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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P.397

    <397 – 준비물>

     

    학생회 하부조직에는 휴학생단속국이 있다.

    일전에 3학년 전용구역을 털려고 들이닥친 휴학생 겸 재단장학생 선배들을 복날 개 패듯이 담가버린 학생회 임원 만델라 카스테라.

    그녀의 등장만 봐도 알 수 있다.

    휴학생이 재학생 구역에 침범하지 못하도록 저지하는 일에 학생회는 진심이다.

    반대로 재학생도 휴학생 구역에 들어가선 안 된다.

    포인트를 탐내는 휴학생이 재학생에게 어떤 범죄를 저지를지 모르기 때문이지.

     

    ‘이해는 가는데 그래서 더 서둘러야해!’

     

    샤를로테가 내년에 휴학생전용구역에서 무사히 벗어나리라는 보장도 없다.

    말 그대로 저 안에서는 무슨 일이 벌어질지 모르는 노릇이기에.

    변고가 닥쳤다면 들어가서 확인할 필요가 있고, 늦지 않았다면 밖으로 끄집어낼 방법을 궁리해야 한다.

     

    왜냐?

    딱봐도 감이 오잖아.

     

    ‘샤를로테는 앨리스 공략의 필수캐릭!’

     

    어떤 이해도는 NPC 장본인도 모르는 경우가 있다.

    아직 해금되지 않은 정체성!

    해당 NPC의 고유스토리, 사이드스토리를 밀지 않으면 개방되지 않는 이해도처럼 말이다.

    해금이 까다로운 이해도는 돌아오는 업적도 강력하다.

    하물며 기본이해도에서 주어지는 보상도 상당한 앨리스라면 해금이해도에서 주어지는 보상은 더욱 강력할 것이 틀림없다.

     

    ‘흔해빠진 아카데미 곳곳에 숨겨진 보물보다 이쪽이 진짜 보상이지!’

     

    앨리스가 이런저런 기연들을 탐색해준다고 넙죽넙죽 기연만 받아먹고 다니다간 정작 더 큰 보상을 줄 샤를로테가 휴학생 전용구역에서 비명횡사 하게 될지도 모른다.

    작은 기연으로 눈을 멀게 만들어 큰 기연을 놓치도록 만드는 전형적인 억까식 구조!

    그 구조가 고인물의 기연감지센서를 자극했다.

    그만큼 샤를로테를 구하고 나면 얻을 수 있는 기연이 더 클 것이란 예상이 들었으니까.

    조나와 나의 원활한 아카데미 생활을 위해서라도 재단 이벤트도 슬슬 밀어둘 필요가 있다.

     

    “그래서 편법을 사용할 거야!”

    “학생회를 피해서 휴학생전용구역에 들어가려고?”

    “응. 아무리 학생회라도 막을 수 없는 게 있지. 바로 교수님의 실습!”

     

    강의 도중에 사고를 가장해서 자연스럽게 들어가면 학생회가 그걸 무슨 수로 막아?

    때마침 적당한 강의도 하나 있다.

     

    ━━━

    [선상전투①]

    -토요일 9시~13시

    -교수 : 엘 드라코

    -모험학부, 교양

    ━━━

     

    지고쿠와 함께 듣는 선상전투강의.

    바로 이번 주에 해상전 실습이 있다.

    실습 도중에 포탄으로 결계를 찢고 난파를 당하는 척, 배와 함께 휴학생 전용구역에 침투하면 휴학생전용구역 침투미션 성공!

    물론 쉽지는 않다.

    교수님이 지켜보는 강의.

    교관들도 사고를 방지하려 애쓰고 있지.

    교수도 교관도 예상치 못할 사태를 일으켜야한다.

    그래서 예습을 하기로 결심했다.

     

    “크라켄 새끼를 납치해요!”

     

    해상전을 쑥대밭으로 만들 해양괴수 크라켄을 부를 응애크라켄을 납치한다.

    어디서?

    고학년 실험실에서!

     

     

    * * *

     

     

    금요일 오전.

    <자연의 분노> 강의를 가르치고자 강의장에 나섰던 위어드 교수는 마법시계의 패널을 조작했다.

    학생이 출석하면 자동으로 출석술식을 마법시계에 전송, 이를 수렴하여 출석부에 이름이 기재되는 시스템을 확인하는 것이다.

     

    “오크노디. 오크노디 학생이 무단결석이라고?”

     

    그런데 오늘따라 이상한 일이 벌어졌다.

    모범생 중의 모범생인 오크노디가 강의를 쨌다.

    전 강의에서 붙잡혀있는 걸까?

    피로가 지쳐서 길에서 쓰러졌나?

    평소 언동이 기어이 화근을 불러 선배들에게 납치라도 당한 걸까?

     

    “도로시 학생. 혹시 오크노디 학생이 풀밭에 쓰러져 있었나요?”

