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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P.399

       

        

        

        

       ───투두두두!

        

        

        

       “여기저기 둘러봐도 전부 시설 방어 병력들밖에 없군요. 메카 막내를 위한 괜찮은 전장이 되겠어요.”

        

       “카토 씨, 딴짓하는 거 다 보이니까 집중하세요!”

        

       “으엑, 알겠습니다…!”

        

        

        

       -뺀질이쉑ㅋㅋㅋㅋㅋㅋㅋㅋ

       -레이더 숫자 살벌하네 ㄷㄷ

       -아니 방어병들 왜 흙더미 같은 것도 가져와서 토치카를 만드냐고 ㅋㅋㅋ

       -팩트)메카유진은 그걸 뚫는다

       -그럼 기계비얌이 뚫지 누가 뚫냐 카토같은 개허접이 뚫겠냐고ww

        

        

        

        세션에 들어온 지 어언 5분, 1층에 바글거리는 시설 방어 병력들과 본격적으로 교전을 시작하다.

        

        나와 하모니, 그리고 로렌티나는 서버실에서 후방차단 및 뒤치기 방어, 그리고 태블릿을 이용한 일종의 워게임 중이었고, 카토그래퍼와 진은 워게임의 대상자가 되어 실시간으로 내리는 명령을 이행한다. 실제 인물을 가지고 하는 3D 체스 비슷한 것이었다.

        

        태블릿 액정에 띄워진 맵에 표시된 푸른 점 두 개, 그리고 주변에 바글바글한 붉은 점. 당연하게도 푸른 점은 카토와 진, 붉은 점은 카토 혹은 진이 식별한 방어 병력이었다. 두 개의 푸른 점은 이리저리 돌아다니며 교전 중이었고, 붉은 점은 느릿하게 한두 개씩 지워졌다.

        

        액정 옆에 띄워진 홀로그램이 스크립트를 표시했다. 빠르게, 혹은 느리게 올라가는 스크롤. 카토와 진이 페어를 이루어 교전하는 와중의 대화 내역을 실시간으로 기록하는 것이었다.

        

        

        

       -격리 복도 방향으로 2명이 돕니다. 옆을 조심하시길.

        

       -실험실 좌계단에 있는 녀석이 수류탄 깐다! 중앙 통로로 돌파하려고 하는 것 같은데…제압사격 날리고 메디컬 계단으로 빠질 테니 너도 여차하면 빠질 준비해!

        

       -확인. 교전 원칙 준수도 87%. 적들의 화력이 예상보다 16% 가량 강력합니다.

        

        

        

        교전 목표는 다양했다. 

        

        가령 이번에는 1층 연구 섹터의 적 병력 비율을 일정 이상 줄인 뒤, 2층의 매니저 룸으로 향하여 아무거나 아이템을 회수한 후, 캣타워를 거쳐 메인 홀의 알람을 켜고 행어로 복귀하여 함께 탈출하는 것이었다. 일종의 시나리오라고 해도 좋았다.

        

        당연하겠지만 이 과정에서 정말…많은 정보 교류가 이어졌다. 나와 하모니, 로렌티나는 지휘관으로서 두 명이 죽지 않게끔 올바른 제안을 할 의무가 있었으며, 카토와 진은 이 과정에서 명령을 준수하거나, 올바르지 않은 명령이라고 판단되면 이를 거부하고 자의적으로 움직여야 했다.

        

        이 과정에서 말 그대로 끊임없는 평가가 이뤄진다. 날 포함한 세 명의 지휘관은 카토와 진이 교전 중 나눈 대화 로그를 확인하고 무엇이 적절하고 부적절했는지를 확인하고, 동선 및 사격각이 제대로인지, 아군이 지원이 필요할 때 제대로 도와주었는지 등을 확인했다.

        

        물론 그것 뿐만은 아니었고, 하모니나 로렌티나가 내리는 지시 역시도 타당한지를 검토했다. 반대로 하모니나 로렌티나 역시 내 지시가 타당한지를 검토할 것이었고.

        

        

        

       “적들의 시선을 몽땅 끌어모은 다음, 서버실 계단을 경유해서 행어 복도로 올라가 옆구리를 치는 것도 나쁘지 않을 것 같은데.”

