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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P.396

    니드호그, 세계수의 학살자라…….

    ‘허, 세계수가 지금의 모습을 얻게 된 이유가 그런 것이었을 줄이야…….’

    그렇게 제임스에게 니드호그에 대한 이야기를 들을 수 있었던 루크는 놀라지 않을 수 없었다.

    세계수를 불태운 게 본 드래곤이라니.

    자신이 보았던 그 세계수의 망가진 모습, 역사도서나 교과서 등에는 단순히 전쟁의 영향으로 그런 모습이 되었다며 뭉뚱그려 두었지만 그 이면에는 그런 역사가 숨겨져있었단 말인가?

    하지만 세계수, 그것은 그저 마나를 생산하는 커다란 나무가 아니다.

    승천의 탑을 통해 승천한, 이 세계에 존재하는 유일한 승천자이자 그 탑을 수호하는 수호자.

    신화시대부터 이어져 내려온 마지막 신성이며, 따라서 그것은 무한한 생명의 상징.

    그런 세계수를 불태운 ‘니드호그’는, 결코 일반적인 본 드래곤이 아닐 것이다.

    세계수에 그 정도의 피해를 입히기 위해선, 그에 걸맞은 ‘격’이 필요한 법.

    그것은 승천하여 세계의 법칙과 규율로 보호받는 세계수를 부수기 위해서는 파괴자 또한 그에 맞는 권한과 능력이 필요하다는 이야기였다. 

    그렇다면 과연, 옛 전쟁의 역사 속 니드호그라는 것은 대체 어떤 존재였단 말인가?

    그리고, 그것은 대체 세계수를 부수는 것으로 무엇을 이루려고 했단 말인가?

    단순히 전쟁에서 승리하기 위한 목적 만으로 그런 일을 벌였을 것 같지 않다는 느낌이 드는 것은 어째서일까?

    세계수를 박살낸다면 물론 엘프와의 전쟁에서는 반드시 승리할 수 있었겠지만, 그렇게 승리한 뒤에 얻는 것이 대체 무엇이기에?

    황폐해진 땅과 멸망에 가까운 나라 뿐 아닌가.

    인간과의 전쟁보다는 마족이라는 이차원의 존재와 싸운 경험이 많아 자신이 이해하지 못하는 것 일 수도 있겠다만, 뭔가 이상했다.

    어딘가 석연치 않다고 해야하나.

    “…….”

    그리고 그것에 관련이 있을 것이 분명한 그 도플갱어 리치, ‘세이어’는 대체 무슨 목적을 갖고 있었던 것일까.

    역시 도플갱어를 이용해 니드호그를 되살리려는 건가? 대체 무엇 때문에?

    루크의 머릿속에서는 어쩌면, 그 역사적인 대 전쟁마저 누군가의 목적을 위한 수단이 아닐까 하는 의심마저 들고 있었다.

    그들은 단순히 이 세상을 파괴하고 싶은 것일까?

    세상에 단지 그런 이유만으로 움직이는 인물이 있을 수가 있을까?

    그런 생각을 하고 있을 때였다.

    “스승님, 설마 여기서 계속 절 기다리고 계셨습니까!”

    돌연, 저편에서 서드의 놀란 목소리가 들려왔다.

    루크는 서드의 목소리가 들린 방향을 바라보며 가볍게 웃어보였다.

    서드의 곁엔 며칠 전 축제 때 보았던 그 드워프 여자아이, 유미르도 함께 있었다.

    “루크, 라고 했던가……요? 또 만나네요.”

    “그래, 유미르. 반갑구나.”

    분명 자신이 10살이니 말을 편히 하라고 이야기한 적이 있음에도 불구하고, 이 아이는 아무래도 자신에게 긴장을 놓는 것이 아직 불편한 모양이다.

    뭐, 어쩔 수 없지.

    그 아이의 성격이 그런 것을, 일부러 강요해서 될 것도 아니니.

    “아, 그래. 아카데미는 이제 끝났느냐?”

    “네, 그렇습니다만……. 찾아오실 거라고는 전혀 생각지도 못 했습니다. 연락을 주셨으면 더 서둘러 나왔을 텐데요.”

    자신의 스승이 이렇게 기다리고 있는 줄 알았다면 전력으로 뛰어서 왔을 것이다.

    굉장히 미안하다는 기색을 보이는 서드의 말에 루크는 그러지 말라는 듯 손을 내저으며 말했다.

    “굳이 그럴 것 까지야. 별로 오래 기다리지도 않았으니 너무 미안해하지 말거라.”

    “그렇다면 다행입니다만.”

    “그런데, 왜 여기서 서드를 기다리고 있었던 거……에요?”

    유미르의 질문에 루크가 대답했다.

    “아, 서드와 단 둘이 할 얘기가 있어서 말이다. 갑자기 미안하지만, 내가 서드를 잠시 빌려도 되겠느냐?”

    “흠, 저와 단 둘이 말입니까?”

