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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P.396

       

       천천히 이야기를 풀어나갔다. 

       

       그날 내 자취방에 들어갔을 때부터 이어진 긴 환생트럭과의 대화와 내 능력과 그 진법 속에서 살았던 과거. 

       

       그리고 섬서분타에 잠임했을 때 보인 철혈서의 반응까지.

       

       한치의 가감도 없이 그저 모든 이야기를 털어놓았다. 

       

       “이렇게 된 것이오.”

       

       내 이야기를 들은 일행은 침묵했다. 

       

       “흠.”

       

       가장 먼저 입을 연 것은 당소열이었다. 

       

       “네놈이 비범한 녀석이라는 것은 잘 알았다. 그리고 뭐…사연이 있으리라는 것도 짐작했지.”

       

       나는 쓴웃음을 지으며 고개를 끄덕였다.

       

       “다만 해괴한 이야기기는 하군. 환생투락이니 뭐니 다른세계이니…이야기는 장황했지만 결국 선인이 너에게 일장춘몽을 꾸게 해 주었다는 이야기가 아닌가.”

       

       하고 싶은 말이 많아지는 당소열의 요약.

       

       그러나 이 역시 수긍하기로 했다.

       

       차원이동이니 무협이니 컴퓨터 게임이니..이들 입장에선 난생 처음 들어보는 개념이었을 테니까. 

       

       내 이야기를 진지하게 들어준 것 만으로도 충분했다. 

       

       내 이야기를 들고 진작부터 훌쩍거리고 있던 혁기린이 입을 열었다. 

       

       “그런 참사가 일어났음에도 그 인연이 끊어지지 않았다니 참으로 잔인한 이야기입니다…”

       

       여일예와 흑묘는 말없이 고개를 숙이고 있었다. 

       

       “낭인님의 이야기 잘 들었습니다. 참으로 가슴이 아픈 이야기로군요. 그런 마음의 상처를 후벼파는 일일지 모르나 낭인님께서 과거를 말씀해주신 이유를 짐작하기에 몇 가지 질문을 허락해 주시겠습니까?”

       

       비천마차의 일만 아니면 참 사려 깊은 당도연이 입을 열었다. 

       

       “물론이오.”

       

       “감사합니다. 그렇다면 묻겠습니다. 이런 이야기를 꺼내신 이유는 이후 혈교 세력과의 충돌을 걱정되어서입니까?”

       

       “그렇소. 정철을 물리치는 것은 일행 전체가 합의한 사안이었소. 그러나 혈교의 위협은 정철을 상대하는 것보다 훨씬 위험하고, 그대들이 그 위험을 무릅쓸 이유 역시 희박하오.”

       

       “서운한 말씀을 하시는군요.”

       

       여일예가 고개를 들었다. 어쩐지 화난 기색이 역력한 눈동자가 나를 쏘아보았다. 

       

       “이 여일예가, 그리고 지금 이 자리에 있는 이들이 그런 말에 겁먹고 도망이라도 치리라 생각하셨습니까?”

       

       여일예의 말은 내 심장을 찌르는 것이었다. 

       

       도망이라. 

       

       “차라리 그랬으면 좋겠구려.”

       

       내 답변에 여일예의 눈빛이 흔들렸다. 

       

       “수법은 악랄하기 그지없는데 강대하기 짝이 없는 영수까지 제 뜻대로 부릴 수 있는 집단이오. 그런 혈교의 표적이 된다는 것은 엄청나게 위험한 일이오. 나는 그대들과 그 위험을 공유하고 싶지 않소.”

       

       그게 내 솔직한 심정이었다. 

       

       “선배.”

       

       흑묘가 나를 바라보았다. 나는 나도 모르게 흑묘의 눈동자를 피했다. 서로 화경에 오를 때까지 협력하자는 약속을 했음에도 이런 말을 꺼냈다는 사실에 양심이 찔렸기 때문이었다. 

       

       흑묘의 가벼운 한숨 소리가 들리고. 

       

       빡!

       

       머리에 별이 튀었다. 

       

       “끄억!”

