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witch Mode

EP.397

       [실비아 님 요즘 표정이 밝아진 것 같네요.]

        

       “그렇습니까?”

        

       돈 걱정도 없고, 더 좋은 집으로 이사도 제대로 끝냈고, 방송하기 좋은 방도 생겼다.

        

       표정이 밝아지지 않는 것이 더 이상할 정도이긴 했다.

        

       “진짜로 밝아지긴 했어. 나 혼자만 읽어내던 때랑은 다르게……. 제대로 표현해보라고 하면 뭐라고 해야 할지 잘 모르겠지만.”

        

       “아마 조명을 조금 더 제대로 된 것으로 달아서 그런 거겠죠.”

        

       돈이 남아서 방송 장비를 제대로 업그레이드했다.

        

       아직 방음부스를 설치한 건 아니지만, 일단 우리 얼굴이 조금 더 제대로 보일 수 있도록 좋은 조명을 쓰고, 카메라도 더 좋은 것으로 바꿨으니 내 표정이 비슷하더라도 인상은 더 밝아 보일 수도 있겠다.

        

       “여러모로 상황이 이전보다 훨씬 좋아져서 그렇습니다. 걱정거리가 여러모로 줄었거든요.”

        

       [복권이라도 당첨됨?]

        

       예리한걸.

        

       뭐, 진짜로 예리하다기보다는 그냥 찍어보았을 가능성이 크지만.

        

       “적어도 생활비에 대한 걱정은 이제 안 해도 된다고 할 수 있겠습니다.”

        

       [아ㅋㅋㅋ 황녀가 생활비걱정할 이유가 있겠냐고ㅋㅋㅋㅋㅋ]

        

       [드디어 황위를 계승받았나요]

        

       살벌한 도네가 왔다.

        

       “황위는 제가 아니라 앨리스가 받을 예정이니 너무 걱정하실 필요 없습니다.”

        

       내 대답에 앨리스의 표정이 다소 미묘해졌지만, 나는 어깨를 으쓱해 보이곤 말했다.

        

       “그럼, 오늘도 게임을 이어서 해보겠습니다.”

        

       *

        

       지난번에 실비아가 전함을 터뜨려버리고 사라진 뒤, 아직도 그녀를 찾지는 못했다.

        

       실비아가 그렇게 사라진 뒤에도 일상은 불안불안하게 이어져 나갔다. 앨리스는 평소보다 덜 웃었고, 클레어는 힘 빠진 듯 축 처진 분위기였고, 여전히 제국과 왕국은 긴장 상태였지만, 그래도 여전히 전 세계를 화마로 몰아넣을 상대는 없었다.

        

       그런 와중에, 갑자기 제도에서 사건이 터졌다.

        

       [여기에서 기다려주십시오. 이 시간부로 아카데미에 계신 분들은 밖으로 나오실 수 없습니다.]

        

       [그게 무슨 소리죠? 이곳에 있는 이들이 누구인지는 알고서 하시는 말씀인가요? 특히 저는, 상황을 알 권리가 있습니다!]

        

       아카데미를 포위한 제국군에게 앨리스가 외쳤지만, 제국군은 고개를 저었다.

        

       [황제 폐하께서 직접 내리신 명령입니다. 귀족분들은 여기서 기다리셔야 합니다.]

        

       [그게 무슨…….]

        

       하지만 근위 기사가 움직이지 않자, 앨리스는 망연자실하게 중얼거렸다.

        

       “…….”

        

       다들 게임을 플레이하는 나를 빤히 바라보았다.

        

       “다시 한번 말씀드리지만, 저 안의 실비아 팬그리폰과 저는 다른 존재입니다. 제가 저 존재와 같은 존재였다면 우리가 있던 세상에서도 완전히 똑같은 일을 벌이지 않았겠습니까?”

        

       “아니, 알고는 있는데…….”

        

       나의 항변에 앨리스가 고개를 갸웃거렸다.

        

       “솔직히 말하자면, 실비아가 벌일만한 행동이 아닌가요?”

        

       “저를 어떻게 보고 계시는 겁니까?”

        

       나는 어이가 없었다.

        

       “맞아.”

        

       그래도 클레어는 나의 항변에 힘을 보태주었다.

        

       “언니라면 분명히 저렇게 하기 전에 일단 저지르기부터 했을 테니까. 그리고 안 되면 시간을 돌렸을 것이고.”

        

       …….

        

       대체 이 아이들 사이에서 내 이미지는 어떻게 되어 먹은 걸까.

