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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P.398

       *** ***

       

       

       “참으로 아쉬워요.”

         

       모용연화는 성큼 다가갔다.

         

       “…소, 소저?”

         

       당혹스러운 표정을 짓는 호천안을 바라보고 있는 모용연화는 어쩐지 가슴이 간질거리는 것이 느껴졌다.

         

       분타 내부에서 쩔쩔매던 호천안을 휘두를 때마다 느꼈던 감각이었지만 그 감각은 그때와 비할 바 없이 선명했다.

         

       모용연화의 머릿속에서 호천안이 적혈서에게 한 방 먹이던 장면이 떠올랐다.

         

       온 몸을 떨리게 만들기에 충분했던 기파와 영물을 날려 보낼 정도로 강한 위력을 뿜어내던 검격까지.

         

       ‘그런 모습을 보여 주셨으니…이리 가슴이 떨리는 것일까요.’

         

       모용연화는 호천안이 당황하여 몸을 뒤로 빼는 모습을 보며 쿡쿡 웃었다. 삼라만상 모든 것을 꿰뚫는 것처럼 행동하는 호천안이 아니었던가. 그런데 이리 진심으로 당황하는 모습을 보니 귀엽게 느껴졌다.

         

       “전에 하셨던 말이 기억나십니까?”

         

       “무, 무슨 말을..?”

         

       “특훈 때 말입니다. 제 연인 연기에 연기임을 알면서도 깜짝깜짝 놀랐다 하셨지요.”

         

       “그랬지요. 그런데 그 거리가…”

         

       팔만 뻗어도 충분히 포옹할 수 있을 정도로 가까운 거리. 호천안이 안절부절 못하는 모습을 보면서 모용연화는 호천안의 귀에 입술을 가까이 가져갔다.

         

       “그 말을 듣고 생각해 보았습니다. 그때의 연기 말이에요.”

         

       모용연화는 호천안의 몸이 뻣뻣하게 굳어가는 것을 느끼며 다시금 말을 이었다.

         

       “어쩌면 연기가 아니었던 것일지도 모르겠습니다.”

         

       “이, 이러지 마시오.”

         

       문득 모용연화의 머릿속에 한 장면이 떠올랐다. 관제묘에서 세 사람과 협상을 맺은 뒤 객잔으로 돌아와 모용서와 이야기를 나눌 때였다.

         

       모용서는 모용연화가 관제묘에서 겪은 일을 듣고는 껄껄 웃었다.

         

       -허허, 왜 그자에게 환멸감이라도 들었느냐?

         

       -아니라고는 할 수 없을 것 같습니다.

         

       그 말을 듣고 모용서는 더욱더 크게 웃음을 터트렸다.

         

       -하하하하! 그래. 좋은 징조로구나.

         

       -…좋은 징조 말입니까?

         

       -그렇다. 연화야. 지금 그 자에게 절대로 연심이 생기지 않을 것 같지?

         

       모용서는 의미심장하게 웃으며 말했다.

         

       -그렇기에 남녀 관계는 모르는 것이다.

         

       모용연화는 속으로 쓴웃음을 지었다.

         

       ‘그러게요. 숙부님. 정말로 남녀관계는 모르는 일인가 봅니다.’

         

       호천안과 마지막 만남이라는 사실을 떠올리는 것만으로도 이렇게 가슴 한켠이 아릿해질 줄 누가 알았을까.

         

       “호천안 낭인님.”

         

       “….말씀하시오.”

         

       “저는 본가로 떠나야 합니다. 본가 어르신들을 설득해야 하니까요. 섬서분타 인원들의 노력을 설파하고 그저 길을 잘못 들었을 뿐이니 마땅히 기회를 주어야 한다 주장해야 하니까요.”

         

       호천안은 모용연화의 눈을 바라보았다.

         

       그 눈에 가득 담긴 것은 애달픔이었다.