       

       소수신공을 익혔기 때문인지 엄청나게 매워진 흑묘의 손! 정말로 머리가 둘로 갈라져도 이상하지 않을 통증에 속절없이 머리를 감싸쥐고 바닥을 굴렀다. 

       

       “하여간 매를 벌어요 벌어! 이번 기회에 확실히 말하는데 내가 화경에 올라서 내 체질을 완벽하게 극복할 때까지 헤어질 생각이라고는 꿈도 꾸지 말아요!”

       

       “저 역시 마찬가지입니다. 은공에게 입은 은혜를 다 갚기 전까지는 절대로 떨어지지 않을 것입니다.”

       

       “저, 저도요! 낙양에서 정말로 많은 도움을 받았는데 어찌 위험 앞에서 도망치겠습니까!”

       

       이어지는 선언에 나는 어안이 벙벙해져 머리를 쓰다듬으며 세 사람을 바라보았다. 

       

       당소열이 그 모습을 큭큭 웃었다. 

       

       “죄 많은 남자로고.”

       

       웃음기를 머금은 당소열이 곰방대로 내 머리를 톡톡 두드렸다. 

       

       “제자야. 이번 사태는 네 각오처럼 단순하지 않다. 잔머리 빼면 시체인 녀석이 제 일이라고 머리가 완전히 돌덩어리가 되었구나.”

       

       “예?”

       

       “네 설명이 장황하고 생소하여 완벽하게 이해하지는 못했지만…결국 네 머릿속에 많은 이들의 깨달음이 들어 있다는 것 아니냐? 도경이도 그렇고 여일예도 그렇고, 그 사실을 굳이 의심할 필요도 없겠지.”

       

       “그런 네 녀석이 혈교의 손에 떨어지면 어떻게 되겠느냐? 사악한 대법에, 영물을 다루는 기술에, 무인의 깨달음까지 손에 넣게 되는군. 그야말로 혈교는 무림의 재앙이 되겠구나?”

       

       “….아.”

       

       “무림에서 너를 지키기 위해서 사람을 떼로 보내도 모자랄 판국인데 우리보고 떨어지라고? 가당치도 않은 소리다.”

       

       “맞습니다.”

       

       당도연이 미소 지으며 동의했다. 

       

       “무림공적 혈교가 얽힌 일입니다. 그런 일에서 발을 빼고도 어찌 사천당가의 일원이며 정파임을 주장할 수 있겠습니까.”

       

       “당도연 소저…”

       

       “하하하하. 영물을 상대하기 위해서는 천하제일의 마차가 필요하겠지요. 그렇지 않습니까?”

       

       “정말로 혈교가 준동한다면 이는 무림 전체의 문제다. 네 잔머리가 제법 쓸만하지만 그렇다 하여 무림 전체가 나서야 할 일을 혼자 떠안을 셈이냐? 말도 안 되는 소리.”

       

       “그렇습니다. 은공.”

       

       “점창파의 제자로서 결코 좌시할 수 없는 일입니다!”

       

       “그렇다는데요. 선배?”

       

       나는 말없이 일행들을 둘러보았다. 

       

       명분은 명분일 뿐. 

       

       모두 나를 위해 위험을 감수하겠노라고 말하고 있었다.

       

       “…고맙소. 모두들.”

       

       그 마음씀씀이에 절로 고개가 숙여졌다. 

       

       “감사 인사는 이르다. 인사야 진짜 혈교의 위협과 맞서고 난 뒤에 받아도 늦지 않으니까. 지금은 대책이 우선 아니겠느냐?”

       

       “맞습니다. 미래의 일을 의논하시지요.”

       

       아직 일행이 준 마음의 술렁임이 채 가시지 않았지만 의식적으로 고개를 들었다. 

       

       일행이 함께 하기로 마음의 결정을 내렸으니…나 역시 최선을 다해 만일의 사태에 대비할 필요가 있었다. 

       

       그러니 아직 결론이 나지 않은 문제를 해결해야겠지.

       

       “여러분들께 의논 드리고 싶은 일이 있습니다.”

       

       그건 바로 철혈서의 향방이었다. 