    “아닌데요? 분명 새벽까지만 해도 돌핀팬츠 언니들이랑 조깅하는 모습 봤는데.”

    “로지니 학생. 혹시 오크노디 학생이 아침을 거르고 방에 기절해있나요?”

    “저는 아침을 걸러서 모르지만 그 천재꼬마는 처음 보는 메뉴는 꼭 챙겨먹었어요. 오늘 아침에는 비늘을 벗기지도 않고 튀긴 어디서도 못 먹어본 끔찍한 조기튀김구이가 나왔다고 하니 아침은 먹었을걸요.”

    “누구 오크노디 학생과 친한 다른 학생은 없나요?”

     

    학생들은 모두 영문을 모르겠다며 고개를 저었다.

     

     

    * * *

     

     

    실험실에 갇힌 응애크라켄을 꺼내서 부모크라켄이 감지할 수 있는 바닷물에 담근다.

    원작 게임대로라면 아카데미에 테러를 저지르려는 범죄조직이 저지르는 짓이지만 이번에는 범죄조직보다 내가 먼저 저지르기로 결심했다.

    심지어 걔들은 실패했지만 나는 성공할 거니까 내가 더 우수한 범죄자가 되는 셈이다.

     

    ‘아참. 착한아이 올리기로 했는데!’

     

    그럼 오늘까지만 나쁜아이로 살고 내일부터 착하게 살아야지!

    어차피 범죄를 저질러도 기도만 하면 회개하고 착한 사람으로 살 수 있잖아?

    계획을 실행하고자 고학년 전용구역의 실험실로 향하는 길에 누군가 말을 걸어왔다.

     

    “오크노디! 이런 곳에서 뭘 하는 겁니까?”

    “응? 도비야말로 여기서 뭐해?”

    “생산학부 지망생이 생산학부 강의를 듣는 것은 당연한 일 아닙니까.”

     

    아항.

    그럼 겸사겸사 도비도 써먹어야겠다.

    고인물 비기, 여차저차 설명하기!

     

    “이런 짓을 저지르면 종말이 더 앞당겨지는 건 아닙니까…?”

    “반대로 생각하세요. 제가 하고 싶은 일을 해야 종말이 늦게 찾아와요!”

    “그렇습니까… 역시 종말을 막기 위해 고군분투하는 당신의 노력은 범인의 눈으로는 이해할 수 없겠죠. 잠시나마 의심했던 나약한 저를 꾸짖어주십시오!”

    “꾸짖을 갈?”

    “좀 더, 이 가슴의 죄책감이 울리도록 크게 외쳐주십시오. 어서요!”

    “으으음. 매우 꾸짖을 갈!!”

     

    빼애액 소리를 치자 도비가 그제야 황홀한 얼굴로 만족하였다.

     

    “이제 됐어요?”

    “물론입니다. 제 안의 나약함이 매우 꾸짖을 갈에 씻겨나가는 기분이 들었습니다. 참회의 의미로 오크노디 님을 돕고자 제 미력한 세력이 가세하겠습니다.”

    “어디 동아리 들어갔어요?”

    “역시 종말로부터 모두를 구원할 구원자는 다르시군요. 이번에 제가 새로 창립한 동아리 <종말교단>을 이미 눈치 채신 거겠죠.”

    “엥?”

    “설마 모르셨습니까?”

    “무, 물론 알고 있었죠!”

     

    뭐야 그게.

    진짜 뭔데.

     

    “아카데미에서 벌어질 인세를 종말로 몰아넣을 참사를 방지하기 위해 설립된 조직. 저희 종말교단은 오크노디님의 도움이 되고자 모인 자들의 조직입니다.”

    “그, 그렇군요.”

    “아아, 조직을 만들자마자 저희를 쓰고자 바로 찾아오시다니 역시 종말에 맞설 진정한 영웅은 그 혜안이 아카데미의 가장 깊은 어둠에도 닿을만합니다!”

    “저 그냥 혼자해도 될 것 같은데 돌아가실래요?”

    “가당치도 않습니다! 쓰임 받는 것이 목적인 도구가 주인에게 쓰이지 못한다면 어찌 존재하겠습니까! 교단원들이 부족하다면 저라도 돕게 해주십시오!”

     

    넙죽 엎드리며 절을 하는 도비의 모습에 복도를 지나가던 학생들이 술렁거렸다.

     

    “쟤 맞지? 재단의 다크프린세스라는 애.”

    “벌써부터 충성서약을 받고 있나봐.”

    “아카데미 1학년이 될 정도면 밖에서 좀 치던 애일 텐데 저렇게 존심도 없이 고개를 숙이다니. 얼마나 가혹하게 굴려야 저게 가능할까?”

    “쉿. 목소리가 너무 커. 눈 마주칠지도 몰라.”

    “으, 무서워라. 빨리 가자.”

     

    눈도 마주치지 않고 걷는 속도가 3배는 더 빨라지며 샤샥샤샥 사라지는 학생들.

