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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P.397

       “파이스. 해설이 하는 말 들었어? 라딘보고 허수아비랜다. 허수아비.”

       

       파이스는 키득대는 화면을 가리키며 키득거리는 동료를 보며 어색한 웃음을 지었다.

       

       한국어도 모르는 녀석이 어찌 저걸 보고 있나 했더니 귀에 무선 이어폰이 꽂혀 있었다. 저걸 통해서 어느 정도 번역이 되는 것이리라.

       

       “이 사람 진짜 뒤를 안 보네. 그래서 재밌긴 하다만.”

       “재밌어? 난 짜증만 나는데.”

       

       미소를 짓는 동료의 모습에 다른 사람이 턱을 괸 채 퉁명스러운 말을 전한다.

       

       방금 전 1경기에서 QZ게이밍의 선수에게 패배한 그는 화령이 있는 쪽을 바라보면서 대놓고 기분나쁘다는 티를 냈다.

       

       “화령이라고 했나? 저 사람이 아마추어치고는 실력이 있다고 하지만 그래봐야 아마추어잖아. 프로의 세계에 발도 안 들인 사람이 저런 말을 하다니.”

       

       그가 짜증을 내는 것도 당연한 일이었다. 방금 전 대결에서 패배한 것도 짜증이 날 텐데 해설에 의해 여러 독설을 들은 것까지 알게 되었으니.

       

       “야. 왜 이렇게 심각해? 이벤트전이잖아?”

       “너 같으면 짜증이 안 나겠냐?”

       “아. 조치. 그렇게 성격이 급하니까 구멍도 못 보는 거야. 벌써 노안이 오면 어떡해?”

       “…애커만. 이 새끼야.”

       

       졸지에 노안 프로게이머라는 별명이 붙여진 조치다. 짜증을 꾹꾹 눌러 담고 있는 것만으로도 그의 인내심에 박수를 쳐주어야 했다.

       

       허나 애커만은 조치의 미간이 찌푸려진 걸 보고서도 깐족거리는 걸 멈추지 않았다.

       

       “그리고 말이다. 해설 들어보면서 틀린 말은 없었잖아?”

       “…그건.”

       “그치? 다 네가 할 수 있는 것들이었고, 다 네가 저지른 실수들이었어. 그러니까 방금 전 해설을 몇 번이고 다시 듣고 있는 거잖아.”

       

       애커만이 어깨를 으쓱이며 한 말에 조치가 입을 다물었다.

       

       조치도 알고 있었다. 화령의 훈수가 게임을 알지 못하는 이들이 제멋대로 내뱉는 것과는 다른 종류라는 걸 말이다.

       

       그녀는 어디까지나 조치가 할 수 있었으나 못한 것들에 대해서만 이야기했다.

       

       심지어 말이 되나 싶은 이야기조차도 그녀의 설명이 따라 붙으면 자기도 모르게 납득하게 되었으니. 겉으로는 틱틱대는 조치도 화령의 안목에 대해서는 인정하는 바였다.

       

       다만 그걸 인정해버리면 자기자신의 멍청한 실수와 부족함을 마주해야하기에 애써 외면하고 있을 뿐.

       

       “문제점 고쳐서 다음 경기에서 좋은 말 나오게 하면 되잖아. 설마 자신 없냐?”

       “없을 리가.”

       

       휴. 싸움 나는 줄 알고 끼어들 타이밍을 재고 있었는데 잘 풀렸네.

       

       상황이 해결하는 것을 본 파이스가 속으로 안도하고 있던 때에 애커만이 갑자기 파이스를 들먹였다.

       

       “처음에 파이스가 꼭 만나고 싶다 난리를 피울 때는 얼굴에 빠진 줄 알았는데 이렇게 보니까 알겠네. 실력 있는 사람이야.”

       

       파이스가 화령과 만나보고 싶다 이야기를 했을 때부터 농담처럼 했던 이야기. 다른 장소였다면 파이스도 웃으며 받아쳤을 이야기.

       

       허나 파이스는 이번에 차마 웃지 못했다.

       

       그도 그럴 것이 같은 공간에 화령이 있었으니까.