       

       *** ***

       

       나는 일행과 함께 철혈서의 은신처로 향했다. 

       

       찍? 찍찍!

       

       나 혼자만 방문했을 때와는 달리 사나운 기색을 드러내는 철혈서. 그 반응에 일행들 역시 자세를 낮추며 기수식을 잡았다. 

       

       일행의 얼굴에는 긴장이 가득했다. 

       

       적혈서와 사투를 벌인 지 하루밖에 지나지 않았다. 그런데 그런 적혈서를 만들어낸 본체라고 할 수 있는 철혈서를 마주하게 되었으니 당연히 경게심을 품을 수밖에 없다. 

       

       나는 천천히 다가가서 철혈서의 콧잔등을 쓰다듬어주었다. 역시 나에게는 경계심을 드러내지 않는 녀석. 

       

       계속해서 콧잔등을 쓰다듬어 주며 녀석을 안심시키는 것과 동시에 일행들에게 조심스럽게 접근하라는 손짓을 보냈다. 

       

       긴장을 풀지 않은 채 천천히 철혈서에게 접근하는 일행들. 

       

       그런 일행들을 계속해서 경계하고 위협하던 쳘혈서는 어느 순간 나를 빤히 바라보더니 몸을 말고 주저앉아 버렸다. 

       

       모든 상황을 다 알게 되니 철혈서의 행동이 이해가 갔다.

       

       

       체념. 

       

       

       철혈서는 그냥 체념해 버린 것이다. 

       

       

       “후우.”

       

       

       나는 안타까움에 한숨을 쉬며 녀석의 콧잔등을 쓰다듬어 주었다. 

       

       

       세상에 어느 생물이 제 피를 빼앗아 가는 행동을 좋아할 수 있을까. 

       

       

       철혈서 역시 마찬가지였겠지. 

       

       

       그러나 철혈서는 주기적으로 피를 빼앗겼다.

       

       그뿐인가.

       

       적혈서로 변한 분타주의 힘은 방대했다. 그 방대한 힘은 어디서에 났을까. 철혈서의 피를 갈취하며 그 피 속에 섞여 있던 힘 역시 흡수했겠지.

       

       

       결국 철혈서는 피와 함께 힘도 빼앗겨 온 것이다. 

       

       그러니 이렇게 기운이 없지.

       

       요새 간신히 평화를 되찾은 철혈서.

       

       그런 상황에서 내가 다른 사람들을 데리고 오자 또 힘과 피를 빼앗으러 온 것으로 판단하고 위협하고 경계했던 것이다. 

       

       아무리 내가 달래주었다고는 해도 자신을 해하러 온 사람들을 상대로 저항을 포기하다니. 

       

       혈교에서 수를 부린 것일까 아니면 이 녀석의 기질이 순한 것일까.

       

       내 몸속에 아무리 외조부의 피가 흐르고 있다 한들 특별히 무슨 수를 쓴 것이 아니니…아마 후자일 가능성이 높았다. 

       

       “…얌전해졌군요.”

       

       “이 녀석이 그 대법의 모체인가요? 확실히 그때의 그 영물보다는 훨씬 강해 보이는군요.”

       

       일행들도 점자 철혈서가 안전하다는 판단을 했는지 조금씩 거리를 좁히고 있었다. 일말의 경계심은 품고 있는지 철혈서의 귀가 부지런히 움직였지만 꽤 가까운 거리에 들어왔음에도 철혈서는 여전히 웅크리고 있었다. 

       

       “흐으음. 그래서 녀석이 네 말을 따른다 이거냐?”

       

       “예. 원인은 모르겠지만 일단은 그렇습니다. 아마 핏줄과 관계되어 있지 않을까 싶습니다만.”

       

       “왜 따르는지 이유조차 모르는 영물을 거두어야 한다라…시작부터 골치 아프군.”

       

       당소열이 뒷머리를 벅벅 긁으며 말했다. 

       

       그러나 철혈서를 길들이는 것은 꼭 필요한 일이었다. 

       

       그냥 영물조련사가 되고 싶은 철없는 욕망 때문이 아니었다. 

