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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P.398

       앨리스, 레오, 샤를로트, 미아를 파티 구성으로 넣고, 그 외 보조 캐릭터 두 명으로 로티와 클레어를 넣었다.

        

       뭐 서포터라고 해서 별것이 있는 건 아니고, 만약 파티원 중 쓰러진 인원이 있다면 대신 나와서 싸워주는 2군이라고 할 수 있겠다.

        

       “언니, 나는……?”

        

       “…….”

        

       하지만 옆에서 나를 빤히 바라보는 시선에, 나는 어쩔 수 없이 클레어의 자리를 레오의 자리와 바꿨다.

        

       레오는 물리 공격 및 탱커, 앨리스는 마법 탱커 및 물리 공격.

        

       샤를로트는 좌우 균형이 잘 맞는 캐릭터였고, 미아는 당연히 물 몸에 마법 극딜용 캐릭터였다. 그리고 이 시리즈는 전통적으로 마법 극딜 캐릭터가 매우 좋았다. 1턴만 버티고 나면 그 이후부터는 그야말로 마법 폭격이 가능했으니까.

        

       클레어도 샤를로트와 함께 좌우 밸런스가 잘 맞는 캐릭터였지만, 안타깝게도 인기에 비해 강캐 취급받았던 적은 별로 없다.

        

       그래도 지금까지 무기니, 마르마로스니 하는 것들을 착실하게 맞춰두었으니 망정이지.

        

       “다시 생각해봐도, 이렇게 많은 기사단원 중 고작 여섯 명이 덤벼드는 건 이해할 수가 없네요.”

        

       “……게임은 일종의 놀이입니다. 놀이에서 진짜 전술을 따지는 건 의미 없는 일입니다.”

        

       “하지만 그 놀이의 결과에 따라오는 이야기들은 매우 진지한 이야기가 아닌가요?”

        

       “…….”

        

       젠장, 반박할 수가 없다.

        

       만약 내가 그쪽 세상에서 살아본 적이 없는 사람이었다면, ‘아 그냥 대충 주인공들이 그만큼 성장했나 보지’하고 넘어갔을 거다.

        

       하지만 지금의 나는 아제르나에서 살다가 넘어온 존재.

        

       게다가 실전을 엄청나게 경험하고 넘어온 사람이다.

        

       직업군인이었던 사람들이 FPS를 하면서 다소 황당한 부분이 있다고 생각하듯, 그쪽 세상에서 마법이니 검술이니 하는 것들을 경험하고 넘어온 나는 마냥 그렇게 생각하고 넘어갈 수는 없었다.

        

       “우리도 기사단이랑 싸워서 이겼잖아. 결국에는 여신도 물렸고.”

        

       내가 자길 파티에 넣어주어서 다시 기분이 좋아진 클레어가 말했다.

        

       “하지만 그곳에는 무려 검성과 선생님들이 있었죠.”

        

       “……여기에도 선생님들은 계십니다만, 일단 넘어가기로 하겠습니다.”

        

       샤를로트의 반박에 재반박하려다가, 그냥 넘어가기로 했다.

        

       “일종의 영웅담이라고 생각하면 됩니다. 사람이 절대로 이길 수 없을 법한 괴물들을 이기는 영웅들의 이야기에 ‘그건 물리적으로 불가능하다’라고 딴지를 거는 사람은 없죠.”

        

       있을 수도 있지만, 보통은 농담 취급할 거다. 진지하게 말한다면 바보 취급할 거고.

        

       “미안해요.”

        

       샤를로트는 한숨 섞인 목소리로 말했다.

        

       “안에 등장하는 사람들이 아무래도 ‘우리’이다 보니 자꾸 진지하게 생각하게 되네요.”

        

       [우리ㅋㅋㅋㅋㅋㅋ]

       [이쯤되면 진짜라고 생각해도 되지 않겠냐ㅋㅋㅋㅋ]

       [컨셉에 먹혀버린ㅋㅋㅋㅋㅋ]

        

       “……실비아, 우리가 우리 정체를 굳이 숨기지 않아도 되는 거, 맞죠?”

        

       올라오는 채팅들을 보고 샤를로트가 눈을 가늘게 뜨면서 말했다.

        

       “물론입니다. 사람들이 믿어줄지 아닐지는 그들의 몫입니다만.”

        

       “뭐, 믿어주건 믿어주지 않건 우리는 우리니까요.”