        

       [실비아라면 그러고 남을듯]

        

       띠리링.

        

       그런 도네가 와서 나는 정색하고 꺼버렸다.

        

       “적어도 저는 여러분과 함께 있을 때 행동했을 겁니다.”

        

       나의 말에, 내 뒤에서 함께 게임을 보고 있던 네 사람은 잠깐 생각하더니 고개를 끄덕였다.

        

       “확실히, 그건 그래.”

        

       “우리한테 아무 말도 안 하지는 않겠죠. 다짜고짜 말할 뿐.”

        

       샤를로트의 그 말에는 나도 할 말이 없었다.

        

       그래, 뭐. 지금까지 내가 벌인 일들이 죄다 다짜고짜 일어나긴 했었지.

        

       “…….”

        

       내 뒤통수를 바라보는 미아의 시선이 따가웠다.

        

       나는 일단 그 시선들을 무시하고 계속 게임을 이어 나갔다.

        

       시간이 조금 흘러 아카데미 안에서는 학생들이 모여 대책을 논의하고 있었다. 당연히 주축이 되는 인원들은 실비아를 제외한 나머지 캐릭터들.

        

       물론 여기에 레나와 소피아는 아직 없었다. 내용상 등장하지 않았으니까.

        

       소피아야 뭐 전작에서도 등장했지만, 레나는 진짜 모르겠네. 나도 모르던 캐릭터였으니까.

        

       아무래도 실비아 팬그리폰이라는 캐릭터도 등장했으니, 이 후속작에서 나올지도 모른다. 제국 편 스토리가 완결 나긴 했지만, 아직 설정상 지도에서 대륙의 절반 이상이 밝혀지지 않은 상태였기 때문이다. 어쩌면 후속작은 리클란트 자치국과 관련이 있었을지도.

        

       ……아무튼.

        

       [한 가지, 의심스러운 게 있어.]

        

       그렇게 학생들이 모여서 의견을 나누던 중, 앨리스가 의견을 냈다.

        

       [근위 기사라면 내가 잘 알고 있어. 어렸을 적부터 내 주변을 호위해주던 사람들이잖아. 내가 대단히 사교적인 성격은 아니었지만, 그래도 얼굴 정도는 아는 사이인데……]

        

       [……기사들은 모두 투구를 갖추고 있었지.]

        

       레오가 중얼거렸다.

        

       [전부 얼굴을 확실하게 가리고 있었어. 마치 누가 얼굴을 볼까 걱정스럽기라도 하다는 것처럼.]

        

       [작전 중이라면 그럴 수도 있죠.]

        

       하지만 레오의 말을 샤를로트가 반박했다.

        

       [방어구를 갖춰 입는 것은 전투상황에서는 당연한 일이 아닌가요?]

        

       [……그러면 확인해볼까.]

        

       앨리스가 말했다.

        

       [가리개를 올려달라고 해서 확인해보는 거야. 황녀인 내 말이라면 따르는 사람이 있겠지.]

        

       “확실히, 근위대 얼굴이라면 대부분 알고 있긴 해.”

        

       앨리스는 곰곰이 생각하며 말했다.

        

       “어린 시절의 나는 실비아한테 황위를 빼앗길까 봐 진짜로 걱정했으니까. 황실의 모든 것을 알고 있으면 아버지도 나를 인정해줄 거라고 생각했거든. 그래서 황실에서 일하는 사람들의 얼굴과 이름도 필사적으로 외웠지.”

        

       [아니 진짜 황녀냐고ㅋㅋㅋㅋㅋㅋ]

       [컨셉에 너무 충실하잖아요ㅋㅋㅋㅋㅋㅋㅋ]

        

       이제 슬슬 포기할 때도 되었는데, 우리가 하는 말에 저렇게 반응하는 사람들이 아직도 남아있었다.

        

       그래도 대부분은 [앨리스라면 그럴 것 같긴 해]라던가 [개발자 노트에서도 비슷한 말 나왔던 것 같음]이라고 반응했지만.

        

       ……그 개발자 노트가 내가 번역했던 건가? 하는 생각이 잠깐 떠올랐지만, 그런 과거를 들키고 싶지 않았던 나는 그 기억을 다시 꾹꾹 눌러 저 깊은 곳으로 보내버렸다.

        

       “주변 사람들 얼굴이라면 확실히 외워질 수밖에 없긴 하죠. 호위에서 가장 중요한 것은 신뢰니까요. 신뢰는 친밀감으로 이어지기도 하고요.”