         

       “낭인님 곁에 남아 이렇게 낭인님이 당황하는 모습을 보고 웃음 짓고 싶지만 저는 가야만 합니다.”

         

       “…소저.”

       

       “뿐일까요. 일이 잘 풀려 금방 돌아온다 해도 낭인님께서는 떠나셔야 할 테고 저는 섬서분타에 남아 있어야겠지요. 섬서분타를 온전히 재건하는 일은 기약이 없는 일. 제가 아무리 연심을 품었다 한들 낭인님과 함께할 가능성은 애초에 없었던 것입니다.”

         

       모용연화가 조금 더 다가왔다.

         

       모용연화의 가슴이 호천안의 몸에 닿았다. 부끄러움조차 잊은 채 몸을 가까이 붙여오는 모용연화.

         

       호천안의 얼굴과 모용연화의 얼굴이 당장이라도 겹쳐질 듯이 가까워졌다.

         

       “연인 행세를 하고, 서로 같은 방향을 보고 함께 노력하고, 깨달음을 주시면서까지 함께 걸은 이 길은 결코 저희가 함께할 수 없는 길이었으니 이처럼 얄궂은 일이 또 있을까요.”

         

       “나는….”

         

       호천안이 무어라 말하기 전에 모용연화가 조금 더 빨리 움직였다.

         

       겹쳐지는 두 사람의 입술.

         

       호천안의 눈이 크게 떠지는 모습을 보면서 모용연화는 생각했다.

       

       입맞춤이 주는 달콤한 감각 역시 각별했지만. 

       

       역시 호천안이 당황하는 모습만큼 가슴을 울리게 만드는 것이 없다고.   

       

       호천안에게 기대고 있던 모용연화의 몸이 호천안에게서 떨어졌다.

         

       그런 모용연화의 얼굴은 당장이라도 터질 것처럼 붉게 물들어 있었다.

         

       “낭인님께서 무언가 말씀하실 필요는 없습니다.”

         

       “..소저.”

         

       “이번 기회가 아니면 제 마음을 영영 표현하지 못할 수도 있다 생각해 저지른 일입니다.”

         

       호천안은 서글픈 미소를 짓고 있는 모용연화를 보며 침묵했다. 그런 호천안의 표정을 보며 모용연화는 짓궂은 웃음을 지었다.

         

       “다만, 혹여나 그분들의 등쌀에 못 이겨서 도망치고 싶다면 저를 찾아오셔도 됩니다. 그때는 제가 꼭 안아드겠다고 약속하겠습니다.”

         

       모용연화의 말에 호천안이 인상을 구겼다. 모용연화는 그런 호천안의 표정을 보며 쿡쿡 웃은 뒤에 도망치듯이 방을 빠져나갔다.

         

       방을 빠져나가는 모용연화의 얼굴에는 온갖 감정이 휘몰아치고 있었다.

         

       호천안과 헤어져야 한다는 슬픔. 동시에 그런 호천안에게 마음을 전달했다는 성취감.

         

       그리고 진득한 미련.

         

       “후우.”

         

       모용연화는 흘러내리는 한 줄기 눈물을 닦아냈다. 헤어지는 순간 눈물보다는 웃음을 보이고 싶었기에 이리 뛰쳐나왔지만 그 또한 미련이었다.

         

       눈물을 흘리는 모습을 보여주더라도 좀 더 호천안의 모습을 보는 것이 좋았을까.

         

       그런 생각을 떠올린 모용연화는 고개를 저었다.

         

       호천안에게는 많은 것을 받았다.

         

       섬서분타의 일을 해결하기 위해 노력해 주었으며 깨달음까지 전수해 주지 않았던가.

         

       ‘그저 마음을 전한 것만으로도 욕심이었다. 뇌검낭인님께 죄책감까지 전해주고 싶지는 않아.’

         

       모용연화는 흐르는 눈물을 닦으며 숨을 죽였다.