       

       혈인의 상급자 흉내를 낼 때 혈인은 이런 말을 했다. 철혈서와 같은 녀석이 혈교에도 많지는 않을 것이라고. 

       

       철혈서를 그냥 놓아주거나 방치해 두었다가 혈교가 철혈서를 회수하는 날에는 또 다른 희생자가 발생할 수도 있다. 

       

       철혈서를 전력으로 삼고자 했지만 지금 보이는 순한 모습을 보니 싸움을 강요하는 것은  내키지 않았다. 

       

       그래도 철혈서를 데리고 있는 것만으로도 혈교의 전력을 깎아 먹을 수 있는 일이니 철혈서를 길들어야 할 이유는 충분했다. 

       

       “정말로 영물을 길들이려면 해야 할 일은 간단하다. 바로 먹이를 주는 것이지.”

       

       “으음…그렇긴 합니다. 다만 쥐의 주식이라 할 수 있는 것은 다 줘봤고. 본래 서식지라 할 수 있는 곳을 다 뒤져봤는데 먹이의 흔적이라고는 찾을 수가 없었습니다.”

       

       “또 바보병이 도졌군.”

       

       적혈서를 위해 들인 노력을 늘어놓았지만 돌아오는 것은 당소열의 한심한 시선과 당도연의 가벼운 웃음이었다. 

       

       “따라와라. 이 녀석의 먹이를 구하러 가야하니까.”

       

       당소열의 뒤를 따라 도착한 곳은 모용세가 섬서분타에서 멀지 않은 도시였다. 

       

       나는 궁금증을 삼키며 당소열의 뒤를 따랐다. 

       

       당소열은 이미 어디에서 적혈서의 먹이를 구했는지 정해 놓았다는 듯이 전장에 들리고 곧바로 목적지를 향해 나갔다. 

       

       그곳은 이 도시에서 가장 거대한 약방이었다. 

       

       “아이구! 어서 오십시오! 당가의 직계 분께서 저희 약방을 방문해주시다니 참말로 영광입니다.”

       

       “환대 고맙네. 환대만큼 물건을 넉넉하게 내어 줄 수 있겠는가?”

       

       물건 많이 산다는 사람을 거절하는 상인이 있을까. 상인의 입이 귀에 걸렸다. 

       

       “물론입죠! 없는 물건까지도 만들어 대령하겠습니다.”

       

       “오 다행이군. 그렇다면 기운이 조금이라도 있는 약초 전부를 사겠네.”

       

       “…예?”

       

       “적어도 오년하수오 이상의 내공증진 효험이 있는 모든 약초를 다 사겠다는 뜻이야.”

       

       상인의 입이 딱 벌어졌다. 상식을 초월한 주문에 어찌할 바를 모르는 상인. 당소열은 그런 상인을 움직이기 위한 최고의 수단을 꺼냈다. 

       

       전표.

       

       금자 100냥짜리 전표를 상인의 가슴에 턱 붙여주는 당소열. 

       

       “부족하면 또 지불하지.”

       

       “다, 당장 대령하겠습니다!!!”

       

       의자가 쓰러지는 것조차 의식하지 못한 채 달려나가는 상인을 보면서 나는 철혈서의 먹이가 무엇인지 그제야 깨달았다. 

       

       답을 알고 나니 왜 이제야 깨달았을까 싶을 정도로 뻔한 답.

       

       철혈서의 먹이는 바로 영초였다.

        

       

       

    작가의 한마디 (작가후기)
    매우 비싼 애완 영물 유지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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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 Became an Outcast the Martial Arts Masters are Obsessed With

I Became an Outcast the Martial Arts Masters are Obsessed With

무협게임 속 고수들이 집착하는 낭인이 되었다
Score 4.0
Status: Ongoing Type: Author: Native Language: Korean

I became Ho Cheon-an, a second-rate warrior in the martial arts game [Murim Cheonha].

To survive, I had no choice but to give enlightenment.

Martial arts masters began to obsess over me.

In Murim Cheonha, where fame means difficulty, getting attention meant death.

Please, just go away.

Please, let me liv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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