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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P.395

       *** ***

         

       다음 날.

         

       “지금 마차를 수리 안 하고 뭐 하시는 겁니까아아아!!”

         

       “으아악! 좀 내버려 둬라! 진짜 삭신이 쑤신단 말이다!!”

         

       “이미 대장간은 수배해 뒀습니다! 당장 가시지요!”

         

       우당탕탕!!

         

       “놔라! 놔!”

         

       “하하하하!”

         

       새벽부터 시끌벅적한 소란이 객잔을 울렸다.

         

       새벽 수련을 하는 동시에 그 소란을 귀로 듣고 있자니 새삼스레 무력의 중요성을 깨달았다.

         

       성격이 어쩌고 기술이 저쩌고 간에 저렇게 힘으로 제압해버리면 무슨 소용인가?

         

       당소열 역시 한 성깔 하지만 고작 성깔 정도로 광기를 이길 수는 없는 법이었다.

         

       비천마차를 수리할 때까지 꼼짝없이 대장간에 끌려가겠군.

         

       소란을 피우던 두 사람이 사라진 아침.

         

       얼굴이 바짝 굳은 모용모가 객잔을 찾아왔다.

         

       “푹 쉬셨습니까. 형님.”

         

       모용모의 용건은 간단했다. 모용서가 분타로 초대하는 것.

         

       분타주와 중진들이 있을 텐데 벌써 모용서가 분타를 장악했나?

         

       그런 궁금증을 품으며 모용서를 만나러 갔다.

         

       “저…그…연화님을 쫓아다니던 저 자가 뇌검낭인이라고?”

         

       “허어…허..그런 모습을 보였던…?”

         

       분타에 들어가니 이미 내 정체에 대한 소문이 쫙 퍼졌는지 하인들과 무인들이 수군거리는 소리가 귀를 찔렀다.

         

       애써 모른척을 하며 분타주전에 들어가니 피로한 안색의 모용서가 나를 맞이해 주었다.

         

       “어서 오게.”

         

       “모용서님을 뵙습니다.”

         

       “전날의 일로 할 말이 있어 불렀네. 가문의 치부이지만…자네 역시 알아야겠지.”

         

       모용서가 전해준 소식은 충격적이었다.

         

       “…그 쥐가? 분타주 모용진객이었다고요?”

         

       “그렇네. 연화와 찬경이 그리고 분타의 모두가 그 광경을 똑똑히 목도했네.”

         

       나는 나도 모르게 모용모 쪽을 바라보았다. 모용모가 침중한 얼굴로 고개를 끄덕였다.

         

       전혀 상상치도 못했던 소식에 뇌가 정지해버렸다.

         

       철혈서와 비슷하게 그저 숨겨놓은 혈교의 영물이라고만 생각했던 적혈서가 정말로 모용진객이 변한 것이었다고?

         

       “아, 아니…”

         

       “자네가 죄책감을 가질 필요는 없네. 어차피…후우..진객이가 본래의 상태로 돌아갈 수 없음은 이미 확인했으니까.”

         

       “예?”

         

       “진객이 변하는 모습을 본 중진들이 낱낱이 토설했네. 후우, 사람이 그 꼴로 변하는 것을 보고도 혈교의 끄나풀로 남아 있었겠나….그들이 말하기로는 자네가 만났다는 그 혈인이 신신당부를 했다는군. 대법을 한번 펼치면 결코 대법을 수습할 수 없다고 말일세.”

         

       충격받은 머리가 조금씩 돌아가기 시작했다.

         

       …사람이 영물로 변한 것도 충격적인데 그 영물이 다시 사람으로 돌아가는 건 더 말이 안 되겠지.

         

       모용서가 단번에 섬서분타를 장악한 것 역시 이러면 말이 된다.

         

       중진들은 괴물로 변하는 대법을 시술받았다는 사실에 넋이 나가버렸을 테고 분타의 방계들은 몰랐다고는 하나 그런 대법을 시술받는 일을 묵인하거나 암암리에 도왔다는 사실에 큰 충격을 받았을 테니까.

         

       “섬서분타의 방계들은 모용모를 제외한 전원을 구금시켰네. 또한 이곳의 상황을 본가에게 알렸네. 본가를 대표하여 이곳에 왔지만….후우 이 섬서분타의 처분은 도저히 나 혼자 결정할 수 있는 상황이 아니니까 말일세.”

         

       “…그렇겠지요.”