        

       “격리 복도 방면으로 오는 친구의 머리통을 전부 터뜨려준 다음에나 가능한 방안이겠지만 나쁘지 않군요. 카토그래퍼가 그걸 단독으로 행할 수 있냐고 묻는다면 그건 또 모르겠지만.”

        

       “교전 소목표를 이행하기 위한 역량이 부족할 가능성이 있다…라. 그것도 유념해야겠네요.”

        

       “저라면 진즉 격리 텐트랑 복도 쪽에 트랩을 잔뜩 깔아뒀을 것 같긴 한데.”

        

       “그건 모니만 할 수 있는 걸로.”

        

        

        

       -아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미친폭탄마련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니도 이미 정상인은아니야 녹껄룩 무친련아!!!!!!!!!!!!!!!!

       -누가 그렇게 빠른속도로 부비트랩을 까냐고 ㅋㅋ

       -어련하시겠어요 ㅋㅋㅋㅋㅋ

        

        

        

        트랩 깔기 하나는 상당히 숙달된 모니가 그렇게 중얼거렸다.

        

        물론 당연하게도 그닥 현실성은 없었다. 수류탄이야 넉넉하게 가져왔지만 카토나 진이 몇 분 안에 격리 복도 쪽에 트랩 3개를 깔아놓을 수는 없었기 때문이었다. 아마 그게 가능했더라면 저 두 명은 저렇게 멘티의 자리에 있지는 않겠지.

        

        그 와중 서버실 플랫폼 쪽으로 적들이 우회해 들어온다. 우리 세 명은 서버 카트리지 안쪽에 짱박혔기 때문에 방어 병력에게 딱히 들키지는 않았다. 추가적인 레이더가 우회하였음을 표시하자마자 블랙 통로와 연결된 서버실 입구 쪽에서 먹먹한 소리가 울려퍼졌다.

        

        당연하게도 소음기 소리였다.

        

        

        

       “아아악-!”

        

       “켈리, 컥!”

        

       “자로와 켈리가 당했다! 위치가 파악되고 있었, 끄윽….”

        

       “어으, 하마터면 큰일날 뻔했네.”

        

        

        

        카토의 여리여리한 목소리가 – 물론 아바타 여성 보이스였다 – 서버실 안에 울려퍼졌다. 그것을 확인한 내가 따봉 하나를 보냈고, 카토는 희희낙락하며 다시 블랙 통로 안쪽으로 사라졌다.

        

        방금 서버실에서의 교전을 통해 카토에 대한 내 내부 평가가 꽤나 상승했기에, 하마터면 그대로 사라질 뻔했던 방금의 제안을 다시 되살렸다. 음성 녹음을 통해 스크립트화된 명령-제안이 카토에게 송신되었고, 그로부터 몇 초나 지났을까. 서버실 문이 다시금 열리며 군홧발 소리가 들려왔다.

        

        철제 계단이 찰캉거리며 약간씩 흔들리는 가운데, 시체의 품 속에서 수류탄 2개를 획득한 그가 서버실 복도로 조심스럽게 진입했다. 좌측은 중앙 복도, 그리고 정면은 행어 복도. 

        

        1층에서 벌인 소란으로 인해 2층은 반대로 조용했고, 카토는 재빨리 행어 복도의 중간 즈음으로 가 중앙 통로가 가장 잘 보이는 위치로 이동했다.

        

        

        

       -카토그래퍼, 지금 어디입니까? 격리 텐트 방면에서 2명 가량의 진동이 감지되고 있습니다.

        

       -중앙 통로 인근에 포진한 적들의 머리를 전부 날려버릴 테니, 약한 부분을 돌파해서 나와. 총알 한두 방 정도는 견딜 수 있을 테니, 서버실 계단으로 올라오면 돼. 제때 빠져나오면 우회조가 블랙 통로를 가로지르기 전에 빠져나올 수 있을 거야.

        

       -성공 확률 77%. 믿어보도록 하죠. 

       

         

       

        피피픽!

        

        그리고 카토의 불벼락이 쏟아졌다.