         

       그렇게 얼마나 있었을까.

         

       방문이 열리는 기척이 들렸다.

         

       호천안이 건물 바깥으로 나서고 모용모와의 대화 소리가 들려왔다. 잠시 후 모용모와 호천안이 나란히 분타 정문으로 향하는 모습이 보였다.

         

       모용연화는 창문 틈 사이에 숨어서 그 장면을 지켜보았다.

         

       ‘가셨구나.’

         

       호천안이 사라지고 모용연화는 자리에 앉았다. 멍하니 허공을 올려다보고 있자니 어느새 모용모가 문을 두드렸다.

         

       모용모는 조용히 모용연화의 맞은편에 앉았다.

         

       “미안합니다. 누님.”

         

       “네가 사과할 일이 아니잖니.”

         

       “분타의 일이 없었더라면…형님의 뒤를 따랐을 수도 있는 일 아닙니까.”

         

       모용모는 안타까운 눈으로 모용연화를 바라보았다. 본가에 직접 돌아갈 일이 없었다면 모용연화는 호천안의 뒤를 따라갈 수 있었을까.

         

       가능성은 있는 일이었다.

         

       당가의 여식도, 점창파의 제자들도 호천안과 함께 여행을 다니고 있었으니까.

         

       “후후, 어차피 뇌검낭인님의 일행과 약속한 바도 있었단다.”

         

       모용연화는 관제묘에게 있었던 일을 모용모에게 말해 주었다.

         

       “하하, 형님께서는 꼼짝없이 잡혀 사시는군요. 분타 안에서 두 분이 감쪽같이 연기를 한다 싶었는데…생활 연기였던 모양입니다.”

         

       모용모의 너스레에 모용연화는 작게 미소 지었다.

         

       “본가에 함께 가시지요.”

         

       “본가에 말이냐? 그러나…”

         

       “어차피 분타에 남는다 한들 광산에 개입할 권한도 없지 않습니까. 그리고 광산을 제대로 관리하기 위해서는 다른 방계분들에게 배울 것도 많습니다. 그러기 위해서는 결국 본가를 설득해야 하고요.”

         

       모용모가 다시 한 번 너스레를 떨었다.

         

       “그러니 둘이서 쉭 날아가서 후딱 허락을 받고 돌아옵시다. 그리고 빠르게 분타를 재건하고 누이는 떠나십시오. 형님의 뒤를 따라간다고 하면 본가에서 누가 뭐라 하겠습니까?”

         

       모용연화는 말문이 막혔다.

         

       과연 그리 쉬울까.

         

       광산의 매각을 저지하고 섬서분타의 존속을 허락받는 것만으로도 쉬운 일이 아니다.

         

       그 뒤로도 문제는 산더미였다.

         

       광산도 구성원도 분타도 모두 엉망이 되었으니 이를 모두 제 자리로 돌려놓기 위해서는 얼마나 많은 세월이 필요할까.

         

       현실적으로 불가능한 제안이었다.

         

       “고맙구나.”

       

       그러나 모용연화는 지적 대신 감사 인사를 입에 담았다. 모용모의 마음은 충분히 전달 받았으니까.

         

       그리고 혹시 또 모를 일이었다.

         

       현실적으로 이룰 수 없는 목표처럼 보여도 모용모와 함께 우직하게 밀어붙이다 보면 의외로 금새 해결수도 있지 않겠는가.

         

       “하하하! 그럼 저 역시 출발 준비를 해야 하니 이만 가보겠습니다.”

         

       호탕한 웃음을 터트리며 퇴장하는 모용모를 바라보던 모용연화는 호천안과 상의 도중 언급되었던 호천안의 계획을 떠올렸다.

       

       혈교에 대한 내용이 공표되면 섬서분타와 모용세가에게 큰 이목이 집중될 일.

         

       그런 세인들과 무림인들의 이목에 걸리기 전에 혈교의 영물을 숨기기 위해 떠난다고 했던가.

