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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P.397

    루크와 서드는 그렇게 이런저런 내용의 대화를 하며 점차 인적이 드문 길을 향해 발걸음을 옮기고 있었다.

    “그나저나, 서드. 피부가 많이 나아진 것을 보니 기분이 좋구나. 내가 알려준 대로 약은 꾸준히 바른 모양이지?”

    “예, 그렇죠. 정말 감사합니다.”

    서드는 항상 얼굴을 반쯤 뒤덮고 있던 반창고와 붕대를 오늘은 많이 떼어낸 상태였다.

    아마 자신의 약을 통해 그만큼 육신과 영혼이 잘 치유되고 있다는 뜻이겠지.

    이는 스승으로서 참으로 기분좋은 일이다.

    사실 신성력을 얻고 나서도 일반인에게 신성력을 사용하는 것과 마법사에게 신성력을 사용하는 것은 완전히 다른 이야기라서 일단은 지켜보고 있었는데, 잘 회복되는 것 같아 다행이라는 생각이 든다.

    그러던 중, 루크의 상태가 이전과 다르다는 느낌을 받은 서드가 돌연 감탄하듯 내뱉었다.

    “스승님이야말로 축하드립니다. 또 경지가 오르셨군요.”

    “흐음, 그걸 알아차렸느냐.”

    ‘놀랍군, 역시 서드는 감각만큼은 굉장히 뛰어나단 말이지.’

    하긴, 마나나 서클의 변화등에 민감한 아이니, 자신의 상태를 눈치를 채는 것도 크게 이상한 것은 아니다.

    하지만 그렇다고 하더라도, 루크의 서클이 변화한 것을 한번에 알아볼 수 있으리라고는 생각하지 못했다.

    왜냐하면, 자신은 제대로 경지를 상승시킨 것이 아니라 그냥 여차하면 사용할 수 있도록 기초적인 작업만 해둔 상태였으므로, 그냥 봐서는 여전히 5서클에 불과한 몸이었기 때문이다.

    자신은 단순히 길을 터 놓기만 했을 뿐, 아직 거기에 도달한 것은 아니라는 것.

    그렇기에 루크는 무뚝뚝하게 입을 열었다.

    “허나 그리 축하할 것 하나 없다. 제대로 6서클을 다룰 수 있게 된 것이 아니라, 만일을 위해 그냥 형태만 잡아두었을 뿐이니까.”

    “그렇습니까?”

    며칠 전, 루크는 몸 안의 독을 빼내며 6서클의 필요성을 실감했다.

    6서클의 권한은 의지와 추상에 대한 권한.

    그것은 자신의 의지와 추상의 개념을 비로소 외부에 발현할 수있게 되는 단계이며, 동시에 자신에게 존재하는 의지와 추상에 대한 강화 역시 이뤄진다.

    따라서 6서클이 있다면 이전과 같이 알 수 없는 약물에 중독당해 마나 속박현상에 당하더라도 어느정도는 의지를 발현하여 마나를 조작할 수 있게 된다는 뜻이며, 동시에 외부에서 약물이 신체 내부에 미치는 영향도 의지로 어느정도 억제할 수가 있게 된다.

    괜히 5000년전의 ‘마계 원정’을 나설 인원을 고를 때에, 6서클 이상의 마법사만을 징집한 것이 아니라는 것.

    ‘뿐만 아니라, 이는 시가르마타와 같은 의지와 추상으로 밀집된 존재와 대적하기 위한 ‘최소조건’이기도 하다.’

    시가르마타는 오랜시간 중간계에서 떠난 채로 죽음을 다루었기에 현재는 육신을 잃고 일종의 사념체의 형태로 이뤄져 있다.

    그러니 그녀와 맞서기 위해서는 6서클의 도움이 반드시 필요할 것이다.

    하지만, 자신의 6서클은 현재로서는 굉장히 불안정할 뿐 아니라 불안하다.

    형태만 잡아둔 6서클을 가지고 권한을 행사한다면 분명히 돌이킬 수 없는 상황에 놓이게 될 가능성도 있었으니까.

    자칫하면 서클 폭주가 일어날 가능성이 높다.

    그리고 그것은 서클인 자신에게는 굉장히 치명적인 상황이 되겠지.

    하지만 어쩔 수 없다.