        

        탄환 소모량 따위는 신경쓰지 않은 채 단발도 아니고 연발로 블랙팁을 쏟아낸다. 당연하게도 부드러운 옆구리와 대가리를 그대로 노출시킨 친구들은 한 명씩 머리와 목에서 피를 흘리며 그 자리에서 엎어졌고, 메카 유진의 이동을 봉쇄하던 경기관총 사수 역시 침묵했다.

        

        황급히 이리저리 숨은 적들의 말로 역시 그다지 좋지 못했다. 탄창을 교체한 그가 중앙 통로 언저리를 향해 수류탄 3개를 축차로 던져댔기 때문이었다. 착탄 위치는 아쉬운 수준이었으나 진이 기동할 수 있는 기회를 만든다는 점에서는 실로 최적이었다.

        

        폭발과 동시에 소리가 가려졌고, 메카 유진이 힘껏 지면을 박찼다. 그녀가 들고 있던 또 다른 한 정의 Mk47이 고관통 탄환을 토해낸다. 수류탄 파편의 여파만을 회피하려 시도했던 남은 적들을 싸늘한 시체로 만들어버린 것이었다.

        

        

        

       -그렇지!

        

       -행어 복도 위층에서 움직임 감지. 조심하십시오.

        

       -우와악, 진짜네! 4명이나 온다-!

        

        

        

        카토는 아무래도 방심이 특기인 듯했다.

        

        큭큭 웃던 와중 서버실 복도와 이어지는 계단을 힘차게 튀어오른 진이 카토를 지나쳐 북쪽 행어 복도 방면에 제압사격을 해댔다. 카토는 홀린 듯 수류탄을 까던졌고, 오른손 검지에서 수류탄 핀조차 빼지 못한 채, 혼비백산하여 도망치던 적의 머리에 원거리 뇌수술을 집행해줬다.

        

        그렇게 몇 분이나 지났을까, 두 명은 10분 가량의 교전 시간 동안 열두 명 가량을 지워버렸다. 카토는 그제야 맥이 풀렸는지 그 자리에 슬그머니 주저앉았고, 진은 그것을 보더니 짧은 웃음을 터뜨리고는 손을 건네어 카토를 일으켜 세웠다.

        

        그걸 보면서 우리도 웃음을 터뜨린 건 당연했다.

        

        

        

       “역시 교전 후 함께 생환하는 것만큼 빠르게 우애 다지는 게 없죠.”

        

       “그런 와일드한 방법으로만 빨리 친해질 수 있는 거라면 전 평범한 방법으로 친해질래요…으부에에.”

        

       “이미 늦었답니다, 우리 뉴 막내.”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녹껄룩쉑 졸귀 ㅋㅋ

       -나도녹냥이볼따구만질수있는상어눈나되고싶어ㅓㅓㅓㅓㅓㅓㅓㅓㅓㅓㅓㅓㅓㅓㅓㅓ

       -님은안대요ㅎ

       -네이놈카토!!!!!!!!!!어디메카유진눈나에게찝쩍대려하느냐!!!!!!!!!!

        

        

        

        진은 불과 몇 분 전만 해도 좀 엉성했는데, 역시 제대로 된 교전을 맛보니 즉각즉각 교정이 되는구만. 실로 만족스러웠다. 카토 역시도 내가 내준 숙제를 상당히 잘 복습해왔는지 나름대로 어느 정도 괜찮은 면모를 보이고 있었고.

        

        그리 생각해보니 요즘 블루밍을 직접적으로 가르친 게 꽤 뜸하네. 사실 이리저리 바쁜 탓에 플레이 영상만을 보고 수정해야 하거나 개선해야 하는 점만을 표기해서 보냈으니…일단 진과 카토가 안정적으로 궤도에 오른 것만 확인하고 해당 방향으로 시선을 좀 돌려야겠다.

        

        그리 생각하는 와중 두 명은 행어 복도를 가로질러 매니저 복도로 이동했고, 이어 매니저 룸에서 적당히 잡다한 아이템을 챙겼다 – 그 와중 1층 연구 섹터를 싸돌아다니는 적들 몇 명을 추가적으로 지워버리기도 했고.

