의 영혼을 불러들이고, 또 몸에 받아야만 하지 않소. 아무것도 없이 행할 수 있으면 그게 더 이상하지 않겠소?”

       “그것도 그렇군.”

         

       일리 있는 말이었다.

         

       이세계에서 시체를 다루는 네크로맨서란 족속들도 시체를 일으켜 제 수족처럼 부려 먹기 위해 다양한 준비물이 필요하지 않았던가.

         

       하물며 한참 전에 죽은 이의 영혼을 불러와 제 몸에 빙의시키는 일인데, 거기에 아무런 재료가 들어가지 않는다면 도리어 그것을 의심해야 할 테지.

         

       ‘시간이 촉박하다.’

         

       끝으로 향해갈수록 마음이 다급해진다.

         

       천마.

         

       이 세계에서 그녀가 노리는 수가 점차 끝을 향해 달려가고 있다는 불안감이 치민다.

         

       ‘반드시 막아야 해.’

         

       무엇인지는 모르는데도 반드시 막아야 한단 생각이 머릿속에 경종을 울린다.

         

       그녀를 막지 못하는 순간, 제 목숨뿐만 아니라 세상 전체의 파멸도 무리는 아닐 거란 생각이 자꾸만 떠나가질 않는다.

         

       “후우.”

         

       그는 짧게 숨을 내쉬며 복잡해진 머릿속을 최대한 비워냈다.

         

       조급함은 독이다.

         

       어떻게든 빨리 해결하고자 마음먹는다고 해서 그것이 어찌 뜻대로 되던가.

         

       일에는 언제나 순리라는 게 있는 법.

         

       “필요한 재료 적어서 내게 보내. 그리고…, 소혼술 익히는 건 달포 안에 해내는 걸로 하자고.”

         

       백우진은 안다.

         

       장삼이 말한 보름이란 제 다급함을 알아차리고 어떻게든 줄이고 줄여서 내린 결론임을.

         

       이를 눈치챈 백우진을 보며 입맛을 다시는 장삼.

         

       “쩝…, 이런 방면으로는 도사시구려.”

         

       피식 웃는 백우진.

         

       뭔가 큰 착각을 하고 있는 모양.

         

       그는 눈치가 빨라서 맞춘 게 아니었다.

         

       “내가 널 하루 이틀 봐 왔냐.”

         

       단지 장삼이라는 인물을 곁에 두고 관찰한 시간이 길었을 뿐.

         

       이따금 보여주는 백우진의 신뢰 어린 눈빛에 주먹을 불끈 쥐는 장삼.

         

       “달포 내로 모든 준비를 완벽하게 마쳐두겠소. 그동안 조장도 마음의 준비를 하시오.”

       “마음의 준비라….”

         

       그래.

         

       그게 남아 있었지.

         

       마음 같아선 당장에라도 소혼술을 펼치고 싶지만, 그래선 안 되는 이유가 하나 더 있었다.

         

       장삼의 말대로 마음의 준비가 아직 덜 되었기 때문.

         

       입 안이 텁텁해진 백우진은 곧장 등을 돌렸다.

         

       “간다.”

       “살펴 가시오.”

         

       장삼의 배웅을 받으며 떠나간 백우진은 곧장 제 침소로 향했다.

         

       당선영과 제갈연지, 그리고 도경.

         

       세 여인에게 기별을 넣으려던 원래의 생각과 달리, 그는 조용히 앉아 술을 들이켰다.

         

       “꿀꺽, 꿀꺽…, 프흐아…!”

         

       오늘따라 그들의 얼굴을 보는 것이 내키지가 않았다.

         

       아니.

         

       정확히는 두려웠다.

         

       “…많이 충격받겠지.”

         

       유화연과 신예화에게 진실을 알린다는 것은 제 여인들에게도 알린다는 뜻.

         

       눈앞에 있는 백우진이 진짜 백우진이 아니고, 그가 죽은 뒤에 몸을 차지한 빙의자라는 것을 알려야만 한다는 것인데.

         

       궁금했다.

         

       “어떤 표정들을 지으려나.”