         

       “그러니 본가에서 결론이 날 때까지 기다려 줄 수 있겠는가? 이미 자네에게 전폭적으로 협조하겠노라고 약조해 놓고 이런 부탁을 하니 참으로 면목이 없네.”

         

       “얼마나 걸리겠습니까?”

         

       “천리응을 보냈으니 2주 안쪽으로 소식이 도착할 것이라 생각하네.”

         

       2주라.

         

       비천마차의 파손은 상당했다. 아무리 비천마차가 튼튼하다고 하더라도 산속을 마구 달린 것부터 시작해서 드리프트에 영물과의 힘싸움까지.

         

       비천마차가 수리될 때까지 이곳을 떠날 수 없으니 못 기다릴 정도의 시간은 아니었다.

         

       모용모와 함께 분타주전을 나섰다.

         

       나는 옆에서 날 안내하는 모용모를 보며 말을 건넸다.

         

       “괜찮으냐?”

         

       “하하. 그럭저럭 견딜 만 합니다.”

         

       그렇게 말하고는 있었지만 뭐만 하면 호탕한 웃음을 터트리며 사람 좋은 미소를 짓던 모용모의 얼굴표정은 굳어 있는 상태였다.

         

       나와 모용모는 분타의 대문을 향해 말없이 걸었다.

         

       분타주전에 들리기 전이나 후나 하인들이나 모용씨가 아닌 무인들이 날 보고 쑥덕이는 것은 같았으나 사정을 알고나니 다르게 보였다.

         

       저들의 유난스러운 행동은 내 행보에 정말 큰 관심을 보인다기보다는 갑작스럽게 변화한 분타 내부의 분위기가 풍기는 불안함에서 벗어나고 싶었던 것 뿐이겠지.

         

       “형님.”

         

       돌연 모용모가 입을 열었다.

         

       “저는 정말 조금도 눈치채지 못했습니다. 분타의 방계들은 대계에 대해서 말해주지 않았으니까요.”

         

       “음..”

         

       뭐라 답변하기 어려운 주제에 그저 침음성만을 흘렸다.

         

       “제가 좀더 영악하게 행동했다면 분타의 방계들 역시 저에게 대계에 대해서 알려주었을까요? 그랬다면…이런 상황은 되지 않았을까요?”

         

       “모를 일이지.”

         

       정말로 모를 일이다. 대계라는 이름의 혈교의 침투가 시작되었을 때 모용모가 혈교의 정체를 파악할 수 있었을까. 솔직히 말해서 모용모의 능력을 생각해보면 그 비밀에 닿지 못했을 것 같지만 또 근성을 생각해보면 어쩌면 그 비밀을 파헤쳤을지도 모르겠다.

         

       그러나.

         

       짜악!

         

       나는 모용모의 등짝을 강하게 내려쳤다. 심각한 안색의 녀석이 몸을 못 비틀고는 못 배길 정도로 강하게 말이다.

         

       등에서 올라오는 고통에 온몸을 비비 꼬고 있는 녀석을 보며 피식 웃었다.

         

       “그러나 지금의 네가 있었기에 이번 일은 이렇게 해결될 수 있었던 것이다.”

         

       “예?”

         

       등짝에서 올라오는 분노 반. 그리고 의문 반이 서린 모용모의 표정을 바라보며 말해주었다.

         

       “네가 영악한 녀석이었다면 가능성도 보이지 않는 일행들에게 교분을 트러 집요하게 찾아오지 않았을 테고 나와 의형제가 되는 일도 없었겠지. 의형제가 되지 않았다면 내가 광산에 갈 일도 없었을 테고 비무가 성사되는 일 역시 없었을 테지.”

         

       “아…”

         

       “그렇다면 일이 어찌 되었을까? 아마 중진들 역시 아무것도 모르고 혈인의 지시에 대법을 펼쳤을 것이다. 어쩌면 분타 전체에 대법이 펼쳐졌을지도 모르지.”

         

       그런 경우를 상상했는지 모용모의 얼굴이 창백해졌다.

         

       “영리한 네가 아니라 지금의 네가 있었기에 이번 일은 이렇게 마무리 될 수 있었던 것이다.”

         

       이는 진심이었다.

         

       모용모를 만나지 않았더라도 어찌어찌 모용연화나 모용서와 인연이 닿았을지 모른다.

         

       모용서는 섬서분타의 본가 선언 사태를 혼자서 해결하기에는 버거워하고 있었으니까.

