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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P.398

       QZ게이밍의 기기를 이용해 VR세상으로 진입한 나를 맞이해 준 것은 과거 엔리와 함께 만들어냈던 신교의 풍경이었다.

       

       그 가운데에 선 본인은 버릇처럼 곰방대를 물고서 창을 조작했다.

       

       아피스. 본인이 처음으로 VR에 발을 디디게 해 준 게임이자 본인이 방송이라는 걸 시작하게 해 준 게임.

       

       거기에 접속하기 무섭게 한서우에게서 메시지가 날아들었다. 방을 만들어 두었으니 들어오라는 것인가.

       

       녀석의 초대를 받아들이자 주변의 풍광이 뒤바뀌며 내 앞에 파이스의 얼굴이 모습을 드러냈다.

       

       “안녕하세요. 화령님. 해설 너무 잘하셔서 깜짝 놀랐습니다.”

       “그랬던 것치고는 네 동료들이 여러 불평불만을 내뱉었던 것 같다만.”

       “…다 들으셨습니까?”

       “다 들었지.”

       

       당연한 것을 왜 묻느냐. 본인에게 그 정도 거리는 거리도 아니란 걸 모르지 않을 터인데.

       

       “괜찮다. 자기의 부족함을 지적하는 데 투정을 부리는 것은 당연한 일이니.”

       

       놈들은 고수가 해주는 조언의 가치조차 모르는 현대인이지 않나. 드높은 곳에 서 있는 사람이라면 아래에 있는 자들의 우둔함을 이해해주어야 하는 바.

       

       약간의 투정 정도야 웃어 넘겨줄 수 있다. 그리 이야기를 하자 파이스가 웃음을 흘렸다.

       

       “친절하시네요.”

       “그래. 스스로 생각해도 본인은 너무 착해서 탈이다. 네 놈이 본인이 취향이 아니라 떠드는 것도 그냥 넘겨주지 않았느냐.”

       “…죄송합니다! 그게 어떻게 된 거나면!”

       

       슬며시 말을 꺼내 보았더니 파이스가 발작하듯 다급히 변명을 시작했다. 농담 삼아서 꺼낸 말인데 이렇게 당황하는 꼴이라니.

       

       “총각이더냐?”

       “…”

       “호오. 신기하군.”

       

       다른 세상을 구한 영웅임과 동시에 현실에서도 막대한 부와 명성을 지닌 녀석이 아직도 총각을 유지하고 있다고?

       

       “설마 싶어서 묻는 것이다만 다른 세계에 있는 첫 사랑을 잊지 못했다거나 그런 것이야?”

       

       이것 말고는 납득이 되는 이야기가 없다 싶어 물었더니 파이스의 얼굴이 벌겋게 물들었다.

       

       “그것 참. 낭만이 넘치는구나.”

       “…저. 다시 게임 이야기를 하면 안 될까요?”

       

       곤란하다는 듯 목소리를 떠는 파이스를 보고 있자니 웃음이 샜다.

       

       “놀려서 미안하다. 나이가 드니 영 심술이 궂어져서 말이야. 어디보자. 게임이야기라면. 져 줄 생각은 없다는 것부터 해야겠구나. 내 그대에게 패하면 물어 뜯기게 생겼거든.”

       

       준비된 모든 경기가 끝마친 후. 내 여러 조언을 위하여 QZ게이밍의 아해들이 있는 쪽으로 찾아갔지. 해설을 하며 놈들이 하는 꼴을 보고 있자니 할 말이 많아져서 말이다.

       

       허나 본인은 제대로 된 조언을 꺼낼 수조차 없었다. QZ게이밍의 아해들이 본인을 보자마자 불평을 쏟아냈거든.

       

       ‘공식 해설이신데 너무 독설을 퍼부으시는 거 아닌가요?’

       ‘맞아요! 저 마음에 상처 받았어요!’

       ‘너무 모두까기 인형이잖아요!’

       

       정당한 지적과 도움이 되는 조언을 했음에도 불구하고 이런 소리를 들어야 하다니.

       

       참으로 슬픈 일었기에 꼬우면 더 잘하지 그랬느냐고 무어라 그랬더니 화령님은 얼마나 잘하는지 두고 보겠단 대답이 돌아왔다.

       

       본인이 무언가 실수라도 한다면 물어뜯을 준비가 되어 있는 그 눈빛이 참으로 가소로웠지.

       

       뭐어. 어쨌건 그 무지렁이들에게 한 소리를 들으면 열불이 생길 것 같은 바. 본인은 그대의 명예를 박살내 줄 수밖에 없게 되었다.

       

       “어차피 그게 아니라도 봐주실 생각은 없으시지 않았나요?”

       “당연하지. 본인이 누구인데.”

       

       그래도 좀 더 진심을 다하게 되었노라 하는 이야기다. 대충 알아듣거라.

       

       이리 이야기를 했더니 파이스가 쓴웃음을 흘렸다.

       

       “…가면 갈수록 첫인상과 많이 다르다는 게 느껴지네요.”