    지금은 기초를 탄탄히 잡아가며 정규과정을 거쳐 서클을 키울 수 있는 환경이 아니지 않은가.

    ‘내 예상보다 상황이 더 좋지 않을 수도 있어.’

    애초에 루크가 시가르마타를 추방하면서 자신에게 주어졌으리라 예상했던 기간은 일년.

    그러나 지금의 상황으로 보면 시가르마타의 현신은 그보다 훨씬 앞당겨질 가능성도 점쳐지고 있다.

    따라서 루크는 계획보다 훨씬 더 많은 것들을 생각하고 준비해야 했다.

    ‘자, 과연 내가 준비할 수 있는 것중에 남은 것은 뭐가 있을까.’

    그런 생각을 하며 걷던 중.

    “그래서, 제게 하고 싶은 질문이라는 게 무엇입니까? 스승님.”

    “음.”

    서드의 말에 상념에서 빠져나와 주변환경을 둘러본 루크는 마침내 자신이 원하던 장소에 도착했다는 것을 깨달았다.

    주변에 누군가 엿들을 사람도 없고, 엿보일 걱정또한 없는 어느 한 골목길.

    ‘좋아, 이 정도면 이야기를 해도 되겠군.’

    곧 루크는 주머니에서 예의 그 물건을 꺼내 뒤의 서드에게 마치 동전처럼 손가락으로 튕겨 보냈다.

    “서드, 받거라.”

    -팅-.

    서드는 자신을 향해 빙글빙글 돌며 날아오는 작은 물체를 가볍게 받아냈다.

    조금 갑작스럽기는 했지만, 그것을 놓칠만큼 서드는 둔하지 않았다.

    -탁.

    곧 서드는 자신이 받아낸 물건을 가만히 바라보며 중얼거려렸다.

    “이건…….”

    서드는 의문스런 표정을 지었다.

    기껏해야 손가락 마디 정도 되는 크기의 어디에 쓰이는 지 알 수 없는 작은 원통형 물체.

    하지만, 미묘하게 불안한 느낌이 든다.

    대체 이 물건은 뭐지?

    “드워프의 지팡이에 쓰인 탄이다.”

    “이게, 드워프의 지팡이에 쓰이는 탄이라고요?”

    루크의 말에 서드는 묘한 기분이 들었다.

    드워프의 지팡이라는 건, 데이그란트같이 아직 마계화가 심각한 외곽지역이 아니고서야 사용할 일도 없을 뿐더러, 지팡이로 비교적 간단히 사용할 수 있는 마법에 비하면 그저 비싸고 불편한 장난감에 불과했으니까.

    그리고, 그런 것 말고도 이것은 뭔가 기묘하다.

    “이건 일반적으로 지팡이에 사용된다 알려진 것과도 생김새가 조금 다른 것 같습니다만.”

    “오호. 그래도 약간은 알아보는 모양이구나.”

    뭔가 알아낼 것 같다는 생각에 루크의 목소리는 약간 밝아졌다.

    서클이 되새겨지며 뒷세계와 관련한 기억은 많이 잃어버리기는 했지만, 무기에 대한 지식만큼은 이후 다시 학습하였기에 서드는 이것이 일반적인 생김새가 아니라는 것 쯤은 알 수 있었다.

    루크 역시 서드가 의문을 품은 부분을 알기에 고개를 끄덕였다.

    “그래, 쏘아지는 탄이 보이질 않지.”

    루크가 조사한 바 일반적으로 탄이라고 하면, 마치 대포처럼 탄 내의 화약을 폭발시켜 그 추진력으로 무언가를 쏘아내는 방식이므로 필연적으로 쏘아질 것과 폭발하는 것이 존재해야 지팡이 내부에서 무언가가 발사될 수가 있다.

    하지만 이것은 터지는 것도, 쏘아지는 것도 없다.

    오로지 액체로만 채워진, 얼핏 봐서는 약품통과 다를 바 없어 보이는 물건.

    루크가 입을 열어 설명했다.

    “내가 몇개를 분해해본 결과, 이건 액체형 탄두를 순간적으로 고체화시키며 발사해, 생물의 내부에 빠르게 흡수시켜 마취시키는 성능을 지니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그 말은, 이게 액체형 마취탄이란 말입니까? 그렇다면 별로 위협적일 것 같지는 않은데요.”

    “그게 나의 실드를 뚫었어. 나의 체내 마나도 고정시켰고.”