         

       어찌어찌 인연이 닿아 모용서와 지금과 같은 거래를 텄다면 어떻게 되었을까.

         

       광산에 잠입해서 광산의 비리 정보나 잔뜩 캐 돌아왔을 테고 역시 분타에 방계에 운 좋은 졸부 진상들은 안된다는 편견이나 더욱 견고해졌겠지.

         

       그리고 구린내가 풍기는 분타를 조사하다가 어찌어찌 혈교의 비밀에 닿았을 것이다.

         

       그랬다면 어떻게 되었을까.

         

       십중팔구는 좋지 않은 결과를 맞이했겠지.

         

       나는 섬서분타의 마음속에 상처를 낸 ‘편견 어린 세인’이었으니까.

         

       그런 마음을 품고 섬서분타를 회유할 수 있는 선택지를 낼 수 있었을까.

         

       어림도 없을 일이다.

         

       모용모가 어리석게 느껴질 정도의 우직함을 보여주었기에.

         

       그런 모용모가 이미 옛날 광부들이나 기억하고 있던 방계들의 노력을 다시금 상기시켜 내 편견을 깨트려주었기에 지금의 결과가 나왔다.

         

       “이미 길을 정했다 하지 않았냐? 쓸데없는 생각은 말고 그대로 밀고 나가거라.”

         

       “형님…”

         

       사내놈이 울먹거리는 꼴을 보니 온몸에서 두드러기가 났다. 진절머리를 치면서 고개를 돌렸다.

         

       정문에 도착할 때까지 모용모의 콧물 들이마시는 소리를 들으며 걸었다.

         

       아 진짜. 괜히 위로해 줬나.

         

       “형님! 형님은 제 평생의 형님이십니다! 언제건 자유로이 절 찾아주십시오!”

         

       “그래. 알았다.”

         

       “꼭! 꼭입니다!”

         

       “알았다.”

         

       피곤하네 진짜. 그만 질척거리라고.

         

       제 앞길이 구만리인 녀석이 누굴 챙겨.

         

       “정말! 진짜입니다!”

         

       “아! 알았다고!”

         

       성질을 부리고 나서야 질척거리는 모용모를 떼어낼 수 있었다. 하여간 진짜…

         

       “어휴.”

         

       한숨을 내쉬며 천천히 거리를 걸었다.

         

       적혈서가 모용진객이었다. 모용진객이 적혈서로 변했다.

         

       그 정보가 내 머릿속을 심란하게 했다.

         

       혈교.

         

       외조부의 행실과 접한 소문으로도 보통 악독한 단체가 아니라는 것은 알고 있었지만 사람을 영물로 바꾸는 짓까지 꾸미고 있을 줄이야.

         

       그야말로 천인공노할 짓이었지만 내가 느낀 것은 분노보다는 섬뜩함이었다.

         

       조법과 대법의 증진 효과만으로도 혈교는 충분히 섬서분타를 포섭할 수 있었다.

         

       그런데 저들은 왜 멀쩡한 사람을 영물로 바꾸려 했을까.

         

       …철혈서를 생각하면 답이 나온다.

         

       혈교는 영물을 길들이는 법을 알고 있다.

         

       그것도 어설프게 우군을 늘리는 것보다 더 낫다고 판단할 정도로 아주 확실하게 제어권을 쥘 수 있는 방법을 알고 있다.

         

       그렇기에 사람을 영물로 바꾸어 부리고자 하는 것이다.

         

       영물을 마음껏 부릴 수 있는 공능이라고?

         

       이 얼마나 말도 안 되는 일일까.

         

       정말로 부정하고 싶은 현실이었지만 명확한 증거들이 내 앞에 펼쳐져 있었으니…부정해 봐야 현실도피일 뿐이겠지.

         

       이미 모용연화에게 깨달음을 줄 때부터 혈교와의 충돌은 각오하지 않았던가.

         

       “후우.”

         

       대법의 정체는 그저 내 각오가 옳았다는 사실만 증명해 주었을 뿐이었다.

         

       사람을 영물로 바꾸는 대법. 그런 대법을 개발하고 사람을 속여 시험했다는 사실 자체만으로도 혈교는 명백히 악이었으니까.

         

       나는 하염없이 거리를 걸었다.

         

       거리를 걷다보니 어느새 석양이 지고 있었다. 나는 석양을 보며 쓴웃음을 지었다. 대체 거리에서 몇 시진을 흘려 보낸 것일까.