       “그런 말을 자주 듣지. 알고 보면 본인만큼 친절하고 착한 사람도 없거든.”

       “백호님께 들은 이야기와는 많이 다르네요.”

       “호오. 백호 그 녀석이 무어라 그러더냐?”

       

       내 앞에서는 고개를 들 줄을 모르던 녀석이 뒤에 가서는 본인의 험담을 하고 있다는 건가.

       

       흥미롭군. 언제 한 번 추궁을 해보아야 쓰겠어.

       

       아직까지 나눌 잡담이 많았지만 안타깝게도 이 이상 이야기를 이어나갈 순 없었다.

       

       방송을 진행하는 측에서 게임을 시작해야겠단 것을 알렸기에.

       

       [천마 VS 검방기사]

       [30초 뒤에 게임이 시작됩니다.]

       

       우리의 전장이 된 장소는 맨 처음 본인이 아피스 세상에 발을 들이게 되었을 적에 마주했던 장소였다.

       

       주홍색의 모래를 툭툭 건드리면서 몸을 대충 점검했다.

       

       아피스 속 본인의 육신은 여전히 그대로구나.

       

       불만은 없다. 화경의 경지 정도면 어지간한 걸 다 할 수 있으니까.

       

       고개를 들어 파이스를 바라보면 심호흡을 하고 있는 녀석의 얼굴이 보였다.

       

       으음. 긴장하고 있다는 것이 여실히 보이는 구나.

       

       어쩔 수 없는 일이지. 본인의 경지를 살펴보았는데 어찌 마음에 평안을 지닐 수 있을까.

       

       “아해야. 우선 정해야 할 것이 있다.”

       “정해야 할 것이요?”

       “그래. 본인은 해설을 하며 그대의 검을 보았지만 그대는 본인의 무를 모른다. 이는 공평하지 못하지.”

       

       본인이 그대보다 윗 선에 있을 지언데 그대보다 앞서 나가서야 곤란하다. 그러니 내 그대에게 이점을 주고자 한다.

       

       “몇 수를 내어주길 바라느냐?”

       “어. 저는 수 같은 개념은 잘 몰라서요. 그냥 공격을 안 해 주시면 안 될까요?”

       “쯧. 이래서 무림을 모르는 놈은 안 되는 것이야. 양심이 없어. 되었다. 다섯 수를 내어 주마.”

       

       이 정도면 내 그대에게 충분하고도 남을 정도의 배려를 해주었다고 생각한다.

       

       물론 이 다섯 수를 그대가 잘 활용한다는 전제 하의 이야기이지만.

       

       [3]

       [2]

       [1]

       [게임 시작]

       

       문자가 전투의 시작을 알리기 무섭게 파이스가 맹렬히 돌진하기 시작한다.

       

       몸 전체에 마력을 두르는 것으로 신체를 강화함과 동시에 몸을 움직일 때마다 그 기운을 세세히 조절하여 효과를 늘리는가.

       

       과연 다른 세계에서 목숨을 내걸며 싸워온 자 답구나.

       

       그리하여 꽤 긴 거리를 일순에 좁힌 파이스는 돌진의 여력을 그대로 지닌 채 방패로 나를 짓누르려고 들었다.

       

       스스로를 탄환 삼는 공격은 무척이나 위력적이었다.

       

       허나 너무 정직하군 그래.

       

       꼭 상대에게 자신이 공격하러 간다는 걸 알리는 것 같지 않으냐.

       

       돌진하는 녀석을 보며 권을 쥔다.

       

       많은 힘은 필요치 않다. 저 충격을 잠시 멈춰 세울 정도면 충분하지.

       

       저 맹렬한 돌격을 일순이라도 멈추게 되면.

       

       콰아아앙!

       

       이렇게 모든 충격을 바닥으로 흘려버릴 수 있거든.

       

       자신의 돌진이 이리 허무하게 멈추리라 생각하지 못한 걸까? 파이스의 눈동자가 살짝 흔들리는 게 보였다.

       

       “이제 네 수 남았다.”

       

       말로 다그치기 무섭게 파이스가 다음 공격을 준비한다.

       

       이번에는 검이구나.

       

       검 끝에 마력을 둘러 일종의 강기를 만들어 내고서 그를 내지르는가.

       

       빠르고. 강렬하군.

       

       내 이 녀석이 평범한 현대인이었더라면 이 공격에 칭찬을 아끼지 않았을 것이야.

       

       허나 이 녀석은 현대인이 아니다.

       

       이 놈은 다른 세상에서 수많은 싸움 끝에 세상을 구한 용사 아니더냐.

       

       이렇게 검이 친절해선 안 되지.

       

       착한 것은 알겠다마는 검을 휘두를 때까지 상대를 배려해서야 쓰나.

       

       내질러지는 검의 안 쪽으로 파고들어서 검면을 슬쩍 밀어냈다.

       

       그러자 균형을 잃은 검의 경로가 뒤틀려 본인의 어깨를 스치고 지나간다.