         

       진실을 알게 되었을 때 그들이 어떤 표정으로 자신을 바라볼지.

         

       동시에 두려웠다.

         

       “…싫어하지는 않았으면 좋겠는데.”

         

       그들이 자신을 싫어하거나, 꺼림칙하게 여기지 않았으면 좋겠다.

         

       그런데 자꾸만 진실을 알게 된 전과 후로 바뀌어버릴 그들의 시선이 멋대로 떠오른다.

         

       자신을 두려워하면 어쩌지.

         

       꺼림칙하게 여기며 멀어지면 어쩌지.

         

       그대로 가게 두어야 하나, 아니면 어떻게든 붙잡아야 하나.

         

       꼬리에 꼬리를 물고 이어지는 생각.

         

       그 방점을 찍은 것은 다름 아닌 한 여인이었다.

         

       “안젤리카….”

         

       은빛 갑주로 무장한, 햇빛을 받아 찬란하게 빛나는 금발이 매력적이었던 여기사.

         

       그녀의 손에 휘둘러진 검이 제게 다가오는 죽음을 걷어내었을 때.

         

       절망의 늪에 몸부림치는 자신의 멱살을 쥐고 끌어당겨 주었을 때.

         

       제 손으로 구한 마을이 다시 희망을 품은 채 살아가는 모습을 보며 미소 지었을 때 등.

         

       그녀에게 빠져든 순간은 수도 없이 많다.

         

       오히려 빠져들지 않게 했던 순간이 더 적었을 만큼, 그녀는 가슴 깊숙이 틀어박혔더랬다.

         

       “그랬는데….”

         

       그것은 그녀도 마찬가지였다.

         

       함께 있는 시간이 길어질수록 서로를 바라보는 시선에는 더 깊은 애정이 자리 잡았다.

         

       백우진은 여전히 기억하고 있다.

         

       무르익은 애정의 시선이 단 한 순간에 북풍한설처럼 차가워지던 그 순간을.

         

       어제 겪은 일처럼 생생하게 남아 있는 장면이 자꾸만 그를 괴롭힌다.

         

       ‘그녀들도 그렇게 변하면 어떡하지.’

         

       세 여인도 그리 변할까 봐.

         

       기분 좋게 어루만지던 손길로 제 목을 부여잡은 채 ‘백우진’을 살려내라고 울부짖을까 봐.

         

       그것이 몹시도 두려워 참을 수가 없다.

         

       ‘더 빨리 말했어야 했는데.’

         

       과거로 돌아가도 불가능한 후회가 소용돌이친다.

         

       영술서가 혈교의 손아귀에 있었던 이상, 이것이 가장 빠른 속도임을 알면서도 왜 지금까지 말하지 않았느냐고 추궁당할까 두렵다.

         

       “꿀꺽…, 꿀꺽…!”

         

       후회를 안주삼아 끝없이 술을 들이켠다.

         

       오늘만큼은 정말 취하지 않으면 기나긴 밤을 지새울 수 없을 듯하여.

         

       선계에 있을 주선의 술창고를 동낼 기세로 벌컥벌컥 마시고 있을 때.

         

       “아, 안주라도 같이 드시지….”

       “너무 급하게 마시는 거 아니야, 당신…?”

       “가가…, 오셨으면 오셨다고 기별이라도 넣어주시지.”

         

       세 여인이 백우진의 침소에 들어섰다.

       

       

    작가의 한마디 (작가후기)
    그럼 저는 다음 편으로 찾아 뵙겠습니다.

    읽어주셔서 매번 감사합니다.

    편안한 밤 되셔요. (_ _)

    다음화 보기


           


I Became a Drunkard in a Martial Arts Novel.

I Became a Drunkard in a Martial Arts Novel.

무협지 속 주정뱅이가 되었다
Score 7.6
Status: Completed Type: Author: Released: 2022 Native Language: Korean
I sent a 5,700-character message and ended up transported into a novel world once. Then after returning, I got reincarnated into a second martial arts novel by the same damn author. Only this time, I really didn’t write anything…

Comment

Leave a Reply

Your email address will not be published. Required fields are marked *

Options

not work with dark mode
Rese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