    “네? 서드랑 단 둘이요?”

    유미르의 목소리에서 당혹감과 불안감을 읽은 루크는 안심하라는 듯이 웃으며 말했다.

    “뭐, 그다지 유미르, 너와 서드를 떼어놓고 싶어서 그러는 게 아니라, 정말로 개인적인 질문이 있어서 그런 거니 안심해라. 정말 다른 목적은 없다.”

    그러나 루크의 말에도 유미르는 여전히 쭈뼛거리며 말했다.

    “하, 하지만, 오늘은 서드가 저를 집까지 바래다 주기로 했는 걸요…….”

    이런, 이미 선약이 있었던 모양이다.

    “그랬나?”

    루크가 서드를 바라보자, 서드는 약간 난처한 듯이 고개를 끄덕였다.

    곤란한 상황이다.

    “흠, 한 시가 급한 얘긴데 말이야.”

    적을 정확히 알아야 대책을 세울 수 있고, 정체와 목적을 정확히 알 수없는 적을 상대하기 위해 루크에게 주어진 시간은 알다시피 많지 않다.

    “그 약속을 하루만 미루면 안 될까? 유미르.”

    “그, 그런…….”

    유미르는 처량한 눈빛으로 서드를 올려다 보았으나, 서드는 어쩔 수 없다는 듯 단호한 목소리로 말했다.

    “약속을 어기게 되어 미안하지만, 스승님께서 이렇게 직접 찾아오실 정도면 꽤나 급한 일인 것 같다. 그러니 오늘은 혼자서 돌아갈 수 있겠나?”

    “…….”

    “부탁한다.”

    서드의 ‘부탁한다’는 말에 유미르는 마음이 흔들렸다.

    그래도 서드는 자신에게 의견을 묻는구나.

    그냥 자리를 박차고 나갈 수도 있는데 말이다.

    저렇게까지 말하면 어쩔 수 없지.

    “……응, 알았어…….”

    서드가 유미르에게 의견을 물은 이유는 사실 그저 ‘서클이 심장에 새겨진 마법사로서, 약속을 일방적으로 어길 수는 없기 때문’이었지만, 유미르는 서드의 그 배려처럼 보이는 행동에 감명을 받았다.

    “휴우, 고맙다 유미르. 그럼 가자꾸나, 서드.”

    “네, 스승님.”

    유미르는 그렇게 자신에게서 몸을 돌려 걸어가기 시작한 루크와 서드의 뒷모습을 가만히, 허무하게 바라보고 있었다.

    그러다 문득, 루크가 고개를 돌리며 말했다.

    “아차, 유미르. 오늘 일은 미안하다. 그러니 보답으로, 내 나중에 너에게 알려주마.”

    “에?”

    루크의 말에 유미르는 생각했다.

    나에게? 대체 무엇을 알려준단 말이지? 

    그런 생각을 하고 있을 때, 루크는 서드에게 들리지 않도록 손등을 입가에 가져다댐과 동시에 다른 손으로는 서드의 등을 가리키며 속삭이듯 외친다.

    “서드가 좋아하는 것이나, 흥미있는 것 들 말일세! 후후, 금세 친해질 수 있도록 도와주지.”

    “……그, 그런!”

    유미르는 자신의 마음을 들킨 것 같아 얼굴을 붉혔다.

    ———

    그 무렵, 아카데미 한켠에서 대화를 나누는 두 소년이 있었다.

    “테너 형, 아무리 그래도 한방에 끝나는 건 좀 아니잖아요. 선금까지 드렸는데.”

    “……미안하다.”

    잭 루셀카의 말에 테너는 할 말이 없었다.

    아무리 녀석이 빠르게 움직였기로서니, 아마추어 격투 대회도 준비한다는 자신이 어떤 반응도 못 하고 기절한 것은 정말 꼴사나운 일이었으니까.

    하지만, 서드라는 놈이 너무 규격 외였던 것을 대체 어쩌란 말인가.

    “하여튼, 갑자기 폭력이랑은 손 떼셨다더니 완전 거품 다 되셨네요. 그래도 뭐, 이미 드린 돈은 돌려받지 않을게요. 서드는 못 이겼지만, 그래도 나중에 도움 받을 일이 있을 지도 모르니까.”

    “……그건 좀 고맙네.”

    안 그래도 부상때문에 일을 못하는 바람에 생활비가 좀 부족해서 곤란하던 차였다.

    받은 돈까지 뱉어내라 했다면 굉장히 곤란했으리라.

     

    그러다 문득, 녀석이 깁스를 하고 있던 손이 달라졌다는 것을 깨달은 테너는 그의 깁스를 가리키며 물었다.

    “……그나저나, 잭. 너 원래는 반대쪽에 깁스를 하고 있지 않았냐?”

    그러자 잭은 인상을 찌푸린 채 깁스를 내려다보며 말했다.

    “아, 이거. 엊그제에 티그 아카데미 축제에서 다쳤습니다.”