       

       팀 파일이 있는 곳과 해설석과는 어느 정도 거리가 떨어져 있다만 상대는 화령이다.

       

       파이스조차 그 깊이를 알 수 없는 드높은 초월자. 그녀에게 공간은 아무런 의미도 지니지 못할 터.

       

       그것을 알기에 파이스는 다소 딱딱한 얼굴로 애커만을 다그쳤다.

       

       “…몇 번이나 말했잖아. 그런 거 아니라고.”

       “왜 이렇게 정색해? 실제로 보니까 생각이 달라졌어? 하긴 저 사람 엄청나게 예쁘긴 했지.”

       “아니라니까?”

       “오. 파이스.”

       

       허나 그 정색은 역효과를 발휘했다. 애커만의 입을 다물기는커녕 조치의 관심까지 불러일으키고 말았으니까.

       

       “여자팬들이 아무리 달려들어도 관심 없어서 이상하게 생각했는데 그냥 눈이 높은 거였구나.”

       “저 정도는 되어야한다는 건가. 어렵네. 자칫 잘못하다간 평생 혼자서 살겠는데?”

       “아니라고 몇 번 말해?! 내 취향은 좀 더 부드럽고 온화한!…”

       ‘파이스! 파이스으으!’

       

       열이 올라 항변을 하던 파이스는 다급하게 자신을 부르는 정령의 목소리에 고개를 들었다.

       

       하얀 색의 여우 가면이. 눈의 틈새 사이로 보이는 검은 눈동자가. 이 곳을 바라보고 있었다.

       

       오. 씨발.

       

       “아. 리단. 저 새끼도 지겠네.”

       

       좆 된 거 아닐까하는 생각에 파이스가 입술을 우물거리던 때에 이미 이 사단을 만들어낸 두 사람은 경기화면을 바라보는 중이었다.

       

       “QZ게이밍 왜 이렇게 강해진 거야? 선수는 별로 바뀐 것도 없는데.”

       “예전엔 한서우 원맨팀이었는데 이제는 그것도 아니네.”

       “이야. 이러다가 아피스컵에서 참사 일어나는 거 아냐?”

       

       아니. 이 새끼들 진짜. 누구는 지네가 친 장난 때문에 생사가 왔다갔다하는 중인데 저 놈들은 문제를 일으켜놓고 모른 체를 하다니!

       

       더 짜증나는 건 이 울분을 풀 수 없다는 사실이다!

       

       화령님의 정체나 내 정체에 대해 발설할 수 없는 이상 저 녀석들에게 화를 내봐야 진짜 관심있었냐는 이야기를 들을 뿐이잖아!

       

       “끝났네. 끝났어.”

       “이젠 우리가 파이스 원맨팀인가.”

       “아니지. 투맨이야. 나랑 파이스로.”

       “지랄하네. 꼭 처발리고 질질 짜면서 오기를 바라마.”

       

       파이스는 티격대는 두 사람을 살피다 긴 한숨과 함께 얼굴을 쓸어내렸다.

       

       경기장 한 가운데에 설치된 화면에선 QZ게이밍의 프로게이머가 승리했단 사실을 알리고 있었다.

       

       *

       

       [경기 정상적으로 시작하네?]

       

       파이스 쓰러졌다길래 경기 취소되는 줄 알았는데 강행하는구나? 바로 치킨시켜야겠다.

       

       – 아. 경기 안 할 줄 알고 이미 치킨먹고 맥주 마시고 다 했는데.

       └ TIP : 치킨을 먹었다면 또 시키면 된다.

       └ 누구 돼지새낀 줄 알아? 방금 치킨 먹었는데 또 어케 먹냐.

       └ TIP : 술을 마셔서 방금 전에 치킨을 먹었단 사실을 잊으면 먹을 수 있다.

       └ 오. 너 천재냐? 당장 실행하러 간다.

       └ ㅁㅊ새끼들

       

       [도윤이형 해설!]

       

       키야아. 역시 이런 큰 경기엔 도윤이형이지! 믿고 있었다구!