        

        캣타워와 메인 홀에서의 교전은 연구 섹터에서 치뤘던 교전보다는 훨씬 수월하게 풀렸고, 그리하여 이들은 알람을 작동시킨 뒤 호다닥 복도를 빠져나와 행어를 향해 달렸다.

        

        

        

       ───탕!

        

        

        

       “그런 곳에 숨어있으면 안 들킬 줄 아셨는지.”

        

       “…참 대단도 하시네요. 로렌티나 씨는.”

        

        

        

        그 와중 로렌티나는 권총을 뽑아들고는 느슨한 움직임으로 방아쇠를 당겼고, 서버실 복도 으슥한 곳에 숨어있던 적의 대가리에 빵꾸를 내주었다. 실로 자연스러운 움직임이었기에 순간 뭘 하고 있는지조차 눈치채지 못했다.

        

        하여튼 숨쉬는 것보다 총 만지작거리는 게 더 익숙한 사람이었다.

        

        그렇게 몇 분이나 지났을까, 나를 포함한 토탈 5명의 인원이 드디어 행어에 모였다. 꽤나 너저분했지만 만면에 미소를 띤 카토와 입가에 미미한 웃음을 짓고 있는 진까지. 이번 첫 판은 꽤 성과가 있다고 해도 무방했다.

        

        하모니가 행어 게이트를 열기 위해 컨트롤 룸으로 올라간 사이 덧붙였다.

        

        

        

       “수고 많았어요. 일단 열어만 놓고, 여러분들이 잡은 적들을 파밍하러 가봅시다. 자리가 부족하면 가방을 빌려줄테니 거기다 몽땅 담아오세요. 전부 두 분 겁니다.”

        

       “어예-!”

        

       “물품 농장이라니 이해할 수 없는 발언…하지만 해당 물건들의 소유권이 본 개체에게로 이전된다는 사실은 알겠습니다. 해당 제안을 받아들이지요.”

        

        

        

        꾹.

        

        그러던 와중 게이트가 열리고, 천장의 사이렌이 돌아가며 행어 게이트가 열리기 시작했다. 총구를 겨누고 기다렸지만 다행인지 불행인지 안쪽에서 스폰된 적군은 없었다.

        

        이제 나가기까지는 얼마 안 남았으니, 저 둘이 여유롭게 가방을 빵빵 채워오기만을 기다리면 되겠지. 그리 생각하면서 계단에 주저앉았다. 로렌티나까지 같은 계단에 앉으니 조금 찌그러진 듯한 느낌도 들긴 했지만.

        

        아무튼 그렇게 몇 초나 지났을까.

        

        

        

       ───기이잉!

        

        

        

       “…?”

        

       “느낌이 심상치 않은데….”

        

        

        

        갑자기 보랏빛 레이저 비스무리한 것이 행어 전방위를 훑고 지나가더니, 이어 진의 위에서 멈춰서버렸다. 재빨리 사격해 레이저 스캐너를 쏴서 부쉈지만 그마저도 딱히 빠른 것은 아니었다.

        

        이번엔 또 무슨 일이 벌어지려나. 그리 생각하며 주변을 경계하고 있자 천장에서부터 무기질적인 보이스가 들려왔다.

        

        

        

       -[알림 : 타입 감마 식별…승인되지 않은 개조 감지. 당장 무기를 내려놓고 탈출 구역으로 향하여 아르테미스 무장 인원의 지시에 따르십시오.]

        

       -[알림 : 원격 접속 시도 중…접속 프로그램 오류. 행동 제어 영역을 찾을 수 없습니다.]

        

       -[알림 : 수동 명령으로 이행. 타입 감마, 제조번호 4번. 아르테미스에 복귀하십시오.]

        

        

        

        그렇게 그 누구도 입을 열지 않은 채 정적 속에 휩싸이던 와중, 심드렁한 표정을 지어보인 진은 일말의 재고조차 없이 입을 열었다.

        

        

        

       “거절합니다. 아르테미스로의 복귀는 더 이상 제게 어떠한 이득도 가져다주지 못합니다.”

        

       “잘도 저 깡통을 제대로 된 메카 막내로 만들었군요, 우리 유진. 실로 고무적인 성과예요.”

        

       “그럼요, 제가 누군데.”