    “뭐? 어쩌다가?”

    “웬 여자애가 번호좀 달라고 했다고 팔을 꺾는 바람에……. 하, 다시 만나기만 하면 아주 그냥.”

    그 때였다.

    “……그래서, 그대가 도움이 될 거라고 생각했단 말이지.”

    “그렇군요, 제가 드디어 스승님께 도움이 될 수 있다니 기쁩니다.”

    자신의 앞을 지나가는 한 인물에 잭은 놀란 소리를 내었다.

    “어! 저 여자애!”

    “응? 뭐야, 너 쟤 알아?”

    “아, 물론이죠! 저 여자애예요!”

    “뭐가 저 여자앤데?”

    “제 팔 부러트린 년이요!”

    드래곤도 제 말 하면 온다고 했던가?

    어쩜 이렇게 딱 나타날 수가 있지?

    한가지 문제는 그 여자애가 서드와 함께 있다는 건데…….

    “근데 쟤가 왜 서드랑 같이 있지? 아는 사이인가? 하 씨, 옆에 서드만 없었으면 확 그냥 바로 가서 쥐어박는 건데…….”

    그런 생각을 하고 있을 때였다.

    “잭, 너 설마 아까 말한 엊그제 축제에서 연락처 물어봤다가 팔 부러졌다는 얘기 속 여자애가 저 여자애냐?”

    테너가 미묘하게 긴장한 목소리로 묻는다.

    테너의 그런 반응을 이해하지 못한 잭은 왜 그러냐는 듯 불퉁하게 말했다.

    “예, 그런데요.”

    “……너, 진짜.”

    테너는 한숨을 쉬며 말했다.

    “어쩐지, 서드한테서 비슷한 느낌이 나더라니.”

    “뭔 소리에요? 형, 저 여자애 알아요?”

    “멍청아, 쟤 내가 아는 형 딸인데, 10살이야.”

    “……네? 진짜요? 그거 당연히 거짓말인줄 알았는데?”

    하지만 놀랄 일은 그게 끝이 아니었다.

    “그리고, 저 여자애가 나를 앉은뱅이로 만들 뻔 했는데, 어떻게 잊겠냐.”

    “네?”

    과거, 테너를 비롯해 몇명의 불량학생들이 동시에 병원에 입원하는 일이 있었다.

    너무나 무자비한 폭력에 그 학생들은 전치 10주는 되는 부상을 입었음에도 불구하고, 그들은 범인의 인상착의나 사건의 정확한 이야기는 아무에게도 밝히지 않았다.

    그래서 결국은 제대로 된 수사도 없이 끝나버렸던 것으로 기억한다.

    그 뒤로도 ‘어떤 놈들이 한 일이냐, 역시 스트렐 아카데미 녀석들이냐’며 몇번이고 선배들이 그들을 추궁한적이 있었지만, 결국 끝까지 ‘계단에서 굴렀다’는 말만을 반복하는 바람에 사람들을 모아 스트렐 아카데미에 쳐들어간다는 계획은 결국 무산되고 말았지.

    그런데 설마 그때 그 범인이 바로 저 여자애였다고?

    믿기지 않는 사실에 잭은 경악스런 표정을 지었다.

    “사실이야, 여자애한테 당해서 다들 쪽팔림에 말을 안 했던 거지.”

    테너는 그 외에도 그 여자애, 루크에 대한 설명을 몇마디 더했다.

    쟤 아빠랑 엄마가 숲지기 중에서도 꽤 끝발이 있다는 루크 숲의 숲지기라는 얘기, 체육관에서 100kg은 되는 벤치를 전혀 무거워하는 기색도 없이 가볍게 들어올렸던 이야기, 주먹 내는 법을 알려준다며 샌드백을 쳤다가 그대로 샌드백을 터트려버린 이야기 등…….

    “허.”

    하나같이 믿기 어려운 일화를 들은 잭은 어이가 없다는 듯 한 목소리를 내었다.

    정말 놀라운 광경이 아닐 수가 없다.

    서드가 웃는 모습은 아무래도 처음 보는 거였으니까.

    설마.

    “……뭐, 그게 사실이라면, 저 둘은 존나게 잘 어울리는 커플이군요.”

    “……그러게 말이다.”

    둘 다 힘이 무식하게 세다는 거랑, 둘 다 원래 나이보다 나이가 있어 보인다는 점까지도.

    작가의 한마디 (작가후기)
    어쩌다보니 천생연분?(아님)
    사실 루크는 유식하고 힘도 센거지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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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he Archmage dreams of being an Archmage again

The Archmage dreams of being an Archmage again

다시 대마법사를 꿈꾼다 대마법사였던것은
Score 4.2
Status: Ongoing Type: Author: Native Language: Korean

5000 Years in the future, the Archmage Luke Irushi opened her eyes again. The world has changes so much.

Horseless carriages, an entertainment box with audio and video, food and spices she has never seen before…

And, a changed magical system!

It wasn’t just the world that change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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