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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P.398

    <398 – 응애크라켄>

     

    도비의 전투법은 이색적이지만 한계도 뚜렷했다.

     

    ‘종말예언이 통하지 않는 상대를 마주하면 아무것도 할 수 없는 상태이상 공포부여 원툴메타!’

     

    마주한 종말이 얼마나 상세하고 두려운지, 그 두려운 순간을 얼마나 심도 깊게 파헤치며 자신의 영혼에 새겼는지에 따라 위력이 정해진다.

    그런데 도비는 본래라면 생존조차 불가능할 고강도의 종말의 순간을 플레이어의 기억을 통해 간접체험 했으니, 그 위력이 상당히 강해보였다.

     

    “이성의 편린이나마 지닌 미물들은 감히 오크노디 님을 모시는 제 앞에서 제정신을 유지하지 못할 것입니다. 안심하시고 제 보필을 받아주십시오!”

     

    조금 찝찝하긴 해도 도움이 되는 건 사실.

    그냥 마음 편히 받아들이기로 했다.

     

    “물러가라!”

    “썩 꺼져라!”

    “한줌 핏물로 전락하고 싶은가!”

     

    선배들이 열심히 소환총본에서 계약하고 싶은 소환수를 찾고, 소환에 필요한 소환마법진을 그리는 데 필요한 촉매를 준비하고, 소환확률을 올릴 길일을 잡아 적절한 장소에서 소환의식을 치르고, 계약성공확률을 올리고자 공물을 바쳐가며 계약했을 소환수.

    돈을 억수로 잡아먹었을 소환수들이 실시간으로 계약을 끊고 소속된 본래 차원으로 달아나는 모습은 눈 뜨고 보기 딱할 광경이었다.

     

    ‘선배들이 불쌍하니까 빨리 용무만 마치고 돌아가야겠다!’

     

    복도를 지나 수족관처럼 물이 가득 담긴 방을 앞에 두니 천장의 뚜껑으로 이어지는 사다리가 보였다.

    엉금엉금 사다리를 타고 올라가자 뚜껑 앞으로 주의문이 보였다.

     

    ━━━

    경고!

    해당 격리실에는 실험을 위해 포획한 <응애 크라켄>이 서식하고 있습니다.

    수중보호수단을 충분히 갖추지 못한 채로 들어가서 생기는 불상사에 대해서는 어느 누구도 책임지지 않음을 숙지하길 바랍니다.

    ━━━

     

    마치 움직이는 생명체만 보면 일단 입에 넣고 보는 아나콘다의 우리에 들어가는 것처럼 단단히 겁을 주는 경고문구!

    겁이 없는 도비조차도 입을 뻥끗 해봤자 물거품만 나는 물속에 따라 들어갈 용기는 없었는지 입구를 지키며 비장하게 말했다.

     

    “저는 수중호흡을 할 줄 모릅니다.”

    “원래 뉴비들은 폐에 물도 채우고 하면서 배워요!”

    “…”

    “히히. 농담이니까 긴장 풀어요. 여기까지 충분히 도움이 됐으니 오늘은 이만 봐드릴게요.”

    “자비에 감사드립니다…”

    “그럼 여기서 제 옷 좀 지켜주세요!”

     

    교복단추를 푸는 모습에 도비가 갑자기 무척이나 당황한 얼굴로 주변을 돌아보다가 허둥거렸다.

     

    “가, 갑자기 이러시면 곤란합니다. 어찌 남녀가 유별난데 이런 곳에서!”

    “안에 수영복 입었는데요?”

    “그, 그래도!”

     

    킥킥.

    도비 때문에 잔뜩 당황했던 탓인지 스커트를 푸르기 무섭게 얼굴이 빨개져서 고개를 돌리는 도비의 모습에 속이 시원해진다.

    이걸로 나도 한방 먹였으니 쌤쌤이야!

     

    “배낭이랑 옷 잘 지키고 있어요?”

    “제 목숨을 걸고 반드시 지켜내겠습니다.”

     

    교복 안에 입고 온 것은 1학기 때 플라톤 교수님의 강의를 들으면서 지급받은 학교수영복!

    몸에 찰싹 달라붙은 스쿨미즈의 감촉이 아직 어색하기는 했지만 남캐할 때에도 능력치를 위해 비키니아머같은 장비를 가끔 입었던 기억을 떠올리며 애써 낯선 기분을 떨쳐내었다.