       

       자. 이 다음은 무어지?

       

       파이스의 대처는 빨랐다.

       

       녀석은 검로가 뒤틀리는 걸 보자마자 검을 다잡는 걸 포기하고 방패를 움직였다.

       

       타격을 통해 기세를 잡으려는 것인가. 판단 자체는 나쁘지 않다마는 그를 실행하는 동작이 미묘해.

       

       훌쩍 물러서는 것으로 상황을 원점으로 되돌린 나는 웃음을 지음과 동시에 주변으로 내기를 퍼트렸다.

       

       해설을 할 때에는 혹시나 싶었다. 평범한 현대인들을 상대로 배려를 품은 것이겠거니 생각하고 말았지.

       

       허나 이 배려가 본인을 상대할 때까지 묻어나오는 걸 보면 본인의 추측이 맞아떨어진 모양이구나.

       

       이 놈. 평화에 물들어 버렸어.

       

       “안 되지. 안 돼. 이래서야 곤란해.”

       “…예?”

       “정신상태가 썩어빠져 있지 않으냐.”

       

       가끔 이런 놈이 있다. 강자의 입장에 너무도 오래 서 있었던 나머지 몸에 해이해짐이 박혀버린 녀석이.

       

       파이스 이 놈이 현대에 오고 나서 몇 년이란 세월이 흘렀다고 했었는데 그 동안에 이 녀석이 싸움 다운 싸움을 몇 번이나 해보았을까. 제대로 된 위기를 얼마나 겪어 보았을까.

       

       거의 없을 것이다.

       

       현실에서도 충분하고도 남을 정도의 강자인 놈이니 말이다.

       

       어지간한 상황에서는 항시 남을 배려하는 입장이었겠지. 진심을 다해 무기를 휘두르는 입장이 아니라.

       

       이 녀석의 천성이 착한 것도 문제다.

       

       이 놈은 다른 사람에 대한 배려가 몸에 박혀있다. 당연하게도 항상 주변의 다른 약한 자들을 신경 써서 움직였을 터.

       

       힘을 빼고. 살의를 없애고. 몸에 박힌 여러 버릇을 애써 억누르고.

       

       그렇게 몇 년을 살아 왔으니 한 사람의 무인이 무뎌지는 것은 당연한 일.

       

       “마음에 들지 않아.”

       

       내 한서우를 생각한다면 이대로 내버려두는 것이 옳다. 검이 점차 무뎌지는 동안 놈이 날을 갈고 닦는다면 언젠가 이 녀석을 넘어설 수 있게 될 터이니.

       

       허나 그래서 얻는 승리는 거짓된 승리이지 않으냐.

       

       나는 천마의 제자에게 거짓된 승리를 안겨 줄 생각이 없다.

       

       다시금 날을 되찾은 파이스를 깨부수어야 천마의 제자에게 걸맞는 승리라 할 수 있지 않겠나.

       

       “네 놈의 앞에 있는 것은 천마다.”

       

       그러니 내 저 안에 있는 짐승을 깨우겠노라.

       

       오랜 평화에 무뎌진 짐승에게 자신의 송곳니가 얼마나 날카로웠는지를 깨우쳐 주겠노라.

       

       그리고 그 짐승의 송곳니를 친히 부수는 것으로 저를 박살내는 방법을 알려줄 것이다.

       

       “온 힘을 다하지 않으면 만마의 아래에 짓눌려버릴 터.”

       

       주변에 퍼트린 내기에 살의를 더한다. 순수하고도 강한 마음은 그 자체로 무기가 될 터이니. 본인의 살의로 파이스를 짓뭉갠다.

       

       “전력을 다해라. 애송아.”

       

       보인다.

       

       덜덜 떨리는 녀석의 이빨이.

       

       공포에 질린 눈동자가.

       

       검을 꾹 잡고 있는 손이.

       

       몸 안에서 맹렬히 움직이고 있는 마력이.

       

       그리고 본인의 살의에 필사적으로 저항하는 상대의 살의가.

       

       그로부터 얼마 지나지 않아 파이스의 신형이 이전에 비할 수 없는 속도로 움직여 내 앞에 도달했다.

       

       내지르는 것은 검.

       

       노리는 것은 본인의 목.

       

       그 안에 담긴 것은 적을 죽여버리겠다는 의지 뿐.

       

       으음. 이제야 조금 마음에 드는 군.

       

       바람을 꿰뚫고서 날아드는 검을 고개를 트는 것으로 피하며 생각한다.

       

       하지만 아직은 부족하구나.

       

       이 검이 과거의 예리함을 되찾기 위해선 담금질을 좀 더 해주어야겠어. 

       

    작가의 한마디 (작가후기)
    Ilham Senjaya님 보러 와 주셔서 감사합니다.

    용사 강화 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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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he Heavenly Demon is Broadcasting

The Heavenly Demon is Broadcasting

천마님 방송하신다
Status: Completed Author:
He couldn't pass his habits to others upon his return. The Heavenly Demon remained a martial artis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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