        

        

        

        화룡점정이라 해야 할지, 진은 총을 들어 천장의 스피커를 쏴서 부숴버렸다.

        

        물론 그것만으로 이번 일이 끝이 날 거라고 생각을 하지는 않았지만…그런 생각을 끝으로, 나는 메카 유진의 등을 손으로 툭툭 두들기며 입을 열었다.

        

        

        

       “고가치 연구시설 방문은 당분간 하지 말도록 합시다.”

        

       “아키타입의 의견에 동의합니다.”

        

        

        

        천장의 사이렌이 새빨갛게 물들었다.

        

        심상찮은 일의 시작이었다.

        

        

        

        

        

        

        

        

        

        

        

        

        

        

        

        

        

       “감마 타입 안드로이드가 배신이라, 예상치도 못한 소리를 다 듣는구만. 연구원 샌님들이 아주 그냥 지랄발광을 떠는 게 여기까지 들리는데.”

        

       “팔다리 다 작살내놓고 꼬리에 붙여놓은 미니건까지 다 떼어놨답니다. 실시간으로 전송 중이던 교전 데이터에서도 별다른 내용 없다가 갑자기 끊겼다는데 누가 저리 만들었을지.”

        

       “잡담 그만해라. 이제부터 돌입한다. 내부 방어 병력이 전부 다 몰살됐다고 하니 정신 단단히 차려라. 40명도 모자랄 수 있어. 아키타입까지 존재한다는 말도 있다.” 

       

       “어차피 감마 타입 빼면 전부 살아있는 사람들 아닙니까. 그럼 죽일 수 있는 거죠. 빨리 끝내고 복귀합시다.”

        

        

        

        띵.

        

        엘리베이터가 열리고, 10명으로 이루어진 하나의 팀이 쏟아진다. 그런 엘리베이터가 넷이었다. 순식간에 고가치 연구시설 내부로 10명이 유입되었다 – 1층 메인 홀을 통해 레드, 카고 계단 옆 엘리베이터를 통해 바이올렛, 행어를 통해 그린, 마지막으로 그린 룸 엘리베이터를 통해 블루가 내려왔다.

        

        그리하여 40명 전원이 시설에 배치되는 순간 펄스가 퍼져나갔다. 아르테미스 소속 변절 이카루스 오퍼레이터가 사용한 것이었다 – 네트워크에서 떨어져나간 지 한참 되어버린 탓에 완벽한 기능을 발휘할 수는 없었지만, 그럼에도 이들은 여전히 무지막지한 가치가 있었다.

        

        그런 이들이 팀장이 되어 시설을 훑었다. 첫 타자는 당연히 행어였다.

        

        

        차량 및 소형 크레인이 엉망진창으로 널브러진 내부를 확인한 팀장이 정지 명령을 내린 후 펄스를 전방위로 조사하였으나, 단 하나의 인원조차 감지되지 않았다. 도리어 근원지를 알 수 없는 EMP로 인해 펄스가 차단되는 것은 덤이었다.

        

        그러나 이들은 어떠한 투덜거림 없이 내부로 빠르게 진입하였다. 당연하게도 원인 불명의 EMP가 퍼져있는 해당 구역에 돌입한 그린 팀의 통신망은 순식간에 먹통이 되었고, 이들은 어쩔 수 없이 개개인으로서 활동할 수밖에 없었다.

        

        하지만 그로부터 얼마나 지났을까.

        

        

        

       ───끼기긱!

        

        

        

       “이, 이런 미친…!”

        

       “유조 탱크가 구른다! 피해-!”

        

        

        

        그린 팀의 수난이 시작되었다.

        

        허공으로 대략 1m 가량 떠올라있던 유조 탱크의 강철 케이블이 느닷없이 끊겼고, 그 아래에는 그 누구도 의심하지 않았던 직각삼각형 형태의 대형 쐐기 비슷한 것이 있었으나 – 정확히 해당 경사면으로 착지한 유조 탱크에 순식간에 가속이 붙기 시작했다.

        

        탱크 내부에 주입되어 있는 기름은 절반을 진작 넘은 지 오래였고, 그것이 바로 파멸의 단초가 되었다. 적잖아 톤 단위가 넘는 탱크로리가 상당한 속도로 구르기 시작한 것이었다.