    커져가는 쪽팔림에 결국 도비를 힘을 주어 강제로 일으켜세웠다.

     

    “알았어요. 같이 가면 되잖아요. 빨리 일어나세요!”

    “비천한 목숨을 써주셔서 감사합니다!”

     

    강의 중이던 강의실 창문에 뺨따구를 붙이며 구경하는 학생까지 나오자 쪽팔림이 3000% 늘어났다.

    얼굴이 빨개져서 억지로 도비를 끌고 복도를 지나가는데 선배들이 풋풋하다는 얼굴로 쳐다본다.

    강의 중이던 교수님까지 “허허, 요즘 젊은 것들은.” 이지랄을 박는데 진짜 매우 꾸짖을 갈 마렵네!

     

    “흥. 돕겠다고 한 건 도비지 제가 아니니까 실험실 안에서는 알아서 따라오세요.”

    “걱정 마십시오. 종말의 순간을 목도하며 제 안의 부족함은 뼈에 사무치도록 실감했으니, 이미 성장을 위해 플라톤 교수님을 찾아가 프로틴수프를 마시며 육체단련도 소홀히 하지 않고 있습니다.”

     

    진짜 광기다.

    광인은 광인을 알아본다는 말처럼 도비에게서 느껴지는 광기가 참 범상치 않았다.

    그래봤자 얼마 전까지만 해도 약골이었잖아.

    응애정령들한테도 두들겨 맞고 있었고.

    어디 고학년 실험실에 들어가서도 그럴 수 있나 두고 보자며 데리고 들어가 보았다.

     

    <침입자 알림마법>

    <대규모 소환수 소환마법>

    <출입구 강제잠금마법>

     

    약속된 방법으로 경보장치를 해제하지 못하면 경솔하게 발을 들인 침입자를 가두고 소환수로 발을 묶는 사이에 알림을 들은 실험실 조교들이 오는 보안!

     

    “밀리오네 교수님은 노처녀!”

     

    물론 보안술식을 알고 있는 고인물 앞에서 알림마법은 자동으로 중지되었다.

    그러나 실험실의 복도만을 자유롭게 거닐 수 있을 뿐, 실험을 위해 잡아온 몬스터들이 갇힌 감금실에 들어가는 것은 별개의 일이었다.

    심지어 고등급 몬스터는 혹여나 보안이 유출될 것을 우려하여 이중으로 순찰소환수들을 풀어두어 상시순찰을 돌게 만들고 있으니, 이것만큼은 힘으로 돌파하는 수밖에 없다.

     

    †소환수3호(기가트론/분쇄자/노엘정령부대소속)

    †소환수4호(기가트론/파괴자/노엘정령부대소속)

     

    동종의 암석이나 금속을 몸체에 붙여가며 성장하는 골렘과 달리, 다른 생명체의 금속을 먹어치우고 소화하여 몸을 키우는 포식형 광석생물체 트론.

    그런 트론이 일정크기 이상이 되어 진화한 메가트론보다 한층 더 강력한 기가트론.

    어설픈 침입자는 가져온 금속장비를 전부 털리고 맨몸이 될 괴수의 출현이었지만 나는 가볍게 <은신>을 써서 기가트론을 따돌렸다.

     

    ‘혼쭐 좀 나봐라!’

     

    뒤따라오는 도비에게 모든 어그로가 끌린 상황.

    울며불며 도와달라고 한 뒤에야 도움을 줄 생각이었는데 도비는 조금도 놀라지 않고 두 눈 가득 광기를 내비치며 언령에 기를 실어 외쳤다.

     

    “주종의 계약이란 정해진 기간 동안 충성을 바치고 존재를 유지할 기와 힘을 불릴 원료를 제공받아 성립되는 것. 허나 세상의 멸망이 다가오니 그 계약이 끝날 날이 머지않았다!!”

    “끼긱?”

    “끼기긱?”

    “세상이 끝이 다가오거늘 어찌하여 작은 먹이를 탐하며 멸망을 함께 하려 하는가. 종언이 두려운 자, 지금 즉시 달아나라!!”

     

    <동조마법>

    <종말예언>

     

    종말의 참사에 대한 두려움을 가득 담아 상대의 정신에 연결시키는 기상천외한 마법운용!

    이에 대경실색한 기가트론들이 계약을 끊고 스스로 차원문을 열어 광물계로 달아났다.

    나는 경악을 금치 못했다.

     

    “뉴비가 뉴메타를 만들었어…?”

    작가의 한마디 (작가후기)
    기인들이 늘어나는 1학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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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 Became the Daughter of the Academy’s Villain

I Became the Daughter of the Academy’s Villain

아카데미 흑막의 딸이 되었다
Score 4.2
Status: Ongoing Type: Author: Native Language: Korean

From the side, she looks pitiful and worn out, but in reality, she’s living her joyful survival story in the world of games.

But how can someone’s name be Oknodi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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