        

       [오]

       [진짜ㅋㅋㅋㅋ]

       [샤를로트답긴 해]

        

       채팅이 분위기를 맞춰주자 샤를로트는 흥, 하고 코웃음을 쳤다.

        

       *

        

       온갖 공격 마법이 세팅된 미아로 상대방을 철저하게 도륙해버렸다.

        

       “으으…….”

        

       ……그리고 그 과정에서 미아가 공격받아 몇 번이나 쓰러졌지만, 주변 캐릭터들에 세팅해둔 회복 마법과 아이템으로 미아를 몇 번이나 다시 일으키고, MP를 주입했다.

        

       “저런 식으로 싸우고 싶지는 않아요…….”

        

       “아무리 그래도 현실에서 싸울 때는 저런 식으로 싸우게 두지는 않습니다. 쓰러졌다고 마법으로 바로 벌떡 일으킬 수 있는 것도 아니고요.”

        

       얼굴이 새파랗게 질린 미아를 안심시키며, 나는 게임패드를 조작했다.

        

       게임 속에서는 주인공 일행이 쓰러진 기사들을 확인하는 이벤트 신이 지나가고 있었다.

        

       [어때, 아는 얼굴 있어?]

        

       레오의 말에 앨리스가 고개를 저었다.

        

       [아니, 전혀. 모두 모르는 사람들이야.]

        

       [어떻게 된 걸까요?]

        

       샤를로트가 진지한 표정으로 중얼거렸다.

        

       [어쩌면, 다른 세력이 제도를 침공한 걸지도 모르지.]

        

       [그, 그게 가능할까요? 그랬다면 저희 영지에서도 이미 눈치챘을 텐데…….]

        

       미아가 말했다.

        

       [……설령 크로우필드 백작가가 황실과 아무리 앙숙이더라도, 자기네가 위험한데 아무런 말도 하지는 않았겠지…… 혹시 특작 부대일까?]

        

       [……왕국군은 아닐 거라고 생각해요. 애초에 황실에 특작 부대를 보낼 수 있었다면 이미 지난번에 전쟁 직전까지 갔을 때 그렇게 했겠죠.]

        

       […….]

        

       샤를로트의 말에, 여기 있는 사람 중 아무도 제대로 된 대답을 하지 못했다. 대부분은 제국 사람이었으니까.

        

       [허가도 없이 대단한 일을 벌였군.]

        

       그리고 그런 대화를 하는 일행의 사이에 끼어드는 사람이 있었다.

        

       [제니퍼 선생님.]

        

       [멀리서 지켜보고 있긴 했다만, 그래도 실력이 많이 늘었어. 훌륭한 전투였다. 캐롤린이 뛰쳐나가려는 걸 막고 있느라 힘들었다니까.]

        

       [서, 선생으로서 할 말인가요, 그게!?]

        

       제니퍼의 말에 캐롤린이 당황해서 소리쳤다.

        

       [아하하……] 하고, 각본가 특유의 캐릭터들 웃는 모습이 나오고,

        

       [그래서, 그대들은 어쩔 셈이지?]

        

       교장인 에이브러햄 피츠제럴드 윈터필드가 걸어 나왔다.

        

       다시 봐도 이름 참 길다.

        

       나머지 선생들과 마찬가지로 멀리서 지켜보고 있었던 듯, 교장은 우리 쪽을 향해 걸어오며 말했다.

        

       [정체는 알 수 없지만, 내가 보기에 이 기사들은 제식 훈련을 받은 듯 하군. 다만 황실 근위기사단의 제식과는 다소 차이가 있어. 적어도 이 나라의 군사는 아니다.]

        

       [그렇다는 건…….]

        

       [지금 시점에서 단언할 수 있는 건 아무것도 없지.]

        

       레오가 입을 열자, 교장은 그렇게 말했다.

        

       [그래서, 어떻게 하시겠습니까, 황녀 전하.]

        

       교장은 앨리스를 보며 말했다.

        

       [저는…….]

        

       앨리스는 가슴 앞에서 주먹을 꽉 쥐고 잠깐 고민하다가, 이내 마음을 먹고 말했다.

        

       [저는, 이 상황이 왜 벌어졌는지 확인해보고 싶어요.]

        

       [그렇다면 황녀님께서 원하는 대로 하십시오. 이 나라의 주인이 되실 분 아니십니까.]