        

        그리고 불행하게도, 그것이 트럭 뒤에 실린 초대형 실린더를 강하게 밀어 떨어뜨린 순간 엔딩은 예정되어 있었다.

        

        

        

       “팀장님, 피하십쇼!”

        

       “빌어처먹을.”

        

        

        

        으직!

        

        전직 변절 이카루스 오퍼레이터가 현직 팬케이크로 전직하는 순간이었다.

        

        오로지 멀쩡한 팔 한짝과 정체가 무엇인지 절대로 알고 싶지 않은 붉은 웅덩이만이 지상에 널브러진 대형 실린더 아래에 남아있을 뿐이었으나, 물론 그것만으로 비극의 시작을 논하기에는 한참 멀은 시점이었다.

        

        사각지대에서 튀어나온 유진이 그린 팀 일원의 목에 도끼를 후려갈겼다. 그 순간 그는 어떠한 유언조차 남기지 못한 채 목과 머리가 분리되었고, 유진은 별다른 신경조차 쓰지 않은 채 분리된 머리와 몸을 한쪽에 잘 숨겨두었다.

        

        머잖아 시작된 사격. 그러나 유진의 목표는 이들을 죽이는 것이 아니었다. 정확하게는 옵스코어 헬멧 위에 부착되어 있는 4안 야간투시경을 총알로 완전히 박살내는 것에 있었다 – 당연하게도 그린 팀은 야간투시경이 깨질지언정 자신의 머리가 날아가지 않았다는 점에 안도할 뿐이었다.

        

        물론 야간투시경이 부서진 대가는 혹독하게 치뤄야 할 것이었다.

        

        천장의 조명이 하나둘씩 부서졌다.

        

        

        

       ───쨍강!

        

        

        

       “조명이 차단됐다! 야간투시경 장착…이, 이 빌어먹을 놈들!”

        

       “본부! 지원이 필요하다! 행어에서 적의 격렬한 저항과 마주하고 있-커헉!”

        

        

        

        완전히 암흑으로 물든 행어 내부, 태생적으로 야간투시경을 장착한 비얌이 그 진면목을 드러내었다.

        

        끔찍한 소리와 함께 비명과 총소리가 들렸다. 누군가는 빠르게 소음기를 분리하고 허공에 총을 쏘아 그 불빛으로 적의 위치를 파악하였으나, 불꽃이 꺼지고 다시금 터져나오는 그 짤막한 프레임 속에서 유진은 토마호크 한 자루를 든 채 그린 팀을 일방적으로 도살하고 있었다.

        

        그리하여 몇 초나 지났을까, 그는 탄창을 교체하지 못하고 그 자리에 널브러졌다. 물론 반 박자 느리게 분리된 목이 옆을 데구르르 구른 것은 당연했다.

        

        

        그렇게 1분 30초 가량의 대학살극이 끝났을 즈음, 유진은 어둠이 짙게 내려앉은 행어 내부를 돌아다닌 끝에 최대 출력으로 켜놓은 휴대용 EMP 발생기 – 하드코어 모드 특전 – 를 회수하였다.

        

        인컴이 멀쩡히 작동하는 것을 확인한 그녀는 그린 팀의 헤드셋 하나를 주워들었고, 슬슬 아비규환이 시작되고 있는 고가치 연구시설 내부의 상황을 파악했다.

        

        그녀의 입이 열렸다.

        

        

        

       “연구시설 내에 묘지 40개를 세우기 전까지 교전 중단을 불허합니다. 전부 지워버리세요.”

        

        

        

        오늘 아르테미스는 또다시 고급 인력을 대거 상실할 예정이었다.

        

        

        

        

       

    작가의 한마디 (작가후기)
    메카 유진을 데려가려는 시도는 용서하지 않아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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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 Have Returned, but I Cannot Lay down My Gun

I Have Returned, but I Cannot Lay down My Gun

귀환했지만, 총을 놓을 수는 없습니다
Score 4.1
Status: Ongoing Type: Author: Native Language: Korean

Just the fact that I came back couldn’t be the end of everything.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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