       

       – 상황 설명하는 목소리만 들어도 안심된다.

       

       – 개꿀잼 경기에 개꿀잼 해설인가.

       

       [특별해설 화령]

       

       <도윤과 가면을 쓴 화령이 해설석에 앉아있는 이미지>

       

       – 이왜진

       

       – 화령이 왜 거기서 나와?

       

       – 화령 해설 잘함?

       └ 말 잘하고 보는 눈 좋아서 잘하는 편이긴 할 걸.

       └ 근데 오프라인이라서 잘 모르겠다.

       

       – 화령 왜 공손한 어투 써?

       └ 오프에선 원래 저럼.

       └ ㄹㅇ?

       

       – 화령이 이런 거 잘하긴 하는데 괜찮을까? 처음 제대로 해설하는 것치고 너무 큰 무대인데.

       └ 나도 살짝 걱정 됨.

       └ 둘 다 팬덤 크기로 유명한 팀이니까.

       

       [뭐야. 화령 해설 겁나 잘하잖앜ㅋㅋㅋ]

       

       이 사람 보는 눈이 얼마나 좋은 거야? 그냥 말하는 대로 게임이 진행되니까 너무 신기하다. 이런 해설 처음 봐.

       

       – 세계 최초 무당형 해설.

       

       – 10초 뒤 화면 미리 보고 이야기하는 줄 알았음.

       

       [근데 화령 이 사람 지가 뭔데 이렇게 억까함?]

       

       그래봐야 아마추어 아님? 일반인이 뭔데 선수들 억까함?

       

       존나 답답하다는 듯이 한숨 쉬는 거 꼴뵈기 싫네. 지도 직접 해보라면 못 할 거면서.

       

       – 큐갈? 대깨파?

       └ 대깨파일 듯? 지는 쪽이 팀파일이니까.

       

       – 화 많이 났네.

       

       – 화령이 억까를 했던가?

       └ 까긴 많이 깠지.

       └ 억지는 아니잖아?

       └ 다 근거 있는 훈수긴 했어.

       

       – 화령빠들 졸라 많네. 그래서 화령이 지가 말 한거 직접 할 수 있음?

       └ 하지?

       └ 할 걸?

       └ 지금 저것도 자기 나름대로 타협해서 이야기한 거임.

       └ 자기 기준이었으면 진짜 괴상한 설명이 튀어 나왔을 걸.

       

       [도윤이 형 결국 포기했구나]

       

       그래. 화령이 옆에서 저러는 데 도윤이 형이 어쩌겠어.

       

       [오늘 경기 꿀잼이기는 한데.]

       

       QZ게이밍이 생각보다 엄청 쌔네. 아무리 폼이 올랐다 해도 팀파일은 팀파일인데 벌써 스코어 3:0이라니.

       

       예전의 월급도둑들은 어디가고 세계 최강팀이 등장한 거지.

       

       – 캬. 이번 아피스컵 우승은 따놓은 거나 마찬가지네.

       └ 호들갑 ㄴ

       └ 경기 양상 자체는 아슬아슬해서.

       

       – 근데 이건 아직 호들갑인 듯. 앞 전 경기 다 져도 이상하지 않았다고 생각함.

       └ ㅇㅇ.

       └ 화령도 기세에 밀린거라고 그랬지. 실력 자체는 큰 차이 안 난다고 그랬잖아.

       └ 프로 이야기하는 데 화령이 왜 나옴?

       └ 대깨파?

       

       – 파이스 아직 안 나왔다.

       └ 그럼 뭐 함? 어차피 이번 매치업 승리는 결정 된 상태인데?

       

       [첫 경기는 3:2로 끝인가.]

       

       파이스가 더 일찍 나와서 분위기 뒤집었으면 몰랐을 듯?

       

       – 파이스 나와서 기세 뒤집어 주니까 분위기가 달라지더라.

       

       – 파이스는 파이스였어.

       

       – 분명 한서우 예전에 비해서 훨씬 더 강해졌는데 왜 파이스는 더 강해짐?

       

       – 아. 진짜. 우리 서우 언제 파이스 한 번 이겨보냐.