         

       ‘내일 전부 각자의 길을 찾아 떠나는군요.’

         

       “정철과의 일, 잘 마무리하시기를.”

         

       머릿속에 호천안과 그 일행들을 떠올린 모용연화는 그리 중얼거리며 자리에서 일어났다.

         

       모용연화 역시 내일 떠나야 할 몸.

       이제는 미련을 털어버리고 바삐 움직여야 할 때였으니까.

         

       호천안. 그리고 모용모와 모용연화.

         

       그저 우연이라는 이름의 인연으로 잠시 얽혀들었던 세 사람.

         

       온 무림을 들썩이게 할 혈교의 준동 소식.

         

       그 소식이 세상에 공표되기 이틀 전.

         

       세 사람은 각기 제 길을 향해 나아가기 시작했다.

         

       

    작가의 한마디 (작가후기)
    이로서 섬서분타 에피소드도 끝이 났군요.

    음.

    사실 전 글을 업로드 하고 나면 10분도 안 되서 수정이 마려워지는 사람이고.

    에피소드를 끝내고 나면 ‘아 이렇게 스토리를 진행했으면 어땠을까’ ‘전개는 이편이 더 자연스러웠는데’ 따위의 후회에 시달리고는 하지만.

    섬서분타의 에피소드는 아쉬움이 너무 많이 남네요.

    모용모와 혈교 그리고 서공의 이야기에 모용연화의 비중이 너무 적었던 게 아닌가.

    그리고 섬서분타를 둘러싼 환경 설정이나 선악구도를 너무 복잡하게 설정한 것이 아닐까.

    혈통이나 가문 그리고 세간의 인식 등, 어렵고 혼란하며 변명거리가 넘쳐나는 상황속에도 스스로의 신념을 믿으며 전진하는 인물들을 그리고 싶었고.

    그런 인물들을 보며 호천안이 자신의 핏줄을 마주보게 되었다는 걸 표현하고 싶었지만 그 메세지가 제대로 전달이 된 것일까 의심이 듭니다.

    제가 쏟을 수 있는 노력과 역량에 비해 너무 많은 것을 욕심낸 것은 아니었을까.

    사건은 더 단순해야 했고 구도는 더 명쾌해야 했으며 모용연화는 요오오오망한 매력을 마구마구 뽐내고 모용모는 더 웃었어야 하는 게 아닐까 하는 생각도 머리를 떠나지 않네요.

    그럼에도 독자분들이 즐겁게 봐 주셨으면~

    하는 생각이 드는 것이야말로 진짜 욕심일지도 모르겠습니다.

    어느덧 무고집낭도 400회가 코앞입니다. 무려 400회까지 연재할 것이라고는 한번도 생각해보지 않았는데 말입니다.

    이는 지금까지 매일매일 귀여운 이모티콘을 달아주시며 저를 응원해주신 독자님들 덕이 아닐까 싶습니다.

    지금까지 무고집낭을 읽어 주신 Ilham Senjaya독자님께 머리 숙여 감사드립니다.

    마구마구 노력해서 재미있는 글을 쓸 수 있도록 하겠습니다.

    꾸우벅.

    *

    [비공개]님께서 [10코인]을 후원해주셨네요.

    히힛 코인조와. 비공개조와. 하트꾹꾹!

    후원 정말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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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 Became an Outcast the Martial Arts Masters are Obsessed With

I Became an Outcast the Martial Arts Masters are Obsessed With

무협게임 속 고수들이 집착하는 낭인이 되었다
Score 4.0
Status: Ongoing Type: Author: Native Language: Korean

I became Ho Cheon-an, a second-rate warrior in the martial arts game [Murim Cheonha].

To survive, I had no choice but to give enlightenment.

Martial arts masters began to obsess over me.

In Murim Cheonha, where fame means difficulty, getting attention meant death.

Please, just go away.

Please, let me liv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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