         

       그래도 쓸모없는 시간은 아니었다.

         

       술렁이던 마음이 조금은 가라앉았으니까.

         

       객잔으로 돌아가니 일행들이 한곳에 모여 있었다.

         

       당소열은 지금 막 당도연의 마수에서 풀려났는지 상 위에 쓰러진 채 반쯤 액체가 되어 있었고 당소열을 액체 상태로 만든 당도연은 오늘의 성과가 마음에 드는지 퍽 만족스러운 미소를 짓고 있었다.

         

       여일예와 혁기린은 두런두런 대화를 나누고 있었고 흑묘는 무공서의 내용이 이해가 안 가는지 미간에 주름을 잡고 있었다.

         

       “오셨습니까. 은공.”

         

       “제법 오래 걸리셨군요.”

         

       “뭐 그쪽 상황도 어수선했겠지요.”

         

       나는 일행을 둘러보고는 자리에 앉았다.

         

       “할 말이 있소.”

         

       내 말에 상에 엎어져 있던 당소열이 스르륵 고개를 돌렸다. 다른 이들 역시 고개를 들어 내 쪽을 응시했다.

         

       흑묘. 여일예. 혁기린. 당소열. 당도연.

         

       모두 타도 정철을 위해 함께한 동료들이고 소천마의 습격 아닌 습격을 받아 뿔뿔이 헤어진 뒤에도 다시 모여준 끈끈한 사이이기도 했다.

         

       “내 과거에 대한 이야기요.”

         

       모두의 표정이 돌변했다.

         

       당혹스러움 반. 긴장감 반.

         

       나는 부모님의 묘지 앞에서 마음을 정리하던 때를 떠올렸다.

         

       사실 나는 혈교와의 인연이 거의 끊어졌다고 판단하고 있었다.

         

       우선 첫째로 무작정 산에서 도망친 열 다섯 살의 호천안이 지금까지 추적당하지 않았다는 점이다.

         

       아무리 고인물이 된 채 다시 무림천하로 돌아왔다고는 하지만 내가 한계경지 이류의 캐릭터가 되어 무림천하에 떨어졌다는 것을 받아들이기까지 제법 시간이 걸렸고 그 시기는 바로 내가 진법에서 무작정 탈출한 때와 겹쳤다.

         

       즉 혈교에서 내 흔적을 찾았다면 아주 손쉽게 추적당했겠지.

         

       그럼에도 나는 지금까지 혈교는커녕 혈교의 끄나풀들과도 접점 하나 없었다.

         

       정확히 무슨 일이 있었는지는 나 역시 알 길이 없었지만 혈교나 외조부와의 점점이 끊어졌다고 판단하기에 충분한 근거였다.

         

       그러나 이제는 상황이 달라졌다.

         

       모용세가의 일이 퍼지게 된다면 혈교에서 내 정체를 파악하는 것은 시간문제나 마찬가지일 터.

         

       “또한 내 과거는 지금 모용세가에서 벌어진 사건과 관련이 있소.”

         

       당연히 내 일행들 역시 혈교의 이목에 걸려들 것이다.

         

       적혈서와 같은 영물을 인공적으로 만들고.

         

       철혈서와 같은 영물에게 절대적인 충성을 받을 수 있는 혈교의 이목에 말이다.

         

       그렇기에 나는 일행들에게 모든 것을 밝히기로 했다.

         

       내 과거가 어떻고.

         

       내 혈통이 지금 상황에서 어떻게 작용했고.

         

       그리고 앞으로 벌어질 일들까지.

         

       “영휘산의 방 안에서 일어난 일이었소.”

         

       나는 모든 이야기를 입에 담았다.

         

       

    작가의 한마디 (작가후기)
    정시연재

    호천안의 (과거)고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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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 Became an Outcast the Martial Arts Masters are Obsessed With

I Became an Outcast the Martial Arts Masters are Obsessed With

무협게임 속 고수들이 집착하는 낭인이 되었다
Score 4.0
Status: Ongoing Type: Author: Native Language: Korean

I became Ho Cheon-an, a second-rate warrior in the martial arts game [Murim Cheonha].

To survive, I had no choice but to give enlightenment.

Martial arts masters began to obsess over me.

In Murim Cheonha, where fame means difficulty, getting attention meant death.

Please, just go away.

Please, let me liv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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