    “……예?”

    서드는 경악했다.

    스승님의 그 실드를 뚫다니, 그런 게 말이 되는 일인가?

    서드가 알기로 루크의 실드는 용이 쏘는 브레스정도의 화력이 아니라면 그 무엇도 루크에게 영향을 줄 수 없을 거라고 단언할 수 있었다.

    헌데 이 작은 물체가 실드를 뚫어냈다니, 서드는 그것이 믿기지 않았다.

    그 뿐인가?

    스승의 체내 마력량은 이미 세계수의 코어를 뛰어넘을 정도로 일반적인 생물은 지닐 수 없는 압도적인 양이 아니던가.

    그런 스승의 체내 마나마저 고정시킬 수 있었다면, 이건 절대로 여간 물건이 아니라는 얘기다.

    루크가 말을 이었다.

    “마계의 기운과 유사한 작용을 하는 약품이 그 안에 채워져있더군. 아마 그래서 나의 실드를 마법단위로 뚫고 나에게 피해를 줄 수가 있었던 거겠지.”

    과연, 마계의 기운을 담은 약품이라.

    서드는 마계의 대기에 관해 전해지는 이야길 떠올렸다.

    모든 마법을 망가트리고 마나를 흩어버린다는 그 힘을 약품으로 만든다면, 분명 그런 효과가 나는 것도 이상한 이야기는 아닐 것이다.

    허나 그와는 별개로, 대체 이런 물건이 어디서 나타났는가에 관한 이야기는 여전히 의문으로 남는다.

    마계의 기운을 농축시켜 쏘아낸다니?

    그런 기술은 그동안 들어본 적도 없었다.

    서드는 미간을 모으며 말했다.

    “대체 이건 어디서 나셨습니까?”

    “어느 시설에서. 역시 기억나는 건 없느냐?”

    “글쎄요…….”

    서드는 그것을 손가락으로 천천히 돌리다 문득, 어떤 문양을 발견했다.

    “흐음.”

    정삼각형의 중심에 위치한 십자가, 그리고 십자가가 교차하는 부분에 놓인 기묘한 눈 모양.

    단순한 인챈트라고 보기에는 너무나 꺼림칙한 느낌이 든다.

    “이 문양은…….”

    “역시, 뭔가 알겠느냐?”

    서드의 중얼거림에 루크가 약간의 기대감을 담아 물었지만, 서드는 여전히 인상을 찌푸리며 그것을 뻔히 들여다보고만 있었다.

    그에 조바심이 난 루크는 서드를 향해 닥달하듯 말을 이었다.

    “아무거나 말해보거라. 이 물건이나 문양에 대해 짐작이 가는 거라면 무엇이든 좋다.”

    “그게…….”

    하지만 서드의 대답은 루크를 허탈하게 할 뿐이었다.

    “죄송합니다. 전혀 기억이나질 않는군요.”

    “……그런가.”

    루크의 귀가 축 처졌다.

    서드가 이에 대해 모른다면, 당최 누구에게 이 물건에 대해 묻고 단서를 찾아야 한다는 말인가?

    루크는 그저 막막할 따름이었다.

    “하지만, 알 만한 사람은 압니다.”

    “그런가?”

    그러자 이어진 서드의 말에 루크의 귀가 다시 쫑긋 섰다.

    그것을 가만히 바라보던 서드는, 자신의 스승은 표정이 보이지 않더라도 감정이 굉장히 잘 드러나는 것 같다는 생각을 했다.

    아니면, 혹시 감정에 따라 자신의 귀가 움직이고 있다는 걸 모르고 계시는 건 아닐까?

    ‘설마, 스승님도 알고 계시겠지.’

    그러니 굳이 지적하지는 말도록 하자.

    작가의 한마디 (작가후기)
    수인에게 귀의 쓰임새는 역시 감정 컨닝용이 아닐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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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he Archmage dreams of being an Archmage again

The Archmage dreams of being an Archmage again

다시 대마법사를 꿈꾼다 대마법사였던것은
Score 4.2
Status: Ongoing Type: Author: Native Language: Korean

5000 Years in the future, the Archmage Luke Irushi opened her eyes again. The world has changes so much.

Horseless carriages, an entertainment box with audio and video, food and spices she has never seen before…

And, a changed magical system!

It wasn’t just the world that change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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