    옷의 생소함만 제외하면 어려움은 없다.

    응애 크라켄의 수조에 들어가는 행위가 위험하기는 한데 도감수집을 성실히 해온 나는 이 정도 역경에 굴하지 않는다.

     

    ━━━

    수중호흡 30분 증가

    물친화 45%(수중보행 페널티 45% 경감)

    수중추가피해 55% 증가

    수중시야범위 2단계 확장

    <자이언트킹크랩의 천적> 칭호 활성화

    ━━━

     

    물에 들어가자마자 연달아 발동하는 각종수중보정!

    부지런한 도감수집의 결과는 이럴 때에 도움이 된다.

     

    보글보글.

     

    쓸데없이 낭비한 산소가 입 밖으로 기포가 되어 흩어져도 상관없다.

    수중호흡이 허락된 30분의 시간.

    이 시간이 지속되는 한, 마치 지상에 있는 것처럼 저절로 산소가 저절로 몸속에 전해지니까.

     

    바둥바둥.

     

    물속에서 일어난 움직임을 감지한 것일까.

    먹이를 노리고 물에 잠긴 격리실 바닥으로부터 기다란 촉수가 뻗어 나왔다.

     

    <암흑전기생성>

     

    파지직.

     

    “무오오오옹!”

    “앗 따가.”

     

    겁도 없이 물속에서 전기를 분출해서 감전된 것이 아니다.

    암흑마나는 동일한 속성의 힘에게, 하물며 속성을 지배한 시전자에게는 피해를 주지 않는다.

    전기에 놀란 크라켄이 순간적으로 분출한 먹물에 담긴 농밀한 마나가 암흑마나의 결속을 깨고 스며들어 마나속성이 변질된 탓이다.

     

    “아이 참. 발버둥치지 마. 좋은 곳 데려가주려고 왔는데 왜 이래!”

    “무오오오옹!!”

     

    응애크라켄은 더 많은 다리를 뻗었다.

    단단히 화가 나서 설득이 통하지 않는 상태였다.

    먹이인 줄 알았는데 아니어서?

    갑자기 전격에 따끔하게 맞아서?

    그런 것이 아니다.

    응애크라켄이 이 격리실에, 고학년의 실험실에 갇힌 것부터가 선배에게 속았기 때문이다.

     

    [당신은 다양한 울음소리(37)를 내며 동물의 언어에 본능적인 영감이 트여있습니다.]

    [영감적중에 필요한 울음소리 요구치 – 500]

     

    (x0.1 보정리스트)

    [상황파악(199) 기능에 의한 순간판단보너스 19.9%]

    [사고력(144) 기능에 의한 전투지능보너스 14.4%]

    [사회생활(75) 기능에 의한 눈치보너스 7.5%]

     

    (x0.2 보정리스트)

    [화술(82) 기능에 의한 달변보너스 16.4%]

    [흉내내기(45) 기능에 의한 바디랭귀지보너스 9%]

    [재롱부리기(22) 기능에 의한 온화함보너스 4.4%]

     

    (특별 보정리스트)

    [크라켄의 울음소리를 낸 경험 25%]

     

    [총 요구치 경감 보너스 96.6%]

    [요구 울음소리능력치 17]

     

    [울음소리 기능이 17 이상입니다.]

    [응애 크라켄의 울음소리를 인간의 언어처럼 이해하고 소통할 수 있습니다.]

     

    휴. 역시 기능경험치는 배신하지 않아.

    억까를 당해도 플레이어를 지켜주는 최후의 보루!

     

    “다시는 속지 않아. 인간 거짓말쟁이. 자기를 따라가면 날마다 정어리 1톤, 멸치 1톤, 설탕 100그램을 준다고 해놓고 배양육과 수면가루로 때웠어.”

    “저런, 안 됐다!”

    “어…? 인간, 크라켄의 울음소리를 알아…?”

    “물론이지. 나는 동물들의 친구인걸!”

    “못 믿어. 널 어떻게 믿어?”

     

    날 믿을 필요는 없다.

    내가 가진 가호를 믿으면 된다.

     

    ━━━

    *구원의 인도자* 칭호를 장착합니다.

    가호 <무한한 존경심>이 활성화됩니다.

    ━━━

    *구원의 인도자* : 멸망으로 치닫는 세계를 수차례 구해낸 결과, 당신은 세계의 희망이 되었습니다.