       

       [이제 연승전임?]

       

       이긴 사람이 계속 싸우는 거지?

       

       – ㅇㅇ

       

       – 이건 뭐 답없지.

       

       – 파이스를 어케 쓰러트려.

       

       – 그냥 선수 중 하나 해설로 들어가고 화령이 선수로 나와주면 안 됨?

       └ ㅋㅋㅋ.

       └ 차라리 이게 낫겠다.

       

       [아. 그냥 바로 화령이랑 파이스 이벤트전으로 넘어가면 안 되나?]

       

       어차피 결과 뻔하잖아.

       

       – 파이스가 쓰러지지 않아.

       

       – 항상 나오던 그 양상.

       

       – 화령 지는 얼마나 잘하는 지 한 번 보자.

       

       *

       

       처음으로 펼쳐진 경기에서는 QZ게이밍이 승리를 거두었다. 실력의 차이가 크지는 않았다.

       

       본인이 생각하기에는 비등비등하거나 약간 부족한 수준이었지.

       

       허나 본인의 조언을 기반으로 QZ게이밍의 이들이 급격히 성장한 것에 적응하지 못한 듯 저들은 기세에 밀려나 어쩔 줄 몰라하며 패배했다.

       

       그로부터 얼마 지나지 않아 시작된 두 번째 경기.

       

       이번에는 한 선수가 패배할 때까지 다른 선수들과 계속해서 싸울 수 있는 형식이었다.

       

       누군가 뛰어난 한 사람이 있다면 홀로 모든 이들을 쓰러트리고 승리를 가져올 수 있는 룰.

       

       도윤에게 그 이야기를 들었을 때부터 난 이미 경기의 결과를 확신하고 있었다.

       

       다른 이들은 어찌저찌 쓰러트릴 수 있다 하여도 다른 세상에서 수많은 위기를 넘어온 무인을 무너트리는 것은 현대인에게는 불가능한 일이었으니까.

       

       나의 예상은 틀리지 않았다. 이전의 패배를 되갚아 주겠다는 듯 맨 처음부터 얼굴을 들이민 파이스가 QZ게이밍의 모든 선수들을 박살내기 시작한 것이다.

       

       한 번의 흔들림도 없이 모든 이들을 쓰러트리는 파이스의 모습은 그야말로 압도적이었으니.

       

       팀파일의 다른 선수들은 파이스가 펼치는 무위를 구경하다 그대로 승리를 가지게 되었다.

       

       “다 져버렸네요. 좋은 모습 보여드리고 싶었는데.”

       

       파이스에게 두 번의 패배를 경험한 한서우는 자신의 무력함이 아쉬운 듯 표정을 풀질 못했다.

       

       “잘 하셨어요.”

       

       그래서 내 녀석에게 칭찬의 말을 건네주었다. 충분할 정도로 잘 했다고 말이다.

       

       “아하하. 신경 써주지 않으셔도.”

       “예의상 하는 말이 아니라 진짜로 잘하셨어요.”

       

       여기에는 자그마한 꾸밈도 없느니라.

       

       그대는 충분하고도 남을 정도의 모습을 보여주었다.

       현대에서 태어나 자란 아해가 세상을 구하고 온 이를 상대하며 아쉬움을 품을 수 있다는 것 자체가 대단한 일이다.

       

       아직 고칠 구석도 많고 나아갈 구석도 많다는 걸 생각해보면 내 그대에게 충분히 잘했다는 이야기를 전해줄 수 있을 터.

       

       그러니 그 선전에 대해 내 그대에게 한 가지 선물을 주도록 하겠다.

       

       “잘 봐 두세요. 어떻게 쓰러트리는 지 알려드릴 테니까.”

       

       영웅을 쓰러트리는 법을 알려주마.

       

    작가의 한마디 (작가후기)
    Ilham Senjaya님 보러 와 주셔서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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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he Heavenly Demon is Broadcasting

The Heavenly Demon is Broadcasting

천마님 방송하신다
Status: Completed Author:
He couldn't pass his habits to others upon his return. The Heavenly Demon remained a martial artis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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