        

       허허 웃으면서 엄청난 소리를 하는 교장.

        

       […….]

        

       앨리스가 진지하게 고민하다가, 눈을 감았다가, 다시 뜨면서 뭔가 각오한 표정을 짓는 것으로, 컷신은 끝났다.

        

       [저장하시겠습니까?]

        

       “그런데 생각해보면,”

        

       나는 세이브 버튼을 누르면서 말했다.

        

       “샤를로트도 제가 전투에 나서자고 했을 때 ‘말리더라도 갈 생각이었다’라고 하셨죠.”

        

       “…….”

        

       “국왕 폐하께서는 당신이 나가지 못하도록 주변에 저격수까지 배치했었는데요.”

        

       샤를로트는 아무런 말도 하지 않았다.

        

       음, 기분 탓인지 얼굴이 조금 붉어진 것 같기도 하고?

        

       [뭐임?]

       [게임하고 다른 세상에서 살다 왔냐고ㅋㅋㅋ]

        

       “물론입니다. 현실의 저는 게임 속의 저와는 다르게 그럭저럭 친화력이 있었기 때문입니다.”

        

       “그거, 진심으로 하는 소리야?”

        

       “……친화력 있으신 분이 면전에 대고 당신 아버지를 살해했다고 말 하나요?”

        

       ……앨리스가 그렇게 반응할 건 알았는데, 미아의 지적은 가슴을 후벼팠다.

        

       [아 거 게임은 됐고 그때 이야기 좀 풀어주시죠]

        

       띠리링, 그런 도네가 왔다.

        

       텍스트밖에 없는데도 의자를 뒤로 한껏 젖히고 손을 머리 뒤통수에 모은 것 같은 모습이 고스란히 보였다.

        

       “그럴……”

        

       까요, 라고 말하려다가 나는 입을 다물었다.

        

       ……그러고 보니 얘네들 내가 시간을 돌렸던 순간이 전부 기억났던 것 같은데.

        

       지금 얘기를 풀어버리면 내가 시간을 돌려 숨겨두었던 흑역사가 모조리 방출되어버리는 건 아닐까?

        

       “왜?”

        

       그리고 내 생각을 아주 정확하게 캐치했는지, 옆에서 웃음기 섞인 목소리가 들렸다.

        

       “혹시, 우리가 무슨 이야기를 할지 무서워서 그래?”

        

       당연하지만 그건 앨리스의 목소리였다.

        

       “하지만 저분들도 저희의 이야기를 알고 있을 필요가 있긴 하죠. 우리가 겪은 이야기는 저 게임 속의 이야기와는 다른 이야기니까요. 적어도, 저의 명예를 지키기 위해서라도 이야기를 꼭 해야겠어요. 아무리 그래도 저는 레오와 그런 대화를 나눈 적이 없으니까요.”

        

       샤를로트의 목소리가 뒤로 갈수록 점점 커졌다. 쑥스러워서라기보다는, 진심으로 억울해서 그런 것 같은 분위기다.

        

       “오, 진짜? 그럼 나 언니가 앨리스랑 있던 시절의 이야기를 들을 수 있는 거야?”

        

       “…….”

        

       클레어의 말에 앨리스가 갑자기 조용해졌다.

        

       그렇지.

        

       앨리스의 흑역사는 대부분 어린 시절에 몰려있었지.

        

       철없던 시절의 앨리스는 게임 안에서처럼 얼음 공주도 아니었고, 지금 내 옆에 있는 앨리스처럼 사교성이 높지도 않았으니까.

        

       “…….”

        

       미아가 나를 빤히 바라보았다.

        

       “……알겠습니다. 그럼, 아예 대놓고 이야기하도록 하죠. 다만, 오늘은 이미 방송 시간이 다 되었으니 내일부터 천천히 풀도록 하겠습니다.”

        

       [안돼ㅐㅐㅐㅐ]

       [가지마요]

        

       가지 말란다고 진짜 안 가는 방송인이 있겠냐고.

       

    작가의 한마디 (작가후기)
    오늘도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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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he Protagonist and Their Party Are Overly Diligent

The Protagonist and Their Party Are Overly Diligent

Status: Completed Author:
I got transported into a steampunk-themed JRPG developed by a Japanese game company. Somehow, I ended up becoming an executive in the villain faction. However, the protagonist and their party are excessively diligen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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