    -칭호장착효과 : 가호 <무한한 존경심> 활성화

    -칭호보유효과 : 세상만물의 기본호감도 10 증가

    ━━━

    *무한의 존경심(가호)* : 가호를 활성화하면 세상만물이 당신에게 존경심을 표현한다.

    ━━━

     

    가호를 활성화하자 응애크라켄이 날이 선 경계심을 내려놓았다.

     

    “근데 너한테서는 맛있는 냄새가 나. 자이언트킹크랩을 먹은 적이 있지?”

    “응!”

    “미식을 아는 친구라면 싫어할 이유가 없지. 적어도 맛없는 배양육을 주는 인간보다는 훨씬 나아.”

     

    실제로는 무오오옹으로 이루어지는 대화지만 아무튼 원활히 진행되는 의사소통!

    응애크라켄이 더 이상은 공격적이지 않은 부드러운 몸짓으로 촉수를 뻗어 내 몸을 부드럽게 휘어감았다.

     

    “와, 이제 보니 너 정말 작구나? 응애인 나보다도 더 작아. 완전 응애응애야.”

    “맞아. 그래서 불만이야. 얼른 커서 2m30cm가 되고 싶은데! 힘을 펌핑하려고 어쩔 수 없이 성장을 잠시 멈추었어.”

    “너 정말 귀엽구나? 고작 2m30cm의 덩치로는 험난한 심해생활을 견뎌낼 수 없어. 적어도 230m를 목표로 정진해야지.”

    “커지고 싶어서 정어리 1톤 멸치 1톤을 공물로 준다는 말에 속아 넘어갔구나?”

    “맞아.”

    “설탕도 덩치가 커지려면 필요해?”

    “설탕을 넣으면 물이 달아서 입가심이 좋아.”

     

    유리벽 너머로 도비가 혼란스러움을 감추지 못하며 이쪽을 바라보고 있다.

    어째서인지 크라켄과 소통하는 나를 굉장히 빨개진 얼굴로 쳐다보고 있는데 정말 어째서일까?

     

    “아무튼 여기서 나가게 해줄게.”

    “정말로?”

    “바닷물에 닿으면 엄마크라켄이 널 찾을 수 있어.”

    “여기 인간들은 너무 강해. 쉽지 않을 거야.”

    “괜찮아. 나한테 다 생각이 있어. 하루만 좁은 곳에서 참으면 금방 탈출할 수 있어!”

     

    응애크라켄은 설득에 쉽게 넘어가지 않았다.

    인간보다 종족값이 우월한 고등생물이라서 그런가?

     

    “아직 유아기도 덜 끝난 응애응애가 하는 말을 어떻게 믿고?”

     

    아. 덩치가 너무 작아서 그렇구나.

     

    “잠깐만 기다려봐!”

     

    수족관 밖으로 나와서 비 맞은 개처럼 물을 털고 있으니 도비가 호다닥 달려왔다.

     

    “괜찮으십니까? 제 눈에는 크라켄이 오크노디 님을 반쯤 잡아먹으려는 것처럼 보였습니다! 어떻게 그런 심한 짓을!”

    “넹??”

    “아, 아니었습니까?”

    “저 응애크라켄은 착한 크라켄이에요. 인간한테 속아서 감금당하고도 실험실을 부수고 탈출해서 닥치는 대로 사람을 죽일 생각도 하지 않았는걸요?”

    “…”

    “조금만 더 기다리고 있어요!”

     

    배낭에서 꺼낸 커텐을 들고 다시 내려가자 어리둥절한 시선으로 쳐다보는 도비.

    응애크라켄도 멀뚱멀뚱 커튼을 쳐다보기에 냉큼 몸에 두르고는 커튼을 활짝 펼쳤다.

     

    “이러면 커졌죠?”

     

    응애크라켄이 격리수조 내의 순환장치에서 발생하는 수류를 따라 펄럭거리는 커튼을 보고 눈이 곰인형의 눈알처럼 휘둥그레졌다.

     

    “응애응애가 응애만큼 커졌어!!”

     

    덩치가 커져서 신뢰가 생긴 응애크라켄은 전폭적인 협력을 약속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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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 Became the Daughter of the Academy’s Villain

I Became the Daughter of the Academy’s Villain

아카데미 흑막의 딸이 되었다
Score 4.2
Status: Ongoing Type: Author: Native Language: Korean

From the side, she looks pitiful and worn out, but in reality, she’s living her joyful survival story in the world of games.

But how can someone’s name be Oknodi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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