        

       샤를로트도 고개를 끄덕이며 말했다.

        

       나도 그 정도까지는 아니었지만, 확실하게 기억나는 얼굴이 몇몇 있는 것을 보면 샤를로트의 말도 맞는 것 같다. 지금 여기 있는 아이들 정도까지는 아니더라도 어느 정도 뒤를 맡길 수는 있겠지.

        

       “그런가요……?”

        

       하지만 가장 뒤에서 함께 게임을 보고 있던 미아가 고개를 갸웃거리며 그렇게 말하자, 방 안이 찬물이라도 끼얹어진 듯 조용해졌다.

        

       “…….”

        

       그러고 보니 미아네 집안은 마약을 팔아 돈을 버는 집안이었지.

        

       게다가 미아의 어머니는 극심한 의부증을 앓고 있어서 집 안에 들어오는 모든 여성 사용인을 엄청나게 의심했었다.

        

       그런 환경에서 자란 미아에게 ‘확실하게 믿을 수 있는 아랫사람’이 있었을까?

        

       “……믿을 수 없는 사람이 있을 수도 있지만, 그렇기에 더 얼굴을 기억하고 있는 편이 유리하겠죠.”

        

       내가 겨우 짜낸 말에 다들 고개를 끄덕였다.

        

       이번에는 미아도 “아아.”하면서 고개를 함께 끄덕였다.

        

       아직도 마음속의 어둠이 있구나.

        

       [미아쟝ㅠㅠㅠㅠㅠ]

       [ㅠㅠㅠㅠㅜㅜㅠㅠ]

       [뭐라도 사다 먹여요]

        

       ……오늘은 야식이라도 시켜줄까.

        

       나는 진지하게 고민하면서 컨트롤러를 조작했다.

        

       *

        

       [당신들, 누구죠?]

        

       요청을 거절당한 앨리스가 도끼눈을 뜨고 근위 기사를 바라보았다.

        

       […….]

        

       [아버지께서 당신들의 얼굴을 숨기라고 명령하셨다고요? 그렇다면 그렇게 근위 기사의 갑옷을 입으라고 하지도 않으셨겠죠. 그렇게 철저하신 분이.]

        

       앨리스는 뒤로 한 발자국 물러났다. 옆에 있던 동료들이 무기를 꺼내 들었다.

        

       “몇 번이나 보는 장면이지만…… 대체 무기가 어디서 나오는 거죠?”

        

       등에 메고 있지도 않았던 무기가 바로 손에 들리는 것을 보고 샤를로트가 눈을 가늘게 뜨고 말했다.

        

       “……이미 가지고 있었다는 설정일 겁니다.”

        

       “그런 건가요?”

        

       “……아마도.”

        

       “그러니까 모른다는 거네요.”

        

       그러게.

        

       이상하게 물어보는 사람이 아무도 없었고, 그래서 개발자들도 알려주지 않은 이야기이긴 했다.

        

       하나하나 따지기엔 모든 컷신을 다 따져야 하는 이야기니까.

        

       그냥 게임적 허용이라고 하고 넘어가야겠지.

        

       [정체를 말하지 않는다면, 저희는 당신들을 적이라 판단하겠습니다.]

        

       […….]

        

       [……좋습니다. 그럼, 어떻게든 당신들을 제압해 그 얼굴을 보도록 하죠.]

        

       앨리스는 그렇게 말하며 검에 손을 올렸다.

        

       “……당신의 검술로 근위 기사단을 제압할 수 있다고 생각한 겁니까? 진심으로?”

        

       “……저거 나 아니야.”

        

       앨리스는 내가 했던 변명과 완전히 똑같은 변명을 했다.

        

       뭐, 어차피 게임이야 우리가 조작해서 이기게 하는 거니까.

        

       사람보다 훨씬 거대한 괴물을 상대로도 이기는데, 근위 기사라고 못 이기려고.

        

       그래서 어떻게 이겼냐고 물어본다면 대답할 길은 없지만.

       

    작가의 한마디 (작가후기)
    오늘도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
    다음화 보기


           


The Protagonist and Their Party Are Overly Diligent

The Protagonist and Their Party Are Overly Diligent

Status: Completed Author:
I got transported into a steampunk-themed JRPG developed by a Japanese game company. Somehow, I ended up becoming an executive in the villain faction. However, the protagonist and their party are excessively diligent.

Comment

Leave a Reply

Your email address will not be published. Required fields are marked *

Options

not work with dark mode
Rese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